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귀신타령 (구병시식 경험담)

작성일
2000-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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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타령(구병시식 경험담)

 


제63화-
귀신타령(구병시식 경험담)




날도 더운데 혹시라도 족태양방광경으로 찬물이 한 줄기 뻗쳐 올라갈 일이 생기려나(등골이 써늘할 일) 싶어서 엇그제 들었던 이야기와 경험담을 생각해서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한다. 내용은 있는 그대로이며 각색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점을 말씀드리고 결론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에 맡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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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일화 - 낭월이 경험담



절에서는 영혼을 천도하는 일이 가끔 발생하는데, 불공의 의식에 따라서 영혼을 위로하고 나아가서는 어리석음을 깨닫고 지혜를 얻어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우라는 법문이 포함된 염불을 하게 되는 절차가 있다. 이를 일리서 '관음시식(觀音施食)이라고 부른다. 물론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방식으로 늘 권하는 시식이기도 하다. 여기에서의 누이와 매부는 영혼과 자손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 요인은 귀신이 말을 잘 듣지 않을 경우에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다소 강압적인 시식도 있는데, 그 이름은 구병시식(救病施食)이라고 부르는데, 사람이 귀신의 방해를 받아서 백약이 무효이고 고통이 끊이질 않을 경우에 시행하는 것으로 이것은 사람만 좋고 귀신은 불리한 방법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특히 귀신에게는 등따숩고(사람의 체온에 의지해서 살아가므로) 배부른(사람이 먹는 음식의 곡기를 흡수하므로) 행복한 보금자리를 빼앗기느냐 마느냐 하는 긴박한 순간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반발도 상당한 것이 간혹 이야기로 들리고 있음을 생각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을 하신 스님들은 구병시식에 대해서는 시행하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물론 낭월이도 귀신에게 악담을 해야 하는 일이 별로 즐겁지는 않아서 웬만하면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데 혹은 아무리 봐도 귀신의 장난으로밖에 볼 수가 있다는 결론이 나면 마냥 모른척만 할 수도 없어서 시행을 할 경우가 있다. 그래도 여간해서는 할 마음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귀신이 그 몸에 의지하는 것에도 그만한 인과의 법칙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스스로 귀신의 장애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것인데, 사람의 의지력이 때로는 무력할 경우가 많아서 귀신이 울타리를 치고 있으면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여하튼 이러한 경우에 시행하는 것이 구병시식이며 내용은 귀신을 협박하는 글로 되어있다는 것만 참고하시면 되겠다.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감로사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 상당한 규모의 암사가 있고, 그 절의 스님은 인연이 많아서 가끔 급할 적에는 일을 도와드리고 약간의 수고비를 받아 오기도 하는 인연인데, 그 날도 구병 시식이 있으니 좀 오라는 것이다. 물론 용돈이 아쉬운 상황에서 사양을 할 처지가 아니었고 그래서 정해진 저녁에 방문을 했고, 처음에는 부처님전에 위로겸해서 달래면서 좋게 말을 할 적에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정도의 어름장도 놓게 되면서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어둠이 깃든 시간에 축귀장(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을 시행할 방)에 내려가서 본인인 할머니를 옆에 앉혀 놓고 스님은 염불을 하기 싫으신지 그냥 주변에서 지원만 해주시기에 혼자 염불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중반전을 넘기고 귀신에게 어서 먹으라고 하는 순서의 내용이 진행되는데,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져서 무슨 일인가 하고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떴더니 좀전까지 가만히 앉아 있는 할머니가 일자로 뻗어서 누워있고 아들이 옆에서 정신을 차리라고 흔들고 있었다.


내용을 알아보니 그 할머니는 일생 몸에 귀신이 붙어서 함께 살았는데, 늘 시름시름하고 백약이 무효이며, 꿈자리도 사납고 해서 늘 고통스럽게 살아 아왔는데, 아들이 그 내용에서 귀신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스님과 의논을 해서 천도를 시켜 주시고 하였더란다. 그런데 그냥 천도만 해서는 귀신이 도무지 떠날 마음을 갖지 않아서 최종적으로 극약처방을 하기로 했고 그래서 낭월이가 부름을 받았는데, 일단 귀신에게 마지막 성찬을 먹으라고 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할머니는 기절을 해버린 것이다. 물론 낭월이로써는 그러한 장면은 처음 봤기 때문에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난감했는데,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고, 이 주지 스님은 귀신 다루는 데에는 도가 트신 모양인지 그냥 빙그레 웃으면서 가만두라고 한다. 흔들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낭월이보고도 염불을 그만하라고 중지시켰다. 그리고는 그 아들에게 하시는 설명이 대략 이러했다.



