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금산장 구경

작성일
2001-01-20 00:00
조회
6074
금산장 구경


제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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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장 구경
(2001.1.20)


 


논산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 금산(錦山)이 있고 아마도 벗님들이 아시는 대로라면 인삼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정도일
것이다. 오늘은 금산의 풍경을 스케치 해 드리려고 마음을 일으킨다. 그럼 함께 동행하시기로 하고 혹 벗님의 주변에 변비로 애를 먹고 있는
가족이라도 있다면 약간의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말씀도 미리 슬쩍 흘려 드린다.



1. 벌곡을 넘어서


감로사에서 금산으로 가려면 연산을 거쳐서 벌곡을 경유하고 다시 금산으로 진행을 해야 하는 좀 복잡한 코스가 된다고
해야 하겠다. 가끔 금산으로 장 구경을 가는 것은 그런대로 새로운 풍경이 있어서인데 온갖 약초들이 널어 벌려져 있는 것도 좋고 나름대로 필요한
것이 눈에 띄면 비싸지 않다고 생각되는 가격에 사올 수도 있어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나들이를 하는 셈이다. 금산장은 양력으로 2, 7일에 장이
서는 오일장이다. 그리고 장날은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여들어서 상당히 활기가 감도는데, 평일에는 훨씬 덜한 것을 보면서 오일장은 매력을 더하는
모양이다.


벌곡은 논산시 벌곡면인데 산골마을이라고 해야 하겠다. 주변에는 대둔산이 있고, 대둔산에는 태고사라고 하는 좀
오래된 고찰도 있지만 아마도 바쁘게 여행하시는 경우라고 한다면 그냥 케이블카를 의지해서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방향으로 이용을 하셨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겠다. 계곡을 이어주는 구름다리를 경유해서 오르는 길은 나름대로 볼만하다고 해도 되겠는데, 특히 미각을 돋구는 것은 논산의
명주라고 해야 할 가야곡의 뻑뻑주를 한잔 마실 수가 있다고 하는 점이다. 이름이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가야곡 왕주를 걸러낸 후에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기는 하는데, 그냥 막걸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고, 포천의 이동막걸리보다는 못할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시장기와 갈증과 피로를 한꺼번에 몰아내는 묘약으로 대둔산에서 마실 수가 있는 것이라고 소개를 해 드릴 수가 있겠다. 다만 막걸리의 최대 단점은
뒷맛이 좀 불량하다는 것인데, 트림을 한다거나 술일 깰 적에 머리가 개운이 않은 점들을 생각할 수가 있겠다. 다만 과음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점으로 고민을 할 필요는 없으리라고 생각이 된다.


여하튼 벌곡을 거쳐서 금산 땅으로 접어 들어봐도 산색은 여전히 백설이 도배된 채로 그렇게 멋진 겨울을 보여주고
있는 한결같은 그림들이다. 수 십년만에 많이 내린 눈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산골에서는 그대로 실감이 나는 장면들이다. 차들은 여전히
바퀴자국만 따라가게 되어 있고 그 외에는 중앙선이든 갓길이든 모조리 눈의 범벅으로 얼어붙어 있는 장면이 그대로 눈천지가 되어 있는 장면은 아마도
흔히 볼 수가 없는 그림이라고 해야 하겠다. 안타깝게도 눈으로 인해서 일생의 사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국민은 아마도 화용신인 모양이라고 위로를
드리는 수밖에 없지만 수용신이나 금용신의 입장에서는 겨울의 푸짐한 눈이 전혀 꺼려지지 않는 것도 낭월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특히 감로사에는 눈을
치울 일이 별로 없을 정도로 양지가 바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려서 안면도의 생활은 눈이 참 많이도 내렸었다. 그래서 눈이 오면 썰매를 탈 수가 없다는 것으로 인해서 다소
불평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해도 될 것이 눈이 내리면 성애(性愛가 아녜요~!)를 타고 놀 수가 있기 때문인데, 그
성애가 '성애'인지 '성에'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는 눈이 쌓이면 그 눈이 얼어서 서로 쌓여서 된 바다의 얼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우리는
그 성애를 빙산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성애를 타고 놀다가 빠져 죽은 일이 생기고 나서는 부모님의 엄명으로 그냥 보기만 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모처럼 쌓인 눈을 보면서 그 성애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역시 바다가 고향이라서 인지도 모르겠다. 혹 어려서
서해안에서 성애를 타 보신 벗님이 계신다면 또한 향수의 기분이 드실 수도 있겠다.



