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물질적인 관점

작성일
2007-09-1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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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로  관찰이 가능한 병화의 유형은 아무래도 빛이라고 생각이 된다. 광선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 실제로 많은 명리서(命理書)에서도 병화로써 가장 어울리는 성분은 태양(太陽)이라고 비유를 많이 들고 있다. 그러나 얼핏 생각해보면 태양이라고 하는 비유는 정확하다고 못할 것도 같다. 태양은 빛과 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성분으로 보여서 빛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그냥 火라고 해야 할 듯 하다. 작열하는 태양이라고 말을 할적에는 분명히 열기(熱氣)의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빛에는 열이 없다는 것을 어디선가 봤다. 즉 겨울의 태양은 빛이 시원치 않아서 열기가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봤기 때문이다. 그냥 빛만 가지고 있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정황까지도 모두 이해를 하고서 ‘丙火는 태양(太陽)이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비로소 올바르게 말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음으로 병화와 유사한 성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는 반딧불이 있겠다. 반딧불의 형광물질은 열감은 전혀 없고 그냥 빛만 있는 것을 볼적에 이것은 비록 연약한 빛이지만 병화라고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옛말에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것도 반딧불의 빛을 의미하는 것이지 열감(熱感)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에 생각해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는 야명주(夜明珠)도 해당이 되겠다. 실제로 야명주를 본적은 없는데 흔히 무협지 등에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야명주가 굉장한 빛을 내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가 있다. 뭔가 빛을 내는 것들은 모두 병화라고 생각해본다. 야명주의 하급품은 시게바늘에 칠해져 있는 야광(夜光)이라고 하는 제품들일 것이다. 즉 미세한 불빛을 받으면 빛을 내는 성분들이다.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고서 다른 빛을 받으면 조건반사를 일으키는 성분이라고 볼적에 매우 허약하지만 그래도 병화라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또 다른 성분으로는 도깨비 불이 있다. 경상도 말로는 ‘토찝이 불’이라고 하기도 한다. 혹 벗님께서도 도깨비 불을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멀리서 파르스름한 청록색의 빛을 띠다가는 가까이 다가오면서 점차로 약해져서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 낭월이의 부친께서 안면도의 야산을 개간하실적에 이른 새벽 잠이 깨어서 산에 가서 밭을 일구다가는 담배한대 피우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멀리 원뚝20)에 도깨비 불들이 오락가락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무섭지 않더냐고 여쭤봤더니

“무섭기는 까짓놈들이 뭐가 무섭노. 어떤때는 차츰차츰 다가오기도 하느니라 그래서 어떻게 생겼나... 하고 구경을 하고 있으면 다가오다가는 저만치에서 점차로 흐릿해져서는 없어져뿌더라.”

그러시면서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지으시기도 했다. 왜그러시는가 했더니, 그녀석을 사귀어두면 돈이나 재물을 가져다 준다는 말을 들었는데 고놈들이 오지를 않는 것이 못내 아쉽다고 하신 기억이난다. 이렇게 생긴 도깨비 불도 역시 병화라고 할만 하다고 생각되는데, 비록 만져보지는 않았지만, 생긴 모양새가 아무래도 열기는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이다. 누구 뜨거운 도깨비 불을 만져보신 분 계시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그럼 이 내용은 고쳐야 하겠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형광등이 가장 대표적인 병화라고 보면 되겠고, 브라운관의 영상을 만드는 빛도 역시 병화라고 하면 되겠는데, 백열등은 아무래도 혼합작이라고 해야 할모양이다. 왜냐면 열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더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엑스레이 광선도 병화라고 해야 하겠다. 역시 뜨겁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MRA라고 하는 촬영기가 있어서 신체의 내부를 잘도 살핀다고 하는데 의학적인 용어로써야 무슨 의미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우리가 살필 적에는 마찬가지인 병화로 보면 되겠다. 이렇게 첨단시설에 이용되는 원리는 보통 광학(光學)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아마도 적외선이나 자외선도 모두 병화의 영역일 것이다. 어쨌던 우리는 빛에 해당하는 부분을 일러서 물질적인 관점에서의 丙火로 관찰을 하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