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준비한다는 것.... [獨白]
작성일
2000-11-12 00: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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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다는 것.....


제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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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다는 것.......  [獨白] (2000.11.12)


문득 눈 소식이 들린다. 입동이 지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연의 흐름은 그렇게 수 천 만년을 큰 변동 없이
흘러왔을 것이고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여러 가지 궁금한 생각에 뒤척여 본다. 비록 시계 바늘은 새벽 2시를 가르치고
있지만, 찌뿌듯한 날씨 탓인지 낮에 한 잠을 자 뒀던 인과의 빚을 갚느라고 그러는지 모처럼 명화극장을 한편 보고 났는데에도 잠이 오지를 않아서
컴에 전원을 넣는다. 오늘 본 영화는 '룸메이트'라고 하는 미국 영화였다. 시작은 별로 신통치 않게 전개되는 것 같더니 점차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폼이 만만치 않은 세상의 연륜이 느껴지는 각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언제부턴가 색다른 방향으로 흥미를 느끼곤 하는
것을 문득 문득 깨닫곤 한다.


영화를 볼 때에도 내용에 젖어들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서도 늘 그 틈바구니에서 '저 정도의 말을 하려면
아마도 50은 넘어야 하겠지....?' 라거나, 혹은 '작자가 저렇게 무게가 실린 말을 쓸 정도라면 적어도 60년은 더 살았을거야......'
라는 식으로 혼자 생각에 젖곤 한다. 그리고 그림을 봐도 과연 그 그림이 젊은 사람이 그렸다면 저렇게 단순하게 처리를 했겠느냐는 생각도 들고,
특히 날이 추워질 무렵이면 생각나는 세한도인가 하는 추사 선생의 그림 말이다. 그 그림에서 느껴지는 풍경은 그렇게 쓸쓸하면서도 호젓하고 또
의지할 곳이 없게 느껴지는 외로움의 시간을 겪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러한 그림을 그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더구나 외줄기의
난초 그림을 볼 적에는 그대로 선(禪)의 삼매에서 그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한데, 이러한 생각들이 어떤 기준을 놓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그때그때 문득 느낌이 들어서 그러한 생각을 해보곤 하는 것이다.



1. 열심히 산다는 것


늘 열심히 살아보시라는 말을 곧잘 하곤 하는 것 같다. 방문을 하여 삶의 애로점을 하소연하면서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하겠느냐는 질문을 퍼부을 적에는 아마도 세상 어디에도 자신의 곤경을 해결할 답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느 사이에 그 이야기 속에서 결론을 내리곤 하는데, 낭월이가 늘 생각하는
이야기 한 도막은 '모모'라고 하는 책에서 읽은 한 토막이다. 자세히는 기억이 날 턱이 없다. 그냥 대략 윤곽만 생각하는 것으로도 때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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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주머니가 열 여섯 개나 달린 커다란 코트를 입고 다닌다. 너무 커서 소매는 몇 번 접었으며 길이는 무릎을
가리고도 남을 정도였지만 모모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자신도 언젠가는 크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 코트가 좋은
것은 주머니가 많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하루는 방앗간 아주머니가 떡을 들고 모모를 찾아왔다. 모모는 그에게 별로 해줄 말이 없었다. 그 아주머니는 남편
때문에 속이 상한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모모도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아주머니의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아주머니가 잘 되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던 아주머니는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리고는 모모에게 고맙다고 하고는
총총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물론 모모가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은 아니지만 동네 사람들은 어렵고 힘이 든 일만 있으면 모모를 찾아오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모모는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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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개되는 내용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그냥 군데군데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들이 아직도 앙금처럼 가슴 한
켠에서 감동으로 남아 있었나보다. 벌써 이 책을 읽은 지도 24~5년이 넘었다보다. 그래도 참 묘하게 모모의 행복 찾아 주기는 아름답게 가슴속을
물들이곤 하는 기분이 든다.


실로 낭월이도 언제부턴가 이렇게 모모와 같은 상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가끔은 동업자(역학인)들이 혹
마음이 아픈 사람의 가슴을 여미고 고춧가루를 뿌리는 말을 하기도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곤 한다. 그래서 또한 덩달아 마음이 아픈 경우도 적지
않지만, 또한 각자의 인과려니 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어제는 몇 번 상담을 했던 젊은이로부터 밤중에 전화가 왔다. 그는 술이 온 몸의 신경을 적시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되는 음성이었지만 그래도 뭔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충분히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스님..... 접니다..... 밤늦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잘 하셨네요. 무슨 일이지요?"


