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사랑스런 제자의 편지 한 통

작성일
2004-04-18 11:33
조회
6738

 


[제226화] 사랑스런 제자의 편지 한 통


 



종종 편지를 받는다. 주로 받는 편지는 자유가 통제되어서 전화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메일을 보낼 수는 더욱 없는 공간에 거주하는 벗님들이 보내는 편지들이다. 간혹 어쩌다가 나이 드신 분들이 전화를 믿지 못하고, 메일을 쓸 줄 몰라서 보내는 편지 외에는 말이다. 그러는 중에 며칠 전에 날아온 편지 한 통을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삶이 무의미하진 않은갑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벗님들께 소개하고자 한다. 이렇게 어려운 공간에서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임을 참고하시고 음미하시기 바란다. 다만 개인의 자료를 숨기기 위해서 이름은 가명으로 사용하도록 함을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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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교도소에서]


 



존경하는 낭월스승님께 올립니다.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巳월의 빛과 열이 지표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는 지요, 저는 자동차 정비 교육생으로 교육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스승님의 저서로 명리공부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저와 같이 공부하시는 무공스님(가명)이 계시는데 자동차 기관을 배우면서 낭월 스님도 정비 공부를 하셨나? 하며 서로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오행을 자동차 기관에 비유하여 설명하신 부분은 초학자가 이해하기가 너무 쉽고 편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행의 역할이 모두 들어있는 자동차는 이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인지 인간과 친밀한 것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모든 유, 무체 물건은 어느 한 기능만을 하는 것 보다 컴퓨터처럼 다기능, 다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인간과 친밀하게 아닌가 합니다.


 


엔진 행정순서와 점화순서를 배우면서 水에서 木으로 넘어가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흡입, 압축, 폭발, 배기로 진행되는 행정순서가 배기를 했기 때문에 흡입을 하게 되고 흡입을 했기 때문에 압축을 할 수 있는 것인데 水가 있기에 木이 있고 木이 있어 火가 있는 것이 결국 무엇이 시작이고 무엇이 마지막이라는 순서는 닭과 계란의 순서가 아닌가 합니다.


 


연료가 연소되는 과정도 순수연료 상태에서 점화불꽃과 연소가 되는데 연소의 원동력으로 피스톤을 움직이게 됩니다.


 



기의 상태에서 질로 넘어가는 단계를 사람의 행동양식도 강도 할 생각을 하게 되면 그의 기가 발생하여 그 생각이 굳어지고 굳어지면 물질화되어 실제로 인간이 강도 행각을 하게 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스님의 기와 질로 나눈 음양오행 이론 설명이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제 임상 경험을 토대로 나온 결과물이라 너무 감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나쁜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워 몇 십 번씩 반복해서 이해할 때까지 읽곤 했는데 보면 볼수록 감질 맛이 나는 건 어제 생각과 오늘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스님께선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많은 장에서 다루셨습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주변환경을 이용하여 임상을 해본 겨로가 적중률이 높았고 무엇보다 저의 비트러진 심보로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심리를 크게 세가지로 나눈다면 감정, 의식, 이성 이렇게 세가지로 나누면 어떨까 합니다.


 



의식을 중심으로 본능과 이성이 포진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으며 감정적인 사람은 폭력, 살인 등 물리적 가해를 한 사람들이 많았고 이성적인 사람은 사기, 횡령 등 간접적인 가해를 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또 지극히 감정(본능) 적인 사람이나 이성적인 사람이 견해가 극단적일수록 상반되는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음극즉양생, 양극즉음생의 비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의식은 본능과 이성이 서로 대립이 안 되게 중재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평소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하는 사람들의 경우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져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말을 내던지는 동안 의식은 말짱하게 그런말을 하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내가 미쳤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이성을 차리는데 또 너무 이성적인 사람은 차갑고 냉정한 행동을 많이 해 감정이 메마른 듯 FM대로만 하는 게 보기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의식을 놓고 서로 줄다리기를 하다 어느 곳으로 넘어지게 된다면 그의 걸맞은 인과를 거두는 것 같습니다.


 



생각은 의식의 영역인지 생각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운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종교인이나 신살론파)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걸 보면서도 의식도 분자와 원자처럼 여러 갈래가 있다는 걸 항상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제껏 명리공부 삼매경에 항상 빠져 지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스님의 깊이 생각하신 결과물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한자 한 자 조심스레 천천히 탐독하며 지낸 것이 저의 인생에 있어 너무나 큰 영광이며 복이라 생각합니다.


 


전생론을 절대로 믿지 않았는데 스님의 인도 하에 불교사상도 접해보았고 윤회가 맞든 아니든 내가 일을 만들고 왔나보다…’ 라고 생각해 버리니 너무나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제가 지금 겪고 있는 형상들은 사회에 있던 모습과 180도 다른 현상인데 생각과 행동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편관, 편재, 비견의 영향과 오랫동안 이어온 정, 편인의 운으로 욕심대로 바꾸려고 제어를 하며 없는 표현력으로 쉽게 신경질, 흥분으로 핀잔주기 일쑤였던 제가 상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13권의 저서를 읽고 가장 크게 깨 닳은 건 마음 쓰는 법이었고 이 중에서 겸손이었습니다.


 


생각하는 법과 공부하는 법을 배우면서 확실하게 이거다 저거다 하지 않으시는 스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겸손이 있어야 고정되지 않고 배울 수 가 있는 것이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공산주의 사상가와 자본주의 사상가는 거의 절대적으로 대화가 안 되는 것도 보는 각도가 틀릴 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면 실제로 그게 진리라고 믿게 되기 대문에 모두 생긴대로, 팔자대로 사는걸 보면서 겸손이 있어야 남을 이해하고 자신만이 옳다고 우기지 않게 된다는 것도 스님의 말씀으로 배웠습니다.


 



이 모든 어떠한 말씀으로도 감사의 뜻을 전해 드리기가 부족합니다.


 



지금은 마음만이라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같은 포근한 품처럼 친절하신 이론으로 힘들었던 지난 20개월을 부적처럼, 수호신처럼 생각하며 발 탈 없이 보낸 것은 모두가 저의 존경하는 낭월스승님의 은혜 덕분 입니다.


 


제 마음 가득히 감사의 뜻을 이 글로 보내드립니다.


 



언제까지나 스승님의 가르침을 최대한 노력하며 저 같은 사람이나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스승님께서 그러하신 것처럼 바른 목적으로 사용하여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4월 11일


 


여주교도소에서 최학생(가명)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