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화] 불여우전기(火狐傳記)

작성일
2002-08-1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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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불여우전기(火狐傳記)



원~ 비도 그렇게 멍청하게 쏟아지다니, 이제 다시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군인들과 사람들이 고생을 해야 할 모양인지 참으로

고르지 못한 이 땅의 구조인가 보다. 그리고 아직도 비는 덜 왔다고 하는 것으

로 봐서 여하튼 비가 올 때에는 높은 곳에 사는 것이 행복하고, 바람이 불적에

는 낮은 곳에 사는 것이 행복하겠지만 위아래 사람 모두가 다 좋을 그런 시절은

언제나 오려는지.....



오늘은 기분도 전환할 겸해서 옛날이야기나 한편 올려드리도록 한다. 심심하실

적에 잠깐씩 생각을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1. 옛날 옛적에..... 호랭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옛날도 오래 된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라고 전한다. 중국의 당나라 시절에 한 산

중에서 있었던 이야기라고만 전하므로 낭월도 더 자세한 것은 모른다는 점을 말

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그 곳에는 인생의 삶에 대해서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수도인이 있었

는데, 언제부턴가 그 노인의 허명(虛名)을 듣고서는 강호에서 삶에 찌든 백성이

나, 권력에 환멸을 느낀 관료들이 하던 일을 훌훌 털어버리고 조용히 찾아드는

수도장으로 면모를 가꿔가는 곳이었다. 그 도인은 백운선생이라고만 전하는데,

백운선생은 항상 찾아오는 사람들이 남에게 길흉화복을 말해주기 이전에 자신

이 생사의 길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늘 가르쳤고, 그러한 선생의 의도를 잘 알

아서 열심히 수련을 하고 또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강의 시간에 문답을 통해서

불쑥 튀어나온 부분은 연마를 하고, 움푹 패인 부분은 보완을 하는 나날들이 연

속되고 있는 고요한 산중의 풍경이 늘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백운선생의 문하에는 항상 20여 명의 수도인들이 있었고, 나름대로 모두 세상에

서 느낀 바가 큰지라 적어도 자신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도반들이 서로를 탁마하면서 담소를 즐기는 모습들이 나무 그늘이나 바위 위에

서는 늘 전개되곤 했다. 그리고 그 풍경은 그야말로 몸은 속세에 있으되 마음만

은 신선이라도 된 것과 같은 그림이기도 했고 그래서 시간이 되어서 하산의 명

을 받은 제자들도 형편이 된다면 더욱 긴 시간을 더 머물면서 내공을 쌓아야 한

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풍경의 어느 부분에 있었다

고 전하는 이야기이다.



2. 어느 날의 방문객



화창한 봄날의 나른함을 달래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긴 선생의 방 앞에 인기척

이 났다. 아마도 깊은 산 속에서 인기척이 난다면 제자들이겠거니 하고 무심히

생각하는 백운선생에게 낮은 음성이 전해졌다.



“백운선생님 계세요~!”



낮선 여인의 음성이 들렸다. 해서 아마도 인생의 행로에서 뭔가 답답한 일이 있

어서 방문을 한 여인인가보다... 하는 생각으로 접견실로 안내를 했다. 마주 앉

은 여인은 경쾌해 보이는 차림으로 찾아왔는데, 대략 나이는 40세 전반쯤으로

보이고, 눈빛은 광택을 발하며 회색 승포를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나름

대로 수도인임을 은연중에 표하는 분위기가 풍기는 여인이었다.



여인과 마주한 백운선생은 그 방문객의 풍기는 분위기를 느끼면서 어떻게 이야

기를 들어줄 것인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행색으로 봐서는 무당파인

것으로 보였는데, 눈의 광채는 영기운이 깃들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무당

파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갖고 있는 여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보통 백운선생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가끔씩 무당파에서 찾아 오기는 하지

만, 흔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해서 무슨 일인가 좀더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말을 꺼냈다.



“어찌 오셨소?”

“백운선생님을 늘 존경해서 한번 뵈오려고 했어요.”

“고마운 말씀이오. 무슨 인연으로 이 산중엘.....?”

“실은 백운선생님의 제자가 관리하시는 항주지원에서 인연이 되어서 선생님을

뵈오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문하생이 되어 인생의 길을 진

지하게 연구해 보려고 찾아 들었습니다.”



