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제왕절개시간에 대한 유감

작성일
2000-10-15 00:00
조회
6092
제왕절개시간


제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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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시간에 대한 유감


오늘 한 통의 전화를 받고서 생각이 있어서 여기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고민하시는 벗님들께 올리는 의견이다. 이 의견은 낭월이 생각이기도 하지만 권유를 드리는 마음이 더 많다고 해야 하겠다. 그 연유에 대해서 이제부터 말씀을 드리겠거니와, 수술의 시간은 잡아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진행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으시기 바란다.

산모가 순산을 하여 얻어진 사주를 들고 와서 감정을 의뢰할 경우에는 별 부담이 없이 상담을 해줘서 별 무리가 없다. 그리고 이것이 원래의 자평명리학이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수술을 하여 출산하는 아이가 많아지면서 여기에 대해서 자평명리학도 본의 아니게 개입을 하게 되었다고 해야 하겠다. 요즘은 사주팔자에 별로 관심이 없는 여인도 자신의 아이에게 영향이 혹은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상담실을 찾기도 한다는 것을 오늘에사 알고서 문득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는 곤란한 것이다. 왜 그런가....?

 

1. 불안해하는 산모


 

며칠 전에 울산에서 전화가 왔다. 16일에서 20일 사이에 딸아이를 수술해야 하는데, 사주를 잡아달라는 것이다. 흔히 있는 일이라서 별로 다른 생각 없이 나름대로 심사숙고를 해서 가장 좋다고 생각이 되는 시간을 잡아줬다. 그리고 그 시간에 태어날 경우에 어떻게 성장이 될 것이라는 간단한 설명까지 붙여서 알려줬고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왔다는 것에서 일어나게 된다..

 

 

"스님,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스님께서
잡아주신 시간을 어머니께 말씀 드렸더니 어머니가 펄쩍 뛰시면서 다른 시간이 더 좋은데
왜 그 시간을 잡았느냐고 호통을 치시는 거예요.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아요. 스님 다시
한번만 죄송하지만 살펴봐 주시겠습니까?"


 

"그 시간이 언젠데요?"


 

"2000년
양력 10월 16일 10시라고 하네요. 이 사주로 잡으면 돈도 많이 벌고 잘 살수가 있는데,
왜 그런 시간으로 잡았느냐고 하도 걱정을 하셔서 사주를 잘 모르는 저로써는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네요. 사실 저희 부부는 공무원이고 사주에 대해서는 별로 믿지 않아요. 그런데 막상
내 아기가 일생 살아가는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하니까 사주를 봤는데, 이렇게 걱정이
되어서 또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떻게 되겠어요?"


 

 

아니,
기왕이면 사주를 믿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주를 업으로 연구하고
사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해서 아침부터 신경을 긁을 필요는 없었겠는데 아마도 아직
세상을 살아온 경험이 부족한 것이거나 남을 배려하는 관살이 없는 여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그냥 넘겼다. 물론 즐겁지는 않겠지만 지금 산모가 출산을 앞두고 예민해져
있을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해를 못할 것도 아니겠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그의 친정 어머니가
잡아줬다는 사주에 대해서 일단 검토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주를 적어 봤다.


 

 

여아


 


日 月 年


 


丁 丙 庚


 


未 戌 辰


 

53
43 33 23 13 03


 


辛 壬 癸 甲 乙


 


巳 午 未 申 酉


 

 

병술월
정미일 정도라고 하면 약하지 않다고 해야 할 모양인데, 을사시가 되면 충분히 강하다고
봐도 되겠다. 그래서 흐름을 타고 식신으로 흐르고 다시 제성으로 간다면 재물에 대해서
인연이 좋다고 하는 해석에는 일리가 있다고 봐도 되겠다. 다만 문제는 월간의 겁재이다.
이 겁재가 경금을 통제하게 되니까 재물은 자신이 수용하는 것이 아니고 겁재가 차지하는
암시가 포함이 된다는 것이 유감이라고 하겠고, 그래서 일지의 식신은 식신도 아니면서
결과는 남이 취득하게 되어서 속이 많이 상하게 될 암시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비교적
운은 양호하게 보여서 무난하다고 생각을 해서 그대로 쓸만하다고 판단이 된다. 그래서
어머니가 그렇게 원하신다면 그대로 해도 되겠다고 했는데, 이 산모는 낭월이가 잡아준
날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 것인지를 더 궁금해했으니 또한 설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000.10.18.진시


 

 


日 月 年


 


己 丙 庚


 


酉 戌 辰


 

53
43 33 23 13 03


 


辛 壬 癸 甲 乙


 


巳 午 未 申 酉


 

 

이번에는
일간이 기토로 잡혔다. 정화가 미토나 술토를 봤을 적에 과연 확실하게 왕하냐 약하냐를
놓고 나중에라도 왈가왈부를 하게 되면 또한 피곤한 일일 것이라고 하는 생각까지 하고서
앞의 시간을 그냥 넘겼는데, 이 경우에는 누가 봐도 상당히 왕성한 사주라고 할 것이고
그 용신에 대해서도 틀림이 없는 일지의 식신이 되는 것이라고 해서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재성이 없다는 것인데, 실로 토가 많은 상황에서 재성이 있는 것도
어쩌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년간의 상관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병화가 역할을 달리 한다는 것도 훨씬 조용하다. 왜냐면 앞의 16일 사주에서는 그대로
병화가 겁재가 되어서 재물을 겁탈하는 도둑으로 옆에서 기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반해서
이번에는 정인으로 오히려 상관을 제어하는 일을 맡고 있으니 이것도 좋은 배합이라고
생각을 했다. 물론 재물이 없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자신의 능력인 식신이 있다면
앞으로 이 아이가 성장을 하여 맞이하게 될 세상의 풍경은 아마도 식신이 아니고서는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고 식신 하나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잡아 놓은 시간인데 재물을 들고나오니까 낭월이도 그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하는 터이므로 어머니가 받아 오신 시간으로 수술을 하라고 했던 것이다.


