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화] 내 상담료 돌리도~!

작성일
2001-11-12 16:54
조회
7121
[제138화] 내 상담료 돌리도~!

상담을 하다가 보면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 그래서 늘 긴장감 내지는 스릴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오늘은 전화를 한 통 받으므로 해서 발생한 일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그 경위를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상담을 신청하는 마음과 결과에 대해서 만족하는 사이에는 대단히 큰 변화가 있다고 해야 하겠는데, 실로 누구나 미래를 알고자 할 경우에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희망이 0%라고 한다면 아마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궁금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 원하시는 답이 되지 못하는 것은 늘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도 인간이기에 느끼는 감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1. 늦은 시간의 방문자

지난 11월 10일은 토요일이다. 해가 빠질 정도의 늦은 시간에 방문자가 있어서 상담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겠다. 젊은 여성인데 늦은 시간이니 주무시고 가겠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없어서 바로 가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집은 옥천이라고 한다. 물론 이 옥천은 가짜이다. 실제로 지역을 적지 않는 것이 상담을 해준 사람의 조그마한 배려라고 생각이 되어서이다. 물론 이름도 밝히지 않는다. 밝혀봐야 가명일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냥 내용에 대해서만 함께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주를 보려고 왔어요."
"책은 좀 보셨는지요?"
"조금 봤지만 거의 모릅니다."
"저의 책도 보셨나요?"
"스님의 책이 재미있어서 두어번 읽기만 했어요."
"그러셨군요."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주는요?"

해서 적은 사주는 다음과 같다.

時 日 月 年
丙 壬 庚 乙
午 子 辰 巳
63 53 43 33 23 13 03
丁 丙 乙 甲 癸 壬 辛
亥 戌 酉 申 未 午 巳

사주를 살펴보니 약하다고는 하기 어렵겠다. 진월(辰月)이라고는 하지만, 경진월(庚辰月)이고, 앉은 자리의 자수(子水)는 시지(時支)의 오화(午火)를 제어하고도 남는다고 봐야 하겠기에 약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용신은 상관생재격(傷官生財格)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그래서 올해의 운을 보니 신사년(辛巳年)인지라, 신금(辛金)은 을목(乙木)을 치고, 병화(丙火)를 묶으니 어느 방향으로 봐도 부담이 크다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운을 보니 올해의 나이는 37세로 갑목(甲木)이 진행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기는 한데, 갑목(甲木)은 경금(庚金)에게 얻어맞고 있으니 활발하다고는 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 평소 낭월의 상담 형식이다.

"뭐가 궁금하신지요?"
".................."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을 해 드리겠습니다."
"예전에는 간호사를 했었어요."
"그러셨군요. 지금은 요?"
"지금은 입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무슨 과를 희망하시나요?"
"한의대, 치대, 약대 중에서 선택을 하려고 하는데, 그 중에서 한의대를 선호하고 준비중인데 잘 될려나 모르겠어요."
"올해도 시험을 보셨겠네요?"
"예, 근데 제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옳은지가 궁금해요."
"한의사라고 한다면 인연이 됩니다."
"합격이 되겠어요?"
"합격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올해의 운을 대입해서 살펴보면 부담이 많이 되므로 합격은 쉽다고 말하기 어렵겠습니다."
"시험을 망친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원서도 넣지 않고 내년에 다시 시험을 볼려고 하는데, 자신이 없어요."
"내년이라면 임오(壬午)년이 되니 임수(壬水)가 부담이 되고, 오화는 충이 되니 생각대로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금년보다는 나아진다고 봐야 하겠으니 올해보다는 내년이 나은 것으로 보겠습니다."
"지금 3년째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대단하시네요. 그 정도라면 언젠가 목적을 이루시겠습니다. 비록 적성은 있다고 하겠지만, 시험의 합격은 경쟁적인 환경요소가 포함이 되므로 간단하게 합격이 된다 안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외에도 무슨 이야긴가를 나누고 상담료를 내고 갔다. 저녁에 왔다가 어둠이 내린 시간에 가시는 바람에 다소 마음이 쓰이기는 했지만, 택시를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그냥 나가서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금전적으로 형편이 매우 나쁜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돈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다면 늦은 시간에 걸어서 가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는 잊어버렸다. 오늘 아침에 다시 전화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2. 다시 전화를 건 방문자

아침 일찌감치 전화벨이 울렸다. 그래서 누군가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로 위의 방문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혹 추가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전화를 하라고 늘 말하기 때문에 그런 전환가보다 하고 상담한 자료를 찾아서 뭐가 궁금하시냐고 물었는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다.

