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조수석에서의 도(道)에 대하여

작성일
2001-02-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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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조수지도(助手之道)

그럭저럭 낭월이 자동차의 조수 노릇을 한지도 11년째가 되어오고 있나 보다. 그 사이에 오로지 일류조수(?)가 되기 위해서 온갖 궁리를 다 했는데, 오늘은 그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까 벗님이 운전을 하시는 입장이거나 아니면 옆에 앉아서 보조를 하는 입장이 되신다면 함께 생각을 해보실 수가 있겠다. 다만 뒷자리에서 편안하게 승차하시는 입장이라면 별로 재미가 없으실 수도 있겠다. 그런 경우에는 읽으시거나 말거나 참견을 하지 않을 참이다.
조수의 도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것이 도가 있어서 그 법칙을 적용하고 있다면 생명을 걸고 달리는 운전수의 옆에서 마음을 졸이고 가는 조수인들 그에 대한 도가 없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인데, 비록 말이 되거나 말거나 간에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시간에 한번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1. 하등(下等)조수의 道

등급이 낮은 조수의 하는 일도 분명히 있다. 대략 다음과 같은 일을 한다면 하등의 조수라고 하겠는데, 혹 벗님이 여기에 해당하시지는 않는지도 함께 생각을 해보시기 바란다. 물론 그렇게 생각이 되신다면 당연히 지금부터라도 고치시는 것이 수명의 연장에 도움이 되실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

(1) 조수석에서 꾸벅꾸벅-비겁형(比劫形)

가장 하등급의 조수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연출하는 조수이다. 너는 운전을 해라 나는 잠이나 자 두련다. 그리고 나는 졸아도 너는 졸면 안 된다. 조심해서 운전해라 하는 식이다. 이렇게 제멋대로 조수석을 지키는 사람은 비견과 같아서 남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가 있다. 물론 당연히 조수로는 꽝이다. 아마도 피로한 심신으로 장거리를 운전하는 입장이라면 이러한 조수를 보면서 아마도 ‘저 녀석을 골탕 먹여봐….?’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별 것도 아닌데 급 브레이크라도 밟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조름도 전염이 된다고 하는데 운전수의 기분은 그만두고서라도 함께 졸기라도 한다면 또 무슨 참변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런 조수는 최하위의 등급이라고 해야 하겠다.

(2) 운전수를 구박하다니-편관형(偏官형)

특히 아내가 운전을 하고 남편이 면허증이 있는 상태에서 조수석을 지킬 경우에 발생을 할 수가 있는 상황이라고도 하겠는데, 이것도 ‘지죽을줄 모르는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매우 위험한 조수에 속하므로 하위등급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차에서 내린 다음에야 어떤 입장이 되더라도 상관이 없지만 일단 차에 앉게 되면 그 지위는 분명히 구분이 되는 것이다. 조수는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보조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바로 깨닫지 못하고 평소의 습관대로 잔소리를 한다면 이것은 언제나 기억이 된 상태로만 시행을 하는 편관형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운전자를 자신의 머슴 정도로 생각하고 마구 잔소리를 한다면 아마도 핸들을 획~! 꺾어서 달려드는 트럭에게 박치기라도 하고 싶을지 모를 일이다.

“운전 좀 똑바로 못하냐?”
“그런 때는 기어를 4단으로 놔야 할거 아냐 이놈아~!”
“저런 차는 바로 추월을 해야지 뒤따라 가냐?”
“면허증은 옆문에서 받아온거 아냐?”

등등의 비아냥거림과 인신공격을 구분하지 못 하고 마구 지껄이는 조수라면 차라리 잠이라도 자기를 바라는 운전자의 입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차내의 분위기는 냉랭하게 될 것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는 애초에 글렀다고 해야 하겠다. 이렇게 자신이 보조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껄인다면 역시 꽝이다.

