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 제24장. 정업(定業)/ 1.점괘가 보여주는 전생(前生)
작성일
2020-09-30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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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제24장. 정업(定業)
1. 점괘가 보여주는 전생(前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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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인 것은 틀림이 없지 싶었다. 며칠간 계속해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더운 것이 싫은 우창에게는 장마의 끈끈함은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시원한 아침을 맞이한 우창에게 이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춘매의 정성이 가득 담긴 아침을 먹고서 함께 차를 마시는 행복은 이 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만 바랄 뿐이었다. 예전에는 뭔가를 희구(希求)하는 것이 있어야 희망(希望)인 줄로 알았는데, 오늘 생각해보니 오히려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무구(無求)가 행복인 줄을 깨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겹치면서 고개를 절로 흔들었다. 그것을 보면서 차를 마시던 춘매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왜 그래? 차가 맞이 없어? 철관음이라 맛만 좋은데?”
“그게 아니라 오지도 않을 내일을 위해서 일생을 헌신(獻身)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진저리가 나왔어. 하하하~!”
“아, 난 또 뭐라고. 호호호~!”
“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뭘?”
“내일의 부유함을 위해서 오늘의 빈곤을 견디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말이야.”
“그야 뭐, 재물은 많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을 위해서 오늘의 행복한 삶을 소비하기는 싫지. 그래서 안마하러 오는 손님이야 먹고살기 위해서 받기는 하지만, 밖으로 다니면서 안마하라고 홍보하지는 않잖아. 이 정도면 오늘을 살아가는 거야?”
“그렇구나. 그래도 가끔은 쌓아놓은 재물이 없어서 허전하지는 않아?”
“지금 오빠가 나를 떠보는 거지? 재물을 쌓아놓은 모든 사람이 만족스럽게 산다면 나도 그렇겠지. 그렇지만 재물과 무관하게 저마다의 고뇌(苦惱)가 한 가득인 줄은 알아. 그래서 공할아버지처럼 살아도 좋고, 시장거리의 행상처럼 살아도 상관없지. 이렇게 내 집은 두어 개의 안마하는 침상이지만 여기에서 오늘 먹을 양식(糧食)이 생산되고 있으니 무엇을 더 바랄까?”
“오늘따라 누이가 참 예쁘네. 하하하~!”
“내가 볼 때는 오빠의 눈에는 날마다 내가 예쁘게 보이는 것 같던데? 오늘은 또 오늘의 예쁜 것이 보였나? 호호호~!”
“그런가? 하하하~!”
이렇게 한담(閑談)을 나누는 중에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나더니 우창의 집 앞에서 멈췄다. 귀가 밝은 춘매가 얼른 내다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어서오세요. 통판 나리께서 우중에 어쩐 일로 나들이를 하셨네요.”
“잘 지내셨습니까? 선생님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혹 실례를 한 것은 아닌지요?”
“그럼요. 마침 한가롭게 차담(茶談)을 즐기고 있었어요. 같이 해요. 어서 들어오세요.”
“비가 오는 바람에 마차를 타고 왔습니다. 한쪽에 세워놓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러세요. 말은 저쪽의 추녀 안쪽에 매어놓으면 비는 맞지 않을거에요.”
잠시 후, 마차를 한쪽에 세워놓고는 말은 비에 젖지 않도록 춘매의 집 앞에 차양을 의지해서 매어놓고 들어왔다.
“통판께서 우중에 방문하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안녕하셨습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랜만은 무슨, 이레도 되지 않았는걸요. 그나저나 안색이 좋아 보이니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것입니까?”
이전보다 밝은 표정을 보면서 우창은 청루에서 겪었던 장면이 떠올라서 내심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있고 말고요. 그날 이후로 얼마나 편안하게 잠을 잤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다음 날에 바로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했지만, 관아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들이 생기는 바람에 그것을 처리하고 이제 겨우 3일의 휴가를 얻어서 여유롭게 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긴히 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왔습니다.”
“그러셨군요. 공무를 수행하는 국록(國祿)의 대가려니 합니다. 긴히 하실 말씀이란 무엇인지요?”
통판은 춘매가 따라주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우창을 보면서 말했다.