"전 왜 그곳에 갔는지를 모르겠어요."
"왜 그런 생각이 드셨는지요?"
"최소한 합격이 될지 안 될지에 대해서 답변을 주셔야 하는데, 누구나 할 수가 있는 이야기만 하고 정작 필요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예요."
"올해의 시험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그러셨지요."
"그럼 뭐가 문제지요?"
"전 절박한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그것도 3년이나 재수를 해서 시험을 봤는데 명확하게 답을 해 주셔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적성이 맞다고 말씀을 드린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근데 그렇게 일일이 다 물어보고 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게 뭐예요. 찾아갈 적에는 다 알아서 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야 낭월의 스타일이 그런 것을 모르셨네요."
"스타일이 아니라 기본이라고 봐요. 당연한 것 아닌가요?"
"뭐가 당연한지 모르겠네요."
"몇 년 전에 서울의 모 역술인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얼굴을 척 보고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아 맞추고는 나중에 사주를 적어서 추가로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마도 이 낭자는 그 선생이 관상 전문이라는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열이 가득 받혀서 전화를 하는 마당에 일일이 그러한 것까지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여엉 내키지가 않아서 참 난감했다. 그녀의 말은 이어졌다.

"그 분의 말씀이 지방대는 합격을 한다고 했단 말이예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것 봐라 그렇게 알아서 다 말을 해본들 결과적으로 시험에 낙방을 해서 3수나 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하고 싶어서 목이 근질거리는 것을 꾸욱 참았다. 그래도 동업자의 허물은 고객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경우라고 생각을 해서이다.

여하튼, 그래서 방문을 해서 상담을 한 것이 억울하고, 얻은 것도 없이 지불한 상담료가 아깝다는 말로 이어졌다. 물론 중간에 변명도 조금은 해 봤지만 이 여성의 상식으로는 원리적으로 대입을 해서 적성이나 가능성에 대한 답변은 도무지 수용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상담료는 반환을 하기로 하고 전화를 마쳤다. 시험과 같이 상대적인 대상이 있는 경우에는 합격을 한다 못한다로 구분을 할 수가 없는 것이 옳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수용이 되지 않는 모양이니 달리 설명을 해 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통장 번호를 부르라고 하고는 이체를 시켜줬다. 마침 밖에서 송금하는 바람에 수수로 1500원이 들었다. 그래도 그녀의 속상함에 비한다면 약과일 것이라고 스스로의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3. 심리분석이나 해보자

그래 배운 것이 사주로 심리분석하는 것이 일이니 어디 사주를 다시 보자는 마음으로 적어놓은 파일을 열었다. 그 자료는 위에 보여드린 내용과 같은 명식이다. 우선 수용성을 살폈다. 편인(偏印)이다. 부정수용으로 작용을 했다고 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일지(日支)의 겁재(劫財)는 경쟁심리이고, 자신의 경쟁심에 스스로도 제어가 잘 되지 않는 심성이라고 이해를 해볼 수가 있겠다. 또 결과에 대해서 비중을 두는 편재(偏財)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통제를 하게 되는 것이니, 그로 인해서 상담료를 환불받아야 하겠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으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의는 어떨까? 관살(官殺)의 위치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으로 판단을 하게 되는데, 월지(月支)의 편관(偏官)은 이미 자진(子辰)으로 합이 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마도 가까이에 관살이 있었다면 그렇게 속이 상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연구하고 궁리하는 식신(食神)이 없고 표현을 하기에도 원활하지 않는 것은 상관(傷官)도 멀어서라고 보겠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전달하는 도리 밖에 없었을 것이고, 비록 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그러한 것은 지금 고려를 할 상황도 아니고 그 정도까지는 생각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을 해보게 된다. 식신이 없는 사람에게 합리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은 보다 덜 감동적이라는 경험도 종종 하고 있는 터이다. 더구나 관살이 멀어 기억력도 떨어지니..... 하하~

