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 귀와 코

작성일
2007-05-0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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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귀와 코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입하(立夏)도 지났으니 이제부터는 모기, 날파리 그리고 송화가루 등과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 할 날이 다가왔네요. 싱그러운 계절의 바람을 타고 뒷산의 연두빛은 거의 초록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향기로운 꽃을 바라보면서 코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덩달아서 코와 상반되는 기관으로 귀를 생각해 봤는데, 말이 되는지 살펴보십시다. 


1. 코는 본능적(本能的) 귀는 이성적(理性的) 


코의 기능이 가장 발달을 한 동물은 아무래도 개가 생각나네요. 개는 그 대표적인 장점이 냄새를 잘 맡는 것이겠고 그래서 또 존재의 가치가 있는 동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반면에 토끼는 귀가 커서 대표적인 동물이 되었으니 또한 귀가 있어서 생존을 한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2. 코-향(香) 


코는 냄새와 연관된 기관입니다. 호흡을 한다는 것도 함께 작용하는군요. 그리고 호흡이라는 것은 생존(生存)의 의미가 되기도 하겠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것과 냄새의 기관이 함께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뭔가 연관이 있다면 가장 밀접하게 있을 것으로 보겠습니다. 


1) 코와 미각(味覺) 


냄새는 식욕(食慾)을 자극하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맛있는 냄새’라는 말이 있지요. 이 말은 잘 생각해 보면 모순된 말이기도 합니다. ‘좋은 냄새’라는 것은 가능하지만 맛있는 냄새가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 봐야 할 단어의 조합이잖아요? 왜냐면 사로 엇갈린 기관이기 때문이지요. 맛이 있다는 것은 혀의 영역이니까 말이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이 맛있는 냄새를 잘 구분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 지하다방에서 풍겨 나오는 원두커피의 향은 잊을 수가 없는 냄새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말이 있다는 것은 냄새를 통해서 미각(味覺)을 자극시키는 것이 확실하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2) 코와 성욕(性慾) 


그리고 또 성욕(性慾)도 자극을 시킵니다. 왜냐면 발정을 한 암코양이의 냄새를 맡고 십리 밖에 있는 숫고양이가 찾아오는 것을 보면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암컷이 발정을 하면 우리는 ‘암내가 났다’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암내라는 것은 결국 수컷을 부르는 냄새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러한 것은 결국은 본능적인 성욕(性慾)을 자극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는 것도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코의 역할은 먹는 것에 대한 효과뿐만이 아니고, 자식을 번식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니까 결국은 본능적(本能的)이라는 의미로 공통분모가 생기는 것이 분명하네요. 이렇게 판단이 되면 코는 감정적(感情的)이라는 말도 나오게 됩니다. 감정적이라는 말이 되면 이성을 마비시킨다는 의미도 포함이 되지요. 향기(香氣)가 풍겨나오면 그 향에 취한다고 합니다. ‘향에 취(醉)한다’는 말은 이성이 마비되었다는 말과 서로 통하지 않을까요?


동물들의 냄새에 대한 민감성은 더욱 뛰어나다고 하겠습니다. 자신의 몸을 나무에 부비는 것은 자신의 냄새로 영역을 표시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서 다른 동물의 접근을 막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냄새를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경계로 삼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 가면 수캐는 자신의 소변을 나무나 기둥에 바릅니다. 그 행위도 또한 영역표시가 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부처님께서 처음에 출가를 해서 스님이 된 사람이 지켜야 할 것으로 십계(十戒)가 있는데, 이것은 사미십계라고도 합니다. 처음에 열 가지의 계율을 받은 사람을 사미승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냄새에 대한 대목이 끼어있는 것을 보면 냄새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부처님도 잘 알고 계셨다는 것일까요?


제육계(第六戒)가 ‘꽃다발 쓰거나 향 바르지 말라(不着香華 不香塗身)’입니다. 결국 향을 몸에 바르는 것이 계를 범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이것을 여기에 담아 둔 것은 무척 엄격하게 통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향을 바르는 것은 살생(殺生)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둑질도 아닌데, 여하튼 바르지 말라고 했으니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보면 향으로 인해서 성욕(性慾)이 자극되는 것을 경계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향수(香水)는 어떤가요? 아마도 여인에게는 여인 특유의 향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후각(嗅覺)을 좀 더 강력하게 제어하여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 향을 사용하지요. 조선의 여인네들은 사향(麝香)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사향은 사향노루가 수컷을 부르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 일텐데 여인이 그것을 이용해서 남자를 유혹하는 것이라면 자연의 모습은 대체로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보다 직선적인 방법을 찾았습니다. 사향에서 나오는 향이 소극적이라고 한다면 향수는 매우 강력한 향을 갖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리고 가격도 상당하지요? 여하튼 그러한 것이 존재한다는 것의 목적은 이성을 유혹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을 것으로 짐작을 합니다. 더러는 몸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라고도 하는데, 결국은 그 말이 그 말이려니 하면 되겠습니다. 향수를 사용하는 변명 같은 것이지요.