2. 금산장으로


1월 17일의 금산 장이다. 실은 앞의 12일 장을 가려고 했는데 금요일이 되는 바람에 서울 강의로 인해서
무산되고 다음 장으로 지연을 시킨 것은 뭔가 필요한 것이 있어서인데, 천천히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 설경(雪景)을 감상하는 것은 조수(낭월은
차에서 역할이 조수임)의 몫이고 기사님(물론 연지님의 몫이지요)은 도로의 험악함으로부터 자신의 차를 지키려는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거의
체감으로 느껴질 수가 있지만 달리 해볼 수도 없으니 천상 다 팔자 소관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그래도 안쓰러운 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어서
커피사탕 한 알을 입에 넣어 드리는 것으로 조수의 몫은 착실히 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오늘은 인삼호텔 앞에다 차를 주차시켰다. 그리고 함께 동행한 고모님과 금휘를 인솔하고 시장 구경을 나섰는데, 혹
시장이라고 해서 판자로 지어진 일정 공간을 생각하실 필요는 없겠다. 금산 시장은 시장 통로를 중심에 놓고 그 좌우로 벌려진 가게와 노점에서 다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면서 보는 것으로 장의 구경은 다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천히 구경을 해야 하는데, 약초 시장에 젓갈은
왜 나오고 오징어 장수는 왜 있느냐고 한다면 그냥 냉면에 겨자를 넣는 이치라고 하고 얼버무려도 되겠다. 대추와 밤도 빛깔이 너무 좋아서 그냥
한말 사자고 연지님을 졸랐다. 연지님은 컴퓨터와 연관해서 사는 것에는 상당히 신중한(실은 편인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먹거리를 사는 것에는 별로
반대가 없다고 해야 하겠다. 그래서 한말씩 사서 또 차로 나르고 계속 진행을 하게 된다. 길가의 가게에서는 나름대로 멋진 유리병에다가 수삼을
넣고 술을 부어서 만든 인삼주가 뽐내고 있는데, 장식용으로도 손색을 없을 정도의 멋진 풍경이다. 과연 금산의 명물이라고 해야 할 인삼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구경을 하다가 포장주막이 눈에 들어온 것은 점심 먹은 지도 한참 되어 출출한 참이다. 김치전을 푸짐하게
부치는 아주머니의 손도 커 보였지만 그 앞에 놓여있는 좁쌀막걸리의 맛이 궁금해서 이끌려 자리에 앉았다. 한잔도 판다는 아줌니의 말씀은 여하튼
먹을 만큼만 먹으라고 하는 중화의 논리로 들리기도 했는데, 이런 기분은 또한 은은하게 풍기는 한약초의 향기와 어울려서 더욱 구성지다고 해야
하겠다. 좁쌀막걸리와 김치전을 한쪽 먹으니 이내 시장그림이 더욱 생동감을 띠고 다가온다. 매서운 추위도 훨씬 부드러워지는 것도 당연하니 참 묘약
중에 묘약이 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그리고 시장 구경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먹고 마시면서 동참을 하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고 해야 하겠다. 연지님도 한모금 드시기는 하는데, 그냥 안주만 먹기로 했단다. 막걸리보다는 포도주체질인 자신의 입맛에는 텁텁한 맛이
별로라고 해야 하겠다. 여하튼 (완벽한) 잡식성 남편을 둔 바람에 드실거 못드실거 골고루 맛은 보는 셈이다.



