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 많이 힘드셨지요...?

작성일
2005-01-0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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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많이 힘드셨지요...?




새 해라고 하네요. 어제까지는 헌 해로 봐야 할 모양입니다. 그래도 새것이 더 좋지요? 그래서 이른 아침에 잠이 깨여서 잠시 새해 인사의 말씀이라도 한마디 드리려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차가 있어서 또 행복하네요. 운남차(雲南茶)라고 학원의 선생님이 귀국하면서 선물로 준 것이 있는데 차가 어찌나 쓴지요. 그래도 뒷맛이 개운해서 가끔 마시게 되네요. 입 안이 상쾌하면 마음도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잖아요. 제목을 이렇게 밖에 쓸 수가 없었던 지난해의 한국을 안타까워합니다.




우선 수고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음으로야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인연도 많이 얻고, 또 정신적으로는 도인에 좀 더 가까워지고, 물질적으로는 부자에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셨겠지만, 또한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던가 싶습니다. 그래서 풍성한 마음 보다는 허전한 마음이 더 많은 벗님들이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위로를 드립니다. 애를 쓰셨으면 되었지요. 그 이상의 것을 바라는 것은 이미 실패를 할 가능성이 많았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게 되네요. 좀더 멋진 말이 있을 것도 같았는데,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니 결국은 누구나 다 아시는 한 마디 뿐이네요.




[능력껏 노력을 다하고 그 나머지는 자연의 뜻]




盡人事待天命을 풀어봤습니다. 그리고 한 살을 더 먹어가는 과정에서 다시 생각을 해보니 그 말이 과연 정답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달리 더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으니 아마도 이놈의 낭월두도 슬슬 녹이 슬기 시작하는가 봅니다. 하하~




갑신년의 일년은 어떻게 보냈는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무척 화다닥거리면서 선불맞은 멧돼지 모양으로 살은 모양입니다. 동분서주하면서 정신없이 살아온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영상을 느껴보니 말이지요. 뭐 소득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래도 식당에서 밥은 시켜먹을 정도의 중국어 공부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무슨 결실이 있겠느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애써서 시간을 투자한 낭월의 변명으로는 이렇습니다.




“또 누가 압니까? 시원찮은 공부가 스승을 찾아 줄 런지....”




사실 갑신년에 그래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대전으로 중국어학원에 강의를 들으러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리고 경험삼아 말씀드린다면 중국어를 배우시려면 2년 정도 학원에 다닐 작정을 하신다면 반드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있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자도 많이 알게 되고 하니까 재미도 쏠쏠하다고 해야 하겠네요. 대략 알고 있는 한자라고 해도 새롭게 바라다보는 기회가 무척 많군요. 어제까지 학원을 마쳤습니다. 물론 더 했으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늘 아쉽네요.




그래도 이제는 중국 사람과 메신저로 채팅을 하고, 음성채팅도 망설임없이 신청하는 정도의 뻔뻔함을 얻었습니다. 말이 간단해서 중국 사람이지. 대만 사람과 홍콩 사람이 모두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여하튼 공부를 하기 위해서 녹슨 머리를 두들긴 적은 많았지만 그에 대한 보람으로 근래에는 홍콩과 대만, 그리고 중국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들의 생각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하니 보니 참 재미있는 공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새해에 뭔가 한 껀(?) 하고 싶다고 하는 벗님이 계신다면 좋은 중국어학원을 찾아가 보시라고 권해 드릴 참입니다. 한자를 문교부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으면 스스로 찾아서 배우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낭월입니다. 사실 감로사에 방문을 하시면 상담실 입구에 모양없이 써서 걸어 놓은 글귀를 접하실 수가 있습니다.




설령 용신대운 이십년인들 인간의 욕심을 무슨 수로...


대운왔나 묻지말고 맘 다스리면 흉운이 어딧을꼬?




내용도 이미 짐작이 되실 만 할 것으로 봅니다.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은 운명을 묻지 않고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력을 하는 자는 얻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그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선택이 필요할 적에 한번 사주에게 운명을 물어 본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방문을 하시는 분들이 하도 기대를 하고 왔다가 기대하는 말이 나오지 않음을 안타까워하기에 적어서 걸어 뒀지만, 내심으로는 아마도 자신에게는 용신대운이 왔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자신의 노력이 산으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바다로 가는 것인지 정도를 구분할 만큼의 지혜가 포함되어 있을 필요는 있겠습니다. 그것조차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노력이라면 원효대사의 설법을 읽으셔야 하겠습니다.




비록 부지런히 수행하더라도 지혜(智慧)가 없는 자는


동쪽 방향으로 가고자 하면서 서쪽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같다.



지혜가 있는 사람의 수행은 쌀로 밥을 짓는 것과 같으나,


지혜가 없는 사람의 수행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것처럼.




늘 옆에 두고 자신을 살펴가는 구절이기에 함께 보시자고 소개말씀 드렸습니다. 노력을 하지 않고서 결과를 바라는 것도 어리석지만, 노력을 한다고 해도 지혜로운 노력이 되지 못한다면 또한 어리석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늘 하게 되는군요. 물론 거창하게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봅니다. 사실 부처가 될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리고 부처 되는 것이 그리도 어렵다면 될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별도로 부처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다만 스스로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이 부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은 종종 하게 되는군요. 부처가 특별해야 한다면 그것도 종교의 마약에 취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의미가 있는 살림살이라면 뭔가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은 낭월이 아직은 학인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서 나온 결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수준을 넘어서신 벗님은 그냥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사실 크게 보면 배우고 말고 할 것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언제나 그 단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단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배우고 익힌 다음에 온다는 것은 틀림이 없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한 순간에 놓아버리려면 짐이 엄청 많을 적에나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괴변을 늘어놓을 작정인가 봅니다. 짐이 엄청나게 많지 않으면 ‘털퍽’ 놓아버릴 수가 없지요. 짐이 어깨에도, 머리에도, 두 손에도, 그리고 허리에도 무릎에도, 발등에도 온통 짐으로 뭉쳐져서 숨도 쉴 수가 없을 지경이 되면 비로소 털퍽 놓아버릴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짐을 많이 져야 하는데, 문제는 그 짐이 무게가 나가는 짐이어야 효과적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무게가 나가지 않는 짐은 가짓수만 많을 뿐. 실제로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뭐가 무게 나가는 짐이냐고요? 그야 당연히 배우고 익히는 짐이지요. 그 짐은 반드시 자유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럼 무게가 나가지 않는 짐은 또 뭐냐고 물으셔야 하나요? 그렇 짐은 쓸데 없는 번뇌망상이라고 하면 될랑가 싶습니다. 여하튼 더 자세한 것은 낭월도 모릅니다.




해가 바뀌어 다시 날이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또 무슨 공부가 기다리고 있으려나 마음이 설렙니다. 자신의 연구하는 학문이 좀 더 완전해지는 계기를 찾았으면 더욱 좋겠고요. 그래서 순례의 길을 떠날 요량도 있습니다. 아마도 상담실도 자주 닫힐 것이고, 집도 더 자주 비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 올려드리는 한담조차도 어쩌면 뜸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비록 그렇더라도 좀 더 자신의 채우기 위해서 정진하고 있는가보다 해주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소득이 있으면 반드시 이 자리를 통해서 보고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벗님과의 인연을 통해서 더욱 즐거운 나날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가끔은 좋은 소식도 메일로 보내주셨던 벗님들께 더욱 감사드립니다. 이제 을유년의 새로운 인연을 찾아서 힘찬 걸음을 디뎌 보십시다. 멋진 수확들을 얻으실 것에 대해서 미리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을유년 원단에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