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교도소에서 배운 공부

작성일
2005-02-08 18:11
조회
6822
 

[제241화] 교도소에서 배운 공부




올해도 다 가는 마지막 저녁이네요. 소위 말하는 섣달 그믐날입니다. 오늘은 자기 자랑을 좀 해야 하겠습니다. 하긴 늘 입만 벌리면 자기 자랑이라고 하실 벗님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오늘은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며칠 전입니다. 더벅머리의 한 사내가 찾아 왔습니다. 며칠 전에 왔었는데, 만나지 못했다면서 다시 찾아 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찾아온 날은 교도소에서 출감을 하자마자 바로 전화를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두 번 걸음에서야 비로소 만나게 된 그 사내의 나이는 37세, 교도소에서는 대략 2년 정도 있었던가 봅니다. 그러면서 그의 말은 앞으로 자평명리학의 정도를 가면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의례히 예의상 그렇게 말을 하겠거니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살아보라고 격려를 해 줬지요. 엊그제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내용은 사주카페에 취직을 해서 열심히 공부를 한 대로 임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잘 했노라고 격려를 해줬지요. 그리고는 오늘 다시 찾아 온 것입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지요.”


“그런데 주인과는 마찰이 좀 있습니다.”


“왜 그러지요?”


“자신들의 식대로 무조건 좋다고 해야 하는데....”


“그렇기 하지 못 하겠던가요?”


“저는 스님이 말씀하신대로 양심껏 봐줬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싫어했겠네요?”


“그래서 마찰이 좀 있었습니다.”


“지혜롭게 잘 버텨야지요.”


“한편 속으로 그런 생각도 합니다.”


“무슨 생각을요?”


“저렇게 봐주고 집에 가서는 편히 잠이 올까.... 하는 거지요.”


“하하하~”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떳떳한 것이 좋지요.”


“전 스님이 가르쳐 주신대로만 할 겁니다.”


“함께 하려면 힘들겠는걸요.”


“그래서 아예 컨테이너라도 하나 준비할까 생각합니다.”


“그것도 좋겠네요. 하루를 살아도 즐거워야지요.”


“지금은 공부를 더 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견디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서 비디오강의집 5개를 사서 얼른 갔습니다. 그런데 그의 모습이 왜 그렇게도 씩씩해 보이던지요. 참으로 자신의 양심에 만족하면서 당당한 모습을 본 지도 참 한참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뭉클 했습니다. 이러한 마음 이해 하실려는지요?




연구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거든 전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의 답이 가관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혼자 고민하고 또 고민할랍니다.”




그래서 참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군요. 그리고 이렇게 글의 영향으로 사람의 마음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무척 흐뭇합니다. 이러한 보람이 있기에 그래도 자평명리학을 연구하게 된 것이 후회스럽지 않다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지요.




아마도 그 친구가 올해의 마지막 선물을 안겨 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곰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벗님들께도 자랑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차가운 마룻바닥에서지만 그래도 눈빛을 잃지 않고 책을 들고 있는 교도소의 벗들이 생각납니다. 그들과 나중에라도 만날 수도 있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어쩌면 지루하고 긴 시간일 수도 있는 복역의 시간들을 자평명리학의 이치에 젖어서 보내게 되는 동안만큼은 낭월과의 교감이 같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또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고 이어지겠지요. 이러한 것에서 늘 보람을 느끼게 되는 낭월이네요. 얼마나 행복한지요.......




을유년에는 보다 진일보한 자평명리학을 찾아서 더욱 정밀한 상담가의 능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는 책임감도 들고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책을 보고 있습니다. 대만에서 구해 온 책을 보느라고 미쳐 사진을 스캔해 드리지 못했네요. 그래도 지금 급한 것은 명색이 안내자라고 하는 낭월의 둔한 머리를 좀 더 예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되고 눈이 가물가물할 정도가 되면 사진을 스캔해서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의 이야기로 줄입니다. 행복하신 그믐날 밤이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05년 2월 8일 저녁에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