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대화

작성일
200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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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대화


첫번째 이야기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라고 하면서 전해지는 내용에 낭월이가 가끔 생각하는 내용이 있다. 어느 도를 연구하던 젊은이가 있었는데, 그는 늘 이 땅이 언제부터 있었는지가 궁금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궁리하고 고민하던 끝에 스승을 찾아가서 질문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제자: 스승님 이 땅은 언제부터 있었나요?

스승: 넌 몇 살이냐?

제자: 스물 다섯입니다.

스승: 이 땅은 25년 전에 생겼느니라.

제자: ???




 

자, 여기에서 이제는 벗님이 생각을 해볼 차례이다. 과연 이 스승의 답변에는 문제가 있었는가? 아니면 제자가 잘못 물었는가? 그도 아니면 두 사람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가 하는 점을 생각 해볼 수가 있겠는데, 어떻게 생각 하실는지....? 다음과 같이 분류를 해본다.

1) 지구의 역사는 적어도 30억년 전이라고 해야 하는데, 그 스승은 자신의 모르는 것을 얼버무리느라고 그렇게 답했으니 제자를 속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쁜 스승이다.

2) 제자가 잘못 물었다. 자신의 길이나 찾을 일이지 엉뚱하게 지구의 역사는 알아서 뭘 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스승은 쓸데없는 곳에 신경을 쓰지 말라고 간단하게 답이 아닌 답을 내린 것이다.

3) 스승과 제자가 모두 틀렸다. 지구가 만들어 진 것을 궁금해하는 것은 좋지만 스승은 지구과학이 전공이 아니다. 그러니까 지구의 생성에 대해서는 묻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스승도 그렇다. 자신이 비록 전공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모르면 모른다고 했어야 하는데, 과연 그의 답변은 옳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제자를 속인 것이니 또한 올바르다고 하지 못한다.

4) 스승이나 제자가 모두 잘못이 없다. 제자는 당연히 모르는 것은 물어야 한다. 스승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스승도 제자가 묻는 것에 대해서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방편으로 제자를 깨우쳐야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역사가 25년 되었다는 것은 과연 정답이냐고 한다면 그것은 벗님이 생각을 하시기 바란다. 좀더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두번째 이야기

여기 또 다른 유사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시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역시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이고 이 내용은 라즈니쉬의 강의록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이 제자는 지구의 역사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라, 지구가 어떻게 생겨먹어서 존재하는 것인지가 더 궁금해서 견딜 수거 없었다. 역시 스승에게 질문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제자: 스승님 이 땅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스승: '브라만'이라고 지구의 신이 들고 있지.

제자: 그래요? 그럼 그 브라만은 또 누가 받치고 있나요?

스승: 그야 네 마리의 거대한 코끼리가 받치고 있단다.

제자: 그러면......

스승: 왜?

제자: 그러면 그 네 마리의 거대한 코끼리는 또 누가 받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요....

스승: 걱정할 것이 없단다. 또 다시 거대한 네 마리의 코끼리가 받치고 있거든.

제자: ???




 

 

이 이야기대로라면 이미 지구는 독립된 하나의 존재라고 하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우화라고 한다면 다 믿을 것은 없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 제자도 역시 궁금증이 사무쳐서 스승에게 참으로 진지하게 물었는데, 스승의 답변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하다. 일일이 예를 들 필요는 없겠고, 벗님의 생각만 정해 보시기 바란다. 마지막 대화의 제자의 답에는 물음표 세 개로 처리를 한 것은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이다. 왜냐면 많은 제자들은 스승의 그 말에 대해서 또 다시 많은 질문이 쌓일 수도 있을 것이고, 그대로 답변이 되었을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때로는 답이 없는 질문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답을 해줄 사람이 없는 질문이 될수록 더욱 그러한 욕구는 강하게 존재하게 됨을 느낀다. 이러한 점에서는 아마도 벗님의 경험도 그러하리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답이 없는 질문을 쫓아서 헤맨 결과로 운명의 사슬에 대해서는 약간의 답을 얻기도 했다고 하겠다. 실로 이 운명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기에 따라서는 의문 덩어리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




 

세번째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는 낭월이가 만든 작품이다. 말이 된다면 나중에 벗님들도 제자를 가르치실
적에 응용하셔도 되겠고, 더 멋진 답이 있다면 게시판으로 알려주시거나 메일로 가르침을
주셔도 고맙겠다.

