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화] 그참... 난들 죽어 봤나.........

작성일
2001-12-16 09:34
조회
6637
[제143화] 그참... 난들 죽어 봤나.......

어느 마음이 괴로운 친구가 메일을 한 통 보내 왔는데, 낭월에게 죽음 저편의 소식이 어떻냐고 묻는 것이다. 그러니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하루를 곰곰 생각 해봤더란 말인데, 그 일이 어디 생각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이냐는 것을 벗님도 아실 일이다. 그래서 뭐라고 답을 하기는 해야 하겠는데, 그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 것을 독백처럼 혼자 꿍얼거릴 참이다. 물론 그 공상에 동참을 하셔도 좋겠다. 여하튼 벗님도 언젠가는 틀림없이(!) 겪으시게 될 죽음이기도 하므로 바쁘지 않으시면 함께 낭월의 생각을 따라봐 주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1. 문제의 메일 한 통

안녕하세요.
질문할 게 있어서요.

삶이 너무 힘들고
되는 일도 없고, 재산도 날리고 수능3수도 실패하고
친구도 없고.....

다음주 중에 자살할 생각인데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전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모년 모월 모일 모시 모분 생
이름은 아무개입니다.

사진을 첨부하였습니다.
행복하세요.

이와 같은 내용의 메일이 왔는데, 처음에는 그냥 지쳐서 보낸 위로를 받고 싶은 메일인가 싶었다. 그래서 적당히 위로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야말로 별 생각이 없이 사주를 적어 봤는데, 뽑은 명식은 다음과 같다. 성별은 밝히지 않았지만 사진을 보니 남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時 日 月 年
丁 癸 丙 戊
巳 亥 辰 午
62 52 42 32 22 12 02
癸 壬 辛 庚 己 戊 丁
亥 戌 酉 申 未 午 巳

흠..... 눈치 빠른 벗님은 벌써 혀를 끌끌~ 차시는군....
그렇다. 그냥 보낸 메일이 아니라 참으로 죽으려고 작정을 했다는 강력한 심증(心證)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주를 좀 살펴보자.

[사주의 구조와 용신]

병진월(丙辰月)의 계해(癸亥)일주이다. 사주에는 온통 기구신(忌仇神)이 바글바글하고 있다. 재성(財星)을 잡으려고 동분서주를 하겠지만, 정재(正財)이든 편재(偏財)이든 그렇게 바람만 일으키고 고통을 흔적으로 남기고는 약만 올리고 사라져간다. 그리고 관살(官殺) 또 재성과 한 덩어리가 되어서 뒤통수를 치고 있으니 과연 어떻게 답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낭월로써도 묘연하기만 하다.

더구나 일지(日支)를 의지하고 있는 외로운 마음에 다시 사해충(巳亥沖)이 발생하고 있으니 늘 흔들린다. 중심도 흔들리고 육신도 흔들리고, 그러다 보니 인생도 흔들린다. 의지를 하고 마음을 잡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이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하는 스물 넷의 젊은 영혼은 그야말로 지치고 시달려서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고 하겠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죽음이다.

운은 어떨까? 지금은 기미(己未)대운이다. 기토(己土)가 진행중이다. 더구나 신약한 계수(癸水)에게 기토(己土)는 그렇게도 사정없이 공격을 가하고 있다. 금년은 신사년(辛巳年).... 신금(辛金)을 의지하고 버티려고 하는데, 병신합(丙辛合)은 또 그나마도 의지하도록 두지를 않는다. 용신기반이라고 해야 하겠다. 정확히 말을 하면 용신운의 기반이 되겠다. 그리고 사화(火)는 다시 협공(挾攻)으로 일지(日支)를 흔들어 놓는다. 그야말로 원국(原局)이든 대운(大運)이든 내편은 하나도 없고 모두 나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난 형상이다. 이런 상황이 되니 본인의 마음이 과연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래서 그냥 건성으로 답변을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벗님의 입장에서는 이 친구가 묻는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뭐라고 답을 하실 수가 있으려는지 한번 생각을 해 주시고, 다음으로 넘어가 보시기 바란다. 왜냐면 인생에서 언제나 그러한 질문을 받을 수가 있겠고, 또 스스로도 그러한 질문을 하고 싶기도 한 까닭이다. 과연 죽음 저편은 어떻다고 말을 해야 할까......?