 

 

"스님이
잡아주신 사주가 되면 뭘 하고 사나요?"


 

"아마도
교육자의 방향으로 가능할 겁니다."


 

"그러면
어머니가 잡아온 사주는요?"


 

"아마도
사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둘
다 장단점이 있지요. 16일로 하면 재물은 있으니 밥을 먹는데는 지장이 없겠지만 아마도
재물의 절반은 남에게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풍파가 있을 것이고 여자 사주에서
풍파의 암시는 없느니만 못하다고 하겠네요. 반면에 낭월이가 잡아드린 사주는 학자나
전문가의 사주로 풍파가 없이 안전운행을 하게 됩니다. 결과는 산모가 선택할 것이지만
이렇게 각기 다른 차이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럼
스님이 잡아준 날로 해야 하겠네요."


 

"그리고
기왕 마음을 정하면 흔들리지 마세요. 산모가 그렇게 흔들리는 것은 아기에게도 해로울
겁니다."


 

"고맙습니다.
또 연락 드리지요."


 

(속으로만)
"또 연락은 뭐하러 할라꼬~!"


 

 

2.
자평학자의 책임


 

 

여기에서
전화를 끊고 곰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결국 그 아이는
태어나서 잘 살거나 못살거나 날을 잡아준 학자에게로 화살이 돌아오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잘살게 된다면 사주쟁이로 인해서가 아니고 자신들이 교육을 잘 시켜서 그렇게
되었다고 할 가능성이 거의 99%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해서 사주쟁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일정의 여유가 2일이나 3일밖에 없을 경우 극히 제한된 공간에서 사주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여하튼 그 중에서 사주를 잡아 줘야 하는데, 지금 당장이야
그러한 연유가 되겠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나중에 그 아이가 성장하여 진로 적성이라도
보려고 어딜 찾아갔을 경우까지 생각을 해보자. 그 어머니는 자랑스럽게 낭월스님이
사주를 잡아 줬다고 할 것이고, 혹 다른 유명인에게 의뢰를 했을 경우에도 그렇게
말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사주를 접한 사람이 보기에 그 사주는 별 수가 없는 사주라고
한다면 또한 뭐라고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더욱 곤란해진다. 비록 지금 당장이야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서 사주를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렇겠다고
수긍을 하지만 그때에는 또 뭐라고 할 것인지도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겠다는
것이다. 너무 확대해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기 바란다.


 

그런데
말이다. 인생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 그렇게 간단한가? 세상을 사노라면 때로는 궂은 일도
겪게 되고 또 때로는 방황과 갈등도 하는 것이 정상인데, 그때마다 그 어머니는 사주쟁이를
의심할 것이 너무도 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 문득 모골이 송연해 지면서
과연 이 짓은 할 것이 못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벗님도 생각을 해 보시라,
과연 일생을 두고 사주를 잡아 줬다는 것 하나로 인해서 그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살아야
한다면 과연 그 짓을 누가 하겠는가 말이다. 이거 참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진작에 몰랐던
것을 후회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만약에 아이가 납치라도 되거나 불치의 병이라도 걸린다고 생각을 해본다면 이것은 과연
소송을 하려고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낭월이가 지금 너무 확대해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으나 혹 벗님이 이미 프로로 업을 하고 계신다면 신중히 생각을
해보실 것이다. 아마추어는 모르는 고민이 프로에게는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전문가로써 일생 욕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고민스러운 장면인 것이다.


 


산모도 틀림없이 나중에 아기가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낭월이가 잡아준 것과 어머니가
잡아온 사주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 만약 낭월이가 잡아준 시간에 수술을 할 경우를 생각해
보면 아이가 곤란을 겪을 때마나 어머니가 잡아준 시간에 수술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을 하실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물론 어머니가 잡아준 날에 수술을
하더라도 같은 현상이 생길 것이다. 이것은 여하튼 찝찝한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다 감수하면서라도 그 아이의 사주를 좋게 잡아줘야 한다는 불타는 사명감이
있는 경우라면 또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렇게 해준 보람은 없을 가능성이 가장 많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체로 남을 원망하기는 쉬워도 스스로 수용을 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인심이라는 것을 자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3.
"제왕절개 시간을 잡아주지 맙시다."


 

 

이렇게
캠페인이라도 벌리고 싶은 마음이다. 과연 무엇을 위해서 시간을 잡아줘야 하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아기는 자신의 전생 업과 연관해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제왕절개로
낳는 시간이 과연 운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고,
아마 앞으로도 확인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일로 인해서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과민반응을 보인 것일까?


 

 

어느
시에 태어나든 아기는 태어날 것이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사주를 들고 상담을 하러 온다면
잘 보거나 말거나 그 아기가 살아가는 것은 사주쟁이의 탓은 없을 것이라는 꾀가 발동하게
되기도 한다. 자신의 업장이라고 생각을 할 정도라면 또한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낭월이의 조언이 참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해 본다.


 

이제는
수술 시간은 잡아주지 않을 참이다. 물론 낭월이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정다운 사람이라면
싸움을 해서라도 낭월이가 시를 잡아줄 것이다. 그러나 그냥 상담으로 들어온 것은 이제부터는
사양을 해야 하겠다. 자연의 순서를 어기면서까지 욕먹을 가능성이 있는 일에 대해서
개입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