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금(庚金)

작성일
2007-08-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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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금(庚金)은 금의 기운 즉 금기(金氣)가 된다. 다른 말로는 살기(殺氣)라고 할 수도 있다. 숙살(肅殺)의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만물의 생명력을 거둬들이는 작용을 한다. 사람은 가을의 냉풍(冷風)을 맞게 되면 입술이 터지고, 삼라만상은 휴식(休息)을 준비하거나 그대로 죽어버리는데, 이것도 숙살지기(肅殺之氣)인 경금의 작용이라고 보게 된다. 죽인다는 것은 성장억제의 작용이라고 하겠는데, 이러한 금 기운을 받게 되면 생명의 리듬이 발생한다고 하겠고, 이것은 밤이 되면 잠이 오는 것과도 연결을 시킬 수가 있다. 다만 여름밤에는 경금의 기운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열대야가 되어서 잠이 오지 않는 것도 같은 의미로 대입을 해볼 수가 있다.

 

【하건충설(何建忠說)】

경금(庚金)은 본질(本質)이 응집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형식은 고정적(固定的)이며 전체적으로는 가변적(可變的)이니 이것은 고체(固體)이다.

 

-해석-

경금(庚金)을 고체로 보는 것은 고집(固執)과 주체(主體)의 성분을 놓고 관찰할 수가 있다. 그러면서도 가변적이라고 하는 것은 돌덩어리나 바위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체라고 하는 것을 단단한 물질로만 이해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독립성(獨立性)인 주체(主體)를 고집하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그러니까 고집체(固執體)라고 이해를 하면 타당할 것이며 결국은 십성(十星)에서의 비견(比肩)으로 연결이 되고 나면 이러한 의미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의식적인 고체’가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물질적인 고체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관찰을 해본다.

 

【滴天髓-庚金論】

경금대살(庚金帶殺)하니 강건위최(剛健爲最)하며,

득수이청(得水而淸)이요 득화이예(得火而銳)니라.

토윤즉생(土潤則生)이요 토건즉취(土乾則脆)하며,

능영갑형(能贏甲兄)하고 수어을매(輸於乙妹)니라.

 

【뜻풀이】

숙살(肅殺)의 기운을 갖고 있는 경금(庚金)은

무엇보다 강력하여 으뜸이 되며,

물을 얻어 완고한 기운을 설기하니 맑아지는 성분이요.

불을 얻어 제화(制化)를 받으면 날카로워진다.

윤택한 토를 만나면 더욱 강해지지만

메마르고 건조한 토는 부스러져 쓸모가 없다.

갑목 형이지만 능히 견제하고 통제하나

을목 누이에게는 합을 하여 정을 준다.

 

【풀이】

숙살(肅殺)은 경금의 본색으로 보게 된다. 그것은 쌀쌀한 가을의 기운으로 만물의 생장(生長)을 억제하는 작용으로 나타나게 됨을 생각하는 것도 무방하다. 이것이 경금의 성분이다. 여기에는 바위라거나 도끼라고 하는 구체적인 의미는 남아있지 않는 것으로 봐도 되겠다. 그래서 경금(庚金)은 금기(金氣)라고 말을 하게 되며, 그러한 기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봐서 한기(寒氣)로도 해석을 하게 된다. 다만 한기와 냉기(冷氣)가 비슷하다고 본다면‘성장을 억제하는 한기’로 단서를 달아도 되겠다.

‘강건함이 으뜸이 되는 것’은 각각의 으뜸이 10간 마다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되겠다. 경금의 최고는 강건함이라고 하면 되겠는데, 강건함이란 가을철의 위력을 그대로 전달하여 그렇게 느꼈다고 보면 되겠다. 유백온(劉伯溫) 선생은 전장을 누비던 사나이이다. 그도 계절이 허용하지 않으면 수십만의 군사도 어떻게 해볼 수 없음을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즉, 가을이 깊어 가면 경금의 기운이 지표(地表)를 덮으면서 군졸들도 그 마음이 따스한 안방으로 향하게 되어 있는데, 그러한 군사들을 몰아서 싸움에 이기기를 바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너무도 잘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와 같은 경금에 대한 기분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해석을 해 보게 된다.

‘물을 얻어 맑아지는 것’은 아무리 강건한 경금이라고 하더라도, 금생수의 흐름을 타게 되면 경금은 멈추지 않고 이어지게 되어서 임수(壬水)의 기운으로 변화가 가능하다. 임수는 비록 수기(水氣)로 냉기(冷氣)에 해당하지만 다시 갑목(甲木)을 생조하는 기운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도 하므로, 맑아진다는 것은 숙살의 기운이 생성(生成)의 에너지로 변화를 해서라고 봐도 되겠다.

