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외로움을 아시나요?.....

작성일
2001-08-15 10:22
조회
6864
[제130화] 외로움을 아시나요?.....

1. 만남

똑! 똑! 똑!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말복 전날 오후
낮잠이라도 좀 자려고 누웠는데
순간적으로, 불청객이군......
문은 열어 줘야지....
문 밖에는 키가 훤출한 중년 사나이
여행자의 가방을 어깨에 걸고
운동화에 몸을 싣고 어색한 웃음......

2. 입장

어떻게 오셨나요? 물음에
불사를 하시는 중이네요......
음.... 급한 일은 아닌게로군.....
들어오시지요.....
사양하지 않고 찾아 든다.
순간적으로 굴러가는 대글빡......
보아하니 시비를 걸러 온 것은 아니겠고....
그렇다고 상담을 하러 온 목적도 아니겠고.....
그냥 호기심으로 찾아 왔다면.....
낮잠만 버린거 아닌지 모리게따.......

3. 방문자 인사

지나면서 늘 감로사를 봤습니다.
언제 한번 들려 봐야지 했지요......
들어와 보니 좋은 곳에 자리 잡으셨네요.
저는 게을러서 혼자 사는 사람입니다.
저쪽 절 아래에 있지요.
예전에는 분주하게 동서남북으로 다녔는데
이제는 다 귀찮아서 보따리를 끌러 놓은 지
삼 년이나 되네요. 하하하~

4. 쥔장 답사

그러시군요......
전 사주쟁이랍니다.
그렇게 오늘을 즐기면서 살고 있지요.
책을 보고 찾아오는 방문자나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방문자나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는 방문자나
모두 인연으로 알고 이야기를 나누네요.
그러면서도 늘 생각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장치가 있어서
운명이 작용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답니다.

5. 나그네의 행로

참 재미있게 살으시네요.
전 삶의 목적을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소설 단을 보고 반했지요.
그래서 그 수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은 먹지 않아도 즐거웠답니다.
때로는 지리산에서 5년 면벽도 하고
또 때론 시중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네요.
그러면서도 늘 느끼는 것은
깨달음에 대한 열정에 휩싸여 있는 것이지요.
이제 나이 40대 중반에서 돌아다보니
그 모두가 쓸데없는 일이었다는 생각
그 마음이 들 때면 이렇게 방황을 합니다.
오늘도 그래서 이렇게 발길이 가는 대로
감로사로 향했습니다.

6. 쥔장의 격려

그래도 말이지요.....
그렇게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신 일들이
어딘가에 기록이 될 것이네요....
그리고 그 흔적들은 다시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서
그렇게 길을 이어가게 할겁니다.
우주를 알고 인생을 알고 자연을 알 때
아마도 고행의 휴식처를 만나시겠지요....
그리고 이쯤이면 방황도 마무리 단계네요.
이제는 휴식을 취할 시간이신가 보네요.
자신의 생각대로 따라서 걸었으니
그 길은 후회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인생은 홀로 가는 것이겠지요.
원하는 대로 살으셨네요.

7. 나그네의 외로움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답니다.
나이 사십을 넘기 전까지만 해도
한 소식 얻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봤지요.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해도 귀에 들지 않았고
좋은 공부터가 있다는 말만 들리더만요.
이제 나이 사십대 중반에서......
문득 자신을 돌아다봅니다.
편히 쉴 내 집도 없고
몸이 아파도 물 한 그릇 떠줄 아내도 없고
어깨를 무겁게 하는 자식도 없더군요.
더구나 몸을 이동시킬 자동차도 있을 리 없지요.
이 넓은 땅위에서 있는 것이라곤
지친 몸뚱아리 하나 뿐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
.....................

8. 쥔장의 추억

그의 말을 들으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애들은 몰러.......
어느 암자에서 만난 노장님의 말씀.....
청정하게 홀로 살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을 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던지던 한마디......
그의 마음과 그 노승의 마음이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문득 혼자라는 그 느낌.......
아무리 느껴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낭월 주변에는 너무 사람이 많다.
그 환경에 처하지 않고서
그 상황을 완전히 느끼기는 불가능 한 일
그냥 짐작만 된다고 해야 할 꺼다.....

