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 -독후감- 여기, 공자가 간다

작성일
2006-05-21 19:32
조회
6250

[제306화] -독후감- 여기, 공자가 간다


 


 


 


 


오늘은 모처럼 여유를 맘껏 부리면서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서점에서 산 것이 아니고, 좋은 인연의 어느 여성이 곱게 포장해서 선물로 준 책인데, 그 동안 분주하여 읽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하루를 전세(?)내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권해 드릴 겸해서 몇 가지 소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참고 되시기 바랍니다.


 



지은이는 진현종 님이고, 몸소 두 발로 카메라와 메모지를 짊어지고 중원천하를 누비면서 공자님의 흔적을 찾아다닌 노고가 공자님의 열정 못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렇잖아도, 지난 2월 말에 공자님 묘까지 친견하고 온 터여서 더욱 분위기 등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다만 겉만 보고 왔던 것이 낭월의 여행이라고 한다면, 이 책의 작가는 2500년 전의 눈으로 사물과 사람을 살피고자 노력하고 애쓰시는 흔적들을 보면서,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뭘 좀 알고 다녔더라면 더욱 얻을 것이 많았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지요.


다만 그렇게라도 돌아 다녔기 때문에 엄청 생소하지 않은 상태로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나마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즐거운 여행을 하루 동안에 할 수가 있었습니다.



초상은 공자님의 초상이랍니다. 아마도 치아가 뻐더렁니였던가 봅니다. 초상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 말이지요. 7척거구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작가는 바니보이라고 애칭을 붙였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시종일관, 옆에 있는 고집 센 영감님을 관찰하는 듯도 하고, 무뚝뚝한 영감님이 더러는 불평도 하면서 세상을 엮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소상하게 최대한 실제적인 최근의 사진을 섞어서 설명해 놔서 2500년이라는 세월을 느끼지 못하고 생생하게 전달이 되는 것도 같습니다.



공자님이 활약한 주변의 지형지도입니다. 곡부를 중심으로 해서 논어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을 엮어가면서 시간별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가끔은 사마천의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루면서 적당한 부분에서는 지루하지 않도록 작가의 겪은 현장학습 내용에 대해서도 끼워넣는 것을 잊지 않은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공자님이 곤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후계자를 정하는 대목은 부분적으로 조각으로 이해가 되었던 공자님의 행적을 한 줄로 엮어가면서 이해하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백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인용을 해 봅니다.


성격이 급한 자로에게 먼저 기회를 줍니다.


"시경에 '코뿔소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 것이 광야에서 헤매고 있다.'고 했는데, 나의 도에 무슨 잘못이라도 있단 말이냐? 우리가 왜 여기서 곤란을 당해야 한단 말이냐?"


자로가 말하는 답변입니다.


"아마 우리가 어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게지요. 아마 우리가 지혜롭지 못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 게지요."


사실 전후의 정황을 다 말씀드리자면 장황하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지금 도중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갖혀있는 상황이라는 점만 말씀을 드립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급한 자로의 퉁명스런 말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퇴짜를 맞게 됩니다.


다음의 두 답변도 매우 우수한 제자들의 입에서 나온 답변입니다. 물론 질문 내용은 같습니다. 어느 답변이 공자님의 마음에 부합이 되었을지 생각해 보십시다.


"선생님의 도가 지극히 크기 때문에 천하의 그 어느 국가에서도 선생님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자신의 도를 약간 낮추시지 않습니까?"


"선샌님의 도가 지극히 크기 때문에 천하의 그 어느 국가에서도 선생님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도를 추진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받아들여지지 않은 연후에 더욱 군자의 참모습니 드러나는 것입니다. 무릇 도를 닦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치욕입니다. 그리고 무릇 도를 잘 닦은 인재를 등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라를 기진 자의 수치입니다. 그러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받아들여지지 않은 연후에 더욱더 군자의 참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


이 상의 두 답변을 보고 생각을 해 보면 과연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심경이 잘 드러난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기도 하네요. 위의 말은 달변가인 자공의 답변이고, 아래의 말은 공부하는 것을 참으로 좋아하는 안연의 답변입니다. 물론 그 마음이 답변을 통해서 보이는 것 같고, 그러한 답변이 살아나서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잘 엮어 놓은 작가의 노력과 해박한 지식이 돋보이기도 하네요.


주요인물에 대한 소개도 재미있습니다.


-주유천하 방랑단


단장: 공자
         2m10cm가 넘는 거구.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가혹한 운명을 타고 났으나 결코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영원한 청년 정신의 소유자.


애지중지 수제자: 안연
          공자가 정식으로 인가한 공문(孔門)의 넘버투. 비실이 백면서생으로 29세에 백발이
          되 었으며 끝내 관직을 얻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죽는다.


우직 막강 보디가드: 자로
          출신은 빈천하나 심지가 강직하고 용맹하다. 공자의 제자가 되기 전, 공자를 업신여기
          고 폭행하려 한 적이 있으나, 나중에 공자는 "자로를 제자 삼은 뒤로는 나를 욕하는 소
          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영리한 깍쟁이: 자공
           언변이 뛰어나고 외교술에 능하며, 재물을 불리는 데도 상당한 재능을 발휘한다. 사마
           천은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골고루 알려지게 된 것은 자공이 그를 앞뒤로 모시고 도
           왔기 때문"이라고 평가.


얍삽한 능구렁이: 염구
           약삭빠르게 출세 가도를 달려, 공자가 14년에 걸친 주유를 끝내고 노나라에 돌아올 수
           있게 공을 세운다. 출세를 우선시한 나머지 공자 학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식
           파문을 당한다.


 이와 같은 인물설정으로 제자들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읽다가 보면 인간적인 면모들이 그대로 전달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무슨 이야기라도 실제의 자료를 바탕으로 원문을 살리고, 전후로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는 것도 재미를 더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그 바람에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다가, 혼자 웃다가 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마침 날씨도 화창하여 선물로 받은 파라솔(이라고 해도 되나...)을 펼치고, 망중한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것보다 즐거운 것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네요.



책을 읽다가 멀거니 먼 산을 바라다 보면서 작가의 행로를 머리 속으로나마 동행해 보기도 합니다. 중국사람들의 풍경과 작가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중국요리에 대한 서술을 할 적에는 또한 침이 고이기도 합니다.


중국을 여행하실 의향이 있으신 벗님들께도 참고서가 될 수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책이라고 권해 드립니다. 유익하신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06년 5월 21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