예전에 낭월이라고 하는 놈이 있어서 당시 자평명리학의 대가인 임철초 선생에게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늘 근원적인 질문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승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궁금증이 날로 늘어만 갔다. 그래서 하루는 스승님의 방문을 두드렸다.

낭월: 스승님 계신지요?

철초: 그래 누꼬.

낭월: 예 제자 낭월입니다.

철초: 그래 들어 온나 무신 일고?

낭월: 궁금한 것이 풀리지 않아서 여쭙고자 합니다.

철초: 그래 말해보거라. 뭔데?

낭월: 과연 운명이 정해져 있습니까?

철초: 그~럼, 정해져 있고 말고.

낭월: 그 운명이 왜 정해져 있습니까?

철초: 그야 모년모월모일모시에 태어난 사주팔자에 의해서 정해졌지.

낭월: 그러면 그 사주 팔자에 의해서 부귀빈천과 영고성쇠가 모두 정해진 것인가요?

철초: 그렇고 말고~! 당연한기라. 헐헐헐~!

낭월: 그럼 단지 그 시간에 태어났다는 것 만으로 그러한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그 이면에 다른 각본은 없었을까요?

철초: 무신 말이 하고 싶은기고?

낭월: 아니 그게 말입니다요. 적어도 전생에 죄를 져서 그렇다거나 혹은 복을 지어서 그렇다는... 뭐 그런 것이라도 있어야 논리성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철초: 난 모른다. 그 질문은 석가에게나 가서 해봐라.

낭월: 스승님도 모르시는 것이 있나요?

철초: 나는 모르는 것이 있다기 보다는 쓸데없는 것을 알고 싶지 않을 뿐이지뭐.

낭월: 그러면 좀 무책임하지 않으신가요?

철초: 무책임은 뭘.... 니는 그걸 알아서 뭘하겠노 말이다. 알면 무신 신통한 수가 생길 것
같기라도 하나? 이 멍청아. 생각을 해보마 니 질문이 얼마나 골치아픈 것인지 모르겠나?

낭월: 그래도 알 것은 알아야지요.....

철초: 그야 니 맘대로 하거라. 그런데 말이다. 니가 만약 어떤 사람이 '사주팔자가 왜 길흉화복이 다릅니까?'라고 물으면 행여라도 '그야 전생의 죄와 복에 따라서 결정이 나지요.'하는 멍충이 답변은 하지 않는기 좋을기다. 와 그런고카마 말이다. 그 사람은 다시 '그럼 전생이 있습니까?'하는 질문을 하게 될끼고, 그라마 니는 또 '그렇지요.'라고 할 수 밖에 없는기라. 그렇지 않으면 앞에서 한 말이 거짓이 되기 때문이제 맞나?

낭월: 그야 그렇습니다요....

철초: 그리고 그 전생을 확인하고 증명시키기 위해서 또 불경을 끌어넣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전생에 대해서 그렇게 큰 관심이 없는기라 그런 상태에서 쓸데없이 긁어부스럼을 만들어서 고통의 답변을 찾을 필요가 없는기라. 만약에 더러븐 놈을 만나서
시비라고 걸게 된다면 참말로 피곤하데이.

낭월: 그래도 알 것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철초: 그야 니 맘이지만. 내사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기라. 와 그런고 카마 전생이 과연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는기라. 그냥 아는 것이라고는 사주팔자가 생극제화에 적합하면 길한 사주이고 다시 운이 적절하게 흘러가주마 살만 한기라. 이것은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가
증명을 해주고 있으니 답을 못할 이유가 없제. 또 사주가 좌충우돌에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면 흉한 사주이고 운에서 그 흉함을 해결하면 평범한 삶은 살아갈 수가 있다고 하는 것도 아는기라. 이것도 역시 무수히 많은 사람의 삶에서 확인이 가능한기라. 그 외에
달리 궁금한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기라. 이게 내 생각이다만 니 궁금증은 누가 채워줄꼬... 쯧쯧쯧~!

낭월: .......

철초: 더 물을 것이 없시마 그만 나가 보거라 나는 잠이나 한 숨 잘끼다. 이따가 저녁 묵을
때까정 일어나마 저녁 주고 그렇지 않으면 니 혼자 묵고 자거라. 쿠~울, 쿠~울.

스승의 방을 나온 낭월은 곰곰 생각을 해 봤지만 스승의 답변은 도무지 미적지근해서 속이 시원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밤새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하고 고민을 하다가는 다음날 아침에 스승이 산보를 나가는 길에 따라 붙었다. 물론 어제의 궁금증에 대한 공격을 해볼 작정이었다. 스승이야 그 소식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날이 좋다고 깡충거리면서 좋아하였다.