말을 하는 폼이 많은 사람들과 생사고락을 겪으면서 얻은 삶의 여정이 느껴지

는 듯 했고, 그래서 이미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

이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왔다니 그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으려니 하고 그렇게

머물도록 했던 것이다. 항주지원의 주인은 이미 수십년 전에 백운선생에게 인연

이 되어서 삶의 여정을 수련한 다음에 강호에 좋은 의미의 학문을 전하겠다는

의견을 내어서 그렇게 행하고 있는 제자였고, 이미 각처의 지원을 통해서 기초

의 내공을 연마한 사람들이 보다 완숙한 경지를 체득하기 위해서 백운선생을 찾

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그 중에는 이미 다른 문파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연마한 실력자도 적지 않았다. 물론 그들도 한 동안은 자신의 익힌 습관을 버리

느라고 또한 고뇌도 많지만 결국은 노력의 댓가를 얻어서 하산하기 때문에 웬만

한 일은 스스로 해결을 하라고 하면서 주로 자력으로 득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백운선생의 스타일이라고 하면 스타일인 것이다.



그런데 그 여인의 모습에서는 삶의 고뇌는 느낄 수가 없었고, 다만 반짝이는 눈

빛에서 뭔가 목적하는 바가 있음을 느꼈지만, 또한 평소 백운선생은 오는 이를

막지 않고 가는 이를 잡지 않는 방식으로 접객을 하는 터인지라 그렇다면 공부

를 해 보도록 하라는 승낙을 하였는데, 과거의 경험을 살려서 한 마디 다짐을

해 두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근데 소속이 무당파가 아니오?”

“예,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 정리를 하고 관음파로 변경을 했습니

다. 그래서 지금은 전혀 무당파와는 인연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무래도 미심쩍은 기분은 들었지만 스스로 그렇다는 데에야 구태

여 확인을 하지 않는 것도 군자의 행동이라고 생각을 하는 선생이라 그러면 그

런가보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무당파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하산을 하게 되는 경우를 하도 많

이 보아온 터라 백운선생이 생각을 하기에는 아무래도 접신된 귀신이 오행의 이

치를 궁구하는 것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웬만하면 시간낭비 하지 말고 기도나 하라고 권하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더러는 무당파에 대해서 환멸을 느끼고 그 마의 사슬에서 벗어나고

자 스스로 반발하기 위해서 입산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므로 구태여 처음부

터 막지는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해두고 있는 터이기도 했다. 해서 그 여인에게

도 잘 해보라는 격려를 해주고 방장에게 방을 잡아 주도록 하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끝낸 백운선생은 다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2. 이상한 예감



그 일이 있고 나서도 아무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날도 한참 더

운 삼복의 더위가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예외는 없는 법인지라 이렇게 더운데 공

부가 되겠는가 싶어서 공부를 쉬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각자 인연에 의해서 그

냥 머물 사람은 머물고, 그 동안의 공부를 시험할 사람은 시험도 하는 시간을 갖

도록 하는 의미로 휴가를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날짜가 되어서 모여들었

는데, 백운선생은 이상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늘 강의를 하고 문답을 하면서도 그 시간들이 흥겨워서 스스로 그 열기를 즐기

는 것이 늘상 있어온 일인데, 어쩐 일인지 흥이 나질 않고, 서로 무슨 일이 있었

는지 경계하는 눈빛도 느껴지고 해서 아무래도 분위기가 서먹하다는 것이 웬만

해서는 수학하는 제자들의 일에는 개입을 하지 않으려는 백운선생도 그대로 둬

서 될 일인가 싶어서 언제 적당한 때가 오면 그 원인을 살펴봐야 하겠다는 생각

을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저녁이었다. 아무래도 산중수련원을 폐관하고 모든 제자들을 귀가

조치 시키는 것이 즐겁지 않을까를 생각한 백운선생은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었

는데, 실로 찾아오는 제자들이 모두 삶의 여정에서 지치고 휘둘리면서 살아온

경험의 소유자들인지라 그렇게 간단하게 폐관을 선포하기에도 또한 많은 사람

들이 당황해 할 것을 고려해서 망설이고 있던 차에 뭔가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

었던 것이다.



일단 제자들을 일일이 불러서 왜 이러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으며 그 원인이 무

엇이라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 확인을 해보고 나서 모종의 조치를 위해도 늦

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 문제에 개입을 하기로 작정을

했던 것이다.



우선 맨 처음으로 그 여인을 불렀다. 그리고는 무당파와의 아직도 남은 인연과

어쩌면 그러한 본색을 숨기고 선생을 속인 죄를 물어서 하산을 명하게 될지도

모르므로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했더니, 펄쩍 뛰면서 절대로 그럴 리가 없고, 오

히려 공부를 하려고 왔지만 처음에는 오리무중으로 헤매다가 이제야 비로소 조

금 감이 잡히고 있는 중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정황을 파악한 백

운선생은 그 말은 그냥 참고용으로 챙겨두고 다른 학인들을 하나하나 부르기 시

작했다.