2. 죽음 저편에 대한 말씀들....

말씀들이야 많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그리고 노자님도 모두 죽음 저편에 대해서 답변을 내어 놓으셨다고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결론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과연 죽음 저편의 모습이 각각인지 서로 알고 있는 것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낭월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궁리를 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지면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냥 아무나 한 사람의 말을 따르면 속이 편할 것이라는 결론 말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 자유라고 하겠지만 죽음에 대해서 묻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확신을 하기 어려운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마도 말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그래서 마음이 갑갑한 것이다.

(1) 부처님은....

모두가 다 부처님의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불교에서는 인과(因果)법으로 죽음 저편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있다. 모든 집착은 인과를 만들고 그 사슬에 의해서 다시 윤회(輪廻)를 거듭하면서 돌고 도는 물레방아가 된다는 말을 한다. 그러니까 이 젊은이가 지금의 삶의 고통에 대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다면 그 업이 추가되어서 다시 다음 생에서도 그렇게 부담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고, 그러니까 이번 생에서의 고통은 피해봐야 다시 다음 생으로 넘어가서 결국은 받아야 하므로 죽어봐야 별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일리는 있다고 하겠지만, 과연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에는 일점의 의혹이 없을까?

낭월이 그 말에 대해서 다 믿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치적으로나 이론적으로는 매우 합당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그 주장을 따르는 편이다. 그리고 무상계(無常戒)를 보면 열 두가지의 인연법에 의해서 윤회가 발생해서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겪어야 하므로 그 인연법의 고리를 끊어 버리면 윤회도 끝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한다. 물론 이치적으로는 타당하지만, 만약 그렇지를 못하다고 한다면 또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불성(佛性)이 어떤 성분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 어디에 업이 기록될 것인지가 우선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불생불멸(不生不滅)하고 부증불감(不增不減)하는 영혼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도대체 어느 구석에 업이 추가될 것이 있겠느냐는 의심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어쩌면 불성은 비록 부증불감이지만 중생의 죽음은 업장이 붙어 다닌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 말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치 옷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처럼 업장에 얽혀서 윤회를 한다는 말도 있기는 하다. 물론 다른 성현들이 모두 이와 같이 말을 했다면 그런가보다 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노자님이다. 노자(老子) 할베 말이다.

(2) 노자 말씀하시길....

죽고 난 다음의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묘사가 된 대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로 봐서 느낀 것은 죽음 저편에 윤회는 없다는 것이다. 그냥 죽음으로 끝이라는 것이 가장 타당한 것으로 이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윤회의 사상은 인도의 사상이니 세계의 사상은 아니라는 것이고, 묘하게도 우리 민족은 일부의 종교성이 개입된 분을 제외하고는 윤회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보면 한국사상에서도 다음 생에 대한 견해는 충분히 있는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여하튼 그렇거나 말거나 노자님은 다음 생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준비를 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하신 말씀이 우화등선(羽化騰仙)이다. 깃털처럼 가볍게 신선으로 변해서 날아간다는 뜻일까? 그보다는 그냥 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뜻일 게다. 낭월은 그렇게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생물학적으로 보는 죽음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말에다가 12인연법이 어떻고 저쩌고 하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꿈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니 부처의 말이 정답이라고 어떻게 하겠느냔 말이다.

그뿐이면 말도 하지 않는다. 장자도 또한 그렇다. 여전히 죽음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다음 생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나의 사건일 뿐이라는 생각이 군데군데 보이고 있다. 물론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다음 생에 대한 언급이라고 봐야 하겠기 때문인데, 실은 장자도 후에 가필된 부분이 많다고 하므로 본래의 장자 뜻과는 어떻게 대입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의심이 들게 되는 것이다.

(3) 공자님 가라사대...

