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깨진 거울(破鏡)

작성일
200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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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깨진 거울


 

언젠가 감로사를 찾아온 사람의 명식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참이다. 한 때는 사업가였는데, 가끔 연락이 되면서 문득 생각이 나는데, 명식과 심리의 구조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서 벗님들과 나눠보도록 한다. 우선 명식을 살펴보도록 하자.


    時 日 月 年
戊 己 癸 癸
辰 巳 亥 卯


55 45 35 25 15 05


丁 戊 己 庚 辛 壬
巳 午 未 申 酉 戌


1. 사주의 구조와 용신


우선 용신을 찾아봐야 하겠는데, 年月에서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있으니 신약하다고 해야 하겠고, 그래서 土나 火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선 생각한 다음에 다시 그 두 성분 중에서 더욱 비중이 있는 글자를 선발하게 되는데 어찌 보면 용신을 찾는 과정에서도 1차 선발과 2차 선발이 필요한 것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래서 이 사주의 구조상 겨울이라고 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중시해야 하겠고, 그 작용으로 인해서 火가 용신으로 선택이 되어지는 것이다. 겨울의 토는 뭐니뭐니해도 화에 견줄 성분이 없다고 해야 하겠다. 그래서 무조건 화가 용신인 것으로 판단이 된다면 정답으로 하겠다.


2. 용신의 심사


다음으로 용신인 火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日支의 巳火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겠고, 우선 무엇보다도 다행인 것은 일간의 가까이에 붙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추위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것을 생각하겠는데, 아쉽게도 巳亥충이 바로 들어오고 있으니 이러한 점이 또한 유감이다. 그래서 용신으로 선발된 巳火는 기신을 만났으니 다음으로는 기신을 제어할 글자를 찾아야 할 모양이다. 그것도 긴급히 찾아야 하겠는데 우선 필요한 것은 土가 되겠다. 時柱에 戊辰이 있으니 도움이 된다고는 하겠으나 위치를 보면 도움이 된다는 말은 전혀 쓸모가 없음을 바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실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하겠고, 오히려 年支의 卯木이 해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경인데, 실은 이 卯木이 月支에 있는 해수와 위치를 바꿔서 존재하는 것에 비하겠느냐는 점을 생각해보면 또한 아쉽기만 할뿐이다. 다시 살펴보자.


戊 己 癸 癸
辰 巳 卯 亥


이렇게만 된다면 충돌도 해소되고 오히려 상생의 의미가 발생하게 되어서 水生木하고 木生火하여 다시 火生土가 되는 멋진 배합이고 이것은 앞의 실제 사주에 비한다면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은 이미 벗님도 알고 계실 일이므로 더 이상 말씀을 생략하겠거니와, 기본적으로 용신이 충을 맞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것인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하시면 충분하다고 하겠다.


3. 깨진 거울의 의미


이제 제목이 왜 깨진 거울인지를 설명해 드려야 하겠다. 실로 눈치가 인성급인 벗님들은 이미 감을 잡고도 남았을 것이다. 다만 눈치가 없는 비겁급의 벗님들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하~


이제 인성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한다. 깨어진 정인의 상태..... 이것이 바로 깨진 거울이라고 하게 되는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흔히 사주의 구조를 너무 물질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는가 보다. 물론 물질은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이용되기만 하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고, 활용을 했다고 볼 수가 있겠다. 그런데 끝까지 그 물질을 빌어서 설명한 것에 집착을 하게 되면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물질에 대해서 집착을 하면 안 되는 것이고 철초님의 말씀대로 '활간(活看)'해야 한다는 것을 언제나 잊으면 안되겠다.


예를 들어서 乙木에게 화초라고 하는 물질을 부여하게 되면 그렇게 이해를 하고 어린 나무인가보다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이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가 되면 乙木만 보면 乙亥든 乙卯든 乙酉든 모두 같은 화초로 이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명리공부는 이미 물 건너 가버린 소식이 되어버리고 벗님은 영영 그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여하튼 고정관념은 안정은 되지만 도약의 기틀을 막아버린다는 것을 늘 생각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말씀을 꼭 드린다. 이렇게 염려를 하는 것인 낭월이가 이렇게 인성이 충된 것을 깨진 거울이라고 하면 다음에는 巳火가 인성도 아닌데도 巳亥충만 보면 깨진 거울이라고 하고 또 그에 집착을 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이다. 이러한 고민까지 하면서 글을 써야 하는 심정을 알아주실 지 몰라....


깨진 거울의 의미는 바로 입력장치가 손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렇다면 출력장치가 손상되었을 적에는 어떻게 될지도 아울러서 생각을 해보시면 되겠다. 이 사주에서 드러나는 상황은 인성이 정통으로 손상을 받았다는 것이 중요하겠고, 그에 따라서 심리적으로 어떤 현상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점에 대해서 상황을 인식해 보자는 것이 목적이다. 이 친구는 현재 중국에서 기공을 배우고 있는데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4. 심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인성이 가까이 있고 용신에 해당하므로 직관성이 뛰어나고 영감도 발달되어 있다고 보게 된다. 당연히 그러한 작용이 나타난다고 본인도 말을 하고 있고, 또 그렇게 그 방향으로 추진을 하고 싶다는 말도 늘 해주고 있으므로 틀림없다고 보면 되겠다. 이것은 정인이 용신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하는 것이라도 볼 수가 있겠는데, 혹 정인이 기신이라도 된다면 또 그 작용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하시면 되겠다. 한 예로 편인이 희용신이면 심리적으로는 '신비적 직관'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지만 기신일 경우에는 달리 봐서 '부정적 수용'이라고 하는 심리가 나타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적에 참으로 일간의 감정에 따라서 애증(愛憎)이 그대로 표현된다고 봐야 할 모양이다.