(3) 수다쟁이 조수-傷官형

그러니까 쉬임 없이 이야기를 떠들어 대는 바람에 운전자는 정신이 절반은 나가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라디오도 틀었다가 테이프도 바꿔가면서 시끄럽게 하거나, 여하튼 산만함 그 자체라고 한다면 또한 여간 마음이 굳은 운전자라고 하더라도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고 하겠다. 지나가는 차에 대해서도 온갖 간섭을 다하고 휴게소를 보면 모조리 들렸다 가자고 한다거나, 또는 200키로의 속도를 내도록 종용을 한다거나 여하는 차 안이 무슨 오락실인줄로 착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조수라면 또한 노굿이다. 이렇게 정신없이 떠들다가는 아마도 길가에 차를 세운 운전자는 입을 봉하거나 차에서 내리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라도 한다면 또한 스트레스가 풀릴 수도 있으련만 실은 그렇게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더욱 열 받게 하는 운전자의 심경을 소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참 염려가 되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경우에도 역시 하등급의 조수라고 해야 하겠다.

2. 중등(中等)조수의 道

앞에서는 하등의 조수에 대한 생각을 전해 드렸는데, 부디 벗님은 그 항목에는 해당이 되지 않으셨기를 바라면서 이제 조금 더 나은 단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한다.

(1) 시키는대로만 한다-偏財형

조수가 偏財라면 운전자는 偏官이 되겠다. 그리고 뭐든지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잘도 수행을 한다면 이 관계는 주종관계라고도 할 수가 있겠는데, 여하튼 시키는 대로 한다면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별로 열 받을 일은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은 늘 조심스럽게 생각을 하고 오로지 조수의 역할을 운전자의 수족으로 만족을 하다면 무난한 조수라고 하겠다.

(2) 속도계도 봐주고 기름양도 봐주고-正財형

이러한 경우도 있다. 기름이 얼마나 남았는지 또는 과속은 하지 않는지 등을 살펴주는 것도 무난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앞에 경찰이 숨어 있는지도 살펴주는 일까지 한다면 운전자는 마음 놓고(?) 과속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 동생이 운전자였을 적에는 고속도로에 올라가면 운전하는 동생에 핸들을 오른쪽으로 슬며시 붙이면 앞에 경찰이 있는지 추월을 할 수가 있는지를 빨리 파악해서 보고를 해야 했는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운전자의 수족이 되는 것으로 봐야 하겠다. 그야말로 자신의 역할을 잘 한다고 하겠다.

3. 상등(上等)조수의 道

이제 최상의 조수는 어떻게 하는지 생각을 해봐야 하겠다. 상등은 그야말로 운전자의 위에서 미리 알아서 대응을 해주는 것으로 그 답을 삼을 요량인데 대략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상등이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1) 주차장에서는 반드시 하차-正官형

正官은 그렇게 합리적으로 차량이 주차장에서 빠져 나가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차가 엉키지 않도록 조절을 하는 기능에서 운전자는 아주 편안하게 복잡하고 좁은 공간을 잘도 빠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잘 하려면 역시 正官의 성분이 있어야 하겠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러한 일이 귀찮거나 창피스럽다거나 해서 거부하고 그냥 조수 석에서 버티고 있게 된다. 물론 하등의 조수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조수는 결코 귀빈이 아니고 운전자의 보조라고 하는 것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正官이다.

(2) 행선지는 미리 파악하고 연구함-食神형

이렇게 되면 오늘의 방향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서 그 상황을 파악해 두는 것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렇게 궁리를 하는 食神형의 조수를 두면 운전자는 여간 편한 것이 아닐 것이다. 몇 번째의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 할지를 미리 알려주므로 언제라도 차분하게 도로를 주행해서 자신의 길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늘 食神형의 조수 손에는 해당 지역의 지도가 들려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늘 안전 운행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겠으니 또한 상등의 조수라고 할만 하겠다.

(3) 목이 마른지 배가 고픈지도 살피고-正印형

운전을 하다가 목이 마른 기색이 들면 바로 옆의 물병을 따서 손에 쥐어 드린다. 그리고 물을 드시는 동안에도 전방을 보면서 혹시라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기지 않는지를 보면서 물을 다 드신 다음에 물병을 신속하게 받아 놓는다. 그리고 입이 심심한듯 하면 바로 사탕을 꺼내어서 입에 넣어 드려서 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행동은 마치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관리하듯이 하는 것과 같다고 봐서 正印의 형이 아닐까를 생각해 봤다.

