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화] 비단잉어 구경

작성일
2002-05-19 18:39
조회
5859
[제159화] 비단잉어 구경



부처님 오신날이라고 오전 내내 분주하게 돌아가더니 이제 오후가 되면서 조금

시간이 나는 감로사의 상황이다. 그래서 그냥 등불을 밝힐 시간을 기다리느니

한담이라도 한편 올려볼까 하고 마음을 일으킨다.



1. 뭐든지 발단이야 있지.



처음에는 그냥 물이 좋아서 마당에 쬐끄만하게나마 웅덩이를 만들어서 비닐을

펴고 물을 담았다. 그리고는 그냥 물만 두는 것은 싱거워서 고기를 넣기로 했

고, 그냥 고기를 넣을 바에는 고운 놈으로 넣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 발단이 되

는 것이니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모든 것이 발전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하던 시작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로 발전을 하게 되어서 식구도 점점

늘어나고, 또 자기네끼리 음양교합이 이뤄졌음인지 알도 까서는 식구도 많이 늘

고 그렇게 해서 시작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세상 모든 이치가 다 그런 것이

라는 가르침이 그 속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그런데 시작은 간단하게 했는데, 날이 경과하면서 그게 아닌 것이 문제라면 문

제라고 해야 하겠다. 처음에는 그냥 헤엄을 치는 잉어가 보기 좋아서 시작을 했

는데, 여기에서도 분별심(分別心)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점에서 관련

서적을 기웃거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잉어의 옷은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나타

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는 중에서도 각기 관상가치가 달라진다는 것까지 알

고 나게 되면서부터는 슬슬 아마추어에서 매니아로 변해지는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2. 점차로 욕심이 끼어들고....



처음의 마음이야 얼마나 순수했겠느냐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게 아니었다. 점차

로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은 또 새로운 목적을 갖고 자라기 시작하는데, 황무지

에 잡초가 자라나듯이 탐욕을 자극하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 참으로 대책

이 없다고 해야 하겠다. 이렇게 되면서 이제는 특별한 색깔을 가진 잉어를 갖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그러한 품종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어

느 계통이나 모두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수석(壽石), 난초(蘭草), 분재(盆栽), 우표(郵票) 등등 모든 취미생활에서 같은

의미가 되는 것으로 봐서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러니까 어느 과정

을 거치면서 전문가의 문턱에서 배회하게 되는 모양인데, 각자 인연이 우습게

시작이 되어서는 점차로 몰두를 하게 되는데, 취미로 수집을 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피할 수가 없는 코스인 모양이다.



수석만 해도 그렇다. 처음에는 그냥 도랑가에 놀러 갔다가 묘하게 생긴 돌 한 덩

어리를 주워다 책상 귀퉁이에 놓아둔 것뿐인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나중에

는 수천만원 하는 돌도 얻고 싶어서 안달이 나서는 그림을 많이도 그린 화가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교환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차를 마시

는 다도(茶道)에서도 일어나는 모양이다. 차를 마시다가 가산을 탕진했다는 말

도 간혹 있는 모양이다. 입맛이 그렇게 고급스러워지는 모양인데, 참으로 묘한

공통점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눈을 위해서, 코를 위해서 혀를 위해서 또는 귀를 위해서 몰두하게 되

면 점차로 깊은 경지가 되는지 혹은 미치는 경지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

튼 그렇게 변해가는 과정을 거치는 사람이 참 많은 모양이다. 그리고 모두의 생

각들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 간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하겠

다. 그냥 밥만 먹고 살면 그만이지 그 이상 뭘 하느냐고 하는 벗님은 아무래도

그들의 경지에 대해서 이해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만 해본다.



3. 잉어에 대한 탐심(貪心)



그렇게 해서 점차로 양(量)어서 질(質)로 마음이 향해 가면서 고개를 두리번거

리게 되고, 인터넷을 뒤져서 어디에 보기 좋은 잉어를 키우는 곳이 없는가를 찾

게 되는 것은 다음의 수순으로 너무도 당연하다고 하겠는데, 이 인터넷의 레이

더에 한 곳이 걸려들었던 것이다.



‘전주양어장’



이름이야 그냥 평범하다고 하겠는데, 그 곳에서 취급한다는 다양한 잉어와 또

한 관리하는 요령을 알려주고 있는 운영자의 세심한 노력의 흔적이 호감이 되어

서 메일을 한 통 보내게 되었다. 어쩌면 낭월의 홈페이지에 와서 처음 메일을 보

내는 마음이 그렇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보면서 말이다. 그리곤 부처님오신날

봉축 준비로 바쁜 사이에 밤이 되었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 전화 받어~”

“이 시간에 누꼬?”

“양어장이라는디....”

“그래 얼른 이래 내라.”



그렇게 해서 통화가 되었는데 구경하러 와도 좋다는 것이며, 그 장소는 과히 멀

지 않은 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물론 홈페이지에서 이미 확인을 한 바이

기는 하지만 친절한 주인의 안내에 내일 방문을 하겠노라고 약속을 흔쾌히 했는

데, 전화를 하나 적어 놓으란다. 그냥 찾아 가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혹 필요할

지 모르니까 하나 적어 두라는 말을 들으면서 내심 ‘음... 어지간히 찾아가기 까

다로운 곳에 살고 있구나.....’ 하는 짐작이 들었다. 그리곤 혹시 쓰일지는 모르

지만 적어뒀는데, 실은 출발을 하면서 그냥 잊어버리고 챙기지 않았다. 웬만하

면 길을 못 찾아서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자신감으로 인해서

소홀해졌을 수도 있겠다.



