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화] 영화한편 "데블스 에드버킷" 소감.

작성일
2001-12-03 04:0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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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영화한편 "데블스 에드버킷" 소감.

영화를 하기에 무심코 들여다보다가 내용 속으로 빠져들어 가다가 보니 어느 사이에 새벽 3시가 다 되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약간 정리를 하고 싶어서 잠자는 컴퓨터를 깨웠다.

1. 처음의 부분은 잘 모르겠고...

이야기의 앞은 모르겠다. 왜냐면 시작을 한 상태에서 채널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부분은 잘 모르겠다. 다만 중간에서라고는 하지만 성공을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을 하면서 지켜보게 되었는데, 늘 법정드라마가 그렇듯이 긴장감과 현실감, 그리고 반전의 상황들이 궁리를 많이 하게 만들어서 흥미롭게 즐겨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일반 법정드라마와는 좀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어서 도대체 뭘 전달하고자 하는지 더 궁금하게 되어서 잠을 쫓아버리게 된 모양이다.

능력이 있는 변호사가, 언제나 일을 맡으면 성공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능력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리고 탁월한 상관의 성분이 작용을 한다고 해야 하겠고, 적어도 어떤 이유를 들여대더라도 결국은 배심원들이 수긍을 하게 한다는 차원에서 대단한 능력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낭월도 느끼는 것이지만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공감이 되도록 이야기를 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리고 방문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능히 짐작이 되는 마당에 자신의 소리만 하고 있는 낭월을 느끼면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느끼면서 때로는 간절한 기분을 맞춰주지 못하는 자신이 옹색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변호사의 역할은 운명상담가와도 일부 유사한 점이 있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여하튼 그 성공한 변호사의 길이 뭔가 잘못 되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흐름을 따라 가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인생살이를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작가는 관찰력과 수용성이 뛰어 났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기에 삶의 소용돌이라고 말들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대다수의 인생살이도 여기에 머물러 있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릴 즈음이면 모든 것은 너무 늦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쓴 사람의 경험담일 수도 있겠고, 그렇게 갈 곳까지 간 다음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서 회한의 마음으로 이러한 글을 썼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망가지기 전의 상태로 돌이키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작가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대개는 너무 늦은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것이 참 묘하다면 묘하다고 하겠고, 그것이 또한 인간의 숙명이라고 한다면 숙명인지도 모를 일이다. 각설하고.....

2. 조신대사의 꿈과 닮은 이야기.

이미 늦어버렸다고 생각을 한 상황에서 그 장면이 화들짝 사라지면서 잠에서 깨어나는 스타일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러한 스타일은 종종 보이는 주제라고 생각이 된다. 중국의 어느 고전에서도 그러한 형식을 취하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홍루몽이었나...? 그야 뭐 아무래도 좋다고 하겠다. 실은 사주쟁이의 소견으로는 방문을 하는 사람도 이렇게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의 욕망을 바로 살필 수가 없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욕망, 혹은 영화에서 말하듯이 허영(虛榮)으로 인해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에서 비로소 화들짝 놀라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에서 허탈해지는 마음을 갖으신 벗님도 혹여 계실 것이다. 왜냐면 인생은 그렇게 극적인 반전의 드라마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참으로 유감이다. 그러니 이번 생은 포기를 해야 할 지경까지 가버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겠는데, 묘하게도 삶에서는 미리 그러한 조짐을 스스로 파악할 수가 있는 기회의 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기회가 왔을 적에 대개는 망설이게 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자신의 욕망으로 따르게 되는 것이 대체로 정해진 코스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다음에 찾아와서는 비로소 후회를 하면서 왜 그때 좀더 따끔하게 호통을 치지 않았느냐는 원망 섞인 하소연을 듣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아마도 막상 그 당시의 상황에서 강경하게 말을 했다면 남의 삶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시냐고 하였을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슬그머니 해보기도 한다.

3. 오늘을 살아야 하는데.....

늘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현실에서 휩싸이다 보면 또 그렇지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보다 화려한 내일을 위해서 오늘의 상황은 짐짓 모른 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나중에 잘 살게 되고 성공을 하면 모두 보상을 해 줄 것이니 지금은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식의 생각들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내일의 시간이 다가온다면 생각대로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제는 논산훈련소에 장병들의 수계식에 참석을 하고 왔다. 수천명의 장병들이 불교를 알아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여하튼 적어도 작은 인연의 씨앗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의미가 있는 시간일 것이라는 마음으로 향불을 들고 다니면서 지졌다. 그 중에서도 편관이 있는 사람은 잘 참았고, 없는 장병은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편인이 있는 신약한 장병은 신비로운 눈빛으로 무슨 큰 변화라도 생기려나 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만 조용히 웃었다. 그 중에는 단지 초코파이를 얻어먹으려고 나온 친구도 없다고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하하~

그렇게 행사를 하는 도중에 '초를 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렇게 공개된 게시판에서 구체적으로 그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대권에 출마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미 방송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이라는 것만 말씀드릴 참이다. 그 자리에 그가 나와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수긍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친 김에 다시 생각을 해보니까, 아무래도 그 장병들의 표를 얻게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속으로 냉소를 보내면서.... 쯧쯧~