(4) 운전자의 실수는 늘 있을 수가 있다-正印형

역시 正印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는데, 운전자는 순간의 착오로 남의 차선에 들어갈 수도 있고, 또 엉뚱한 길로 가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한참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특히 서울의 경우는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처해서 조수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언제나 그럴 수도 있다는 것으로 운전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박을 하고 심지어는 쥐어 박기도 한다면 과연 그 차가 안전하게 도착지에 있을지에 대해서 의심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正印의 마음으로 운전자를 보호한다면 늘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5) 분위기와 시간에 따라서 DJ도 한다-正印형

분위기 파악을 잘 하려면 正印의 직관력이 필요하다고 하겠고 다시 그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해서 적절한 조처를 취하게 되는데, 음악을 잘 골라서 틀어 드리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육성으로 라이브를 할 경우도 있는데, 낭월은 원래가 이 부분은 소질이 없어서 연지님이 주로 권하지는 않으나 혹 경우에 따라서는 노래를 불러서 운전자를 즐겁게 해야 할 경우도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

3. 특등(特等)조수의 道

이제는 그냥 상징적인 생각만 해볼 참이다.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서 생각으로만 하게 되는데, 그래도 노력을 한다면 혹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다.

우선 특등의 조수는 운전자가 조수석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대로 흐르는 물과 같고 공기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할 수가 있겠다. 물론 사람이 투명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렇게 느끼는듯 마는듯 하게 작용만 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 그야말로 특급의 조수가 된다고 하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아마도 오행의 기운을 골고루 이해하고 다시 운전자의 팔자도 이해를 하고 자신이 자신을 잊고 그냥 그 자리에서 거의 본능적으로 운전자의 희망사항을 몸으로 느끼면서 그에 대한 반응을 한다면 이것을 일러서 특등의 조수라고 하겠다.(말이 되나요??)

그리고 나아가서 자동차와도 교감이 이뤄져서 어디에 무슨 이상이 있는지도 바로 알아서 대응을 할 수가 있어야 하겠고, 앞으로 10키로미터 밖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천리안으로 살펴보고 미리 길을 안내할 수가 있어야 할 것이니 이러한 것을 모두 갖춘 조수야 말로 참으로 특등의 조수라고 하겠거니와 이러한 것을 다 갖추기 위해서는 자연의 이치에 두루 밝아 통하고 천지와 하나가 되며 나와 남의 구분이 없는 절대평등의 경지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해야 하겠다.

4. 조수 하나도 우습게 볼 것이 아니네요.

바로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까 이렇게 조수한담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과연 자신의 생명을 다뤄야 하는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운전자에 대해서 과연 조수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곰곰 생각해 보자는 의미도 된다. 그리고 낭월이 운전을 한다면 운전자의 삼등급도 생각을 해보겠는데, 유감스럽게도 면허가 없으니 운전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을 요량이다. 그래도 조수경력 10년 만에 이 정도라도 깨달았으니 그만해도 다행이라고 할 참이거니와 과연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을 다 한다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신다고 해도 좋겠다. 세상에는 중요하지 않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야 옳지 않을까 싶다.

5. 이야기의 시발은 장자(壯子)에서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생각해본 것은 장자의 백정과 연관된 편에서 등장을 하는 이야기로 인해서이다. 그 내용을 보면 소를 잡는 장면을 보면서 너무 신기해하는 장자에게 소를 잡던 칼을 멈추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내용이다. 과연 의미심장한 내용이어서 가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다.

