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화] 사주공부만 5단계랴.

작성일
2001-12-19 00:58
조회
8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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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사주공부만 5단계랴

공부를 하는 마음에서는 언제나 정상의 고지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서도 막상 현실적으로는 이런저런 장애에 부딧쳐서 마음대로 발전을 못하고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것도 또한 현실인 모양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아침에 강의를 하면서 공부의 단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대략을 정리해 드리니 함께 생각해 보시도록 하자. 우선 그림부터 하나 보도록 한다.

┌----------------------------------------------------┐
| | | | | |
| 각성방 <= 궁리방 <= 응용방 <= 연구방 <= 입문방 <= 
|(자유) | | | | |
| 水 | 金 | 土 | 火 | 木 |
| | | | | |
└----------||--------||----------||---------+||------┘
학자 전문가 아마추어 탈락

위와 같은 표를 보면서 생각을 해볼 수가 있겠는데, 눈치가 빠른 벗님이시라면 대략 짐작이 되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주공부를 바탕으로 살펴보지만, 실은 세상의 모든 분야가 다 이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는 점도 생각하시기 바란다.

1. 木의 상태

아무라도 들어와서 시작을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목을 생각하면 아무 곳에서나 싹을 틔우려고 할 수도 있다고 하겠고, 마음만 일으키면 시작을 할 수가 있는 상태라고 해볼 수가 있겠다. 그리고 시작에 해당하는 것도 오행의 이치에 부합이 된다고 하겠으니 이 상황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사주공부를 할 것이고 그래서 또한 깔깔대며 즐거워할 것이다. 그렇게 입문반의 상태를 즐기는 것이 이 상태의 수준이 즐기는 자유라고 하겠다. 그러다가 문득 연구반의 문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로 머리가 복잡해지고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면서 점점 두려움이 엄습을 하게 되고, 그래서 더 공부를 할까 말까를 망설이다가는 출구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는 이미 다른 길이 마련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잠시 다른 곳에서 즐거운 게임을 한판 했다는 정도의 마음으로 편안하게 손을 털게 된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공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별로 섭섭한 마음도 없다. 그냥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가는 인연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2. 火의 상태

이제는 조금 다르다. '어쭈~! 이것봐라~! 뭔가 있는데~!' 하는 마음이 들 즈음이면 이미 자신도 모르게 연구반의 문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점차로 그 이치의 구조에 빠져들면서 무엇을 외워야할지 혹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하나하나 이해하는 단계라고 보면 되겠다. 점차로 알고자 하는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입문상태의 마음이 얼마나 겁 없이 달려들었는지를 비로소 생각하게 되고 점차로 조심하는 마음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게 되는 단계라고 하겠다. 여하튼 한번 파고들어서 답을 보자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게 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다가는 다시 응용반의 문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갈등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답이 있을까, 아니면 여기에서 그만두고 내가 필요할 적에만 찾아서 답을 보면 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그 동안 머리를 싸매면서 시간을 투자한 것이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서 갈등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고 그러한 갈등의 시간을 즐기는 것만으르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겠고, 마침내 내린 결론은 그만 두자는 것이 되는 방향이라면 상당히 능력이 있는 아마추어가 되는 것으로 만족을 하겠다는 판단이 되었다고 봐서 무리가 없겠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 뭐가 잘되고 잘못되었는지도 판단이 서고, 초보자들의 뭔가 알고자 하는 마음도 이해가 되며, 그 길이 언젠가는 이렇게 망설이는 경지가 오게 된다는 것도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 이 상태의 경험을 해본 사람이 얻게 되는 경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비로소 마음의 결정을 한 다음에 더 이상의 공부는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포기라고 하기보다는 보류라는 말을 쓰게 될 것이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도전을 해보겠다는 정도의 마음이라고 이해를 해본다. 아마도 이것이 더 타당한 마음일 것이다.

3. 土의 상태

고뇌를 하는 사이에 응용의 단계에서 서성이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자연스럽게 토의 문으로 들어온 상태라고 해도 되겠다. 그리고 연구의 상태가 발전을 해서는 서로 아구가 맞지 않는 것에 대해서 수술을 해보려고 생각도 하고, 오늘 배운 이치를 어떻게 적용시키면 되겠느냐는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촛불이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용광로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궁리를 하는 상태라고 보면 적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안목이 되면 비로소 남의 운명에 대해서도 뭔가 할 말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래서 마음만 먹는다면 영업을 하고자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설명도 잘 하게 되고, 듣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서 이해를 시킬 수도 있는 상태가 될 것이고 흔히 말하는 통변의 요령을 얻었다고 봐도 되겠으니 비로소 응용을 할 능력이 주어졌다고 봐도 되겠다는 상태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는 토의 특성과도 서로 연결이 된다. 그렇게 되는 것은 토의 성질에서도 중용을 취하고 치우치지 않으며 두루두루 포함을 할 수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를 해도 되겠기 때문이다. 적어도 연구를 할 단계에서의 정열적인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남의 생각도 수용하게 되는 단계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공부를 그만두고 활용의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면 프로의 길로 방향을 잡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어도 매우 정상이라고 하겠고 자신의 길에 대해서 의심도 없이 그대로 수용을 할 것이다. 다만 자신이 배우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는 그대로 수용을 하고 그대로 활용을 하려는 마음만 먹게 된다고 보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4. 金의 상태

