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 일단 대학은 갔습니다

작성일
2005-10-26 07:17
조회
7652
 

[제272화] 일단 대학은 갔습니다.










감로사의 연구 대상인 경덕이가 대학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고3엄마라고 생각이 되지 않았던 연지님이 괜히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자랑을 하는 것을 보니 과히 나쁘지는 않네요. 경덕이의 어제를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자식을 가르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 생각을 해 볼 점도 있지 않은가 싶어서 아침에 생각을 해보고 있는 낭월입니다.




1. 30일간의 게임흥정은 실패




아마 한담을 즐겨 읽으시는 벗님은 아실 겁니다. 경덕이가 중학교 때에 하도 게임을 실컷 못해서 안달을 하기에 어느 방학 한 달 내내 게임만 하고 그 다음에는 공부만 하기로 흥정을 했다는 글을 어딘가에 알려 드렸던 생각이 나네요. 물론 그것은 깨끗하게 실패를 했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된 것은 중독성이 있는 것은 실컷 한다고 해서 해결이 나는 것이 아니고, 절제하고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는 것이 결과보고입니다. 낭월의 실패였던 셈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깨끗이  포기를 할 수는 없지요. 비록 한 번의 계획은 실패를 했을지언정 다시 2차로 도전을 하는 것이야 언제나 기회가 있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일이라고도 해야 하겠습니다.




경덕이는 평소에 원하던 대로 인터넷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충남인터넷고등학교가 논산에 있거든요. 예전에는 연산상업고등학교였는데, 시대에 맞춰서 인터넷학교로 바꾼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아마도 많은 학교들이 그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냥 구태의연한 길을 답습하는 학교보다는 훨씬 역동적일 수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갈 것이냐고 물어보니까 대학은 가지 않고 취직을 해서 프로그래머로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것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왜냐면 자신의 일이 즐겁다면 그것이 극락세계라고 생각하는 낭월이니까요. 달리 남들의 이목을 위해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마음대로 연구 하라고 해줬지요.




2. 드디어 작전 성공~!!




아무래도 이것을 낭월은 2차작전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중국여행기를 보신 벗님은 아시겠습니다만 중국 여행길에 경덕이와 금휘를 끌고 나갔던 것이지요. 사람의 변화는 새로운 경험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여행계획이었지만 여기에 두 녀석을 끼워 넣을 작정을 한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다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였습니다.


불과 일 년 전이네요. 2004년 봄에 중국 산동지역과 북경 부근을 한 바퀴 돌고 들어왔었지요. 그리고 가장 큰 변화가 경덕이에게 일어난 것은 여행을 하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아버지 저 대학 갈래요.”


“왜? 마음이 변했나?”


“중국에 가보니까 공부를 더 해야 겠어요.”


“왜, 그냥 프로그래머를 하지 더 할라고.....”


“대학에 가도 프로그래머 공부 하는 거잖아요.”


“그야 그렇지만(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 가봐야 별 수 있냐?”


“그래도 고급 기술은 대학을 가야 되겠어요.”


“그러냐? 그렇다면 맘대로 하렴.”




이렇게 해서 그냥 고등학교나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겠다던 생각이 바뀌게 되었는데 그 결정적인 원인은 여행에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넓은 세상을 보고 생각한 것이 또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추궁하지는 않았습니다. 적어도 자신의 생각이 우물 안의 관점이었다고 하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것으로도 너무나 충분하다고 여기고 모른 척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열심히 공부하더구만요.




3. 대학교 선택을 하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능력에 맞춰서 모 대학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컴퓨터를 연구하는 것이지 학교 문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해줬습니다. 그런데 대략 생각을 해 보니까 두 달에 한 번 꼴로 대학이 바뀌는 겁니다. 점점 지역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면서 아무래도 최종적인 결정은 시간이 지나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 봄이 되자 세 곳으로 압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생각했던 학교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튀어나온 학교 이름이 ‘인하대학교’였습니다.




“안 되면 말고, 그냥 원서나 한번 넣고 싶어요.”


“그야 뭐 어렵겠냐. 그래봐라.”




해서 수시 1차에 3명을 뽑는다는 부분에 원서를 넣고 시험을 봤지만 조금 어려웠다고 하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보기 좋게 낙방을 했습니다. 그래도 자신감은 얻었던 모양입니다. 다른 대학에도 두 군데 더 넣더군요. 혹시 몰라서 세 군데 정도는 넣어봐야 안전하겠다기에 좋다고 했지요. 그래서 안전한 학교와 덜 안전한 학교까지 해서 두 군데를 더 넣고 1차는 모두 낙방했습니다. 그래도 더욱 자신감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서, ‘역시 식신은 사냥감을 보면 흥이 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차 시험에도 인하대학교를 넣었습니다. 그러면서 잘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다른 동창 2명과 함께 인천으로 갔습니다. 시험을 보는 동안에 차이나타운에 놀러 갔더니만 마침 자장면 100주년 축제를 한다고 어찌나 사람들이 특별가격 2000원짜리 자자면 먹겠다고 줄을 서는지 사람에게 밀려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만, 시험 잘 봤느냐고 하니까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원래 식신은 자신과 싸우는 것이니 남과 싸우는 것에는 서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어느 정도 만족하는 것 같더군요.