"스님....."


"예. 말씀하세요."


"제가 사업을 해서 망했습니다."


"다들 하도 어려운 시절이니 조심해야 하겠네요..."


"가게를 팔아서 사업을 했는데, 다 망했습니다."


"어떻게 되었길래요....?"


"부지런히 노력은 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지요....."


"스님....."


"예. 말씀하시지요."


"어쩌면 이렇게 스님 말대로 됩니까?"


"낭월이가 뭐라고 했길래......."


"올 봄에 사업을 하겠다고 했더니 그러셨지요....."


"뭐라고요....?" 하면서 가슴이 철렁 한다. 이런 소릴 들을 때면....


"빚을 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조심해서 하라고요..."


"그런 것은 틀려도 되는데 그렇군요...."


"스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어기고 해 봤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


"이제 어떻하지요....?"


"..............."


"들어갈 집도 없습니다."


"..........."


"이거 너무 무례를 했네요. 그만 쉬시지요. 끊습니다...."


"도움이 못되어서 미안하네요."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편히 계십시오."


대략 정리를 한 내용이 이렇게 되었다. 그는 참 열심히 살아 보려고 동분서주를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가보다.
그리고 이 전화를 끊고는 또 상념에 젖게 된다.



과연 예언을 하고 조언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렇게 미리 나름대로 십 수년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언을 해 줬건만 그는 자신의 업대로 자신의 길을 가다가 그렇게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본다면 운명의 조언이 실로 도움이 되는
것이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고, 이러한 사례는 참 많기도 하다. 모두 지나간 다음에야 비로소 후회를 하는 것이니 이렇게 되고 보면
상담료를 내고 조언을 구한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면서 낭월이의 역할은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감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는 아무런 준비도 된 것이 없었다. 그냥 열심히 살면 운명의 흉한 암시 정도는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생각을 이 시대의 대부분의 지성들은 칭찬을 할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과연 어느 것이 잘하고 못하고는
구분이 되겠지만 또한 이미 지나간 일이고 한번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만이 그대로 자연스럽게 존재를 하게 되는 것이
어쩌면 참 현실은 연습이 없다는 실감이 절절하게 배여 든다.



우리는 늘 열심히 산다. 공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하는 일이 늘 열심이다. 그리고 미장공이든 어부든
군인이든 모두 자신의 삶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노력에서 자신들이 얻는 결과는 얼마나 흡족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부지런히 하노라면 좋은 결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즈음이면 또 장자의 우화가
떠오른다.



장자가 봄날에 후원 연못에서 노니는 잉어들을 보면서 말했단다.


"이야~! 참 한가롭고 즐겁게 노니는구나!" 그러자 옆에 있던 혜자가 말을 받았다.


"아니, 그대는 잉어가 아닌데 어떻게 잉어가 한가롭고 즐겁게 노니는지를 안단 말인가? 말이 되지 않는 말이네.
내가 보기에는 누가 먹이를 좀 주려나.... 하고 지나가는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아부하는 것으로 보이고, 또 자신을 해코지할 다른 동물이 없는가
하여 늘 눈알을 두리번거리면서 경계하는 것으로 보이네. 아무리 봐도 한가롭고 즐겁게 노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여보게 혜자, 내가 물고기가 아니라서 물고기의 마음을 모른다고 하였네만 자네는 또 어찌 나를 알아서 내가
물고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알 수가 있단 말인가? 세상의 모든 만물에는 다 그만한 감정이 있고 느낌이 있는 것이네. 그리고 그 느낌은
내가 얼마나 마음을 비우고 관찰하느냐에 따라서 실체가 보이기도 하고, 또 혹은 거짓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이라네."



뭐 대략 이러한 이야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실로 방문자들이 아무리 마음이 아픈 이야기를 하면서 티슈를
소모시키더라도 결국 그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말이다. 그의 느낌조차도 못 느낀다면 이미 상담사로써의 자격은 저 멀리
가버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보기는 한다. 그래서 장자님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모모처럼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려고도 노력을 하곤 한다. 물론 잘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력조차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늘 자신의 마음을 살피곤 하는
것이다. 노력을 하노라면 언젠가는 잘 되려니 하면서 말이다. 마치 모모의 자켓이 언젠가는 모모가 커지게 되면 몸에 맞을 것처럼 그런 생각을 문득
해보곤 하기도 한다.



사람이 늘 부지런히 노력은 하면서도 그 노력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또는 잘못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시도를 하다가는 성취도 하고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하게 되는 것이 또한 현실인
바에야......