“원래 소를 잡는 것에도 상중하가 있는 법이오. 하등급은 매일 칼을 갈아야 하오. 그의 칼솜씨는 무디며 힘은 많아서 뼈인지 고기인지도 구분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을 한 대로 칼질을 하기 때문에 하루만 되면 칼날이 뭉그려져서 다음 날은 사용을 할 수가 없는 것이라오. 그는 자신이 주인인줄만 알고 세상의 모두가 주인인줄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소를 자연으로 보지 않고 그냥 하나의 물건으로만 보기 때문인데, 이러한 사람을 일러서 하등의 소 잡는 사람이라고 한다오.

다음으로 중등의 소를 잡는 사람이 있으니 그는 뼈와 살은 구분을 할 줄 아는 사람이오. 그래서 뼈와 뼈 사이를 누비고 살과 뼈를 가르는 일에는 이골이 나 있으니 칼로 뼈를 가르지는 않으므로 그는 칼을 한번 잡으면 한 달은 사용이 가능하다오. 그러나 그도 역시 아직은 서투른 사람이니 살과 뼈는 구분하지만 그 사이에 있는 대자연의 조화는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칼을 갈아야 한다고 하겠소. 그래도 그만큼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도 아무나 가능한 것은 아니라오.

마지막으로 상등의 소잡는 사람이 있으니 그는 소를 소로 보지 않고 칼을 칼로 보지 않소. 그냥 모두가 자연의 허허(虛虛)한 것으로 인식을 하기 때문에 소와 자신을 구분하지도 못하고 칼과 소도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하나가 되어서 몸을 움직이는데 살과 살 사이에도 태산 만큼이나 큰 틈 사이가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칼은 살과 살을 자를 일이 없으며 뼈와 뼈도 다칠 일이 없게 되오. 그러니까 결국 그가 잡은 소의 고기는 오래도록 매달아 둬도 상하지를 않고 방금 죽여서 잡은 소와 같은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오. 또 그의 칼도 마치 바람을 가르는 것과 같아서 언제나 날이 살아있는 것이라오. 이 칼을 보시오. 지금 이 칼을 손에 잡은 지가 19년째가 됩니다만 아직도 방금 숫돌에서 갈은 것과 같지 않소? 이것이 소를 잘 잡는 사람의 칼이라고 하겠소. 허허허~”

너무도 감동적인 이야기여서 글을 읽을 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는 낭월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동을 벗님도 느껴주시기를 은근히 강요하고 싶기도 하다. 이렇게 봄이면서도 겨울 같은 날씨를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겠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조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봤다.

6. 사주팔자를 소로 볼까요?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의미는 같을 것으로 생각을 해서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러면 백정이 되는가? 그렇겠다. 그리고 공부를 한 것은 소를 잡는 칼을 준비한 것이라고 하자. 여하튼 일류 소 잡는 사람이 되신다면 언제나 칼날은 살아있을 것이지만, 신통치 않은 사주쟁이는 늘 뼈인지 살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천방지축으로 소를 가르려고 날뛸 것이다. 과연 벗님은 어느 장단으로 소를 잡으시려는가?

사주 간지의 틈 사이로 누비고 다니면서 각기 모양이 다른 소이지만 전혀 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고 소를 해부하도록 해야 하겠다. 그리고 그러한 것인들 하루 아침에 되겠는가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그래서 낭월도 상등의 소를 잡는 사람이 되려고 오늘도 늘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상등의 소잡이가 되어서 사주와 하나가 되고 싶지만 역시 아직은 희망사항일까보다. 그냥 중등의 소잡이라도 된다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요량이다. 벗님은 어느 소잡이신지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더러는 어떤 학자들이 예전의 소에 대한 해부도만을 보면서 현재의 품종과 원산지는 구분도 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소를 잡아야 한다고 떼를 쓰시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그의 칼날은 이내 뭉그러질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고 혼자서만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있는 소를 잡아야 한다. 죽어서 박제된 소는 잡을 생각을 하지 말고 오늘 살아서 펄펄 뛰는 이 무지막지한 ‘검정소’를 잡아야 하는데, 과연 칼이 들어가줄지...

그러니까 예전의 마차에는 그에 어울리는 조수의 일이 있었겠지만 지금의 자동차에는 또한 지금에 어울리는 조수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봤다. 벗님의 생각을 자극하면서.....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