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매킨토시'라는 물건

작성일
2005-09-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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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매킨토시라는 물건










팔자에 없는(?) 풍수 공부를 한다고, 부산을 피운지도 몇 달이 지났습니다. 이제 뭔가 약간은 윤곽이 잡히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도 책에 빠져서 고인의 마음을 읽으랴, 저술 작업에 몰두하랴, 을유년(乙酉年)의 여름이 어디로 갔는지 간 곳이 없고, 백로(白露)를 앞두고 있는 가을이 되어버렸네요. 그리고 뭔가 새로운 공부를 한다는 것의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를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실 오늘 현재까지 편집을 마친 내용은 대략 180쪽 정도입니다. 그 사이에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학원에 컴퓨터 배우러 다니고, 또 서점으로 책을 구하러 다니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1. 매킨토시의 매력


사실 풍수에 대한 책을 자명스님과 정리하겠다고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킨토시라는 단어는 전혀 낭월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냥 그런 컴퓨터가 있어서 윈도우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는데 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사용하는 정도라고 하는 것이 상식의 전부가 될 뻔 했지요. 그런데 막상 인쇄소를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결국 맥(줄여서 이렇게 부릅니다.)으로 작업을 하지 않고서는 원고를 받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만, 그래도 까짓거 사람이 쓰도록 만든 것이라면 무슨 방법이 있겠지 싶어서 한 대 구해다가 놓고 들어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사귀려고 해도 정이 들지를 않았지요. 결국은 컴퓨터학원에 등록을 하고 1개월 개인지도를 통해서 맥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사실 정확히 말씀드리면 맥이 아니고 맥에서 돌아가는 문서편집 프로그램인 쿽익스프레스라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서 책이라는 책은 다 구입을 하고, 학원에서 선생님을 만나서 강의를 들었습니다만, 어떻게 된 선생이 책을 본 낭월보다도 더 버벅대는지 답답해서 그것도 때려치우고 차라리 아래한글로 편집을 해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2. 인쇄소의 낭자


항상 전문가는 따로 있는가 봅니다. 그러니까 대전의 한 인쇄소에 가서 나름대로 혼자서 끙끙대면서 작업을 한 쿽파일을 보여 줬더니만 후다닥~ 손질을 해서 시디에 담아 주면서 그대로 작업을 하면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몇 가지 잘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척척 알아서 해결을 해 줬지요. 그래서 다시 좀 더 사귀어 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사실 맥을 구한다고 투자한 컴퓨터 비용도 200만원이나 되었거든요.




비로소 약간은 삐꺽대던 기계에 기름칠을 조금 한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기본한자4888자만 지원하는 맥에서 확장한자에 속하는 천(辿)이나, 잉(礽) 등을 입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지요. 그랬더니 글자는 그림으로 그려서 만든 다음에 끼워 넣으면 된다고 알려주더군요.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또 고민을 많이 할 뻔 했습니다.




그래서 문제없이 편집을 하다가 보니 어느 사이에 이 쿽이라는 친구와 정이 들어가네요. 요즘에는 뭐든지 시키는 대로 제법 말을 잘 듣습니다. 인쇄소 낭자가 아니었더라면 헛수고를 했다고 불평하게 될 일을 다시 재미로 돌아서게 했으니 맥의 스승이셨네요. 추석도 다가오는데 선물이라도 좀 해 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3. 과연 전문 프로그램


책을 만드는데 왜들 그렇게 맥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지 요즘에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이면 그림, 크기면 크기, 또 글자를 넣을 곳에는 글자를 마음대로 조정해서 넣게 되는 간단한(?) 방법을 알고 나서는 이 물건의 진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익숙하신 포토샵과, 조금은 생소하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프로그램이지요. 그림과 도표를 만드는데는 또 이 친구들의 협력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름대로 편집의 요령을 배우고 나니까 책을 만드는 일이 즐겁게 되었습니다.




4. 이달 중으로 완성될 예정으로....


현재의 목표는 그렇습니다. 이번 달이 다 가기 전에 서점에서 ‘신나는 현공풍수’라는 이름의 책을 보실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마무리 편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필요한 몇몇 장면의 사진들을 찍으러 나가려고 태풍 나비가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공개되는 자료에서 개인적인 피해를 주게 될까 염려가 되어서 모형의 집을 만들었습니다. 뜯어서 본드로 칠하는 것 말이지요. 그래서 이해에는 더 도움이 되고,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방향으로 책을 만들기 위해서 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화인과 낭월의 작업실 풍경입니다.]


 


사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장면이 맘에 들어서 찍었는데, 막상 컴퓨터로 불러서 보면, 여엉 아니거든요. 표현을 하고자 하는 것이 원근감이 약하다 보니까 그것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이해를 빠르게 하고, 오류없이 전달이 될 수가 있을까를 생각하는 시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시간이 자꾸 걸리게 되었던가 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편집 부분입니다. 양균송 선생 이야기군요.]




지금도 편집을 진행해야 하는데, 하도와 낙서의 부근에서 화인이 얼른 그림을 넘겨주지 않는 바람에 잠시 짬이 났다 싶어서 간단하게 경과를 보고해 드리고 있는 셈입니다. 아마 준비가 다 되어 가는가 봅니다. 다시 맥을 켜야 하겠습니다.




5. 감로사에서는 현공풍수 강의 중


오늘부터 현공풍수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기초부터 시작하는 공부라고 생각하고 장장 3시간의 자명스님 열강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그 이야기도 책에 담았으면 좋겠는데......’하는 욕심이 생기네요. 그래도 욕심대로 하면 책을 다 완성하지 못할까 하여 다음으로 미루고 강행하고자 합니다. 이제 앞으로 찬바람이 불게 되면 산으로 들로 현장공부도 하러 가면서 점차로 깊은 이치를 알게 될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략 이 정도로 근황의 풍경입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전에는 지나치는 풍경들이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요즘은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기운이 흐르는 모양을 눈여겨 살피는 버릇이 생겼는가 싶습니다. 어쩌면 땅의 미음을 점점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답이라고 다시 느끼게 되는군요.




벗님의 행복하시고 알찬 가을의 결실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2005년 9월 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