이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은 망상이 극심하다는 점인데, 실로 망상은 정인과 편인이 성격존에 겹쳐 있을 경우에 발생하는 성분이지만, 이렇게 정인이 정재에게 손상을 받았을 경우에 나타나는 망상은 '직관의 불안감'으로 나타난다고 이해를 하면 되겠다. 그래서인지 늘 수행의 방향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면서 혹시라도 그렇게 공부만 하다가 아무런 결실도 없이 죽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늘 이야기하던 생각이 문득 든다. 당연히 다들 죽음으로 가겠지만 이 사람의 마음에는 月干의 偏財가 있으니 당연히 결실에 대해서도 엄청난 힘으로 비중을 두게 될 것은 틀림이 없다고 하겠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장면이다.


망상이라고 한마디로 말을 하지만 그 이면에서 존재하는 심리적인 요인에는 실로 일일이 열거를 할 수도 없을 정도의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하겠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도 망상이지만 생각만 하고 또 이어서 그 뒤에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도 불안한 것도 역시 망상이라고 봐야 하겠다. 그러니까 생각을 하고 중심을 잡은 다음에 밀어 부치는 것은 흐름이 바르다고 하겠지만 생각과 결론만 존재하는 이런 사주의 구조로써는 아무래도 과정의 생략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 틀림없이 존재한다고 봐야 하겠다. 그래서 생각이 들어오면서 이내 그 결말에 대해서도 생각이 들면서 당연히 財剋印의 작용으로 인해서 처음의 생각이 결과에 의해서 눌리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명상을 해서 기도와 수련이 쌓이면서 지혜를 얻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만,(까지는 인성) 혹 그렇게 하다가 시간만 보내고 목적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억수로 많던데 과연 그럴 경우에는 누가 보상을 해줄 것인가 그래서 좀더 생각을 해봐야 하겠다.'


'지금은 중국에서 명상을 하고 기공을 해서 힘을 기른 다음에 나중에 이 방면으로 명상센타를 경영하게 된다면 충분히 먹고 살 만큼은 될 것이고 그래서 열심히 해야 하겠는데,(까지는 인성) 혹 나중에 사업도 해보지 못하고 힘도 얻지 못하고 그렇게 세월만 보내고 밥벌이도 해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이 가장 불안하다.'


대체로 이런 식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확실한 조언을 구하고 낭월에게도 그러한 질문을 메일로나 전화로 요청하게 되니까,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조언을 해주고 하는데, 실은 조언을 해줘도 그 조언의 실체에 대해서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또한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까 '과연 지금 해주는 조언은 믿을만한 논리를 근거로 제시된 것이며 그 상황이 예측한대로 나타날 확률은 몇%나 되겠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낭월이는 순간적으로 시간낭비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조언을 그만두게 되지만 이 사람은 그래도 낭월이보다 나은 조언자를 구하지 못했는지, 벌써 인연이 된지가 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가끔 묻고 있으니 참 질긴 인연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5. 결론은 팔자 탓이다


비로 이 점을 빨리 파악한다면 충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다. 어떤 사람이 이해를 하지 못할 행동이나 말을 한다고 해도 그 사주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실은 낭월이 사이트에 와서 욕을 하고 비난을 하는 방문자들에게도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면 이유 없는 결과는 없겠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벗님의 주변에서도 혹 이해를 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사주를 찾아서 구조를 살펴보시기 바란다. 그렇게 하노라면 그 사람의 행동들이 대체로 이해가 될 것이고 그러면 아무래도 조언을 해줄 방향도 찾게 될 것이며 그 결과로 자신의 단점을 바로 알고 보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힌트를 받았다고 느낀다면 또한 사주공부를 했다는 보람이 있을 가능성도 높아지겠기 때문이다. 가끔 생각나는 것은 명리연구가는 도덕선생이 아니고 운명상담가라고 하는 것이다. 다음의 여인에 대한 사주를 한번 살펴보시고 과연 무슨 말을 해 줄 수가 있는지 생각 해보시기 바란다.


    時 日 月 年
壬 辛 乙 己
辰 酉 亥 亥


51 41 31 21 11 01


辛 庚 己 戊 丁 丙
巳 辰 卯 寅 丑 子


"스님 저는요.... 남편과 있는 시간이 고통스러워요. 오히려 밖에 나가서 거래처의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면서 혹은 여관까지 가는 것도 남편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행복하거든요. 그래서 말씀인데요. 이혼을 하면 어떨까요? 저의 팔자에서 남편은 어떤 존재인가요? 생각해보면 자식도 다 쓸모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요. 그래서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들과 어울려서 구속이 없이 편하게 살고 싶거든요. 저에게 그러한 운이 있을까를 좀 봐주세요."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