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하루는 몇 시간일까.....

작성일
2006-09-0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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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하루는 몇 시간일까......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대만여행을 다녀와서는 학교에 가서 강의를 할 자료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하느라고 시간을 많이 보냈는가 싶습니다. 이제 대략 윤관을 잡아 놓고 나니까 하루해가 또 저물었네요. 내일은 새벽부터 출발을 해야 오전 10시의 강의시간에 늦지 않을 것 같아서 일찍 서둘러야 할 모양이네요. 늘 그렇습니다만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은 설레기 마련인가 봅니다. 각자의 다른 시간터널에서 생활하다가 잠시 함께 생각의 채널을 맞추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순간의 인연은 아무래도 적은 인연이 아니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시간의 길이에 대해서 생각을 한 화두가 지워지질 않아서 벗님들과 함께 생각을 해볼까 합니다. 사실 사주학(四柱學)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시간(時間)과의 인연(因緣)이 매우 많은 학문(學問)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만, 그래서인지 시간에 대한 부분은 늘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가 싶습니다.




1. 군인(특히 이등병)의 시계




큰 아들 녀석이 군대를 간다고 갔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잠시 외박이 가능하다고 하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습니다. 작대기 하나를 달고 나타났는데, 까무스름하게 그을린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노력을 한 흔적이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의 사이클이 다름을 느꼈습니다.


낭월의 시간보다 훨씬 빠른 시계(時計)가 이등병의 시계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동을 하느라고 두어시간이 걸렸는데, 예전 같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녀석이,




“아이구 벌써 두 시간이 흘러갔네요......”


“황금같은 내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네요....”




원래 이렇게 시간관념이 되어있는 녀석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과연 군인의 시계는 일반인의 시계와는 다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늠을 해 봤습니다. 군인의 시계에 대해서 말이지요.


군인의 시계를 측정해 본 결과, 군인의 하루는 표준시간의 열배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니까 육군의 24개월의 시간은 20년에 해당한다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시지요. 일평생을 군대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말이지요. 그 시간이 불과 2년(예전에는 3년)의 경험으로 보기에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정황을 고려해서 내린 결론은 10배의 시간으로 계산한다면 적당하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타당성이 있어 보이시나요?




즉, 이 녀석의 2시간은 20시간, 즉 하루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결론이지요.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군에 가기 전에는 그러한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넌지시 물었습니다.




“하루는 얼마나 긴 시간이냐?”


“하루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가 있는 시간이지요.”




그렇군요. 군인의 하루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문득 사람마다 하루의 길이가 다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벗님의 하루는 몇 시간이신지요. 이런 기회에 잘 생각해 보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낭월의 하루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봤습니다.




2. 나무늘보가 생각나네요.




나무늘보를 아시지요? 동물의 왕국 등에서 가끔 나오는 친구 말입니다. 이 녀석을 보면 참으로 하루를 짧게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이 되거든요. 그렇게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을 보면, 열흘이 하루 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 녀석 나름대로는 영양분이 많지 않아서 유지하는 방법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 봤습니다만, 그 속사정이야 나무늘보에게 물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가 없는 일이겠습니다.




언젠가 서점에서 느림의 지혜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분주하고 급하게만 돌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느긋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었던가 싶습니다만, 이렇게 느린 행보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남들의 분주함에 뒤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할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봤었습니다.




점점 빨라지는 것은‘모모’에서 회색분자들의 담배연기가 사라지는 것만큼 바빠지는 시계가 생각납니다. 미하엘 엔데의 생각에도 사람이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경계했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서 이등병 아들 녀석의 빠르기만한 시계와 겹치네요. 결론은 뭐겠나요? 그만큼 긴장하고 살아가는 군대생활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리고 긴장과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점 바빠져야만 하는 나날 속에서 너무 바쁘게 살아가다가는 급기야 ‘40대 돌연사’라고 하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3. 공부하는 사람의 시계




느긋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놈의 공부만 생각하면 그만 마음이 바빠지는 낭월입니다. 그래서 문득 드는 생각이, ‘도인은 시계를 점점 늦게 돌리는 훈련이고, 범부는 시계를 점점 빨리 돌리는 훈련이 아닐까?’싶은 생각을 해 보는군요.




