[525] 회원가입신청서의 다양한 모습

작성일
2011-08-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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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8

 


[제525화] 회원가입신청서의 다양한 모습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새벽에 작업실겸 서재에 나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문을 열어서 방안에 고인 열기를 배출시키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만 오늘 아침에는 물을 끓이는 것이 우선이 되었네요. 그만큼 산골의 새벽은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이 상쾌함이란~~


  화인과 금휘가 교정을 보느라고 정신없는 사이에도 낭월은 느긋합니다. 원래 교정을 보지 못하는 무정재(無正財)격이다 보니까 아예 끼워주질 않습니다. 그냥 놀다가 마지막으로 검열만 하라네요. 그래서 내심 고맙기도 합니다. 사실 그것을 본다고 보이는 것도 아니거든요. 교정을 보신 경험이 있다면 무슨 뜻인지 짐작을 하실 듯 싶습니다. 하하~


  문답실에 답변을 드리고 나서 문득 회원님들의 가입신청서가 궁금해서 좀 들여다 봤습니다. 오주괘를 활용하게 되면서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은 조각을 보면서 거대한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나 할까요? 뭔가 그런 느낌이 자주 들곤 합니다. 원래 세상에 저절로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하잖아요. 모든 것은 이유가 있고 또 그만큼 절실하게 운영이 되는 자연의 조화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회원가입신청서를 보면 참 여러 가지로 다양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1. 성실형 신청서


  가입신청서에다가 자신의 신상명세를 최대한 적어놓는 경우입니다. 참으로 성실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느낌이 듭니다. 메일주소와 휴대폰은 물론이고 집전화에 사무실전화까지 적고 또 주소까지도 꼼꼼하게 적은 신청서에는 괜히 숙연해 집니다. 이깟 흔하고 흔한 인터넷의 한 사이트에 가입하는데 이렇게 정성을 들여서 기록을 한단 말인가 싶은 생각도 들법 합니다만 그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구나 남기는 말씀에다가는 자신의 내력에 대해서도 무엇을 하시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짐작을 할 정도의 정보를 남기시더군요. 이것을 만약에 '점기(占幾)'라고 한다면 어떤 해석을 할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매우 솔직한 사람입니다. 그로 인해서 의외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언제나 성실한 마음으로 임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 곳에서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신중함도 함께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입을 하지 않다가도 한 마음이 동하여 가입하고자 한다면 정성을 들여서 작성하게 되는 것으로 봤습니다. 아마도 정관이 어딘가에 붙어있을 것도 같습니다. 또한 무슨 일이라도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하는 노력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앞에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도 이렇게 성실할 적에야 사람과 마주 대한다면 더 말을 해서 뭘 하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성격의 소유자는 여간해서는 실패를 하지 않을 것이고, 혹 의외의 실패를 하더라도 바로 문제점을 찾아서 복구하는 능력이 탁월할 것으로 판단을 해 봤습니다. 또 게시판의 타인의 글을 읽을 적에도 건성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한 줄 한 줄을 살피면서 의미를 파악하기 때문에 그 속에 깃든 의미를 빨리 깨닫게 될 것이 틀림 없을 것입니다.


  궁금해서 직업표시를 살펴봤더니 교육자나 법조계에 종사하시는 경우에는 거의 예외없이 이렇게 적어주셨군요. 역시~! 어딘가에서 자신의 품격은 드러나기 마련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이 40이 넘어가면 직업이 뭐냐고 묻는 말에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노가다유~!'라고 하는 사람에게 '적천수는 읽어 보셨는지요?'라는 말을 할 마음이 쉽게 들리는 없지 않겠느냔 말씀이지요.


2. 예의형 신청서


  최소한의 필요한 내용은 성실하게 기록합니다. 그렇지만 구구한 이야기까지 하지는 않지요. 그야말로 웃으면서 인사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소한의 기록은 휴대폰 번호와 메일주소 정도는 분명하게 기록을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적어도 무슨 일이 생겼을 적에 연락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 정도의 정보는 제공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아마도 경계심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사실 처음 찾아와서 가입하면서 신상을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지요. 적어도 운영자에 대한 상당한 신뢰감이 쌓이기 전에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더구나 정보가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늘 접하고 있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음이야 더 말을 할 나위도 없겠네요.