3. "찌리릭~! 삐삐빅~!! 목표물 발견"


언제나 그 자리에는 그 물건이 있었다. 바로 마이다. 마는 겉의 모습은 우엉과 비슷하지만 속의 육질은 전혀 딴판인
그 마를 두고 하는 말씀이다. 혹 마에 대해서 모르신다면 여하튼 가까운 시장에서 좀 알아보시는 것도 좋겠는데 대체로 봐서 전혀 모르지는 않으실
것으로 생각이 된다. 약명으로는 산약(山藥)이라고도 하는데, 수없이 많은 약초 중에서 약이라고 하는 글자가 들어가 있는 것도 거의 없지 않은가
싶은데(물론 과문한 탓이겠지만) 그 '약 중에서도 약'이라는 의미로 산약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약초가 많기도
하지만 특히 식용과 약용이 다 되는 것이 진짜 좋은 약이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상식으로 알고 계실 것이다. 마를 좋아하다 보니까 그 약성은
어떤지 궁금해서 한의학 관련 사전을 뒤적거려 보게 되는데, 일단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은 틀림이 없겠다.



'참마의 특징은 키가 2m 이상 자라는 다년초로 땅속 깊숙히 자라는 긴 근경인 마는 암수가 다른 포기로 여름에
흰색 또는 백록색의 수꽃과 암꽃이 이삭형으로 핀다.


근경의 수염뿌리를 따서 물에 씻은 다음 강판에 갈아서 간장, 술, 미림, 맛국물을 가하여 마죽을 만들고 뜨끈뜨끈한
보리밥에 얹어서 먹는다. 또 가는 대신에 은종이에 싸서 굽고 된장이나 간장을 찍어서 먹거나, 장방형으로 썰어서 초간장에 찍어 먹거나 김에 싸서
먹아도 좋다.


약용으로 본다면 포함되어 있는 녹말은 쌀이나 곡물류의 녹말과 달라서 생으로도 소화가 잘 되는 종류의 알파녹말이다.
또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아제도 풍부히 포함이 되어있고, 다른 식품의 소화도 촉진시킨다. 그러므로 이것을 그대로 요리하여 먹으면 강장, 소화촉진,
위장과 신장의 기능 향상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생약과 건강에서 발췌함'



이렇게 좋은 마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벗님들께도 한 수 일러드리려고 나섰으니 잘
참고하셨다가 삶의 건강에 도움이 되시기 바라는 마음이다.


좋은 약은 식품을 겸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실로 우리가 먹는 음식물 모두가 약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해도 되겠다.
다만 약은 약인데 독성이 거의 없는 것이 식용을 겸한다고 생각하신다면 뭔가 '삐리릭~!'이 오실 것이다. 그러니까 성분이 온순하면서 몸에 좋은
것들이 음식으로 대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좀더 약성분이 강한 것이라면 일단 그 음적(陰的)인 작용으로 약의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작용이 없는 음식은 가장 좋은 보약이므로 십전대보탕을 드시기 전에 이렇게 좋은 음식으로 식보(食補)를 삼으시라는
말씀을 드린다.



4. 마를 이용하는 법


마를 참마라고도 하지만 같은 내용으로 보면 되겠는데, 왜 참이라고 하는 말을 넣어야 하느냐고 한다면 실로 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물건들이 좀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겠다. 황마, 대마, 천마 등등의 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있다 보니까 참마라고 특별히
구분을 하겠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마라는 말로 통용이 되는 것으로 봐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 마를 얼마나 샀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20키로를 샀다고 할 참이고, 1kg의 가격은 주인을 만나기에 따라서 4천원에서 5천원 정도가 된다. 그러니까 깎으면 4천원이요 그냥
사면 5천원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되겠는데, 긴 뿌리 두 개 정도는 올라가는 모양이다. 이렇게 마를 듬뿍 사는 것은 두고두고 먹으려고 하는
것인데, 금산을 찾기는 마음을 내야 하고, 또 논산에서 구입을 하면 형편없는 품질에 가격은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도로 상황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연지님이 금산 길을 나서신 것도 그 이유가 한 몫을 한다고 해도 되겠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먹을 생각이 별로 없는 편이다. 주로 저녁 늦게까지 작업을 하기 때문에 늦잠을 자는 이유도
있겠지만 실은 이 마가 있어서이다. 그러니까 아침 8시 경이 되면 연지님은 우유를 넣고 믹서기에 간 마를 한 컵 가져다 주는 것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요쿠르트를 넣고 간 마를 한 컵 마시는 것으로 서로의 아침 일은 마무리를 하게 되는 것인데, 여기에서 우유와
요쿠르트는 왜 나오게 되었느냐면 그냥 갈면 너무 찐득찐득해서 갈리지도 않고 마시기에도 좀 불편해서 연지님이 생각을 해낸 비법(?)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리고 낭월이 여기에 해석을 붙이자면 열이 있는 사람은 우유를 넣고 습한 사람은 요쿠르트를 넣어야 한다고 하고 싶은데 이것이 의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되는지는 책임을지지 않을 작정이지만 모두 식품에 해당하므로 특별히 몸에 부담을 주지는 않으리라고 봐서 염려를 하지는
않는다.