“우창 선생을 스승님으로 모시고 공부하고자 하니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만, 저의 직분(職分)은 관아(官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야(山野)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지금은 벗어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니까 우선 지혜로운 스승님을 만났을 적에 공부하고서 적당한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順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서 세상의 이치를 배우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느라고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러니 허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서 간절한 눈빛으로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은 문득 자신이 혜암도인을 만났을 때를 생각해 봤다. 지금 저분을 놓치면 평생을 후회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통판이 일어나서 삼배(三拜)했다. 스승의 예를 갖추겠다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부모님께는 일배(一拜)요, 선령(先靈)께는 재배(再拜)요, 사부(師父)께는 삼배(三拜)요, 군왕(郡王)께는 사배(四拜)이다. 지금 그것에 따라서 절을 한 것이다. 우창도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자신도 스승님을 만나면 삼배를 하는 까닭이다.
“내가 감당을 할 능력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연이 있어서 하는 것일 테니 그렇게 합시다.”
“그러시면 말씀은 ‘해라’로 해 주시고, 이쪽은 사숙(師叔)님으로 호칭해야 할까요?”
그러자 춘매가 얼른 말을 받았다.
“나도 이름만 오빠일 뿐이고 사부님으로 모시는걸요. 그러니 사숙님이 다 뭐에요. 그냥 사저(師姐)면 충분해요. 기왕 인연이 된다니까 나도 그게 좋겠어요.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나 말해 봐요. 누나인지 동생인지도 모르잖아요?”
“저는 병오(丙午)생이니 올해 스물여섯입니다.”
“어? 그것밖에 안 되었어? 하도 엄숙해서 서른살도 넘은 줄 알았지 뭐야.”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관복을 입으면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 보이기도 하고요. 하하~!”
“일찍 등과(登科)하셨네? 머리도 참 좋았나봐.”
“머리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글을 배운 것이 고마울 따름이지요. 그럼 누나가 맞지요? 사저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네. 누나이기는 하지만 겨우 세 살 차이잖아? 존칭은 거북하네. 평어로 해줘. 그래야 정감(情感)이 가잖아?”
“그건 아니지 싶습니다. 그냥 존칭으로 하게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문의 체계이니 저도 이것이 편합니다.”
“뭐, 정색하고 말하니 나도 뭐라고 못하겠네. 그럼 편안해도 하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창이 말했다.
“이렇게 인연이 되었으니 열심히 공부하게. 나도 힘이 자라는 데까지는 안내를 해보겠네.”
“무엇이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사부님과 누님께 여쭙겠습니다. 말이 되면 답을 주시고 말이 되지 않으면 꾸짖어 주시면 깨달아 가겠습니다.”
춘매가 그 말을 받았다.
“젊은 사람이 시원시원해서 맘에 들었어~! 잘못하면 못한다고 할 테니까 그리 알아. 호가 염재랬지? 나는 염재라고 불러줄 거야.”
“고맙습니다. 이렇게 청정한 배움의 학당에 함께 하게 되는 인연을 언젠가는 맺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리 쉽게 이뤄졌으니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리고....”
염재는 들고 있던 가방에서 묵직한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 춘매의 앞에 놓으면서 말했다.
“사저님 이것은 열심히 질문드리겠다는 약조(約條)입니다. 이것을 받아주시면 질문을 해도 된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이니 너무 탓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춘매가 눈이 휘둥그레서 얼른 주머니를 열어봤다. 안에는 반짝이는 은자가 들어있었는데 족히 30개는 되어 보였다. 은자(銀子) 30냥으로 쌀을 산다면 60섬을 살 수가 있는 거금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춘매가 어쩌면 좋겠냐는 눈빛으로 우창을 바라봤다. 이것을 받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해 달라는 뜻이었다.
“앞으로 누이를 많이 괴롭힐 모양이니 그냥 받아둬. 하하하~!”
그러자, 염재도 감사의 마음으로 공수(拱手)했다.
“알았어. 성의표시를 하니 고맙게 받을게. 오늘부터 양생안마소는 휴업이다. 염재랑 학문이나 토론하면서 즐겁게 보낼 거야. 호호호~!”