9. 국민학교 시절에

문득 스치는 또 하나의 생각은
국민학교 교과서의 대목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그런 제목으로 글이 시작되었지.....
호랑이, 귀신, 도둑, 그리고 전쟁....
그러나 어느 노인은 땅거미 내리는
어둠을 향해서 말했지
망각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어린 낭월이 그 뜻을 어찌 알아....
노인네의 넉두리라고만 여겼지...
지금 생각해보면 우짜자고 얼라들에게
망각을 설명하고자 했는지 몰라......
교과서 편집위원이 누군지 몰라도
눈높이는 여영 엉망인거 같어.....

10.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망각은 외로움이었네
외로움......
그 노인과 그 노장과 이 나그네....
모두 사무치게 견디기 어려운 것은
바로 공통의 언어 외로움이었어......
문득,
세상에서 홀로 존재한다는 생각.....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느낌....
그리고 점차로 무능해지는 나날......
이 나그네는 그 외로움으로부터
완전히 도망을 치고 싶은 거야....
그러면서도 도망을 갈 곳이 없어
그래서 다시 새로운 방황을 하는 것이야
젊어서는 떠나기 위해서 방황을 하고
나이 들어서는 돌아오기 위해서 방황을 하네
그러다가는 김삿갓처럼 길에서 쓰러지겠지
바로 그 장면이 떠오르기에
못 견디도록 외로운 것일게다......

11. 위로와 권유

아직도 늦지 않았네요.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시면 되지요.
이제야말로 삶을 진지하게 생각할
중요한 시점인가 봅니다.
시간은 주체를 할 수가 없을 정도
마음만 먹는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나요.
마음을 일으켜 보세요.
나이 60에 시작을 하는 사람도 많은걸요.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명리 공부도 좋다고 하겠네요.
올바르게만 배우신다면
충분히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전혀 늦지 않았지요.

12. 겉똑똑이 나그네

이제 다 틀렸지요.
이 나이에......
취직을 하겠나요.....
자식을 낳겠나요.....
누가 함께 살아주기를 하겠나요....
공부를 하려고 생각도 해봤지요.
그런데 머리에 들어오질 않아요.
사실 운명도 정해진 것이니
그렇게 정해진 것을 말해서 뭘 하겠나요....
결국은 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또 다른 허물만 쌓일 것을......
그냥 이렇게 흐느적거리면서
세월을 보내다가는.....
그렇게.....
떠나가야겠지요....
그게 저의 운명인가 봅니다.
이제 몸도 자주 아프군요....
젊었던 시절과는 다르네요.....
모든 것이 점차로 자신이 없어져요.
뭘 해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누구와도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
이러한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그 방법을 못찾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13. 작별

이런 저런 이야기에
저런 이런 댓꾸......
말을 하면서도 벽 없는 벽을 치는 느낌....
그 나그네는
그렇게 두어 시간을 이야기 나누고는
또 자리에서 일어선다.
누구를 찾아가 보면
자신의 울타리를 침해 당할까봐
전전긍긍하고 눈치만 보면서
뭘 훔쳐가지 않을까..... 하는
쥔장을 많이도 만났는데
오늘 편안하게 대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사랑할 가족이 있음을 축하드리고
육신이 건강하심을 축하드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일이 있음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또 피곤한 길을 떠나렵니다.
후에 또 생각이 나면 들리겠습니다.
오늘 스님을 뵙고는....
나도 컴퓨터를 한 대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14. 나그네가 떠난 자리

여하튼.....
엉뚱한 방문자로 인해서
잠 농사는 버렸지만
그 여운이 여영 개운치가 않다.
그의 길이 과거의 자신과도 같았고
또 어쩌면 앞날의 자신일 수도 있겠기에
그를 미뤄서 나의 행복을 점검하고
그 행복이 참으로 오늘의 축복임을
절절히 느끼게 하는 나그네.....
그의 길에도
재미있는 일이 생기시기를.......
..........................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