5. 효능과 효과


원래 낭월이 약장사집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에선가 말씀을 드렸는데, 또 약을 팔게 되었으니 아마도
유전인가보다. 하하~


가장 좋은 효능은 변비이다. 연지님과 고모님이 다소 변비로 고생을 하였는데, 약 3일 정도 이렇게 마를
갈아드시고는 통변이 너무도 시원하여 더욱 마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의 생김새로 봐서도 미끌미끌한 것이 부드럽게 빠져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로 눈으로 그 효과를 본다면 주변의 고생하시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낭월의 심정을 익히 짐작하실 것으로 본다.
여하튼 마는 그렇게 변비에 좋은데, 특히 도시의 생활에서 육류 위주로 살아가시는 경우라면 더욱 심각한 고통을 발생시킬 것이고 대장암이 나날이
늘어난다고 하는 점을 감안하다고 해도 일단 마즙을 권하는 마음에는 상당한 공덕(공덕을 바라다니 쯧~)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없지 않다.
그만큼 배설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낭월은 변비로 인해서 고생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급해서 탈이라고 해야 할
모양인데, 마로 인해서 특별히 더 나빠지는 것은 없으니 오히려 피로가 쌓이지 않는 이면에는 이 마의 공덕이 있지 않은가를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이 정도면 대략 눈치 빠르신 벗님은 마를 사러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짐작 하셨으리라고 생각이 된다.


서울에는 경동시장에 가면 없는 마가 없는데, 동글동글한 마도 있고 길죽한 마도 있는데, 변비를 치료하는 목적이라면
길죽한 것이 더 시원하게 빠져나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긴 것을 권해 드리고 싶다. 물론 자연산 마도 있는데, 너무 비싸서 경제적이지 못하므로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구는 약전골목에 가면 되겠는데, 그 외에는 낭월이 아는 바가 없으니 나름대로 알아서 한번 구해 다 드셔보시라고 권하며
처음에는 효과가 의심스럽다면 1kg만 구해서 며칠 드셔 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실은 변비만이 아니라 위에도 좋다는 점을 생각하신다면 아마도
전국의 마 값이 치솟게 될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6. 마는 샀고......


목적이 달성되면 바로 뒤돌아 가시는가? 그렇다면 물론 손실이 크다. 늘 뭔가 새로운 것이 없을까를 생각하면서
기웃거리다 보면 의외로 반가운 보물을 만나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많이 느끼고 있는 낭월이다. 오늘은 무슨 보물이
있을까.....



우선 금휘를 데라고 갔으므로 약초상식을 좀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가르치면서 뭔가를 물어보고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자신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곤 하는 것도 부녀의 정을 돈독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벗님께서도 자녀가 있으시다면 한번 시도를 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가 참 아는 것이 많다는 것으로 인해서 더욱 부모를
신뢰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효과도 덤으로 생긴다고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기도 하다.


뭘 알려 주고 싶어도 알아야 알려주겠느냐고 하신다면 또한 염려 마시라고 할 참이다. 그냥 보이는 것 중에서 아는
대로 설명을 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고 의외로 아시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낭월이 금휘에게 설명을 해 줄 수가 있는 것도 실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구기자, 인삼, 도라지, 더덕, 연근, 우엉, 오미자, 쑥, 흑태-금은콩, 등등 대략 식용을 겸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오히려
밥상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좋겠고, 혹 이러한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도 모르고 계신다면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는 약왕보살(음식은
약이므로)의 본적을 알아보는 정도의 마음으로라도 대략 사전이나 관련 서적을 살펴보시는 것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하튼 인간은 먹어야 살고
먹다가 죽으니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 것인지에 대해서 실로 돈을 벌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의 100분의 1만큼이라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낭월이다. 여하튼 건강하서야 명리공부도 하시고 낭월학당도 방문을 하실 수가 있다는 것은 틀림이 없으니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해야 하겠다.



