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9화] 소 잡는 칼로 닭 잡은 기분

작성일
2001-11-20 08:57
조회
5878
[139화] 소 잡는 칼로 닭 잡은 기분

언제나 가을은 즐겁다. 언제 먹어도 물리지 않는 감이 풍성하고, 낮이든 밤이든 상쾌한 기온이 있어서 좋다. 구태여 용신이 금수(金水)라서 가을이 좋다고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가을은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대체로 기분이 좋은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오늘 아침도 그렇게 상쾌함을 느끼면서 눈을 떴다. 여기는 경주의 어느 여관이다.

1. 경주 나들이

경주에는 동국대학교 경주 캠퍼스가 있고 1999년도인가 특강을 한 적이 있어서 어쩌면 조금은 익숙한 곳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한의예과에서 특강을 부탁한 것은 한 달쯤 전이었고, 그래서 학교의 강의라면 가능한 한에서는 기꺼이 응하고 있는지라 당연히 그러마고 하고 감로사의 강의 일정을 조정하고 일찌거니 출발을 하여 어제 오후 1시경에 종구락의 고향 혁거세 할배가 계신 경주에 도착을 했다. 우선 머물 곳을 찾아서 그럴싸한 건물을 소유한 여관을 찾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그리고 권장을 해 드린다면 여하튼 여관을 찾을 적에는 가능하다면 큰 건물을 찾으시라고 권해 드린다. 작은 건물은 후줄근한 경우가 의외로 많아서이다. 이러한 경험은 떠돌이의 노하우(?)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작은 규모의 여관에 대한 장점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실은 침대에 배인 담배냄새를 생각한다면 가격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여하튼 그래서 어느 모텔을 발견하고 연지님과 만장일치의 합의를 본 다음에 쥔장을 찾았다.

"하루밤 쉬어 갈라고 왔습니다."
"밤까지 머무실랍니까?"
"예, 내일 아침에 갈랍니다."
".........."
"방이 없나요?"
"그게.... 지금은 시간이 그래서 말이지요...."
"왜요?"
"이따가 4시쯤이 되어야 손님이 모두 가시는데...."
"지금은 방이 없는 모양이네요?"

우선 맘에 드는 모텔이기 때문에 다른 집으로 가기 전에 아지매의 관상을 살폈다. 그리고 그 표정에서 정재(正財)를 읽을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방을 줄 작정이다. 봉사심이 없는 것을 보니 비록 편관(偏官)은 없다고 하겠지만 정재가 있으면 들어온 손님을 절대로 그냥 내어 보낼 마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낭월이 아닌가. 잠시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거 참 더럽네..... 욜마가 쪼매 늦게만 왔시마 절대로 갈등을 하지 않을 낀데 지금 시간이 낮손님 찾아 들 시간인데, 방을 줬다가, 손님을 하나라도 받지 못하면 얼매나 손실이 크노 말이다. 근데, 방이 없다카마 여관이 여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옆에도 뒤에도 모두 여관인데, 그리 갈끼고, 그카마 오지도 않은 손님을 기다리느라고 들어온 손님을 쫓아내는 기고, 애고~! 이거 갈등 생기는구마....'

심리분석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낭월이다. 척 보면 무슨 마음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 것이다. 음 조금만 있으면 되겠군..... 그리고 입을 연 그 아지매,

"한바퀴 돌고 오실 수는 없능교?"
"지금 긴 여행에 너무 지쳐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505호로 가시이소."
"얼맙니까?"
"3만원입니더."

해서 방으로 가보니 잠자리는 깨끗했다. 비록 잠자리TV 채널은 없지만(흐흐~),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는 하루 저녁 쉬기에는 넉넉하겠다는 생각으로 한숨 잠을 자뒀다. 저녁에 강의를 하려면 낮잠을 조금 자 두는 것이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젊고 활기찬 학생들에게 자평명리학을 전달해 주려는데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 때문이다.

2. 통신회원의 미팅

4시경이 되어서 준비를 하고 미리 약속이 된 신승우 회원을 만날 준비를 했다. 통신으로는 늘 글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묘하게도 초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으면서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누고 궁금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설명도 해 드리고, 결정적인 숙제 보따리를 꺼내면 마침표를 찍는다.