4. 양어장 구경



찾아가기도 잘 찾아 갔고, 주인도 잘 만났고, 관람도 참 잘 했다. 그리고 그 과정

은 동영상보기에서 간략히 올렸으니 참고 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

동적인 것은 그 주인들이 돈을 벌면서도 여유를 느끼고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살

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선경이 따로 있겠나....’였다.



온갖 기화요초(琪花瑤草)와 묘한 수석들과 무엇보다도 움직이는 보석, 바로 그

잉어들이 온통 황홀경으로 몰아넣는 순간이었으니 구경 한번 참 잘 했던 셈이

다. 그리고 아무리 낭월의 필설(筆舌)로 잘 설명을 한다고 해도 그 상황을 100분

의 1도 전달하기 어려울 것이고, 비록 비디오로 찍기는 했지만 또한 그 그림을

본다고 해도 실제의 감동은 또한 100분의 1도 실감(實感)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긴 설명은 오히려 생략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

이 된다.



그러나 이 말씀은 드려야 하겠다. ‘잉어 한 마리에 수천만원 한다는 것이 과연

괜한 말이 아니었겠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말씀 말이다. 어쩌며 그렇게

선명하며 그렇게 의젓한 자태를 하고 유유하게 노니는 모습들이라니...... 그야

말로 아마추어에서 맴돌던 안목이 한 단계 상승하는 순간이었다고만 말씀을 드

리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기를 바라도록 해야 하겠다.



그리고 다음에 연못을 잘 만들면 다시 한번 초청을 하겠노라고 약속도 했다. 전

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래서 감로사에서도 방문하시는 벗님들께 그 모양 좋

은 그림을 선사하고 싶은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말이 아니라고 해야 하겠다. 그

런데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알에서 깬지 1달 이내에 등급은 대략 판별

이 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타고 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후의 변수는 그리

크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주팔자와 인생의 관계를 짐

짓 생각해본 낭월이다. 뭔가 결정이 나면 몸부림을 치고 요동을 쳐봐도 변수는

그리 크지 않은 장면....



다만 고기가 나중에 어느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이 정해진다고

하겠으니 한 마리의 잉어도 숙명(팔자)과 운명(운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느

냐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다.



5. 권해 드립니다.



헤헤~ 늘 그렇다. 지가 좋으면 남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낭월이다. 그래

서 벗님께도 흥미를 가져 보시라고 권해 드리는 것이다. 잉어가 왠지 품위가 있

어 보여서 말이다. 그 녀석들이 헤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내 마음이 잡다

한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아서 특히 정신노동에 시달리

시는 벗님이라면 더욱 권해드리고 싶은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희망사항이라면 잉어가 돈도 벌어다 줄지도 모른다는 점이

다. 왜 돈 이야기를 하느냐면, 잉어를 잘 키우면 돈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하면서 키우다가 보면 작품도 나오고, 혹 아는가, 말년에

한적한 곳에서 시간을 보낼 만큼 행복한 벗님 같으면 그냥 빈둥거리는 것에 비

해서는 확실히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또한 하나의 노후

대책으로 제안을 해 드리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인간은 죽기 전까지 먹어야 산다. 그리고 먹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기

왕이면 보다 안정된 말년이 되기를 원하는 것은 낭월이나 벗님이나 같을 것이

고,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축하를 드려야 하겠다. 그래서 한 방법으로 잉어에 대

해서 관심을 가져보시라고 권해 드린다. 그리고 낭월도 말년에 힘도 빠지고 방

문자와 더불어 이야기를 할 정력도 없고, 인터넷으로 질문에 답변을 할 손가락

힘도 없을 지경에 도달하게 된다면, 아마도 뭔가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

으면 추물(醜物)이 되고 말겠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낭월의 기억에는 돈을 무시하고 살던 많은 수행자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비

참한 그들의 말년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오죽하면 청산가리를 가슴에 품고 삶

을 살아가는 노승이 다 있을까...... 또한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방향을 잘 잡

지 않으면 남에게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 너무도 뻔한 일이니 이 법칙에는 예외

가 없는 모양이다.



여하튼 세상에서 먹고 살아가는 방법은 다종다양하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즐기

면서 여유를 갖을 수도 있는 것이고, 고단하게 쫒길 수도 있는 것이니 스스로

잘 생각해서 나중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고, 실은 이 감로닷컴에 인연이

되시는 것도 어쩌면 그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6. “구경 잘~ 했습니다~!”



이 말씀은 전주양어장의 주인들께 드리는 말씀이다. 과연 자신도 즐겁고 남도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현명하다는 말씀을 드리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도 많이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중년의 나이에 그만하면 참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고 해야 하겠기에 그들

가족과 만난 두어 시간은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해야 하겠다. 그리고 혹

벗님께서도 논산과 전주의 중간에 있는 봉동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게 된다면

한번 찾아보기 위해서 사이트라도 방문해 보시라고 권해 드린다. 그 위치는

http://www.nishikigoi.co.kr/이다. 도메인이 좀 어려워서 뜻은 잘 모르겠는데,

관심이 있으셔서 방문을 해보시라고 권하면서 이만 잉어 구경에 대한 이야기를

줄인다.



이제 슬슬 등불을 밝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

겠다. 그렇게 내리던 비가 오늘은 멈춰줘서 참 다행이라고 해야 하겠다. 하늘이

하는 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벗님의 가슴에 밝은 등불을 하나씩 밝혀 드리고 싶습니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