지금 국회에서는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오늘 저녁 방송에서 봤지만 세를 얻어서 장사하는 가난한 수백만의 국민들이 이치에 타당한 법을 만들어 달라고 저렇게도 야단을 하고 있는데, 그 시간에 그렇게 한가롭게 그 자리에서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자신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이 무슨 속인지를 아마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도 남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다른 대권의 희망자들도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의원인들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시간이면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모를 정도의 멍충이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가 없는 대세의 흐름이라고 변명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한편 가련한 마음으로 '표 거렁뱅이'의 딱한 심사를 헤아리면서 딱하다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더 한심스러운 것은 그러한 자리를 만들어서 그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준다는 주최측의 모습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당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수행자는 당을 만들거나 지지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왜냐면 당이라는 것이 과연 민중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이익집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불교의 지도자급에 속한다는 스님이 그러한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는 것도 여엉 아니다. 본인이 자신의 업무를 망각하고 표구걸이나 하러 오겠다고 하면 따끔하게 자신의 본분사에 최선을 하라고 해야 올바른 수행자의 모습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자리에 참석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젊은이들의 소중한 시간이므로 냄새나는 정치인은 나오면 안 된다는 다부진 말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모두 쇼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낭월의 천성이 옹졸해서일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4. 욕망의 위력이여......

훈련소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영화가 이렇게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모양이다. 그리고 남의 이야기를 할 처지도 아니라는 것을 낭월도 잘 알고 있다. 왜냐면 자신도 늘 그러한 유혹과 욕망의 꿈틀거림을 느끼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아마도 어쩌면 막상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고 정치인들과 연결이 되는 장면이라면 이렇게 속 좁은 생각을 했던 것에 대해서 오히려 후회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생각에는 그렇진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또 알 수가 없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장담을 할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노력을 할 뿐이다.

며칠 전에는 연지님께 좀더 안전한 차로 바꾸자고 자꾸 꼬드기는 말을 했다. 실로 늘 불안한 것은 국산 자동차의 견고성이다. 슬쩍만 부딛쳐도 형편없이 일그러지는 양철 판으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참 어려운 것은 사실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서 형편만 된다면 조금 더 좋은 차로 바꾸자고, 여인의 마음에 불을 지피건만 연지님은 요지부동이다.

"차는 왜 바꾸노?"
"사는 동안에 건강하게 살아야 할꺼 아이가."
"택도 없는 소리 말거라."
"그기 와 택도 없는 소리고, 차가 얼마나 형편 엄따꼬~!"
"그래도 잘 타고 댕기는데 무신 소리를 하노."
"글세 그기 말이다. 일단 꽝~! 하면 문제가 커지능기라."
"누가 그 속을 모를 줄 알고."
"그 속이 뭔데?"
"그사이에 새 차를 사고 싶은 거 아이가?"
"아이다. 절대로 아이다."
"아이기는 뭐가 아이고. 뻔한데 뭘."
"전혀 아니라고는 몬하겟제....?"
"이 얼간아, 형편이라도 된다면 또 모리겠따."
"그라이까네.... 분할로 해서....."
"지금 형편에 무슨 차를 산다고 그카노 이 철부지야."

이렇게 혼만 나고 말았는데, 오늘 영화를 보면서 아무래도 낭월도 허영심이 들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과연 욕망은 늘 멋진 핑계로 단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 더 좋은 차를 갖고 싶은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형편도 되지 않으면서 안전 어쩌고 하니 말이다. 실로 안전을 생각한다면 무수히 많은 차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은 그로 인해서 세상을 달리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막상 따지고 보면 죽으려면 어떻게 해서라도 죽게 되는 것이니 좋은 차는 안전하다는 것도 허영인 것이다. 자칫하면 그것을 망각할 뻔했는데, 또 연지님에게 한 대 맞고 정신이 든 것이다. 물론 곤하게 잠자는 모습을 보니 그대로 관음보살처럼 보인다. (워언~ 미친 넘~!) 잠결에 '잠도 안 자고 뭐하노...' 하면서도 콜콜 잘도 잔다. 이제 다시는 차가 고물이 되기 전까지 차 바꾸자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하겠다고 자신에게 다짐을 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자신을 시험한다는 생각이 든다. 벗님은 어떤 시험을 받고 계실까...... 하하~

5. 우짜든둥.....

달리 방법은 없다. 자신이 타고난 심리의 구조와 주변의 환경에 의한 영향을 받아 가면서 삶을 살아가야 할 모양이니 이것이 주어진 숙제려니 해야 할 참인데, 그래도 노예가 되는 것은 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회원이든 사업가이든 학생이든.... 간에 모두 자신의 희망과 꿈과 오늘이 있기 마련이니 남들이야 무슨 생각이 들더라도, 그 본인이 아니면서 뭐라고 탓을 한다는 것도 심히 주제넘은 일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냥 자신의 생각일 뿐이고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모두 자신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는 깨달은 이의 말씀도 매우 지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하튼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게 된다. 그리고 혹 이 글을 읽으시면서 벗님께서도 자칫 이러한 선택의 갈등을 겪고 계시지는 안으시는지 문득 생각이 들어서 몇 자 적어보게 된다. 그냥 낭월의 글을 읽으면서 웃어주셔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곰곰 생각을 해주시고 가능하다면 늦기 전에 현명하신 방향을 잡으신다면 더욱 고맙겠다는 생각을 적어 본다. 편안하신 잠자리이시기를 기원 드리면서.....

계룡심야에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