그 중에서 처음으로 불려온 사람은 갑산학인이었다. 그는 평소에 질문을 하는

것에서도 늘 철학의 심오한 이치에 젖어드는 것으로 보여서 관심을 갖고 있었는

데, 이런 일에 대해서 뭔가 깊은 의중이 있을 것으로 보여서 우선 확인을 해보

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부의 분위기가 되어 있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

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백운선생의 예상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해야 하겠는

데, 다들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문제의 그 여인에게 화살이

모여져 있었다는 것이 각자의 면담을 통해서 알아낸 일이었고, 그래서 최종 결

론은 하산을 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도대체 무

슨 일이 있었던가.



3. 병산학인의 경험담



병산학인과 그 여인의 이야기에서 상황의 전개 과정을 대략 짐작하게 되고도 남

음이 있었다고 하겠는데, 이미 백운선생도 나름대로 강호의 물정과 영계의 상

황을 대략이나마 파악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경험담은 이러했

다.



병산학인은 입산을 해서 공부하고 있는 도중에 늘 마음이 산란해서 기도를 하

는 시간을 정해놓고 있었다. 그 날도 저녁에 기도를 하고 마치려고 하는데 이 여

인이 옆에서 같이 기도를 하다가는 갑자기 말을 걸었다.



“이봐요 병산선생, 오늘은 내기 미친년이 되어야겠어.”

“무슨 말씀이신지요....?”



얼떨떨한 병산선생이 당황해하는 사이에 그 여인은 당신의 몸에 귀신이 붙어있

다는 것과 이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큰일이라는 것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는

데 듣는 병산선생은 모골이 송연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그

모습은 귀신에게 빙의된 무당의 모습 그대로였다고 당시의 풍경을 이야기하는

데, 너무도 기분이 나빠서 욕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천성이 우유부단하고 나

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당시의 상황을 그냥 넘겼는데, 나름대로 그러한 사

람이 공부하게 됨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도 아마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이야

기를 하면서도 다시 그 장면이 떠오르는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대략 정황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리고 또 정산학인에

게는 공부를 알려달라는 핑계로 접근을 하는데, 이것은 세속에서 창녀가 몸을

팔기 위해서 자신에게 유혹하는 몸짓을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는 말도 전한다.

그야말로 미인계를 통해서 접근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

은 백운선생은 아무래도 그대로 둬서는 될 일이 아니라고 여기게 된 분위기의

전말을 대략 파악하게 되었던 것이다.



4. 火狐(불여우) 본색(本色)



학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게 된 백운선생은 대략 전말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그

녀는 강호에서 했던 일의 경력을 보면 안전에 대비해서 미리 돈을 내고 손해를

당하면 몇십배로 보상을 해주는 표국에서 상당한 우두머리로 활약을 했던 경력

의 소유자였으며 그러한 경력은 얼마나 능수능란한 수단을 갖고 있는지를 대변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한 사람이 그 산중을 찾았던 것은 그냥 음양오행의 이

치가 좋아서 공부를 하고자 한 것이 목적이라면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혹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면 아마도 산중에서 수련에만 전력을 기울이는 학

인들에게는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봐야 하겠다.



물론 선입견으로 판단을 해서는 곤란하겠지만, 역시 학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는 그러한 의심을 강하게 갖도록 만든다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백운

선생이었다. 우선 무당파에 그대로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영기운이 없다고 거짓

말을 한 것부터가 진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고, 또 공부를 하기

보다는 학인들에게 접근해서 공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꼬리를 치면서 접근을

하고자 했다면 아무래도 공부를 위한 입산이라고 보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해

석도 해본 백운선생은 왜 그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곰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공부를 하겠다고 입산을 한 것은 사실일 것으로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까 예의 그 무당파의 영향으로 인해서 공부는 진전이 없

고 오히려 머리만 더욱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자주 토론문답 시간에 결석을 하게 되는 것도 연결이 되면서 심증이 확

증으로 되어간다는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공부를 하려고 왔다고 해두

고, 공부가 되지 않으니까 다른 작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겠느냐는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다른 방향이라는 것은 오히려 이미 공부가 된 사람을 이용해서 영업을 하면 어

떻겠느냐는 방향이라고 전제를 해본다면 너무 황당하다고 하진 않을 것으로 생

각을 해보는 백운선생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이미 그 여인의 살아온 경

력으로 보나 무당파의 영향으로 보나 능히 그러고도 남을 정도의 두뇌회전이 된

다고 봐서 이해를 하고도 남는다고 하겠는데, 문제는 이렇게 나름대로의 작전

을 짜는 과정에서 선량한 학인들이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황을 하게 된다

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어차피 자신의 인연대로 간다고 하겠지만, 이 산중에서 공부를 하면서 세속에

