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팔자일까? 우연일까?

작성일
2001-01-11 00: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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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일까? 우연일까?


제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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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일까? 우연일까?
(2001.1.11)



오늘 상담한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참 묘한 배합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보면 볼수록 아무래도 운명의 사슬에는 뭔가 보이지 않는 끈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러한 것을 발견했으니 또 벗님에게 나눔으로써 그 희안하다는 생각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고, 내일(금요일)은 또 감로사를 떠나야 하고 모래는 연지님 동생들의 모임이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일요일 늦게나 절에
돌아올 모양인지라 그 동안 낭월한담을 심심한 표정으로 살피실 벗님들을 위로도 할 겸(흐흐~) 해서 잠시 그 풍경을 그려 드리도록 할 참이다.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서막의 꼬투리


대전에서 중년의 여인이 상담을 하러 왔던 자료이다. 몇 차례 방문을 해서 이제는 구면이 된 아지매를 따라 왔는데, 일단 몇 번씩 와주는
벗님은 참 고맙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아마도 낭월의 판단이 뭔가 일리가 있기에 거듭해서 찾아 주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방문을
한 부인의 명식은 다음과 같음을 살펴봐야 하겠다.


時 日 月 年

丙 己 戊 庚

子 丑 子 子

57 47 37 27 17 07

壬 癸 甲 乙 丙 丁

午 未 申 酉 戌 亥


부인의 명식을 보면 子月의 수왕절에 태어난 己丑일주이다. 심리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직관력이 있어서 눈치가 빠르겠고, 일지에 비견이니
주체성도 강하다고 하겠으며 그 속에는 다시 식신과 편재가 있으니 일단 마음을 먹으면 깊이 파고 들어갈 수도 있고 또 매듭을 지을 적에는 확실하게
지을 수가 있겠다는 해석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월간의 겁재는 다시 경쟁심도 일부 포함이 된다고 하겠는데, 용신의 방향으로 살펴보면 상당히
신약하고 재성이 많아서 약한 형상이므로 겁재도 도움이 된다고 하겠으나 겨울임을 고려한다면 일단 時干의 丙火에게 우선권을 줘야 할 모양이다.
그래서 용신은 인성으로 하고 희신으로는 木도 좋고 土도 조토라면 꺼릴 필요가 없다고 하는 해석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 여기에서 희신이 목이
아니고 토라고 떼를 쓰고 싶으시다면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 지지로 들어오는 토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봐도 되겠기 때문이다. 다만
천간으로 들어오는 토는 기대를 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중요한 것은 지지로 들어오는 火가 실제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겠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대략 이 정도의 암시를 놓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제 사주를 좀 풀어 주세요."


"중심도 강하고 총명하시기도 하네요. 좋은 사주를 갖고 태어나셨습니다."


"에구, 그러지 말고 있는 대로 말씀을 좀 해 주세요. 팔자가 좋으면 이런 데를 찾아 왔겠어요."


"팔자는 좋은데 운이 좀 부담스럽네요. 지금 연세가 마흔 한 살 이신데 운은 甲木의 운이라 기대가 되면서도 또한 번뇌를 물고
있네요...."


"좀 쉽게 말씀해 주시면 이해가 되겠어요. 좀 어렵네요."


"예, 말하자면 바깥의 일은 그런 대로 진행이 되는데 속으로 고민이 있다는 말이지요."


"정말 용하시네요. 그래서 해결책을 좀 듣고 싶어서 친구를 졸라서 뵈러 왔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을 좀 해주세요."


"용하다니요. 이 정도는 오행을 연구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야기를 하는 내용인걸요. 그리고 저는 그 정도밖에 모르니 용하다는 말씀은 하지
마시고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이야기를 해 보세요."


"왜 이야기를 하다 마세요?"


"다 했지요. 올해 부담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남자 문제라고 해야 하겠지요...?"


"어머, 그렇군요. 남편에 대해서 좀 봐주세요."


"이 사주의 남편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의지를 해야 하는 입장인 것은 틀림이 없네요. 그런데 올해는 운에서 남편으로부터
마음이 자꾸 멀어지나요?"


"그렇게 나와요?"


"물론 잘 모르지요. 다만 그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하겠네요."


이번에는 이 부인을 데리고 동행한 구면의 아지매가 물어왔다. 그러고 보니 아 아지매는 그 동안 꾸준하게 낭월이 책을 보면서 오행을 공부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하나라도 얻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으니 그냥 놓칠 리가 없겠다.


"왜 그런데요?"


"좀 궁금하신가 보네요 아지매도?"


"그럼요. 설명을 좀 알기 쉽게 해주시면 좋겠네요. 공부도 좀 하게요. (친구를 보면서) 그래도 좋겠지?"


"그래 난 잘은 모르지만 나중에 또 설명해 줘라."


"그래 알았어."


"그럼 설명을 드립니다. 이 사주의 남편은 목이 되어야 하는데 사주에 전혀 목이 보이지 않네요. 그렇지요?"


"그래서 저도 참 이상해요 목이 없는데도 남편이 있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거든요...."