"모친은, 하도 오래도록 귀신의 지배를 받아 왔기 때문에 귀신이 빠져나가기를 거부하고 있는 현상이다. 그리고 막상 빠져나간다고 해도 그 빈자리를 메꿀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봐야 하겠다. 그래서 오늘 내용을 볼 적에 성급하게 서둘러서는 자칫 할머니가 돌아가실 가능성도 있겠는데, 그 이유는 너무 오랜 시간을 귀신과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천천히 기도를 하고 내공을 쌓은 다음에 천도를 하여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겠으므로 오늘은 이 정도로 줄이고 마무리를 해야 하겠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낭월이 생각 같아서는 그냥 강행을 해서 귀신을 쫓아 버리고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을 시키던가 하여 회복을 시키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했지만 그 분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그 스님이 낭월이보다 고수였기 때문에 시키는대로 일을 중단하고 봉사료를 받아왔다. 그리고 그 후로도 귀신과의 대립이 되는 일에는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가능하면 구병시식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법륜종 총무원에 회의를 하러 가서 어떤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는 참 재미있어서 혼자만 알고 있기는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문득 낭월한담을 찾으시는 벗님이 떠오르면서 그냥 흘려버릴 수가 없다는 사명감(?)이 나는 것이었다. 다음에 들려드릴 이야기이다.



제2화 - 제주도에서의 사건



그 스님은 염불이 전문인 스님이다. 불교의식에 대해서 국보적인 존재인데, 제주도의 어느 스님이 특별히 신청을 해서 구병시식을 해달라고 부탁을 받고서는 같은 팀으로 일행 5명이 비행기를 탔다는 것이다. 그 절에는 여승이 한 분 있는데 나이는 17세이고 몸이 자라지 않는 특이한 상황의 구조였는데, 그 당시의 체구는 작았고, 초등학교 5~6학년 정도였다고 했다. 물론 작은 체구의 학생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초등학생도 체구가 큰 아이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비록 여승이라고는 하지만 귀신으로 인해서 시달림을 많이 받았고, 그 정도로 멀리서 유명한 스님들을 다섯 이나 청할 정도라면 이미 할 수가 있는 일은 다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을텐데, 이 스님 일행은 제주도 여행을 가는 기분으로 흥겹게 갔고, 얼른 구병시식을 해주고는 관광이라도 할 요량으로 서둘러서 준비를 시켰고, 절에서 하는 일이니 오죽이나 준비가 잘 되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의 어둠이 내리면서 구병시식을 시삭해서 별 탈이 없이 마무리 단계로 진행이 되어서 최종적으로 끝을 내는 과정까지 진행이 되었다. 다른 스님들도 기왕에 동행을 했으니 자리라도 채울 요량으로 앉아있었고, 요령을 잡은 왕초(불교에서는 법주라고함)는 마지막 힘을 모아서 귀신을 쫓아 버리는 주문의 단계로 들어갔다.



불을 끄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팥을 한 웅큼 쥐고서 위패를 붙여 놓은 자리를 향해서 휙~! 뿌리면서 외친다.



"해백생원가다라니 옴아암악! 옴아암악! 옴아암악~!!!!"



이렇게 옴아암악을 108회 반복하면서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는데 낭월이도 고함이라면 남에게지지 않는데, 이 장면이 되면 주변의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억수로 무섭다고 하는 말을 해준다. 아마도 귀신을 잡는 일이다 보니까 몸에서 금기운이 솟구치는 모양이다.