  그러한 신청서를 보면서 느낀 것은, '관심이 있어서 왔습니다. 특별히 운영하시는데 피해를 입힐 마음은 없습니다.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하는 신청서 같았습니다. 이러한 신청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적어도 처음의 시작이 그 정도라면 나쁘지 않거든요. 물론 차차로 공부를 하면서 좋아지는 것은 또 그 다음의 일이고, 어쩌면 아무런 도움을 드리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의 회원이 되는 것으로 생각이 되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인가 싶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방문자는 계속해서 횟수가 거듭되면서 점점 이해의 정도를 깊이 할 것으로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3. 이름형 신청서


  이름은 정확하게 적었습니다만, 연락처는 0000-0000이거나 아예 없거나 메일주소도 누가 봐도 엉터리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의 표기를 보면 그렇습니다. 이름은 사용이 되니까 바로 적었습니다만 연락처는 밝히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겠지요. '연락처는 뭐하려고? 게시판에 난동이라도 부리면 추적하는데 사용하려고?'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신청서를 보면 뒤가 캥기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혼자 생각입니다. 하하~


  어쩌면 낭월에게 뭔가 밝히고 싶지 않은 입장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글이나 보면서 어떻게 연구하고 대입하는지 알고 싶어서 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정보까지 드러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공부가 되어 있는 경우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신분은 밝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요.


  물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의 열린 공간은 그 정도는 얼마든지 허용이 되니까요. 자신의 생각과 낭월학당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는 것도 해롭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가면서 우리는 점차로 완성을 향해서 나아가는 수행자들이니까요.


  다만 기분이 좋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면서 '안녕하슈~!'라는 인사를 받았을 적에 느낌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성의도 없고 예의도 없고 그냥 적지 않으면 가입이 되지 않으니까 마지 못해서 이름이라도 적는 기분이라고나 할지 싶습니다. 비록 그렇게 생각하고 문을 두드렸을 지라도 막상 공부를 하면서 소소한 깨달음이 주어지고 그래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면 또한 고마운 일이지요.


4. 박쥐형 신청서


  뭔가 대단히 두려움이 많은 신청서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신상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는 구름과 같은 신청서를 봤을 적에 그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낭월학당에 왔을 적에는 어린 아이가 장난으로 가입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것은 제외하고 생각해 본다면 뭔가 비밀이 많은 사람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을 해 볼만 하겠습니다. 이러한 신청서를 보면서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마도 지금 현재 그의 삶이 이와 같을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이름도 이야기 할 수가 없고, 연락처도 밝힐 수가 없고, 그렇다고 메일을 받는 것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면 어둠 속의 동굴에 매달려 있는 박쥐과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다 활동하는 밝은 세상에서는 무슨 두려움으로 인해서 못 다니고 어두운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먹이를 찾아서 돌아다녀야 하는 삶?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40이라면 자신의 글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도 아마 40세 일 것입니다. 즉, 서로 만나면 보게 되는 얼굴이라고 한다면 인터넷의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써 놓은 글이 바로 자신의 얼굴을 대표한다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명학(命學)의 목표가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두려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 밝은 빛으로 안내해야 할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소견이 얕은 사람은 얼굴만 보이지 않으면 모든 것이 가려진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일거수 일투족이 모든 정보를 갖고 있고, 그래서 밥을 먹다가 흘린 머리카락에서 DNA를 찾아서 범인을 잡아내는 시대에서 본다면 자신의 글이야말로 DNA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5. 오늘의 생각이 오늘의 글


  남의 자서전을 대신 써 주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자신이 쓰는 글 속에는 자신만의 유전인자가 배이있기 마련이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문답실에서 벗님들의 질문을 보면서도 참으로 여러 가지의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낭월만의 느낌이 아니라 읽으시는 벗님들도 같은 생각이실 것으로 봅니다. 그러시지요? 세상을 많이 살면서 더욱 깊은 관조(觀照)를 할 수가 있는 수행력이 깊으신 벗님의 눈에는 그대로 다 대낮같이 드러날 것으로 봅니다.


