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 역사의 진실에 대한 소감

작성일
2006-09-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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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역사의 진실에 대한 소감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고 하던가요? 중국정부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용어인 모양이네요. 듣자니까 서남공정을 성공리에 마치고, 서북공정도 잘 마쳐서 이제 다음단계이면서 마지막으로 동북공정을 한다고도 하네요. 더구나 최근에 불거진 중국의 역사연구서들로 인해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니 산골화상인들 모를 수는 없고, 여기에 대해서 간단하게나마 우물 안의 개구리 소견을 적어볼까 합니다.




1. 역사(歷史)




낭월도 역사를 좋아합니다. 역사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겠네요. 왜냐면 이미 지나간 세월의 흔적들이지만 고인(古人)들의 흔적을 살피노라면 현재를 살고 있는 자신의 실정에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남겨진 결과물을 통해서 자신의 현재가 미래에 어떻게 남을 것인지도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역사를 되새김질하는 것은 그만한 삶의 경영에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사실 고인들의 삶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늘 생각하곤 합니다. 예전에 통도사에서 글공부를 할 적에 글의 내용을 보면서 그러한 생각을 해 봤습니다.




‘세월이 말세(末世)가 되니까, 수행을 힘써 하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적어지고, 재물을 탐하고, 명예를 탐하며 그러한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속인보다도 못하며, 부처님을 섬기는 노력에 대해서도 과연......’




대략 이와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은 바로 오늘 현재에 누군가 쓴 신문의 한 귀퉁이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곤 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글을 쓴 사람은 1천년도 더 된 옛날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을 읽으면서, 과연 역사라는 것은 반드시 알아야 하고, 그럴만한 필요가 있는 것이며,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곤 했었던 것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네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역사에 대한 공부는 가능하면 많이 해 두도록 권장을 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는 ‘세계사편력’이라는 책을 어린 딸에게 사주기도 했네요. 인도의 네루가 감옥에 있으면서 자신의 딸에게 역사공부를 시키기 위해서 편지로 남긴 것을 엮은 것이라고 하는 것인데, 부친의 관점으로 봤을 적에 공부다운 공부 중에는 역사에 대한 공부를 잘 하지 않으면 지혜롭기 어렵다고 하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책을 구해서 딸에게 권하기 전에 먼저 낭월이 대략 살펴봤습니다. 삶의 지혜는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네요. 젊은 부모라면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을 부분에 대해서도 사려 깊게 기록을 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직도 책값은 뽑지 못하지 않았나 싶네요. 내용이 너무 버거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한참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고 있는 딸애에게 상당히 무거운 책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해보긴 했습니다만, 다행히 요즘은 어느 벗님이 선물을 주신 ‘만화18사략’을 들고 가더니만 올 추석에는 끝장을 봐야 하겠다는 말을 제 엄마에게 하더랍니다. 이러한 말을 들으니 얼마나 기쁘든지요. 여하튼 무슨 역사거나 시작을 하면 차차로 의식의 세계는 확장이 되기 마련이고, 점차로 과거의 고인들이 삶이 결코 케케묵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그렇게만 되어도 어리석은 삶이 되는 것을 면할 수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짐짓 해보고 있는 낭월입니다.




여하튼 낭월의 소견으로는 역사에 대한 공부는 많이 할수록 효과는 크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주몽’이나 ‘연개소문’, ‘대조영’ 등의 드라마들이 밀물처럼 등장을 하면서 더욱 역사에 대한 인식이 고무되지 않을까 싶어서 환영을 하기도 합니다. 비록 그 내용에 다소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2. 잘 못 전달되는 역사




사실 역사라고 하면 일본과의 마찰도 적지 않겠습니다. 역사외곡을 하는 것이 목적인 나라처럼 생각이 되기도 하니 말이지요. 그렇지만 일본의 역사왜곡의 큰 문제는 근대사에 비중이 되어있는 것이라고 하겠는데, 근대사에 대해서는 여러 근거들이 남아있으므로 그래도 성공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고생스럽겠다는 안쓰러움도 들기는 하네요. 비록 목적의식은 불손하지만 역사학자들이 역사를 바꿔서 기록해야만 하는 고충은 인간적으로 이해를 한다면 또한 양심의 가책을 얼마나 받겠느냐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겠기에 이해를 할 수가 있겠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경우라면 당연히 그러한 생각을 해 보셨겠습니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과연 사실에 얼마나 접근하여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늘 궁금하고 또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예로 백제의 의자왕의 3천 궁녀가 투신했다는 낙화암을 보면서도 그러한 생각을 해 봅니다.




‘과연 역사에 기록이 된 대로 의자왕의 궁녀가 3천이었을까? 그랬다고 한다면 참으로 그 권력은 대단하여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고 하겠는데, 그 많은 궁녀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가 있었을까? 혹시라도 그 역사의 기록은 신라인의 손에 의해서 된 것이 아닐까? 그로 인해서 과장되고 왜곡되어서 지금은 당연히 의자왕은 퇴폐하고 무능한 왕이었다고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는 3백 궁녀였을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적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뭐 이런 망상들이지요. 역사는 늘 ‘승자의 눈에 비친 대로 기록이 되는 고리’라고 한다면 아마도 당연할 것입니다. 자신의 쿠데타가 합리적이고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고, 그래서 왕이 썩었다는 것을 기록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도의 왜곡이야 그야말로 기록자의 애교(?)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와 같이 기록하지 않으면 밥줄이 위태로웠을 것이라고도 생각을 해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는 참으로 큰일이거든요.