낭월: 스승님 기분이 좋으시지요?

철초: 그래 억수로 좋네 인자 가을인기라.

낭월: 이렇게 더운데 가을이 느껴지시나요?

철초: 이놈아 달력이라도 보거라 입추가 벌써 열흘 전에 지난 것도 모르고 있더나?

낭월: 과연 가을이 보이십니까? 어제는 대구에 35도 대전에 32도 였답니다. 무슨 가을입니까. 그대로 한 여름일 뿐입니다. 입추는 과연 있는 것입니까?

철초: 니 와그라노? 옳거니~! 어제 질문한 것에 대해서 답변을 잘 하지 않았다고 시비 거는기제?

낭월: 전혀 그렇지 않다고는 못하지요......

철초: 그래 좋다이기라. 뭐든지 물어봐라 내가 다 말해 줄 모양이니.

낭월: 그럼 다시 묻습니다. 과연 가을입니까?

철초: 그래 이미 열흘 전부터 가을이니라.

낭월: 그런데도 이렇게 뜨겁습니까? 가을은 서늘한 것이 제 성질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가을이라고 한단 말인가요. 절기는 올바르게 만들어진 것인가요? 어째서 경진년 8월 8일 인시에 입추가 되느냔 말입니다. 누가 그것을 봤습니까? 스승님은 보셨습니까? 왜 말씀을 못하세요? 속시원하게 답을 해 주시란 말입니다. 제자는 이것이 궁금해서 미칠지경입니다. 과연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합니까?

철초: 아따~ 그놈 참 어지간히 보채네....

낭월: 혹시.... 스승님도 그 것에 대해서는 모르시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시지요. 빙빙 돌려서 제자를 골탕먹이지 마시라는 말입니다. 왜 자꾸 말씀을 회피하시냔 말입니다.

철초: 이놈아, 숨이나 좀 쉬자. 내가 이바구(이야기)를 해주꾸마.

낭월: 부디 그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어서요~

철초: 내가 열흘 전 그러니까 8월 8일 축시에서 인시로 들어가면서 느낀 것인데 열기로 인해서 이불도 없이 잠이 들었다가 새벽바람이 서늘함을 느끼고서 잠이 깨지 않았더나 그래서 우짠 일인가 싶어서 달력을 보니까 바로 그 시간이 가을로 들어가는 입추였던 기라 그러니 옛 어른의 말씀은 참으로 옳다고 생각을 하고 혼자 웃지 않았더나 이제 믿겠제?

낭월: 지금 스승님은 답변이 궁하셔서 둘러대고 있다고 하는 생각만 자꾸 강해지려고 합니다. 그걸 누가 증명합니까? 제자는 이미 강호에서 스승님을 존경하고 가장 믿는다고 큰소리를 쳐 놨는데, 지금 그 말씀을 강호에 알린다면 스승님이나 낭월이는 모두 똥금에 매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걱정되네요. 만족스런 답이 아닙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서 누구라도 그 말씀을 들으면 과연 그렇겠다고 믿어질 내용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철초: 그러세, 그럼 내 말에서 뭐가 잘 못 되었는지 물어보시게나.

낭월: 왜 하필이면 인시에 가을의 기운이 들었으며 그 기운은 왜 스승님만 느끼고 제자는 못느꼈습니까? 이것부터 설명을 해주시지요.

철초: 그야 넌 곰이고 난 도인이니까 그렇지. 원래가 세상의 진리는 아는 놈만 알게 되어 있거든 이 말은 알겠나?

낭월: 그야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모시고 살았던 경봉대사 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고 몸소 보여 주셨지요. 그 말씀은 옳습니다. 아무도 탓하지 않겠네요. 그럼 다시 묻습니다.

철초: 맘대로 물어보라니까.

낭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더운 이유를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스승님이 느끼셨다는 그 서늘한 기운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철초: 그야 이유가 있지~

낭월: 부디 그 이유를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목이 많이 늘어졌습니다. 궁금해서 말이지요.

철초: 넌 말이다.....

낭월: 예 스승님.

철초: 여인이 아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이 있느냐?

낭월: 그럼요. 제 아내가 큰아들을 낳을 적에 옆에서 모두 지켜봤습니다. 과연 아이는 어떻게 산도를 통과하여 세상에서 첫 울음을 우는지가 매우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탯줄까지 잘랐지요. 아들은 칼로 자르고 딸은 가위로 자른다면서요? 그래서 칼로 자르고 꼭꼭 묶기도 했습니다. 근데 그게 왜요?

