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세계적인 관점

작성일
2007-09-1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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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갑목에 해당하는 지역을 한국으로 놓고 생각해 봤었다. 그렇다면 을목에 해당하는 나라는 어디를 생각할 수 있을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러한 관찰을 하는데 무슨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나라의 국민성이랄지 그러한 것에서 십간적인 특성이 느껴진다면 그렇게 연결시켜 놓고서 이해를 해보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을목에 가장 가까운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우선 그동안 설명을 한 것으로 봐서 경제관념이 매우 뛰어난 민족성이라야 하겠다. 그래서 손해를 볼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하겠고, 나아가서 갑목에 기대어서 하늘로 올라가는 넝쿨나무가 생각난다면 한국에 기대어서 돈벌이를 하려고 하는 곳이라면 더욱 좋다고 생각해본다. 그래놓고서 연결을 시켜보려고 하니까 가장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나라는 일본이다.

“음...일본.... 뭔가 느낌이 온다.”

일본인들의 상술(商術)은 이미 중국사람을 능가하는 것으로 판정이 난지 오래다. 그렇지만 그냥 돈을 빼앗지는 않는다. 스스로 돈을 내어놓게끔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전후(戰後), 폐허의 잿더미에서 일으킨 눈부신 경제성장은 이러한 특성이 작용한 것으로 생각해도 전혀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일본인들의 능력을 인정한지 오래인가 보다. 실제로 일본제품을 써보면 뭔가 느낌이 다르다. 가볍고 견고하고 오래쓴다. 이것이 무기라면 무기일 것이다. 예전에 국산카셋트를 하나 구했었는데, 불과 6개월도 못쓰고서 버렸다. 그리고서 중얼거린 한마디는 ‘국산이 그렇지뭘....’이었다. 그날로 달려가서 구한 것은 일제 소니였다.

그리고 고장을 모르고 계속 돌아가는 그 기계는 아우에게 물려졌고, 그리고서도 한동안 아무 일없이 잘 쓰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은 애국에 호소해서 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로지 단단하게 확실하게 만드는 제품에게는 산골무지랭이라도 호감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니 이것도 아마 일종의 천심(天心)일 것이다.

처음의 선입관은 참으로 두고두고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이렇게 되자, 요즘에 와서는 여러 가지의 한국공산품들도 매우 좋아져서 상표를 가리고서 물건을 고르도록 했더니 한국산을 고른 사람이 70%가 넘었다고 하는데, 다시 상표를 보여주자 일본제품으로 바꾼 사람이 70%가 넘더란다. 이러한 것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외제선호사상 이라고만 몰아부칠 것만도 아니다. 기왕이면 내가 투자한 돈이 보다 확실한 제품을 갖게 되기 원한다는 마음의 표시가 아닐까 싶다.

국산도 전혀 손색이 없건만 대다수의 한국인은 같은 값이라면 일제가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과거의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엉터리 물건을 떠넘겼던 한국기업의 횡포에 대한 피해망상증도 포함되어서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인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일본기업들은 더욱 희망을 가지고서 한국공략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상품전략이 바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는 일본인들의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어디 그뿐이랴, 전후에 페허의 국가를 다시 경제대국으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의 일본이 된것일 것이다.

한국에서야 체통이라는 것이 있으니 어찌 돈벌이에 체면을 팔아버릴 수가 있으랴. 물론 속 마음이야 어쨌던 간에 말이다. 오죽하면 ‘수염이 열자라도 먹어야 양반’ 이라는 속담까지 만들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짐작이 된다. 다만 모양 사납지 않은 한도 내에서 돈을 벌어오라고 할런지는 모르겠지만, 모양을 구겨가면서 까지 돈에 매달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것만 봐도 그만큼 갑목다운 자존심이 느껴지는데, 아무렇게 하거나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수단으로써 최선을 다하는 일본 사람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몇가지의 정황을 생각해 볼적에 역시 일본은 을목의 성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신속하게 앞서가면서도 착실하게 경제적 기반을 다진 것은 결코 한두사람의 마음만으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관점도 있다.

을목은 2등을 한다고 했는데, 이점도 역시 일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생각이 된다. 미국에서 최첨단의 어떤 기술을 개발하면 일본은 그 기술을 사들이는 모양이다. 그래서는 일등은 놓쳤지만 이등으로써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서는 순식간에 일등을 따라잡아 버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만든 일등상품은 그대로 둔다. 그리고서 자신들도 이등상품을 만든다. 김치나 고추장이 그런 부류에 속할 것이다. 한국에서  만들어서 먹는 것 보다는 못하겠지만, 적당한 기술을 발휘해서 외국인들에게 장사를 하는 것으로 돈을 벌면 충분한 것이다. 한국에서 만든 것은 한국인에게 먹혀들겠지만, 외국인들은 오히려 일본에서 만들어진 김치를 좋아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국 한국 것을 팔면서도 돈은 일본이 챙기는 결과가 되는 것이니 이러한 것을 보면서 일본에게 을목이라는 칭호를 주지않을 수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또 있다. 일본사람들은 대나무를 좋아한다고 한다. 어디던지 대나무를 심어놓고 가꾼다고 한다. 그리고 소나무도 을목처럼 화분에 심어서 감상을 한다. 이러한 것도 을목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고 역시 나름대로 을목적인 특성이라고 하겠다. 예전에 난초가게를 자주 들린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난초는 모두 일본에서 수입을 하여 판매되고 있었다. 역시 을목적인 특성일까? 그네들이 한국에 있을적에 저지른 일 중에서 한가지 의미심장하게 들었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의 산야를 돌아다니면서 난초를 채취해서는 일본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중에서는 참으로 귀한 상등품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그러한 것은 모조리 일본으로 옮겨지고 이 땅에서는 사라져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품종이 좋은 난초를 캐어낸 자리에다가는 기름을 붓고서 불을 질렀다고 한다. 난초를 캐어내도 그 깊은 땅속에는 뿌리의 일부가 있어서 시간이 경과하면 다시 싹이 올라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것이 올라오지 못하고 죽어버리도록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완전한 궤멸(潰滅)을 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품종이 좋은 난초가 등장을 하지 못할 거라는 계산이 당시에 섰던 것일까? 참으로 영악하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치밀한 계산력이라고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정도의 행동을 할만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골동품이나 뭔가 돈이 될만하다고 여겨진 것은 눈에 띄는대로 실어갔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하겠다. 뭐든지 자신의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환경에서라면 못할 짓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가지의 정황을 봐서라도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전쟁에 졌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단한 실속을 차렸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우리는 역사학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단지 특성에 대해서만 이해를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되고,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을목의 특성으로 이해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