  연예인이 예전에 힘이 들 적에 써 놓은 글들이 나중에 유명해진 다음에 문제가 되어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도 하는 것을 우리는 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써 놨기 때문에 그 책임을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지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미 옛날 이야기인데 싶은 마음에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조차도 삶의 이력이라니...... 섬뜩합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오늘 무엇을 드셨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또 오늘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생각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지금 손에는 무슨 책이 들려 있으십니까?
  지금 이러한 것들이 바로 '내일의 나' 이기 때문입니다.


  금휘가 책을 하나 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배달된 책을 무심코 봤더니 <소피의 세계>라고 제목이 되어 있더군요. 어느 아가씨의 일기장인가 싶어서 펼쳐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놀랍게도 그 내용은 철학적인 이야기로 가득했거든요. 그러면서 책값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맙기도 했고요. 스스로 이러한 책을 골랐다는 이야기는 뭔가 희망이 보인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독서의 성향이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구입하였던 책들과 비교해서 봤을 적에 다섯 단계는 뛰어오른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올 봄에 장자를 읽은 영향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철학자의 옆에서 살아가다가 보니까 자신도 모르게 물이 드는 모양입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을 주문할지 기대가 되네요. 하하~


  이야기가 옆길로 샜습니다. 그런데 샌 김에 조금만 더 새어보겠습니다.


  개를 조련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도그 위스퍼러'라는 프로그램에서 봤습니다만, 그 사람이 개를 통해서 도를 이룬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사람은 개에게 온갖 정성을 기울이면서 자신의 공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개는 다만 종으로 여길 뿐이랍니다. 자신이 서열로 위에 있다고 생각을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 말을 보면서 무릎을 쳤습니다. 개의 생각에는 주인이냐 종이냐만 있다네요. 가족의 개념은 없다는 이야깁니다. 사랑은 더더구나 말이지요.


  개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개를 무시하랍니다. 혹 집에 개를 키우신다면 그 프로그램을 권합니다. 아마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개를 떠받들면서 종노릇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낭월의 좁은 생각으로는 집에서 개는 키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기는 합니다. 그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말이지요. 도둑을 지킬 요량이라면 마당에 매어놔야 할 것이고, 방안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화상이 그렇게 매정해서 되겠소?'라고 호통을 쳐도 어쩔 수 없겠습니다. 짐승은 어디까지나 짐승이거든요. 격이 다르면 같이 생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개는 개와 살아야 하고,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 한다는 유치한 발상인 것이지요. 그것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 심심한데 뭘 해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책을 보시라고 해야지요.


  연지님은 개는 싫어하면서도 동물농장은 즐겨 보시더군요. 그렇게 보면서 즐거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거 이야기가 사정없이 커지네요. 그만 줄이겠습니다.


  그러니까,
  가입신청서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는데, 물론 이것은 그냥 낭월의 소소한 생각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글은 참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글이 남을 다치게 한다면 반드시 그 화살은 되돌아서 자신에게 화를 갖다 줄 것이라는 인과론을 잊지 않아야 할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문득 예전에 게시판에서 소위 '깽판'을 치던 회원님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잠시 그렇게 해 보지만 결국 속 마음은 연약하기 짝이 없는 착한 심성이라는 것을 만나보게 되면 또 알게 되더군요. 그래서 겉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생각하게 되기는 합니다. 때론, 게시판의 글과 만나서의 느낌이 너무 다른 경우에는 일순간 당황스럽기도 하지요. 그런 경우에는 내면에 상처가 많은데 치유를 못해서일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려 봅니다.


  벗님께서나 낭월이나 이미 문명의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므로 항상 글과 멀어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잠시 비내리는 아침에 함께 생각해 보시자고 이야기를 올려 봤습니다. 그럼 또 편안하신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드리면서 이만 줄입니다. 고맙습니다.


                     2011년 8월 20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