그래도 노력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이 될 것인가는 모두가 갖는 공통적인
관심사인 모양이다. 그래서 늘 안다고 하는 사람에게 묻고 또 묻기도 하는데, 그렇게 조언자의 결론에 따라서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더 많다.



예전에 어떤 학자는 지구가 돈다고 했다가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 나라의 영토를 넓힌다고
목숨을 걸고 열심히 했지만 그 결과는 또 다른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는 결과가 되기도 했으니 과연 신이 있어서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지도 궁금하다. 그래서 과연 열심히 노력을 하면 결과가 좋으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낭월이는 그만 말을 더 하지 못한다. 그가 듣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너무도 뻔한데, 그에게 해줄 말은 노력을 한다고 다 잘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니 이것을 어찌 해야 한다는
말인지......



2. 열심히 하는 기준은.....


세상의 모든 것에는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들 그 기준대로 열심히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고, 군인은
군인대로의 기준이 있어서 전진을 할 것이고 학자는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한 소신이 있어서 줄기차게 노력을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낭월이도 자평명리학을 부여잡고 많은 시간을 씨름하곤 하는데, 또한 각자의 살아가는 모양이려니..... 하고 스스로 만족해하거나, 혹은
안타까워 하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이 이렇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늘 기준이 있기 마련이어서
나름대로 자신의 기준이 정확하기만을 바라게 되겠지만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기준이 틀림이 없는 진리가 되느냐는 것은 아무도 확신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누군가가 낭월이에게 비난을 하여 가로되, '그렇게 자신도 없고 무능력한 이론으로 고집을 부리지 말고 자신의 확실한 이론을
수용하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말을 들으면 즐겁지는 않다. 그가 자신의 이론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그 만큼 낭월이도
자신이 궁리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헤아리지 못하는 학자였던 모양이다.


그도 열심인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그가 하는 열심은 옳고 낭월이가 하는 열심은 허사일지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누가 그것에 대한 결론을 내린단 말인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의 주장이 옳으니 낭월이는 그만 손을 들고 자신에게 머리를 숙이라고 하는 투의 강요 아닌 비웃음을 던지곤 유유히 사라졌다. 어쩌면 그는
오만하게 느껴지는 낭월이를 한 대 먹였다고 기분이 우쭐해져서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침방울을 튀기면서 자랑스럽게 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낭월이보다 더 옳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낭월이는 이 점은 알고 있다. 과연 내가 아무리 정확한 결론을 내려 주더라도 방문자는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모모의 상담이나 장자의 마음 헤아리기에 대해서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있는
이즈음에 와서는 더욱 그러한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잘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가고 그에 따라서
인생도 늙어간다....... 이렇게 낙엽 지는 초겨울의 문턱에서.........



3. 죽음에 대한 준비는......


몇 달 전에 하산을 한 학생 한 분이 있다. 그는 입산을 할 적에는 낭월이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물론 하산하기 3일 전에 낭월이에게 들려 준 이야기를 듣고서 알게 되었다. 그는 다른 선생에게서 적어도 4년여를
자평명리학에 대한 공부로 시간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기준이 잡혀 있었고, 그 기준에 의해서 사주팔자를 살피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낭월이의 심리편을 보고서 마음이 조금 동했다고 한다. 그가 의지하던 스승님의 말씀을 들어봐서는 낭월이는
나이도 어리고 보는 것도 허술하고 또 정확성도 없고 억부(抑扶)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는 고집불통의 땡땡이 화상이라고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심리분석을 하는 내용은 자신의 마음에 뭔가 집히는 바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감로사를 찾았던 것이다. 사주에 대한
실력은 그대로 무시를 하고 귓가로 흘려 들으면 그만이다. 자신보다도 더 허술할 것이다. 다만 심리분석을 하는 것에 대해서만 한달 정도 배워서
나가면 자신의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찾아 왔다고 한다. 대체로 직접 들려주신 이야기들이다. 그의 나이도 이미 60세를 바라다보고
있는 연륜이었으니 나름대로 지견이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루하루 공부를 하면서 과연 자신이 그렇게도 믿고 있었던 기준이 뭔가 잘못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츰차츰 그렇게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을 하더니 언제부턴가는 뭐가 뭔지도 모르게 되면서 감로사에 온 것을
후회하게 되었지요. 괜히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으로 생각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묘하게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로 맑아지는 느낌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뭔가 부분적으로 도막이 되어서 나뒹굴던 자연의 모습들이 점차로 한 줄에 꿰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감로사에 오기를 잘 했습니다.... 특히 죽음을 생각하는 것에서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로 이 나이를 먹으면서도 전혀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할 일도 없고 하기도 싫었지요. 그런데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큰 충격이고 사건입니다. (이하 줄임)"