나간 다음에 뭔가 삶의 길을 뚫어야 하는 입장에서라면 돈이 되는 제의(?)에 대

해서 거부를 하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면 능히 이해를 하고도 남음

이 있다고 헤아리는 것은 과히 어렵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혹시라

도 육탄공세라도 하다면 그 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는 또한 어떻게 감당을

해야 하겠느냐는 점에서 아무래도 한바탕 회오리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백운선생은 일단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는 입장이 되었던

것이다.



5. 다시 불려온 여인



마지막으로 다시 그 여인을 불렀다. 그리고 그만 귀가하라는 말을 해주려고 차

마 내키지 않는 말을 준비하고 있는데, 생글거리면서 들어온 여인은 간단하게

말한다.



“선생님 저 내일 하산 하겠습니다. 무리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끝이다. 달리 더 뭐라고 말을 할까. 참말로 머리가 좋긴 좋은 여성이

고 그 총명한 머리를 바람직하게 사용한다면 참 좋을 터인데, 이렇게 자신의 이

익을 위해서 활용하다니 과연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허탈한 마음으로

잠시 천정을 응시하는 백운선생의 머리에는 가련한 연민심이 들었지만, 또한 스

스로 짊어지고 가야 할 인연이라고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 모든

것을 다 계산하고 그 과정에 의해서 진행되는 과정일 뿐인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차마 글로 적을 수가 없는 또 다른 황당스런 이야기들은

가슴 속에 묻어야 한다는 생각도 해보는 백운선생이다. 삶의 길은 아마도 드러

난 부분과 감춰진 부분이 그렇게 공존하면서 그림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겠느

냐는 생각으로 허허로이 하늘을 보고 자주 웃는 백운선생이라고 해야 하겠다.



영기운이 보이는 제자들도 없지 않고, 나름대로 그 강력한 파장에서 벗어나려

고 무던히도 노력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늘 마음으로라도 격려를 해주는 백운선

생이었지만, 이렇게 교묘(혹은 교활)한 사람은 또 보다가 처음이 아닌가 싶은 생

각을 하면서, 지나온 많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학문적인

관점에서 이론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무당파의 인연이 있는 제자들의 모습

이 겹치면서 그래도 일단 공부하러 온다면 받아들이기는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는 변함이 없으면서도 왠지 씁쓰레한 마음으로 분주한 하루를 마감하는 일진이

몹시도 사나운 날이라고 혼자 자위하기로 한다.



6. 머리 좋은 사람의 오류



일단 우둔한 사람은 잔꾀를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렇게 해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우직한 마음으로 가르침에

대해서 수용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 백운선생이었다.



그런데 머리가 좋은 사람은 하나를 알려주면 열 가지로 확대해서 적용을 시키려

는 영민함이 있는 반면에 어떤 자신의 목적에 이용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적극

적으로 검토하고 그래서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 주변의 사람들을 착취(또는 이

용)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우둔한 것이 더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

도 해보지만 모든 것은 이치적으로만 풀어 낼 수도 없는 것이 또한 인생이 아닌

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오행의 흐름과 전생 업장의 인연들이 얽히고 설켜서 삶

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씁쓰레한 하루를 마감하는 백운선생

이다.



7. 살아봐야 알지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는 그는 산중수련장을 개관하면

서 언제까지라도 일단 믿어주자는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기

도 했던 마음에 혹 오류는 없는지를 돌이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일단 최초

의 하산 명령을 내린 제자의 기록을 세운 여성이지만, 여하튼 자신의 고뇌는 또

한 스스로 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는 자타가 이로운 방향으

로 삶의 여정을 향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가져본다.



그리고 아무리 그렇게 이해를 하려고 해도 그 교묘한 수단에 대해서는 곱게 봐

줄 수가 없다는 생각도 쉽사리 지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하고 있는 것

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옛날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

게도 뭔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함께 생각을 해 보시

자고 생각이 나는 대로 올려 드린다.



그리고 시간에는 옛과 이제가 있을지 몰라도 인생의 길에서는 옛과 오늘이 없다

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다시 말씀드리면 항상 주의를 게

을리 하지 말고 혹시라도 불여우가 어딘가에서 자신의 능력을 훔치려고 호시탐

탐 기회를 옅보고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정도로 이해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예? 진짜로 옛날이야기냐구요? 좀 믿고 살자구요. 하하~”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