바로 그 순간,



얌전허게 앉아 있던 조그만 여승이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다 보는데, 눈에서 광채가 번득이면서 마치 고양이가 독을 품고 달려들 듯이 그러한 기본으로 자신에게 달려들어서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려고 하는데, 너무나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을 하게 되더란다. 자신도 모르고 몸을 뒤로 빼는데 그 여승은 더욱 빠른 자세로 달려들어서 목을 조여왔는데, 비명도 모지를 상황에서 주변의 동료 스님들이 달려들었고, 처음에는 여승이라고 망설이기도 했지만 상황의 급박함이 여승과의 상대가아니고 귀신과의, 그것도 아주 질이 나쁜 괴신과의 상대라는 것을 이내 파악하고는 각자 머리도 잡고 목도 잡고 늘여져서 1대5의 육박전이 벌어지게 되었는데, 그 순간에 바로 텔레비젼에서 들려오는 귀신의 울음소리인 바로 그 소리가 이 여승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바람에 모골이 송연해 지더라고 한다. 그리고 그 장변을 생각해보니 과연 낭월이라면 어떻게 위기를 모면 했을지에 대해서 답이 나오지않았다. 아마도 틀림없이 무슨 변이 생겼을 것이다.



그 조그만 여승의 힘은 괴력에 가까웠고, 동행한 스님들의 신체는 모두 건장한 30대 후반이었고, 오명의 무술을 합하니까 30단이 되더란다. 그 정도면 가히 알만한 수준들인데 싸움이 되더라는 것이다. 그맇게 한 시간을 싸워 대니까 귀신이 점차로 밀리면서 발광을 하는데,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여 방심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다선 명이서 발도 잡고 팔도 잡아 누르고 목도 조르고 해서 만약 그 장면을 누가 봤다면 중이 여성을 강간하는 그림으로 보고도 남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긴박한 순간이었는데, 결국은 여승은 몸이 잡혔고, 그래서 흠씬 두들겨 팼단다. 그렇게 두들겨패고 완전히 기절이 된 상태에서 떠메다가 쉬게 하고는 다들 잠을 잤는데, 다음날 보니까 여승은 그대로 여승으로 존재하였고, 여전히 얌전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고 한다.


실로 그 장골들이 두들켜 팬 것을 생각하면 적어도 일주일은 입원을 해야 할 것이고 최소한 말이 되려면 몸에 멍자욱은 수두룩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느 말인데 그렇게 맞고서도 몸에 멍자욱이 한군데도 없더라는 것이다. 너무나 신기해서 자신이 물어 봤다고 한다.



"스님. 어제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마지막까지 잘 있었는데, 스님이 '옴아암악~!'을 하시는 소리를 들으면서 갑자기 눈앞이 확 밝아지면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지금은 그래 어떻세요?"


"편안하네요. 수고 하셨어요."



이것이 그 여승으로부터 들은 답변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어째서 장정을 5명이나 청했는지에 대해서 짐작이 되었고, 만약 한 둘이서 그 장면을 당했더라면 아마도 그 귀신에게 졌을 것이며 오히려 큰 화를 당했을 것이라고 하는 소감을 들려주었다.


참으로 전무후무한 귀신과의 싸움이었고, 그 후로는 그 스님도 여간해서는 구병시식을 하지 않으려고 마음 먹는다고 하면서 실제로 구병시식을 많이 하는 스님은 천명대로 살지를 못하고 단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보태준다. 일단 염불을 하는 전공이다 보니까 거의 틀림이 없는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낭월이에게 거짓말을 할 일도 없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스님의 경험담은 낭월이가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내용이었던 셈이다.




3. 구병시식이라고 하는 것



귀신이 사람에게 붙어서 먹고사는 것도 또한 인과의 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구병시식으로 귀신을 쫓아버리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인과의 법에서는 위반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순리로 풀어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되는데 벗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과연 구병시식은 아름다운 일이 아닌 것은 틀림이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것도 공통으로 내리는 결론이고 귀신과 싸우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겠다는 결론이 나오므로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겠는데, 스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연 귀신과도 싸울만 하다는 결론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경의 위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오늘 이후로 벗님들도 혹 야밤에 귀신을 만나서 고통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한번 외쳐보시기 바란다.



"옴아암악~!! 옴아암악~~~!! 옴아아아아암아아악~~~!"



근데 귀신이 있기는 있는 거냐고요?


하하~ 글쎄요.....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