"책을 대충 읽으셨나 보네요. 책에 힌트를 써 놨었는데, 하하~"


"어떻게 써 놨는데요?"


"관살이 전혀 없으면 용신이 남편이라고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으세요?"


"아, 그랬던 것 같네요. 이제 생각이 납니다. 그럼 丙火가 남편이 되겠네요?"


"그렇지요. 그래서 남편은 나름대로 아내를 도우려고 노력한다고 보겠고, 현대 대운이 甲木이니 남편은 나름대로 힘을 얻어서 일을 잘 하고
있다고 하는 거지요."


"아..... 예. 그렇네요. 그런데 속으로 부담이 되는 것은 왜 그렇지요?"


이렇게 파고들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낭월이다. 대충 넘어가는 사람보다는 확실하게 알려고 자꾸만 물고 늘어지면 그렇게 보람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 방면에 대해서는 체질인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일이 설명을 해 주고 싶은 마당에 적당하게 질문을 해주면 이것은
판소리하는데 '얼쑤~!'요 울고 싶은데 '철썩~!'이라고나 해야 할 모양이다. 신명이 나는 낭월~!


"그러니까 용신은 별로 문제가 없는데, 현재 대운이 정관이란 말이지요. 남자라는 의미도 되네요. 그리고 신약한 사주에서 관성의 운은 부담이
되는 것도 포함을 하게 되는군요."


"그럼 혹 남자가 생기기라도 하나요?"


'옳거니, 뭔가 감을 잡았다. 흐흐~'


"그렇지요. 애인이 생길 수도 있고, 남편으로 인해서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스스로 마음이 쏠려서 고민에 빠진다는 암시가
강하네요. 그리고 그 마음은 걷잡을 수가 없겠는데, 그 이유는 왜 그럴까요?"


"에구 스님도, 저야 모르지요 공부가 얼마 되지 않아요. 설명을 좀 해주세요."


"사주에서 만약에 관살의 극을 받아 봤다면 아마도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통제에 대한 공부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에 혼란이 발생하니까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이지요."


"얘, 실토를 해라 그래야 답이 나오겠다."


"실토는 뭘..."


"사실 지금 애인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대요. 어떻게 되겠어요?"


"운의 흐름으로 봐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올해가 들어오면서 남편이 자꾸만 싫어지는 것으로 봐야 하겠네요. 그런가요?"


"그야..... 아마도 좋은 사람이 생겨서가 아닐까요?"


"그렇기도 하겠습니다만 우선 올해는 庚金이 들어옵니다. 상관이지요. 남편에게 대항을 하는 성분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남편이 없다면
애인에게 대항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 동안은 스스로 자중을 하다가 올해 들어오면서 갑자기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마음에 겁이 없어지고 대담해지는 자신을 보고서 놀란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원래는 정숙한데 말이지요."


"그래요....... 저도 요즘 저를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것도 팔자의 이유로 인해서란 말인가요?"


"아마도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반드시 팔자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요. 그런데 남편의 사주는 어떻게 생겼지요?"


"남편은 모년모월모일모시에 났대요."


해서 풀어 적은 사주는 또 다음과 같다고 하겠으니 어디 눈이 밝으신 벗님은 궁합도 지나는 길에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읽어 주시면 되겠다.



時 日 月 年

己 庚 甲 丙

卯 午 午 ×

52 42 32 22 12 02

庚 己 戊 丁 丙 乙

子 亥 戌 酉 申 未


年支는 모자이크 처리함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우선 사주의 형상을 보면 午月의 庚金으로 관살의 기세가 상당하여 시간의 정인을 용신으로
삼는 구조이다. 재성은 병이라고 하겠지만 가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하겠는데, 인성은 무력하니 아쉬움이 되는 사주라고 하겠다. 경진년에는 용신이
보호를 받으면서 辰土도 도움이 되어 나름대로 하는 일은 순탄하다고 하겠다.


"남편은 좀 무드가 없네요."


"어머, 그래요. 참 재미없는 남자예요."


"아내에게 겁도 조금 내면서 많이 위해주기는 하겠어요."


"그래서 좀 미안하기도 해요."


아지매가 다시 끼여든다.


"스님, 근데 남자가 재미없는 것은 왜 그렇다고 해야 하나요?"


"그야 식상이 없고 편재만 있으니 분위기보다는 결과에만 비중을 둘 것이고, 일지에 정관이 있으니 다소 고지식할 것으로 봐서지요. 반면에
부인은 일지에 식신도 있으니 분위기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시는 편인데 남편이 몰라주니 아쉬움이 있다고 해석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낭월이가 알고 있는 어느 부인도 日柱가 己丑인데 참 감성적이시거든요. 기축은 식신으로 흐르는 기운이 강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남편은 토가
용신인데 부인이 토이므로 철석같이 아내를 의지하려고 하는데 부인은 사주에서 필요한 게 뭐지요?"


"용신이 화이니까 화가 좋겠네요."


"만약 남편이 화였다면 참 좋았겠는데 말이지요...."