‘불을 얻어 날카로워지는 것’은 언뜻 생각을 하면 광산에서 얻은 철을 용광로에 넣어서 칼이나 창으로 만들어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을 심리적으로 살피게 되면 강인한 경금이 편관(偏官)인 병화(丙火)의 단련을 받아서 더욱 강해진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게 된다. 즉 열기가 더하면 그럴수록 한기도 그에 따라서 더해진다고 이해를 해봐도 되겠다. 그리고 압축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으로도 이해가 된다. 불을 얻으면 강한 성분이 더욱 날카롭게 된다고 대입을 한다.

다음에는 물질적(物質的)인 관점으로 관찰을 해보자. 우선‘윤토하면생조한다’는 말은 어디에 떨어지는 것일까? 물론 생조(生助)를 받아서 강해진다는 관점도 무난하겠다. 다만 숙살의 기운이 윤택한 토양을 만나면 마치 가을에 파종한 밀과 보리가 발아하여 성장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다. 늦가을에 파종한 밀과 보리가 금의 냉한 기운을 받아서 생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윤토(潤土)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가을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건조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건조한 계절의 경금 기운이 더욱 강화되어서 밀과 보리는 싹을 틔울 수가 없이 되어버리는 것으로 이해를 해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어지는‘토건즉취(土乾則脆)’에서도 그대로 해답이 된다고 하겠다. 토가 말라버리면 경금의 기운이 더욱 건조하게 된다는 것으로 본다. 물론 이러한 기운에서는 밀과 보리가 자랄 수 없이 되어 약해지고 말라지는 것으로 봐도 되겠으니 주체인 경금이 마르고 갈라진다면 그 나머지도 같은 운명체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관찰을 하게 되면 가을에도 농사를 할 수 있는 자연의 이치를 논했다고 해서 무리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능영갑형(能贏甲兄)’에서의 영(贏)은《적천수징의(滴天髓徵義)》나《적천수천미(滴天髓闡微)》에서는 풀어버릴 영(嬴)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해체(解體)의 의미가 되고, 이길 영(贏)은 이긴다는 의미가 되므로 이길 영(贏)이 맞는 것으로 봐야 하겠는데, 다만 보기에 따라서는 갑의 발전적인 기운을 풀어버린다는 의미로 원전에 충실한 것도 좋다고 보겠다.《명학신의(命學新義)》의‘적천수신주(滴天髓新註)’에는 영(贏)으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것은 조판(組版)과정에서 발생한 오식(誤植)일 것으로 보인다. 갑형이 갑목(甲木)인 것은 분명한데, 왜 갑형을 메다 팽개친단 말인가? 그냥 금극목(金剋木)으로 이해를 하기에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소중한 자리에 넣어두지 않았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래서 다시 심사숙고(深思熟考)를 해본 결과, 목기(木氣)의 추진력(推進力)을 차단시킨다는 의미로 이해를 해야 하겠음을 생각하게 된다. 즉 달리는 자동차를 경금이 막아버리면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가떨어지게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안전띠가 있기도 하지만 그와 같은 관성의 법칙은 의연(依然)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갑목을 이기게 되는 이치로 이해를 해보게 된다.

‘을목을 만나면 정을 준다’는 말은 기본적으로 금극목(金剋木)은 다 같은 말이므로 결과도 같아야 하는데, 하나는 정을 주고 하나는 집어 던지는 것은 가을의 나무에게는 경금이 정을 줘서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즉 목기(木氣)는 그대로 죽어버리게 되므로 확실하게 끝이 나는데, 목질(木質)은 어떨까를 생각해 보면 되겠다. 목질은 경금의 기운을 받아서 더욱 단단해지고 오래도록 버티고 있을 힘을 기르게 되니 이를 정을 준다고 비유한 것은 너무 시적(詩的)이고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냥‘을경합(乙庚合)이니까 그렇지’라는 생각으로는 깊은 변화를 관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당연하게 보면 간단한 이치의 규칙도 깊이 있게 관찰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연결고리를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心理的인 해석-주체(主體)와 독립(獨立)】

경금의 심리적인 구조는 주체와 독립적인 것으로 대입을 한다. 주체는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도 보지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주체라고 해석을 할 수 있다. 즉 자신의 판단으로 수용이 되면 접수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를 하는 것으로 주체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면모를 갖고 있는 것이 경금이므로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獨立的)인 성분이 되는 것이다.

경금은 스스로 모든 판단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남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이러한 주체성은 좋게 작용을 하면 독립성이 되어서 독보적으로 성공을 가져 올 수가 있지만, 이것이 부정적으로 작용을 하게 되면 옹고집에 고집불통이 되어서 아무도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므로 세상에서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성분을 십성(十星)에서는‘비견(比肩)’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