며칠 전에 정신과학회에서 우편물이 왔었습니다. 이번 금요일과 토요일(28~29)에 세미나가 있는데, 뇌와 정신의 분야에 대해서 강의를 하겠다고 시간표가 나와 있더군요. 경덕이도 필시 궁금할 부분인데 싶어서 같이 가겠느냐고 했더니만 가고는 싶은데 그 날이 두 번 째 대학교 면접이 있는 날이라서 고민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 전에 인하대학교에서 발표만 나면 되는데, 하필 정해진 발표일이 28일인 겁니다. 그래서 달리 방법이 없다 생각하고 토요일이라도 참석하자고 했지요. 그래서 좋다고 했는데, 어제 저녁에 발표가 났다는 겁니다.




“시험은 잘 봤다메?”


“예 그런가 봐요.”


“그럼 서울 강연 가도 되겠네.”


“예. 그래도 되겠어요.”


“갈래?”


“당연하지요.”




참 싱거운 대화네요. 원래 장 그렇습니다. 우리 부자의 대화 스타일은 그 모양입니다. 감동적이고 환영적인 축제는 아예 없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청원이 같으면 축하식으로 중국집에 가는게 어떻겠느냐고 하겠지만 경덕이는 그냥 그렇습니다. 참 덤덤한 놈이지요?




4. 자식의 여행비는 아끼지 말자.




이것이 이번에 얻은 교훈입니다. 비용은 한 150여만원, 둘이 합해서 300여만원 들어갔겠습니다만 그 열흘 정도의 여행에서 아이들이 얻은 영향은 돈으로는 환산이 되지 않는 소중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어느 부모가 그렇고 싶지 않겠느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과외비로 쓸 돈이 있다면 여행을 보내거나 같이 나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보다 더 살아있는 교육은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결과를 봐서 금휘에게는 좀 이른 여행이었던가 싶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시기는 고1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일 년 정도 파고들면 나름대로 희망하는 학교에 잘 시간이 되기도 하니까요. 물론 일 년 재수를 한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형편이 되면 데리고 나가보고 싶습니다만, 앞으로 한 3년 후에 마음을 일으켜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5. 경덕이 팔자 연구




이 녀석의 사주가 특이하다면 특이해서 늘 연구 대상이기도 합니다. 한 번 구경하시지요.




時 日 月 年


壬 壬 甲 戊


寅 寅 寅 辰


76 66 56 46 36 26 16 06


壬 辛 庚 己 戊 丁 丙 乙


戌 酉 申 未 午 巳 辰 卯




외격(外格)은 없다는 전제로 신약용겁격(身弱用劫格)으로 봐야 할 수 밖에 없다고 하겠고, 그래서 인겁(印劫)의 운이 와야 발한다고 하겠는데, 다행히 올 해는 을유년(乙酉年)이라서 정인(正印)이 들어와 좋은 결과가 주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대운은 편재(偏財)운이라서 욕심을 낸 것일까요? 만약 세운에서도 재성이 보였다면 공부를 했겠느냐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작년과 올해의 세운에서 인성(印星)이 보이는 바람에 그만큼이라도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본다면 억세게 운이 좋은 녀석이라고 해야 할 모양입니다.


여하튼 궁리는 궁리입니다. 뭐든지 관심이 가면 골똘하게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학자의 연구실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수완이 없기로는 또한 상관이 없음을 느끼게 만들지요. 식신이 아무리 많아도 상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는 자료로 활용해도 좋겠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정신세계와 연결된 분야에 궁리를 해서 뭔가 기발한 것을 하나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5. 귀신을 찍는 사진기.




바로 이런 것이지요. 영적인 차원의 존재를 알려주는 장치를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낭월입니다. 컴퓨터의 영역은 아직도 개발을 할 부분이 크다고 하겠고, 그 연구에서 뭔가 만들어 낸다면 저 왕성한 식신이 나서지 않고 누가 나서겠느냐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카메라도 좋고, 돋보기 같은 것도 좋지요. 왜 사스가 일어나면 공항에 검색대에 그런 장치가 설치되잖아요. 얼굴에 열기가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귀신이 붙어있는 사람을 그 앞에 세우면 바로 귀신이 나타나는 그런 것을 하나 만들면 얼마나 재미있겠느냐는 망상을 해 보는 것이야 뭐 어렵겠습니까 하하~




남들이 보면 웃겠습니다. 서울대학교를 간 것도 아닌데 호들갑스럽다고 말씀이지요. 그래도 나름대로 실험하면서 살아가는 나날들이 즐거워서 호들갑을 좀 떨어 봤습니다. 그런데 듣자니 학교 이래로 가장 좋은 대학교에 간 사건이 생긴 것이라네요. 그렇게 즐거우면 되는 것이잖아요. 혹시 이것도 축좌미향(丑坐未向)의 영향은 아닐까 싶은 것은 너무 확대해석이겠지요?


사실 현공강의를 두어 번 듣더니만 자신의 공부방을 바꾸더라고요. 그 정도의 연구심이라면 그 공이 없다고도 못하겠다는 생각은 해 봤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또 기발한 궁리로 즐거운 나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함께 또 지켜보십시다. 뭔가 만들어 내면 자랑해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05년 10월 2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