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교도소명리학당

작성일
2004-11-1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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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교도소명리학당




가을이 깊어가노라니 더러는 얼음이 얼기도 한다. 계룡산의 단풍도 점점 환지본처(還地本處)하였는지 윗부분은 바위가 노출되어가는 풍경을 보면서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 와중에서도 각처에서는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연구하느라고 길어가는 밤이 짧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가보다. 제목을 보고 짐작하셨겠지만, 공부에 몰두하는 즐거움을 보내온 사연이 있어 소개하여 함께 느껴보고자 하는 마음이다. 공부는 어디에서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벗님의 환경은 어떻신지? 환경으로 인해서 공부를 못한다고 하신다면, 다시 살펴보시는 것을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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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스님께 올립니다.




벌써 11월도 열흘이면 음양중으로 볼 때에 양이 다 지났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 시작의 陽동안에 그렇게 생동력있게 출발했는지 약간의 아쉬움에 마음이 무겁지만, 다가올 中의 열흘 앞에서 희망과 새로운 힘을 얻어 봅니다.


감로사엔 가을 단풍이 시나브로 낙엽이 되겠군요. 계룡의 봄빛을 묻고서 잠깐 보낸 시간이 어느새 가을 아쉬움에 있습니다.


그리고 또 금새 입동을 지난 겨울의 작은 미소들.... 감기가 기승이라는데 스님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천성이 불건강체라고 하셨는데 겨울이 되면 걱정이 더 크게 다가오는가 봅니다. 관리에 유념하셨으면 하지요.


저야 원체로 건강체질이라서 그냥 집초입니다. 겨울에도 씨앗이 되어 그 냉기 속에서 힘을 얻는 잡초, '무기수'라는 형기에도 굴함없고, 현실의 일에도 늘 한걸음 비켜서 있답니다.^_^




올해는 참으로 얻어지는게 많고도 많습니다. 특히 보내주셨던 적천수강의를 왜 그렇게 늦게서야 만났나 싶은 가슴아픔이란.....




다 때가 되어야 된다고 하더니 딱 맞는 말 같습니다. 앞 번에 적천수를 받고서 보낸 편지에서처럼 스님께서 왜 그토록 달달 외울 정도였는지 가늠이 되는 것 같구요. 아직 심오한 뜻에 헤아림을 두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검푸른 빛깔을 바라본 느낌이랄까?




정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첫 발걸음부터 내려가서 되짚어 걸어봐야 하겠습니다. 다시금 만나면 적천수의 깊은 물에 손 정도는 담그어 볼 수 있을테고 계속되는 반복으로 물놀이하듯이 수영을 하게 될 날도 있을 테지요.




항상 지금의 현실에 출실하고자 애써 봅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시각의 교정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책에 심어놓은 여러 쉼터와 전망대를 통하여 제가 또 힘차게 명리의 산을 오릅니다. 무수한 생각들과 의문점을 다 여쭈어 볼 수 없지만 다음엔 제 명조를 가지고 스님께 글을 올리겠습니다. 시간에 관한 명확함을 얻어가지고 그간에 배웠던 모든 초식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스님께서 더 강한 채찍으로 나태함을 깨우쳐주셨으면 합니다. 운의 작용이 관건이겠지만 그만큼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적천수란 단비를 통해 느꼈습니다. 아주 깊게 천착해 가도록 해야겠지요.




저도 선천성으로 마무리에서 헤매는데 일간에 맞는 길에 설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낭월스님!


삶의 환경이 괴로운게 아니라 그 환경에 대한 마음이 괴로움을 쑥쑥 쌍둥이로 낳는가 봅니다. 일고 있던 것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랄까? 스님의 깨우침이 갈수록 깊고 정밀해지길 바라지요. 그래서 그 빛을 높게 세우고, 명리의 어둠을 인도 하였으면 합니다.




등대처럼 깃발처럼 항상 밝혀있구, 휘날리기를~~ 저 또한 그 빛과 깃발의 펄럭임 아래에서 제 몫과 능력을 새로이 살펴가며 스님보다 한 가지 정도에선 넘을 수 있는 힘도 갖추고 싶습니다.~ 하하^_^




그런 날은 피나는 노력뿐이겠군요.




스님! 건강하시구, 자연과 함께 숨쉬며 느끼며 살아가시길 기원드립니다. 감로사와 신도님들의 건강과 멋진 마무리의 한해가 되시길, 평안하시길 아울러 기도드리겠습니다. 염려 속에 잘 지내느 저의 소식 전해 올리면서~




                                **교도소에서 임** 합장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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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자가 무기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 편지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 심정이 어떤지는 자유로움에서 나날이 살아가는 낭월이 짐작도 못 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렇거나 말거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 비로소 의미를 느꼈다는 것이고, 자연의 흐름과 하나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인지하고 그 가운데에서  하나가 되고자 노력하는 마음이 또한 나름대로의 자유를 느끼게 하고 있음에......




스스로 온몸에서 세포들의 소용돌이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어제가 아니라고 늘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일 뿐이다. 오늘의 상황에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문득 오늘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무기형을 받은 죄수이고, 그래서 자유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구속이 되어 있는 모습에 처연해 지기도 하겠지만, 그 환경에서조차도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노력이 단지 무료함을 달래는 마음으로 책이라도 보자는 마음이 아닌, 그야말로 삶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인식하게 되는 마음으로 오늘의 한 순간에 함께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벗님의 공부 환경은 어떠신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름대로 불만의 마음이 없다고도 못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낭월조차도 마음대로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음을 탓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편지를 보면서 그것도 또한 탐욕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는 반성이 된다. 그래, 이렇게 주어진 이 환경이 얼마나 고마운데, 더 이뤄지지 않는다고 과욕을 부린단 말인가...




내일은 과연 존재할까? 아마도 내일은 없을게다. 늘 존재하는 것은 오늘의 이 순간뿐이다. 그래서 오늘 무슨 생각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보내가는 것인지에 대해서만 생각을 할 뿐, 내일의 일에 대해서는 묻지도 말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 순간순간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으셨다면, 비로소 도인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日日是好日


月月是好月




하루 또 하루 이렇게 좋은 것을....


한 달 또 한달 또한 좋을 수밖에....




운문선사께서 방문자들에게 늘 해준 이야기라고 하다. 요즘의 삶이 어떠냐고 묻거나, 내일의 삶이 어떻겠느냐고 묻거나 이렇게 답을 했다는데, 낭월은 언제나 그런 답을 하고 살아가려나..... 싶기도 하다.




      2004년 11월 1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