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장사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

작성일
2002-01-23 21:0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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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장사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

어제부터 내리는 눈이 오늘도 계속 내리기는 한다. 그리고 쌓이지 않는 것은 산고랑에서 사는 화상의 바램일게다. 왜냐면 그 눈이 쌓여봐야 출입에만 불편할 뿐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눈이 쌓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한담을 올린지 일주일 정도가 되면 괜히 불안해지고 미안해지고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연지님에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한담 한편 올려야 하는디.....”
“올리지 뭘 그래.”

그냥 한 말씀 하시는 것이 그렇다. 올리면 되지 뭘 그러느냐고 하는 이야긴 모양인데, 낭월인들 그걸 모르나. 그래도 뭔가 생각을 정리해서 벗님들의 글 읽으시는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종의 작가리즘(?)이 있다 보니까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를 생각하느라고 혼자 하는 말인 줄은 아마도 모를끼다.

요즘 상담답변에 신경을 쓰느라고 좀 바쁜 나날들이다. 매일 들어오는 전화상담과 메일상담에 대해서 납품기일(?)을 지키느라고 정신적인 피고가 되어서 또 쫓기고 있는 낭월이다. 그래서 오늘아침에는 아예 접수페이지를 닫아걸었다. 그리고 밀린 상담을 처리하고는 좀 여유를 갖어보려고 작정을 했는데, 이렇게 어둠이 깃드는 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잠시 한담을 생각하고 있는 낭월이다. 그래도 망중한이라던가, 잠깐의 여유는 또 가슴 저 아래에서 스물스물 배어나오는 웃음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고 해야 하겠다.

1. 돈을 많이 사야는디.......

예전에 어려서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어른이 보이지 않아서 물어봤다.

“엄니는 워디 가셨다니?”
“태안 장에 갔다니께.”
“뭐하려 가셨댜....?”
“둔 사러 가셨지 머.”
“엥? 둔을 사는게 뭐랴?”
“아이구 이 경상두 넘아 둔사는 것두 몰러?”
“글쎄...... 모르겠는걸......”
“콩 가지구 둔사러 갔단 말이여~~!!!!”
“그럼..... 콩을 팔러 갔다는 말인감.....?”
“그려~”

돈을 산다는 말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이 사투리라서 엉터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따지고 보면 주객이 바뀌었을 뿐이지 과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오늘에서도 여전히 무엇인가를 팔아서 돈을 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고 있는 낭월이다.

특히 팔아먹을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구분을 할 수가 있겠는데, 비싼 것을 팔면 능력이 있는 사람이고, 싼 것을 팔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하겠는데, 돈을 사는 수단이 어떻게 되느냐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참 중요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틀림이 없는 모양이다. 벗님은 뭘 팔아서 돈을 사시는지....?

돈을 사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새해의 운세를 묻는 신청서에는 거의 대부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항목이 있으니 바로 ‘임오년엔 돈좀 많이 벌겠는가?’의 항목이다. 누구나 많이 사고 싶은 돈이다. 그런데 과연 돈을 사는 것이 최선의 일인지는 공부하는 벗님들이라면 당연히 늘 생각해보시는 일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여하튼 많이 사기는 해야 하는데, 그게 또 마음대로 되어야 말이지.....

2. 사람을 산다는데......

종업원을 구하는 것도 사람을 사는 것이겠지만, 실은 요즘 월요일, 화요일 밤에 방송하는 드라마 상도에서 어느 노인이 독백으로 하는 말이 자꾸만 귓가를 울린다. 엇저녁이었던 것 같은데, 오늘 종일 그 대사가 떠올라서 곰곰 생각을 하다가 급기야는 상담실을 닫아걸고 잠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인가 싶다.

‘.....내가 장사는 잘 했어.... 사람을 샀어..... 난 부자야.....’

사실 낭월도 그 나이에 그러한 독백을 할 수가 있을지...... 그 장면이 자꾸만 뇌리를 스치는 거다. 아직이야 그러한 결론을 내릴 시기는 아니라고 해야 하겠다. 적어도 나이 70은 되어서 그러한 생각을 해야 뭔가 모양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 좀 서두르는 마음이 든다고는 하면서도 혹 중간결산이라는 것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그렇다면 중간결산을 한번 해보는 것은 무방할 것이고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서라도 과히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김에 곰곰 자신의 오늘을 돌이켜본다.