그 학생의 말씀에서 약간은 어떤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강의하는 틈틈이 낭월이는 죽음에 대해서 언급을
하곤 한다. 때로는 영혼의 문제나 그 외의 많은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을 한 것에 대해서 함께 의견을 나누곤 하는 도중에 아마도 그러한
느낌이 들으셨든가 보다. 물론 고맙게 들어 주시니 또한 낭월이도 고마울 따름이지만, 실로 중요한 것은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냐는 것이겠지만
궁극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죽음의 준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낭월이도 사람인 바에야 때론 젊은 혈기에 객기를 부리기도 할 것이다. 다른 젊은 학자들이 객기를 부리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낭월인들 그러한 면이 없겠느냐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러한 것은 젊은 혈기로 봐서 얼마든지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만 결과는
시간이 흐르면 규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의 생각으로는 누구와 더불어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그러한 기분이 들면서 옛 성현들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살다가 말없이 떠나가신 그 속사정을 약간은 짐작할 것도 같다. 어차피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
남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모두가 옳거나 혹은 틀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것을 규명하여 무슨 소득이 있겠느냐는 생각도 문득 들기도 한다.



주변에서 벗들이 자꾸만 사라진다. 마음을 주고 싶은 가슴이 따스한 벗들이 자꾸만 멀어져간다.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벗들을 보면서 과연 아직도 먼 뒷날의 준비물이라고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 있어서 될 일인지 더러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벗님은 죽음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셨는지 모르겠다. 어떤 모습으로 그대의 마지막 그림을 남겨둘 것인가.......



죽음 저 쪽에는 과연 무엇일 있을까?


그래서 준비를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물질적인 풍요가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경전이라도 많이 외워 둬야 할까....?


아니면 자신이 죽어서 들어갈 묘자리라도 봐둬야 할까...


아니면 죽고 나면 다 그만인가....


차라리 생명보험이라도 하나 들어두는 것이 가족을 돕는 길일까....


티베트 사자의 서에는 죽음에 대해서......


또 불경에는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또 다른 책에는 또 다른 죽음의 세상들이........


그 중에 과연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틀렸을까?


물론 죽어봐야 한다고 하겠지만 여기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혹시 모르므로 기도라도 많이 해둬야 할까?


과연 저 세상의 모습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글에 쓰여 있는 것을 다 믿어도 좋다면 어느 글을 믿어야 할까?


옛 말에는 '벽에 똥칠을 하고 살아도 이승이 좋다'는 말도 있던데.....


과연 저 세상은 그렇게 재미가 없는 곳일까?


끓는 기름가마는 과연 있을까?


.........................


참으로 궁금하고 또 궁금한 것이 저 쪽의 세상이다. 그리고 선현의 말씀으로는 이 세상에 살아가는 것은 단란주점에서
소주 한병 들고 노래 한 곡조 부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는데, 그 말이 예전에는 그냥 부지런히 살라고 하는 교훈적인 말일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과연 시간이 어쩌면 이렇게도 빨리 지나가는지 너무나 실감이 나는 현실적인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빠른 것인지 마음이 따라가질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과연 어떻게 살아야 죽음에 대한 준비를 잘 하는 것인지........



4. 준비 되셨는지요?


부디 이러한 것에 대해서 준비가 되셨다면 축하를 드립니다. 그리고 준비가 덜 되셨다면 또한 대단하신 일입니다.
적어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신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취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기 때문이지요. 여하튼 큰 성취가 있으시기를 빕니다.
다만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으셨다면 말이지요.....



적어도 이 겨울의 문턱에서 잠시나마 시간을 내어서 곰곰 생각해보시는 기회를 마련하심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그 순간에 많은 자유를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급하던 모든 삼라만상들이 잠시 속도를 늦추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요. 어쩌면
아예 시공을 초월해서 대자유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군요. 감히 그 정도야 바라겠습니까만, 그래도 그냥 무심코 천만년이라도 살 것처럼
약육강식의 소용돌이에서 휘말려 그렇게 아우성을 치다가 문득 안광낙지(眼光落地-눈빛 땅에 떨어질) 時에 후회를 하시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참 알 수 없는 삶이고 또한 죽음인가 봅니다. 여기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깊어 가는 밤........ 계룡산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