철초: 그래 잘 했다. 그럼 니 각시가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아이가 생겼다고 하는 생각을 했냐?

낭월: 그야 아니지요. 이미 열달 전에 임신을 했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다 그런 것이 아닌가요?

철초: 과연 열달 전에 임신한 것을 알았느냐?

낭월: 그렇지요.... 아니... 임신 3개월 후던가......

철초: 아마 그럴기다. 처음에는 알 수가 없제.

낭월: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괜히 주제를 흐리고 계신 것으로 생각 되네요. 오늘은 낭월이 칼을 갈았기 때문에 절대로 그냥 도망가시진 못합니다. 애초에 작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철초: 녀석 이야기하는데, 초치고 자빠졌네... 그만 치아뿔라.....

낭월: 죄송합니다. 열정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철초: 그럼 계속하꾸마. 그렇게 아기가 임신한 것을 어떤 사람은 칠팔개월이 되어서야 알기도 하고, 지난 여름엔가 어떤 중학생 여자아이는 '화장실에서 변을 보다가 아기가 나온 것을 보고 임신했구나' 했다는 말을 신문에서 봤는데, 그렇게 낳고 나서야 알기도 하는 것이니라.

낭월: 그렇다면.....

철초: 인자 쪼매 감이 잡히나?

낭월: 그러니까, 酉月이나 戌月이 되어야 가을이 온 것을 아는 사람도 있고, 입추가 되자마자 가을이 온 것을 아는 사람도 있다는 뜻인가요?

철초: 그런 때는 그래도 곰은 아니구만.

낭월: 그런데 입추가 되자마자 아는 것은 마치 임신한 그 순간에 알아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가 있겠는데, 과연 그 비유는 적절한 비유일까요? 바로 알아차릴 수가 있을까요?

철초: 정말 못말리는 의심덩어리구나. 알고 말고지 이놈아.

낭월: 그게 믿어지지 않습니다요. 아무래도....

철초: 만약 관상에 도가 튼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은 한번 얼굴을 척 보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현 상황을 모두 알아차리고 몸이 어디가 아픈지도 알아 낼 수가 있다고 하자.
그럴 수도 있겠지?

낭월: 그야 물론이지요. 찰색(察色)이라고 해서 빛을 본다고 하더군요. 듣기만 했습니다만...

철초: 그 말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러한 관상을 아는 사람이 보면 임신을 한 그 순간에 얼굴의 자녀궁에서 황색의 윤택한 기운이 감돌게 되는데, 사람들은 그러한 것을 모르고 색이
좋아졌다고만 하지. 다만 아는 사람은 자녀의 궁에 비친 그 길상을 보고서 바로 알아차리지.

낭월: 말씀이야 그럴싸합니다만, 과연 그렇게 바로 색이 나타날까요?

철초: 나타나고 말고지 넌 체하면 얼굴이 하얘지는 것을 모르냐? 그와 같이 임신을 하면 벌써 그 순간부터 여인의 몸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생기게 되고 그러한 변화가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그래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즉시에 알아내는 것이지.

낭월: 그 참... 신기하네요.

철초: 근데 신기할 것도 없지.

낭월: 스승님은 모르시니까 질투하시는 모양이네요.

철초: 예끼 이 놈아.

낭월: 농담입니다. 근데 왜 신기할 것이 없나요?

철초: 누구나 많은 시간을 두고 얼굴을 보노라면 그러한 것이 보이게 되어 있다는 것이지 즉 자연의 현상을 오랜 훈련을 동해서 읽게 되는 것이기에 신기할 것이 없다고 하는 거이라네, 자네는 사주로 그 사람의 길흉을 아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하는가?

낭월: 아뇨, 그대로 자연의 이치를 대입해서 읽을 뿐이니 신기할 것이 없지요. 아하~ 그래서 신기할 것이 없다고 하신 것이군요.

철초: 이제야 뭔가 통하는 것 같구만.

낭월: 그러니까 스승님은 기운에 밟아서 인시가 되자마자 바로 가을의 기운을 읽으신 것이고, 낭월이는 둔해서 낙엽이 진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가을이 된 것을 알게 되는 것으로 생각을 하면 되겠군요.

철초: 낙엽이 지면 이미 가을이 아니고 겨울이야 이 멍청아~!

낭월: 하하하~

철초: 허허허~

 

벗님.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입추가 지난지 열흘만에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