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에구~ 철없는 것들.......

작성일
2006-10-16 14:10
조회
6981

[제328화] 에구~ 철없는 것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가 싶습니다. 갈무리를 준비하는 산천초목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보면서 자연의 순환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네요.


그런데 감로사에는 철이 없는 것들이 있어서 주인장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네요. 이녀석들을 지켜주자니 그렇잖아도 일이 많은데 그것도 고민이고, 그렇다고 눈보라와 모진 서리에 얼어죽게 내버려 두자니.......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지요.



그 곱던 코스모스는 모두 씨앗으로 결실을 맺으면서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흔적을 기억 속에 남겨둔 채로 말이지요.



근데 이 녀석들 좀 보세요. 지금 때가 한로를 넘어서 상강으로 내달리고 있는 이 늦가을에 도대체 어쩌자고 이렇게 천지분간을 못하고 있는지 참으로 걱정입니다.



군데군데 맺힌 참외가 한 둘이 아닙니다. 아마도 한 여름의 땡볕이라고 한다면 물이나 열심히 주면 되겠는데, 지금 그런다고 되겠느냐는 것이지요.



모양으로 봐서는 참외와 별반 다를 것이 없잔아요. 아마도 이 정도라도 자라는데 적어도 한 달은 더 되었을 것이란 말이지요. 연지님이 열심히 물을 주고 있다고 해서 어딘가 했더니 이렇게 생겨버렸네요.



이녀석은 이제 씨까지 생겼겠습니다. 제법 덩치도 있네요. 앞으로 한 20여일 햇볕과 물이라면 색깔도 노르스럼하게 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 뒤에도 맺혀서 클 동안 낭월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고민이랄 밖에요. 어떻게 해야 할지..... 철없는 것들을 놓고 괜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뿐이면 또 말도 안 하지요.



소나무도 낙엽이 되어서 누른 빛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가 있습니다. 낙엽은 어느 나무에서나 나타난다고 할 수가 있지요.



멀리 뒷산도 풍경이 가을로 가기는 마찬가지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이 자연의 모습이지요.



여름 내내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던 수련도 가을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점점 초췌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내년 봄을 기약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네요.



그런데 법당 앞에는 뭔가 시퍼런 것이 있음을 보시게 될 겁니다. 이 녀석의 모습을 보면 또 심란해 집니다.



제법 통실하게 자란 수박입니다. 이렇게 철이 없이 자라고 있으니 주인이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있어야지요. 화인이는 비닐과 난로를 사오라고 하는데, 그게 그리 말처럼 간단하냔 말입니다. 그래서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서리가 조금만 참아주면 좋겠지만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을 느끼게 되니 아무래도 결실을 보지 못하고 청상(靑霜)이 될까봐.... 그것이 걱정입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가지를 열심히 벋고 있습니다. 꽃도 피어 가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꽃 밑에는 다시 수박이 매달려 있지요.......  원 참내.....


아마도 다시 생각을 해보면 이러한 수박과 참외는 인간들의 조작에 의해서 계절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온갖 배양기술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계절을 잊고는 마냥 자기 세상인냥 하고 자라고 있는 것도 같아서 인간으로써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이 녀석들이 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철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고도 생각을 해 봅니다. 자연의 의미를 점점 상실해 가는 것도 같습니다.


감로사에서는 오늘 아침에 오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연의 모습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과정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우리 오행학자들이나마 이러한 관점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가 싶기도 하네요. 자연은 자연일 적에 가장 아름다운가 싶습니다.


             2006년 10월 15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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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편] 수박을 수확했습니다. 보시지요.



철이 없다고만 했더니 내일이 입동인데, 밤에 서리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보고서 걱정이 되어서 일딴 수확을 했습니다. 많이 컸네요.



그런데 역시 색은 더 이상 나지 못했네요. 태양이 기운이 부족했다고 하는 흔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로 물기운이 촉촉하네요. 맛을 봤더니 박속을 먹는 것과 흡사하네요. 노력을 한 것에 비해서 결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하겠습니다. 여하튼 뭐든지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마감하게 되네요.


                   2006년 11월 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