공자님은 또 어떤가? 공선생님도 또한 살아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말씀을 하셨으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는 장면이 늘 나타나고 있다. 사람 사는 방법만 말을 했다고 해서 뷸교나 도가의 현학적인 견해에서 본다면 한 수준 낮은 사상이라고 폄하를 하는 견해가 있음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을 해보면 그것도 아전인수(我田引水)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강력한 의심이 드는 것이다. 만약에 진실로 죽음 다음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면 석가는 사람을 속이고, 자유를 속박한 죄업을 받아야 할 것이다. 있지도 않은 것을 말했으니 말이다. 그보다는 오늘 확실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를 베풀은 공자님이야말로 훨씬 현명하고 솔직한 선생이라는 것은 더욱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다.

(4) 예수님 말씀하시길.....

잘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기독교의 사후에 대해서는 천국과 지옥의 이야기로 보인다. 그 둘 중에 하나로 구분이 된다고 하는 것이 좀 엉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죽은 다음의 세상이 있다고 하는 것은 확실하므로 그러한 점에서는 부처의 생각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과연 죽은 다음에 천국 아니면 지옥으로만 구분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의심이 많이 된다. 너무도 다양한 삶을 보면서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 가지의 문제는 사람만 저 세상이 있고 그 나머지 생명체는 죽으면 끝이라고 하는 견해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편중된 의견이 아닌가 싶어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거나 말거나 적어도 죽은 다음에 무엇이 있다는 것은 통한다고 하겠는데, 죽은 다음에 천국에 가거나 지옥으로 간다고 이 친구에게 말을 해주게 되면 자신은 그 중에서 어느 곳으로 가겠느냐고 질문을 할 것이고, 그러면 아무래도 지옥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고 해야 하겠는데, 그렇게 되면 죽는 마음에서는 참으로 불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에서는 자살을 하면 지옥으로 간다고 되어 있는지 아시는 분은 메일로 알려주시면 고맙겠다.

3. 낭월의 생각으론.....

결론을 말씀드리면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이라고 생각되는 자평명리학(子平命理學)에서는 죽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의 말이 없으니 또한 답을 얻기가 어렵다고 하겠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죽은 다음에는 그때 가서 생각을 하기로 하고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 현명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노장이나 공자님의 생각에 동의를 하게 되는데, 실로 알 수가 없거나 여러 설이 난무하는 것에서 답을 얻으려고 고민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그냥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속을 일은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4. 그나저나 뭐라고 말을 해줘?

낭월은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답을 해준 메일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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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안녕치 못한 분에게 이렇게 인사를 드리려니 미안하네요.

내용을 살펴보고 사주를 찾아 봤습니다.
충분히 그러한 기분을 이해하고도 남겠습니다.
죽은 다음의 상황에 대해서 질문을 하셨는데
여러 어르신들이 하신 말씀이 다 각각이라서
실은 낭월도 어느 말씀이 옳은 것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명확한 것은 죽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되어서 원하시는 답을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이점 어쩔 수가 없음을 이해 바랍니다.

낭월은 사주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니, 사주에 대해서는 의견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사주에서는 죽은 다음의 상황은 말이 없으니 물론 그에 대한 답변은 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사주의 상황을 보니까 적어도 32세는 되어야 뜻을 펴는 운이라고 하겠습니다. 보통은 그 정도라면 운이 좋다고 말하고 그 후로 대략 봐서 40년 정도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겠는데, 성급하셔서 그 안에 죽게 된다면 아깝지만 할 수가 없는 일이고요. 혹 마음을 고치시고 좀더 죽음을 보류하시겠다면 8년 정도의 경과 후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좋다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하루가 천년 같으신 마음에 이렇게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또한 사주는 그렇게 말을 하니 그냥 참고나 하시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좀더 기다려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고 되셨기 바랍니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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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답변을 답이라고 보내게 되었는데, 물론 죽지 않고 한 고비를 넘겨주시기 바라는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죽으면 죄를 받는다거나, 자살을 하면 오백생을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한다거나, 부모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등의 말로 위로를 하기에는 이 사람의 현재 상황이 너무도 곤경에 처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마 그런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면서도 답을 잘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오늘도 찜찜하다......

벗님이라면 어떤 멋진 답을 주셨을까......?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