누구에게나 추억의 냄새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냄새와 만나게 되면 이성이 마비되고 본능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겠네요. 자장면 냄새를 맡을 수도 있고, 엄마의 냄새를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고향 바닷가의 비릿한 갯내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낭월에게는 이러한 냄새가 향수(香水)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바닷가에 가면, 특히 서해안의 갯펄이 제격이지요. 그 특유의 비릿한 갯내음이 어쩌면 그리도 좋은지 코를 벌름거리면서 향에 취하거든요. 아마도 이해가 되지 않으시는 벗님도 계실 겁니다.


그렇지만 어려서 생선 썩는 냄새와 함께 갯바닥에서 게를 잡으면서 성장을 하신 벗님이라면 곧바로 공감을 하시겠네요. 그야말로 아시는 분만 아는 냄새입니다. 이러한 것은 모두 본능을 자극하는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면 틀림이 없겠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자 합니다. 


3) 귀와 지혜(智慧) 


반면에 귀는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도 생각을 해 봅니다. 토끼는 항상 이성적으로 깨어있어야만 늑대의 공격을 미리 피할 수가 있습니다. 귀와 코의 생존경쟁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토끼가 먼저 늑대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느냐, 아니면 늑대가 먼저 토끼의 냄새를 맡느냐에 생존이 달렸군요. 그러므로 토끼는 자손을 위해서 교미를 하는 중에도 귀를 열어 놓고 이성적으로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이해를 해 봅니다. 그리고 토끼의 교미를 보면 참으로 싱겁게(?) 끝나거든요.


그만큼 잠시라도 이성을 망각할 수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성적(理性的)인 면이 강하게 작용을 하게 되면 축척이 되어서 지혜로 남게 된다는 것으로 보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귀도 감성(感性)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요. 코도 이성을 찾을 수가 있듯이 서로는 상호보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왜냐면 법당에서 기도를 할 적에 사용하는 향은 이성적으로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지 본능을 자극하는 용도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소리도 연인의 속삭임은 아마도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면을 자극하게 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또한 같은 의미로 봐야 하겠습니다.


다만 크게 구분을 한다면 귀는 이성적일 경우에 수용이 됩니다. 특히 성현의 가르침이라면 더욱 그렇지요.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을 총명(聰明)하다고 하는데, 여기에서는 감정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이성적인 면에서 강하다고 봐야 하겠네요. 성인(聖人)은 귀가 크다는 것은 또 뭘 의미할까요? 그는 이미 태어나면서 이성적으로 타고 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된다면 귀가 작은 사람은 도를 통하게 될 가능성이 귀가 큰 사람에 비해서 약할 수도 있다는 말도 될까요?


또 코가 큰 사람이 향을 잘 맡는다고 한다면 본능이 더욱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왜냐면 코가 크면 주체성이 강하고 감정적이라고 하는 말은 어느 관상 책에서 본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리고 코가 작으면 주체성이 부족하고 그래서 다시 토끼와 개를 떠올립니다. 토기는 귀가 크고 코가 작은데, 개는 코가 앞으로 쑤욱 나와 있으니 말이지요. 비교를 해보면 확실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


또 소리를 잘 듣는 사람은 이성적(理性的)이고,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은 감성적(感性的)이라고 하는 말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이렇게 발달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만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특징이 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는 지혜가 총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 이성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귀가 작은 동물일수록 이성적인 면이 약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잘 들어라’는 말을 한다면 이성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겠습니다. 사람을 설득시키는데 귀를 이용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두 기관이 충돌을 일으키면 어떻게 될까요? 즉 감정적인 면도 발생하고, 이성적인 면도 발생하게 된다면 그 상황이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셨는지요? 


3. 영화 향수(香水)를 보니....... 


만약에 앞의 문제에 대해서 결과를 모르겠다고 하시면 이 영화를 권해 드립니다. 이 영화에 답이 있더군요. 교황(혹은 주교)께서 향에 취해서 이성이 마비되는 장면을 봤습니다. 과연 이성은 감성을 어떻게 이길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던지 이성을 살리고자 하면 감성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향을 피우는데 그 향은 감정을 자극하는 향이 아니고 마비시키는 향일 것이라고 짐작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를 통해서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은 이성이 마비 된 사람의 코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작가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냄새에 미쳐서 미녀를 13명이나 죽일 수가 있었겠느냐는 것을 생각 해보면 바로 알 수가 있는 일이겠습니다. 오로지 냄새만 추적합니다. 이성은 이미 간 곳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세계최고의 향수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몸에는 전혀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됩니다. 이것을 보면서 과연 작가의 생각은 수준이 상당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런 냄새도 갖지 않은 사람만이 최고의 냄새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야말로 냄새에 취하지도 않을 수가 있다는 것도 겸해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비록 사람을 죽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죄책감을 갖기 보다는 향을 담고자 하는 열망만 보였습니다. 그야말로 식신(食神)의 진면목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식신도 감정적이거든요. 그리고 자신이 방향을 잡으면 그대로 추진하는데 옆도 돌아보지 않고, 누군가 미친 짓을 하지 말라고 해도 들리지 않는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강의 시간이 다가오네요. 그래서 이만 적고 올려야 하겠습니다. 이성과 감성에 대한 기관을 생각해 보시는 약간의 자료가 되셨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07년 5월 7일 아침에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