"하하~ 그 숙제는 본인이 풀어야 하겠네요. 답은 스스로 찾으셔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낭월은 답을 드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회원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낭월의 취향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의미를 바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분명 스스로 찾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그에게 준 화두는 '병화(丙火)와 사화(巳火)의 차이에 대해서'이다. 근사한 논문 제목 같지 않은가? 이렇게 좋은 공부 꺼리를 낭월이 대충 땜질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 스스로 풀도록 길을 잡아 드리는 것도 선생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시간이 되어서 강의실로 찾아 들었다. 진행담당자의 안내를 받아서 예과 강의실로 갔는데, 강의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저녁들을 먹으러 갔다면서 15분을 지연해서 시작하자고 한다. 그야 뭐 어렵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기다려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3. 명리학의 이해를 위해서

늘 그렇지만 1회의 강의로 명리학을 전달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특히 낭월은 널어 벌리기를 특기(?)로 삼는 것을 고려한다면 더욱 난감하기도 하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거는 것은 학생들이 왕초보를 꼼꼼하게 보기만 했다면 어느 정도 감을 잡도록 해 드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이 어느 정도는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엊저녁의 수강생들은 그게 아니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청중의 안색을 살피는 것은 강의하는 사람의 몫인데, 한 자료를 올리고 용신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눈빛이 점차로 빛을 잃어 가는 느낌이 확~ 오는 것이다. 이것은 뭔가 잘못되었군.....

"십성(十星)이 뭔지 아시는 분 손을 한번 들어 보세요."

한 사람도 없다. 이건 아닌데.....

"십성(十星)의 명칭을 알고 있는 분이 한 분도 없으시나요?"

여전히 혼자만 아는 소리를 하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여기 저기에서 보이는 것이다. 순간 적으로 드는 생각.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았군....'

이런 기분이 들면 방법은 두 가지 중에 하나이다. 강의를 그만 두거나 수준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거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만둘 상황은 아니다. 비록 청강생들이 명리공부는 극히 초보자이지만, 그래도 그 열의는 이미 상당하다고 해야 하겠는데, 뭔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은 낭월이 궁리를 해야 할 몫이다. 여하튼 그 멋진 명리학의 꽃인 십성을 모른다고 하니 용신을 설명한다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궁리를 한 끝에. 심리구조의 분석법을 성격존에 대해서만 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여하튼 그렇게라도 해야 그들이 뭔가 얻을 것이 있겠다는 판단을 했는데, 그나마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눈빛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행히 방응이 있었다.

아마도 오늘쯤이면 자신들의 명식을 펼쳐놓고 적성이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를 열심히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스친다. 그렇게 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명리학의 강의를 마치고, 작별을 하고 나왔다. 청강의 인연으로 궁금한 점이 생기면 메일을 보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사이트 도메인을 알려줬으니 그러한 인연이 되는 것도 또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또한 새로운 경험을 얻기도 한 셈이다. 생각보다 기초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의 탓은 아니지만, 너무 일찍 낭월을 청한 것이다. 다음에 강의를 청하거든 반드시 청강생의 수준을 확인해보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겠다는 답을 얻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상지대의 강의는 매우 다행이었다고 해야 하겠고, 그렇게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 도화가 또 얼마나 애를 썼겠느냐는 노고가 겹치는 순간이기도 했다.

4. 염불보다 잿밥?

강의를 마치고 회원을 만났다. 울산에서 꽃장사를 하는 한정식회원과 포항에서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하는 김상래 회원이 찾아온 것이다. 물론 반갑다. 김상래 회원은 처음 만났다. 그렇게 해서 세 사람은 어느 식당으로 찾아 들어서 비로소 수준에 맞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역시 용신과 운세의 해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뭔가 생각을 할 맛이 난다. 그리고 다들 게시판으로 이름이 익은 회원들이다. 그러니 얼마나 즐겁겠느냐는 생각은 하나 마나이다. 이렇게 서로 만나서 회포를 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이번의 경주 나들이는 좀 서운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 반갑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는 또한 많이 활발하게 나누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주인 아주머니의 쉬고싶은 표정을 읽은 시간이 11시가 넘어서 자정이 되어갔던 모양이다. 그래서 세 도반(道伴)은 2차로 가도록 유도를 하고는 잠자리로 돌아왔다. 한선생은 노래방으로 가서 낭월의 애창곡을 들어야 한다고 유도를 했지만,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이 신조(?)이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고 도망치듯이 적별을 했지만, 그래도 훈훈한 마음이 감도는 시간들이었다.

5. 이제 또 출발을 해야지

오늘 오후 4시에 밀린 강의를 하기로 감로사 식구들과 약속을 했으니 이제 또 출발을 해야 한다. 이 글이라도 올려놓고 일어나자고, 준비를 마친 연지님을 앉혀 놓고 마무리를 해야 하겠다. 글을 올리는 것은 휴대폰이다. 비록 속도는 형편이 없는 14k 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게시판에 접근을 할 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기만 하니 속도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 기다리시는 연지님의 독촉이 잦아진다. 얼른 마무리를 해야 겠다.

경주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