"야, 니 애인 생일이 언제냐? 빨리 이야기 해봐."


"시는 잘 몰라....."


"모르는 대로 스님이 알아서 할거니까 우선 아는 대로 이야기해봐 어서."


그렇게 해서 보챈 애인의 사주는 다음과 같은데 그냥 개인의 프라이버시라고 생각을 해서 년간을 모자이크 처리함을 양해 해주시기 바란다.



時 日 月 年

戊 丙 丁 ×

戌 戌 卯 午

52 42 32 22 12 02

癸 壬 辛 庚 己 戊

酉 申 未 午 巳 辰


이 사주의 구조에서는 길게 살펴볼 것도 없이 일주만 살펴봤다. 丙戌일주이다. 그래서 인연이 참 기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남편은 庚午이고 애인은 丙戌이니 이 부인이 갈등을 하는 이유를 대략 짐작이라도 할 것 같았다.


"참 어쩔 수가 없네요. 이해하겠습니다."


"스님 저도 모르겠어요....."


"남자는 부인의 사주에서 매우 필요한 丙火에 속하네요. 불이라는 말이지요."


"그럼 마음이 끌리는 것도 인연이라는 말씀이네요?"


"그런 셈이지요. 더구나 이 남자는 매우 강한 불이어서 습기가 많은 토가 필요한데 부인을 만났으니 완전히 반금련이 서문경을 만난 셈이라고
해도 되겠어요. 궁합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분위기도 좋고 박력도 있고,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습니다."


"저.....이혼을 하고 그쪽으로 갈까요?"


"글쎄요.... 남편이 허락하지 않을텐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냥 도망가지요 뭐."


"그런데 그냥 가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왜요?"


"이 남자는 애인으로는 몰라도 남편으로는 안 되거든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사주의 부인 자리를 보니 처가 너무 무력하게 들어 있어요. 그렇게 되면 결혼을 하는 순간부터는 완전히 자유 끝이지요. 절대로 결혼은
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남편이 훨씬 좋다고 해야 하겠는걸요."


"그래요......."


"그리고 올해를 넘기면서 그 애인도 좀 시들해 질 겁니다. 그리고 가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요. 당장의 감정만으로 실수를 하지
마시고 마음을 추스르세요."


"애인이 절대로 떠나가지 않으려고 하는데요....?"


"여하튼 조금 기다려 보세요. 그런데 그 애인의 부인 생일은 아세요?"


"예 생일만 알아요."


時 日 月 年

모 壬 戊 乙

름 子 子 未


"대단한 여성이네요. 임자일주라.... 남편에게 할 적에는 잘 하겠지만 성질이라도 나면 사정 봐주지 않겠는걸요. 또 이해를 하겠어요. 역시
분위기가 없는 여성이라고 해야 할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이 부인이 남편과의 관계를 알면 난리가 날텐데 어쩌려고 그러세요. 만약 발각이 되면 무슨 망신을 당하시려고요."


"그래서 좀 겁이 나네요."


"세상에 비밀은 없는 겁니다. 마음을 다잡고 정리하시는 것이 좋겠네요. 아무래도 큰 일을 낼 여성인걸요. 빨리 정리하도록 하세요.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없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어요. 고맙습니다."


2. 결론은 내렸지만....


음...... 이렇게 상담을 해서 보낸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과연 팔자의 인연과 전생의 인연이 함께 엉켜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하고, 이 부인에게 어떤 결론이 가장 행복하겠느냐는 생각도 해보곤 한다.


남편과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과 애인과의 인연......

다시 남편과 애인의 일간 관계......

또 애인 부인의 사주도.......


하나 같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아마도 전생의 끈끈한 인연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그리고 묘한 것은 이
부인도 일지 비견이고 저쪽 여인도 일지 겁재이니 막상막하라고 하겠는데 그 남자도 병술로 둘째를 싫어할 형상이니 이렇게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서로
인연이 얽혔다는 것도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나저나 남자는 이제 세운에서 경진이 들어오면서 다시 대운에서도 申金으로 연결이 되지 쉽사리 놓아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해본다.



"예? 항상 그렇게 잘 보느냐고요? 원 천만에요. 어쩌다가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돌아갔을 뿐이지요. 늘 버벅대고 있답니다. 절대로 글에
속으시면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하하~"


그날 저녁에 그 단골 아지매가 전화를 했다.


"스님, 저도 열심히 공부하면 그렇게 볼 수가 있겠어요?"



3. 참 신나는 자랑도 좀 하고.....


엇그제 비로소 법고를 만들기로 계약을 했다. 직경은 다섯 자로 하고 통은 여섯 자를 하기로 했다. 돈을 다 줄 수가 없다고 하니까 할부로
하도록 봐줘서 다행이었다. 나중에 '북 이야기'를 별도로 해 드리도록 할 참인데, 일단 북이 매달리고 '둥둥~!' 소리가 나면 그때 해 드릴
참이다. 오늘은 그냥 자랑만 하느라고. 하하~


               사소한 것이 늘 즐거운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