3. 동북공정




이미 나름대로 언론보도에서의 전문가 진단도 보셨고, 생각도 해 보셨을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을 하는 것이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습니다. 적어도 낭월의 소견으로는 중국의 위정자(爲政者)들이 한국의 정치가(政治家)들 보다는 몇 수 위라고 하는 것은 인정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그야말로 부러울 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무슨 담 넘어 호박 떨어지는 소리인가’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갑자기 튀어나온 동북지역의 보고서를 보면서 놀랍다고 허둥대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마도 우리 역사는 이렇게 허둥대다가 맨 날 뒷북을 치는 역사는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참 씁쓰레 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적어도 나라와 민족을 책임져야 할 정치인이라고 한다면 말이지요....... 분노를 넘어서 슬픔이 엄습하는 것이 어찌 낭월의 혼자 생각이기만 하겠는가 싶기도 하네요. 참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의 정치하는 모습이 서글퍼지고, 중국의 정치하는 것이 부럽기도 합니다. 적어도 그들의 30%라도 따라가려고 노력을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뭡니까? 과연 한국의 정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그렇게도 천 년 전이나 5백 년 전이나 달라진 것이 없을까요? 물론 이것도 역사가 남아 있으므로 비춰서 알 수가 있는 것이네요. 참으로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입니다만, 영원히 하나가 될 수는 없는 한국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근래 인천의 도향선생님께서 백두산 여행에서 느낀 씁쓸한 감정이 왠지 가슴을 아리게 하기도 합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위해서 착착 준비하고 자료를 쌓아가는 사이에 우리 학자들도 그러한 기미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것은 아마도 당면문제에 늘 허덕이는 한국의 단면이 작용을 했으리라고 생각이 되네요. 여하튼 중국에 휴대폰은 많이 팔아야 하고, 눈치도 봐야하는 마당에 당장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므로 짐짓 모른 채하고 넘어가고 싶었을 것이라고도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학자님들도 그렇습니다. 책임을 정치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여하튼 여러 가지로 염려스러운 역사에 대한 현실의 모습들이네요.........




4. 한국의 서북공정




왜 안 되나요? 해 보자구요. 우리는 동북공정이 잘못되었다는 것만 증명하려고 서둘 일이 아니지 않을까요? 중국정부가 그렇게도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후손에게 물려주기에 부끄럽거나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고, 나중에 그들이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에 편입시킨다고 할 적에, 우리도 서북공정(西北工程)을 통해서 중원의 역사에 깊숙이 간여했던 백제와 고구려의 역사를 내어 놓을 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현지에서 조사를 하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입니다. 되지 않는 것은 그대로 인정을 하고 할 수가 있는 것에 대해서라도 연구를 해야 하겠네요.




그리고 그것이 몇몇 방송사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서 진실인 듯 아닌 듯 넘어가는 것보다는 역사학자들의 고증을 통해서 논문으로 남기고 저서로 남겨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역사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비록 보잘 것이 없는 다 헤어지고, 벌레가 파먹고, 좀이 뜯어먹고 남은 종이 조각나 대나무 조각일망정 그 내용의 진실에 따라서 언제라도 달리 씌어질 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일본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아니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역습을 하는 적극성이 부족하지는 않은지도 생각을 해 봅니다. 일본의 사무리이속담에 그러한 것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 살을 베게 하고서 상대의 뼈를 끊는다.’




듣는 것만으로도 섬뜩합니다. 이러한 속담을 남기는 민족이라면...... 배달겨레이니, 백의민족이니.......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이라느니..... 이따위 말들은 그야말로 잠꼬대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러한 속담을 모릅니다. 그만큼 평화를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생각을 해보면 참으로 착찹해 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가 싶습니다. 안타까움이겠지요.




5. 중국인과의 대화




중국인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으면 가끔 툭툭 쳐봅니다. 과연 중국의 일반 국민은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하잖아요. 그들의 태도를 보면서 일반인의 생각은 어떤지도 가늠할 수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러면 반응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정부에서 하는 일은 우린 몰라요. 그게 뭐 그리 중요한 것인가요? 우리는 우리와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와 비슷한 반응이 나타나더군요. 아마도 일반인의 관념은 동북공정의 의미가 별로 와 닿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중국의 공산당이 하는 일은 알아봐야 아무런 도움도 행동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무감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같고, 어쩌면 ‘그야 한국 사람의 입장이지 중국의 입장이 되면 또 달리 보일 것’이라는 주관적인 생각을 노출시켜봐야 즐거울 일이 없으니까 짐짓 딴전을 피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시원한 토론은 해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점은 인정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국가적인 문제는 거론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것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은 싫어하는 기색이 나타나서 말이지요. 중요한 것은 사람은 모두 선량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있는 입장입니다.




6. 소시민의 변화




그런데 낭월의 주변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동북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 점점 중국정부의 말을 듣기가 싫어지는 것입니다. 사실 적을 이기려면 적부터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비겁한 소시민의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도 합니다만, 그래도 정면으로 중국정부를 향해서 돌을 던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포기의 마음이 앞서는 것은 비겁하기도 하네요. 그래서 소인배의 행동으로 복수를 합니다. 하하~




항상 틈만 나면 열심히 보던 스카이라이프에서 방영이 되는 중국중앙방송국의 ‘CCTV4’의 채널을 즐겨찾기에서 지워버린 것입니다. 화면을 쳐다보면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일그러진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앞으로는 그쪽 채널은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산골 화상이 반발을 할 수가 있는 것이 겨우 이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CCTV4는 중국정부의 대외홍보용 채널이거든요. 중국어 공부도 할 겸 즐겨 봤는데, 이제 보고 싶지가 않은 것을 보면 사람이 변하려니까 이렇게도 변하네요. 그래서 혼자서 이룰 수가 없는 기도를 합니다.




‘대만이시여 부디 본토회복을 하소서~~!!’


 


에구~! 그러니까 결론은요..... 역사 공부를 좀 하고 싶다는........




         2006년 9월 29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