4. 그나저나 시험이나 되셔야 할텐데.....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운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쩌면 낭월에게 화를 내는 것이 자신을 향해서 화를 내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못하고, 일구월심 한의대를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데, 이 땡땡이 화상에게 기대를 갖고 물었건만, 겨우 한다는 말은 이것저것 다 물어본 다음에 적성은 있지만 운은 약하다는 그야말로 누구나 할 수가 있는 것 같은 말이나 듣고 와야 하는 자신이 얼마나 서글펐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실로 겁재의 자존심도 상당한데 남에게 굽히고 물었던 것도 열이 받힐 것이다. 그리고 도저히 포기를 할 수도 없는데, 날이 갈수록 입시의 벽은 두껍게 느껴지는 그 마음도 조금 여유를 갖고 살펴보니 또한 이해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의 시험이 어려웠다는 것은 이미 방송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 여성도 자신의 기준에서 70점이 떨어졌다고 한다. 고3이야 그래도 나이가 있다고 하겠지만, 이 여성의 입장에서는 참 촉박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분통을 터트린다고 한 것이 낭월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기로 하기로 했다. 여하튼 시험이라도 되어서 그 마음에 고생을 한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그래도 명색이 중이라고 생겨먹었으니 남이 원하는 것을 이뤄지라고 빌어 줘야 하는 직업병(?)인지도 모르겠다.

5. 어찌 환불받고 싶은 사람이 한 둘이랴....

무슨 물건을 받고 돈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다. 확실한 보장이 마련되는 것에 대한 비용도 아니다. 그야말로 하나의 가능성에 대해서 투자를 하고 말아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불투명한 길에 대해서 조언을 듣는다는 마음을 상담실을 찾는다면 물론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많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자신을 위한 답변의 예문을 들고 와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물론 그나마도 원하는 격려를 들어 본다면 다행이겠지만, 낭월의 경험상, 운세를 묻는 사람의 70% 정도는 운이 나쁘다. 그러니 자꾸만 본전 생각이 나실 분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까닭 없이 죄송해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상담을 그만두고 조용히 책이나 보면서 연구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스트레스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상담료를 받아야 먹고살겠지만,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담료는 그래서 상담료인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거나 상담료는 지불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왜냐면 상담에 임하는 사람이 최선을 다 해서 자신의 전문분야에 의해서 답변을 했다면 결과는 그의 몫인 것이라고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변호사에게 법률문제를 의뢰하고 결과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다시 환불을 요구한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상담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방문을 하지 않은 것은 그 분의 낭월에 대한 상식이 부족했다고 하겠지만, 낭월이 생각하기에는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그를 위해서 오로지 그녀를 위해서 내 인생을 투자했는데 결국 상담료를 그것도 송금료까지 보태서 지불을 하고 보니 여엉 그 속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낭월도 인간인 바에야.....

6. "제발 족집게를 바라지 말아 주세요."

늘 말씀드리는 것이 이것이다. 오늘 전화를 하신 여인도 포함해서 낭월을 찾으실 적에는 절대로 속시원한 족집게를 찾는다는 마음으로는 방문을 하지 말라는 권유 내지는 명령을 드리고 싶다. 그렇게도 책을 통해서 틈이 날 적마다 그러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그래도 자신에게는 뭔가 특별한 답이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일까? 그래 놓고는 소중한 낭월의 시간을 빼앗고 서로 마음만 상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낭월이 쓸모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때로는 가슴이 섬뜩한 이야기도 곧잘 하기도 한다고 방문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합리적인 관점에서 답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있는 것이다. 왜냐면 시험이라는 것은 자신의 점수도 있지만 경쟁성도 너무나 큰 변수인데, 그러한 것을 꼭 찍어서

"어느 대학교 무슨 학과에 원서를 넣으면 100% 합격한다."

라고 하는 말을 듣겠다고 한다면 도대체 낭월이 잘못된 것인지 질문자가 욕심이 과한 것인지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낭월이 점을 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도 늘 자랑스럽게 여기는 명리학자(命理學者)가 아니냔 말이다. 그 참...... 쩝쩝.....

야호~!
야호~!
..................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