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남을 위하는 것의 마음씨

작성일
2006-11-10 11:57
조회
6654

[제331화] 남을 위하는 것의 마음씨


 


 


입동이 지난 값을 하느라고 제법 쌀쌀한 맛이 나네요. 그래서 또 상쾌한 기분이 가중되는 것 같아서 생각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이러한 상태를 가장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요 며칠간 감기로 인해서 애를 좀 먹었습니다. 목감기로 인해서 학교의 강의시간에도 쿨럭대느라고 제대로 말을 못하기도 했고, 감로사에서도 기침으로 인해서 여간 고역을 겪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좀 나아져서 기침은 잦아들었습니다. 그럭저럭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싶습니다.


저번에 학교에서 한 학생님께서 약을 하나 주셨는데, 기침약인데 6시간에 두 알씩 먹으면 잘 듣더라고 하면서 주시더군요.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약은 독일에서 만든 약인데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마음을 써 주시는 것이 고마워서 그 약을 몇 차례 먹었더니 효과가 상당히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약광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봉지를 한번 보시라고 구경시켜 드립니다. 광고와는 상관이 없으므로 신경쓰시지 말고 그냥 구경만 하시기 바랍니다.



이노무 약 이름을 뭐라고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 글자를 읽으려고 고생을 하지도 않으렵니다. 노란 색으로 씨라고 쓴 것을 보면 비타민C가  포함되었다는 뜻인가 싶기도 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또 뭔가 보이는 것이 있나요? 글자 말고 말이지요. 자세히 보신다면 뭔가 분명히 읽을 수는 없어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실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동그라미로 볼록볼록하게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이것을 보고서 낭월이 감탄을 했습니다. 과연 이렇게 사람의 고통을 헤아려서 짚어주고 있구나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독일사람들의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점자표인 모양입니다. 물론 읽을 수는 없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까 알 도리가 없지요. 그냥 불규칙하게 찍힌 점이라고만 생각을 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낭월의 좁은 견문 탓인지는 몰라도 여기에서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이렇게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자세히 보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이 봉지에 찍한 맹인용 점자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과연 '독일제'라고 하면 그냥 독일제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는 것이지요. 왜 자동차도 독일자동차라고 하면 유명하지 않습니까? 벤츠니 비엠더블유니 아우디니 하면서 세계의 명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표들은 모두 고향이 독일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과연 사소하다면 사소한 약봉지의 표면에 이와 같은 표시를 해놓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면서 참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사람을 위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것이 대단하고 비용을 많이 들여서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점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보면서 낭월도 생각을 해 봅니다. 상담을 하면서 자신의 위주로 설명을 하고,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한다고 불평을 하지는 않았는지 말이지요.


상담을 하는 것은 찾아 온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인데 자칫하다가 자신의 자랑이나 실컷 듣고 가게 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과연 찾아 온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올바른 상담이라고 하기 어렵겠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상담 뿐만이 아니겠지요.


제자들을 모아 놓고 가르침을 베푸는 것에서도 결과는 같다고 하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못알아 듣고서 열심히 기록만 하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제자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시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된다면 선생으로써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기도 하고, 남의 삶을 허비하게 했으니 그 죄가 적지 않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항상 스스로 권위적이지는 않은지를 생각해야 할 순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입장에서 설명을 해줘서 의혹이 없도록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야 되고, 어제까지는 올바르다고 생각을 했더라도 오늘 생각해 봐서 그렇지 않다고 하는 확신이 든다면 다시 수정을 하여 올바른 가르침으로 생동감이 넘치도록 하지 않는다면 이미 올바른 가르침을 나눴다고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늘 자신을 다짐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일의 어느 제약회사에서 만든 사소하다면 사소한 점자표를 보면서 또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 반성을 할 것은 없는지를 생각해 보는 아침이었습니다. 물론 항상 반성을 하고 또 해도 늘 부족한 낭월이지요. 그래도 좀 더 덜 반성을 하는 나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네요. 진정으로 그들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