이 방을 궁리방이라고 이름해 봤다. 연구와 궁리는 같은 것이면서도 다른 것이 있다면 연구는 서로 어긋나는 것에 대해서 합당한 부분을 찾아서 궁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궁리는 새로운 것으로의 도약을 하게 될 시점에서 머물러 있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 차이점을 이해하시리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 상태에서 얻을 것은 무엇인지도 생각을 해봐야 하겠는데, 여기에서는 신학설(新學說)을 얻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해야 하겠다. 다시 말하면 응용의 단계에서 뭔가 적당하지 않은 점이 자꾸만 고통을 주기에 그 본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궁리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궁리방에 들어왔는데, 여전히 그 부분을 잡고 궁리하다가 보니 어느 사이 새로운 구조를 발견하게 된다고 하는 방식으로 이해를 하면 되겠다.

이 상태에서 뭔가 정리를 하고 궁리를 해서 새로운 학설로 발표를 하게 된다면 이것은 정리라고 할 수도 있겠고, 바위에 글을 새기는 것으로 표현을 해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결을 시켜본 것이다. 그리고 이 방에서 더 나아갈 방이 어디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 방으로 가는 길은 없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상태에서 가능한 것은 뒤로 물러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만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어쩌면 이러한 것은 불퇴전이라고 할 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퇴전이란 공부의 경지에서 후퇴를 하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는 뜻으로 이해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해본 생각이다. 그리고 원광법사의 화랑오계에서 말하는 임전무퇴도 이 의미의 변형이라고 짐작만 해본다.

여하튼 이 상태에서의 노력은 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기존의 길 끝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서 방황하는 방랑자의 모습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뭔가 멋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5. 水의 상태

이 방의 사정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겠고, 그래서 잘 모르겠다. 어떤 때에는 들여다 본 것도 같은데, 여전히 궁리의 상념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아직은 자신의 공부가 자유인의 경지라고 해야 할 각성의 방에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어쩌면 그 방은 연구나 궁리를 통해서 들어갈 방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어느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마치 병아리가 문득 껍질 밖을 보게 되듯이 그렇게 어느 한 순간에 자유를 얻게 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냥 상상만 하겠는데, 그러한 자유가 된다면 그야말로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는 상상만 해본다. 그러한 경지가 된다면 무슨 번뇌가 있을 것이며 무슨 고민이 괴롭히겠느냐는 생각도 들면서 그러한 것을 갖고 싶다는 희망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지가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봐서도 능히 아직은 그 경지에는 도달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하겠다. 그래도 달리 찾아가는 문이 보이지 않으므로 그냥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경지는 바로 수(水)의 경지에 해당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물을 생각해보면 위로도 올라가고, 아래로도 내려간다. 전후좌후로도 자유롭다. 물이 아래로만 간다는 말은 연구방에서나 해보는 경지이다. 이 정도가 되면 그대로 안개와 수증기의 차원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하겠다. 장자에 보면 비슷한 말이 나오는데, 노자는 안개와 같고 수증기와 같아서 종을 잡을 수가 없다는 의미의 말이다. 어쩌면 그 말대로 노자의 경지도 마로 이 각성방의 경지가 아니겠느냐는 짐작만 해본다. 그리고 어쩌면 해탈의 차원이 그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망상도 해본다. 그냥 망상일 뿐이다.

6. 정진합시다

그렇다. 인신(人身)을 얻기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고 한다. 많은 생명체를 보면서 사람이 된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이 글을 보시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렇게 자연을 보면서 사유할 수가 있는 지력(智力)을 조금이나마 얻었다는 것도 너무나 감사하고 또 행복한 일이다. 누구를 향해서인가 감사를 드리고 싶은 생각이 뭉클뭉클 솟구치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의 유전인자를 얻게 된 행운에 대해서도 또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비로소 오늘 하루도 그렇게 즐거운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뭐가 되었든 간에 자신이 종사하는 일에서 이러한 다섯 단계를 설정하시고 정진하시라는 권유를 드리고 싶다. 아마도 결과는 바로 자유의 방에서 모이게 될 것이라는 공상도 해보면서 말이다. 여하튼 이렇게 만나서 서로를 느끼다가 또 각자의 길로 떠나게 될 것이고, 그러다가는 또 어느 번지 없는 주막에서 서로 만나서 간밤의 꿈 이야기를 하면서 웃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시간에서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냐고 하면서 더욱 흥겨울지도 모를 일이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