7. "별미 중의 별미 발견"


또 뭘 놓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낭월은 이 물건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고수'라고
부르기도 하고 '고수풀'이라고도 하며 그 외에 다른 이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미나리 비슷한 것이 독특한 향기를 품고 있으면서 이 황량한
겨울에 낭월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반갑기만 한 것이다. 중국요리에서도 빠지면 서운하다고 하는 향채도 이 채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성분은 몰라도 맛이 참 일품이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평가라고 생각을 하는데, 묘한 것은 이 냄새를 일명 '빈대
냄새'라고 해서 노랑내가 나서 싫다고 하는 말도 있으니 판단은 각기 나름대로 하시라고 할 밖에 달리 방법이 없겠다. 태국을 여행할 적에
동천선생과 식당을 가보니까 열심히 주방장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뭔가 특별한 요리를 주문하나 보다고 기대를 했는데, 뭘 주문했느냐니까 자신의
요리에는 이 고수를 빼고 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냥 눈물을 머금고라도 이 맛과 사귀는 것이 태국의 생활을 많이 편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입을 다물었던 것은 그렇게 이 냄새가 싫은 분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체질에서 거부를 하는 경우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낭월은 그렇게 이 맛이 좋을 수가 없다고 해야 하겠다. 어쩌면 더러는 풍뎅이 요리를 맛있게 먹는 레이더스의 장면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하하~


여하튼 반가운 겨울 손님도 금산장에 가면 있다는 것이 또 흥겹게 한다고 해야 하겠는데, 본김에 열댓다발 사도록
했다. 다행히 연지님은 몸에 맞으시는지 고수를 잘 드신다. 고수 에피소드를 한편 전해 드려야 하겠다.



- 고수 에피소드


아득한 옛날(벌써 그렇게 되었나?) 낭월이 나이 17세에 팔공산 동화사로 출가를 했는데, 당시에 생전 처음 보는
풀을 소쿠리에 담아 놓는 저녁 식탁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스님께서 눈을 부라리면서 감시를 하고 있었다. 왜 그러시는지 알아보니 그 고수를 먹지
않으면 중 노릇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받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도대체 얼마나 맛이 고약하기에 그 극성을 피우는 것인가 싶었지만 일장
연설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노릇을 하려면 여자가 그립지 않아야 하는데, 고수를 먹으면 양기를 말리는 식품이기 때문에 중노릇을 하는데
장애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먹어야지. 그래서 이를 악물고 한 젓가락 집어넣었는데, 그렇게 고약하지 않았다.
낭월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구역질을 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잔뜩 기대(!)를 하는 눈초리였지만 늠름하게 잘도 먹는 모습에서 그만 김이 샜던
모양이다. 스님이 물었다.



"박행자, 아무렇지도 않냐?"

"
예, 상당히 먹을 만 한데요. 맛있네요."

"
그래? 이상하다.... 나는 처음에 못 먹겠던데..."

"
아마 스님은 전생에 중노릇을 하지 않으셨던가 보네요."


스님이 하늘같은 줄을 모르고 던진 말이었지만 그 후에 그 일로 해서 보복을 당했다는 말은 하지 않을 요량이다.
고수를 보면서 문득 옛날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고수에는 그러한 성분이 있는지는 믿지 못하겠다. 어쩌면 치솟는 양기를
중화시켜주는 멋진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고, 노릿내라고 하는 것도 생각을 해보면 성적인 냄새라고 하는 점에서 오히려 양기를 돋구는
성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절의 고승들께서 젊은 스님들이 많이 먹지 못하고 자신들이 한 끼라도 더 드시기 위해서 지어낸 유언비어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문득 해보곤 한다.



8. 귀가


그렇게 해서 금산장 구경을 잘 하고 다시 감로사로 돌아 왔다. 물론 그날 저녁은 고수 무쳐서 밥을 비벼서
연지님이랑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장타령을 줄이도록 한다.



"금산장 구경 한번 가보세요~!"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