세상에 널린 지혜의 덩어리들은 산처럼 쌓여있는데, 머리는 아둔하기만 하니 언제 이러한 것을 배우고 익히느냐는 마음이겠지요. 하긴, 공자님께서도 말년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가죽 끈을 끊어먹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배우는 사람의 시계는 바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그리고 언젠가 배움을 다 익혔을 적에서야 비로소 시계는 늦게 돌아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공부할 적에 시간이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공부가 되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사실 감로사에서 입산공부를 하신 벗님들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로 감로사의 시계는 정신없이 바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단 집에 돌아가면 그만 시계가 느슨하게 돌아가서 지루하다는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을 보면 공부하는 사람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가는 것이 정상인가 싶기도 하네요. 그만큼 길지 않은 3개월을 알뜰하게 사용한다고도 하겠습니다. 그야말로 가석촌음(可惜寸陰)을 생각하는 동안에는 공부하는 시간이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있으시리라고 생각되네요. 어쩌면 지금도 그러한 순간이실지도 모르겠고요.




4. 명상을 해 보면 뭔가 느껴집니다.




앉아서 좌선을 해보면 시계가 얼마나 제멋대로 돌아가는지를 느낄 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법당에서 염불을 할 적에도 같은 현상이라고 하겠네요. 어떤 때에는 1시간이 지난 것만 같은데 시간을 보면 10분밖에 지나지 않은 겁니다. 그렇게 되면 무척 지루하다는 것이 결론이지요. 그런데 어떤 때에는 5분이나 지났을까 싶은 순간인데, 시계를 보면 2시간이 지나가버린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군요.




5. 교통사고의 시계도 있네요.




시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니까 하루는 24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공식적으로 정해 놓은 시간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개개인의 시계는 각각 다르게 돌아간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낭월입니다. 때로는 빠르게도 돌아가고, 때로는 느리게도 돌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일을 많이 하고, 어떤 사람은 별로 한 일이 없기도 하지요.


이런 경험이 있으신지요? 교통사고를 당해서 내가 탄 차가 앞의 차에 끼여서 따라가다가 길가에 팽개쳐 집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시간은 불과 1분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본인들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정말로 시계는 갑자기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맞을 것도 같네요. 많은 시간이 흘러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실제적으로는 1분, 혹은 수 십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시계를 늦게 돌리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기계적인 시간은 1분이지만 본인의 시간은 1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해를 해 봅니다.




6. 어느 시계를 믿으시렵니까?




물론 기계적인 시계도 중요합니다. 공공의 약속은 그 시계로 지켜야 하겠습니다. 다만 자신의 일을 할 적에는 그 시계를 믿지 않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흐름에 따라서 자신의 시계로 일을 하는데, 공부를 할 적에는 다소 빠르게 돌아가는 시계가 될 것이고, 그래서 그 시간을 잘 쓰고 있을 것이므로 스스로 자신의 일을 위해서 많은 능률을 올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시간을 들였지만 어떤 사람은 새로운 이론을 찾아서 노벨상을 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늘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대략 이러한 정도의 시간에 대한 공상을 가져 봤습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싸늘한 금(金)기운이 여실하게 다가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낮으로는 비록 따끈하지만 아침에 느끼는 상쾌함은 여름을 징그럽게도 싫어하는 낭월에게는 얼마나 상쾌하고 싱그러운지 모르겠네요. 공부가 잘 될 것으로 생각되는 계절입니다.




함께 생각을 해 보시자고 몇 말씀 올렸습니다. 유익하고 알찬 가을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06년 9월 4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