3.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니.....

과히 많이 살았다고도 못할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제 살아온 나날은 45년, 앞으로 가야 할 나날은 미지수.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얻고 잃었을까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돈을 많이 샀는지, 사람을 더 많이 샀는지도 회계를 내 봐야 하겠다. 그러나 돈을 많이 샀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계산을 하고 말고 할 것도 없겠다. 뻐~언한 계산이기 때문이다. 계룡산 자락에 천여평의 땅을 얻어서 오막살이기는 하지만 비가 새지 않는 거처를 마련한 것이 전부라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여유스럽지 못한 형편의 나날을 살아온 것을 생각한다면 돈을 사는 일에는 아무래도 별스럽지 못했다고 봐야 할 모양이다.
남들은 도회지에 빌딩이 있다는 말도 들리고, 날아갈 듯한 고래 등같은 대웅전에 모양 나는 절을 갖기도 하건만, 아무래도 그런 능력도 되지 못하는 모양이니 돈을 사는 일은 실패를 했다고 봐야 타당하겠는데....

그렇다면 사람은 많이 샀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혼자 생각을 하기에는 적어도 이 농사는 성공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슬며시 들어온다.

4. 사람을 많이 사서 풍년.

살다가 보면 더러는 사람을 잃기도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하겠는데, 곰곰 생각을 해보니 낭월에게 건강하라는 말을 하시는 벗님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 문득 떠오른다. 왜 그러한 말을 하실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기에 그러한 말씀을 남기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름대로 해본다. 그래서 부자가 된다는 말이 실감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을 산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본다. 물론 결론은 사람을 사고자 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사람을 사는 도구가 무엇이냐를 생각해봐야 하겠는데, 우선 가장 쉽게 생각을 해보면, 술로 사람을 살 수도 없다고 하겠고, 돈으로 사람을 살 수도 없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혹 의리로 사람을 산다고도 할지 모르겠는데, 이것도 좀 생각을 해보면 과히 신통한 상술이라고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리를 이용하는 약삭빠른 사람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을 사는 도구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문득 벗님들께 그러한 대안을 의견 드려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서 실은 이 글을 시작하게 되기도 했다. 과연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 사람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을까.....?

5. 사람을 삽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기가 어려운 물건이 뭔지 모르겠다. 물론 그 중에는 돈도 분명 포함이 되어있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이 샀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람을 사는 것이고 엄밀히 말한다면 사람의 마음을 산다는 것일게다. 벗님이 생각하시기에는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돈을 잘 사는 것에도 기술이 있다면 사람을 잘 사는 것에도 방법이 있을 것이 아니겠느냐는 경제적인 원리로 이 문제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사람을 사는 돈은 성실과 최선이 아닌가 싶은 결론이다. 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 과히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성실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호감이 가고, 부실로 대하는 사람이나 계교로 대하는 사람은 옆에 가기가 싫은 기분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바꿔서 생각을 해보면 간단히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렇게 결론을 내려보는 것인데, 더 좋은 연장이 있으면 즉시로 새로운 연장을 구입해야 하겠다.

나름대로 어떤 사람이 매력적인지를 생각해본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
남을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리고 누구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성이 보이는 사람.
언제나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정진하는 사람.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 동안 만난 사람 중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인상적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은 언제 봐도 늘 그 모습이고 그 장단이다. 그래서 십년이 지난 다음에 봐도 여전히 어제 본 것처럼 편안한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이 너무도 행복하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도 그러한 사람들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문득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런데 실로 이러한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혼자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고맙고,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전해주려고 안달이 난 사람도 반갑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바로 ‘나도 사람을 많이 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묘한 것은 사람은 ‘지금도 사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지 샀다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샀다면 완전히 내 소유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그렇지 않으니 아무래도 ‘지금 사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 적당할 모양이다. 그래서 늘 처음 마음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쉽게 세상을 떠나버려서 더 이상 어떻게도 투자를 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긴다는 것은 또 다른 아쉬움이다. 마치 투자의 대상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은 가까이에서 함께 공유의 공간이 있어 즐겁지만 그 사람도 언제 붙잡을 수가 없는 지경에 처할지를 알 수가 없는 일이기에 하루하루의 나날들이 더욱 새로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와중에 만상대방의 그 독백이 자꾸만 뇌리를 스치는 것이다.

“내가 사람 농사는 참 잘 했어.... 암.....”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