우창은 춘매가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부터 얼마간이라도 벗어나서 학문에만 힘쓰겠다는 말을 듣자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감동이 우러나왔다. 그러니까 먹고 사는 문제로 부담이 많이 되었었다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생각하니까 자신이 얹혀서 더 부담을 줬던 것인가 싶기도 했다. 이제라도 그것을 갚을 수가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창이 염재를 보고 말했다.
“그럼 우선 궁금한 것이 있을 테니까 어디 물어보게.”
염재가 우창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궁금한 것은 많은데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가 막막했다. 그것을 보고서 춘매가 얼른 질문을 가로챘다.
“오빠~! 궁금한 것은 내가 있는데 염재가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도 되겠지?”
“누이가 또 무엇을 물어보려고 그러나? 어디 말해 봐.”
“아니다. 이제 오빠에게 제자도 생겼으니까 나도 말투를 고쳐야 하는 거잖아? 싸부님?”
“에구 왜 이러나~! 닭살이 돋잖아. 그냥 하던 대로 해. 그게 춘매다우니까. 하하하~!”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그래도 이렇게 해놔야 헷갈리지 않잖아. 호호~!”
“쳇, 그래도 알고 안 그래도 안다. 궁금한 것이나 말해 봐.”
“난 아직도 염재의 점괘가 궁금하단 말이야. 점괘에서 전생이 보였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언제 물어봐야지 하고서 차일피일했는데 오늘 주인공도 함께 했으니 제대로네. 설명을 듣고 싶어.”
“아, 그랬구나. 그렇다면 어디 살펴볼까?”
그러면서 우창이 오주괘를 적었다.
우창이 적어주는 점괘를 본 춘매가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차가 식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오빠, 아무리 봐도 모르겠네. 원래 점괘는 전생이 나오는 것이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전생을 읽어 낸 거지?”
“아무래도 어렵지? 그건 누이가 점괘의 열 글자만 봐서 그래. 글자 안에도 이치가 있고, 글자 밖에도 이치가 있는 것을 안다면 훨씬 쉬울 텐데 말이지.”
“아니, 학자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학자는 문자에서 시작해서 문자로 끝내는 것이 아니야?”
“그것도 맞는 말이야, 다만 그것만 보는 것은 하등(下等)의 학자지.”
“그래? 학자도 상중하가 있다는 말이야? 그럼 중등(中等)은 뭔데?”
“중등은 문자를 바탕으로 하고 문자 외의 이치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해야지.”
“그래? 오빠의 말은 무슨 말이라도 들으면 그럴싸하니까 반박(反駁)을 할 수가 없네. 그럼 상등(上等)은 뭔지 말해 줘봐.”
“상등은 불립문자(不立文字)지 뭘.”
“어? 불립문자라니 그게 뭔데? 문자를 세우지 않는 것이 뭐지? 그러고서도 학자야?”
“당연하지. 문자를 떠나서도 학문이 이뤄지는 것을 상등학자라고 하는 거야.”
“그건 도인이잖아?”
“맞아, 도인이야.”
“내가 생각하는 도인은 다른 것 같아서 말이야.”
“뭘 생각했길래?”
“도인이라면 좌견천리(坐見千里)하고 입견만리(立見萬里)하는 무불통지(無不通知)라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
“하하하~! 앉아서 천 리를 내다보고 일어서면 만 리를 내다보면서 모르는 것이 없어야만 도인이란 말이지? 그건 도인이 아니라 환상(幻想)이라고 하는 거야.”
“엉?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도인은 그렇게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환상이지.”
“그럼 현실의 도인은 달라?”
“물론이지.”
“뭔데?”
“자유인(自由人)~!”
“자유인이라니?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 도인이라고?”
“당연하지.”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 무슨 도인이야? 누구나 그렇게 하고 있으니 모두가 다 도인이겠네? 나도 맘대로 하니까 자유인이네?”
“그렇다면 모두가 다 도인이지.”
“뭐야? 정확하게 알려줘야지. 혼란스럽잖아.”
“도인에게 누가 물었더란다. ‘도인의 삶은 어떠합니까?’라고.”
“내말이~! 내가 하는 말이 바로 그말이잖아. 그래서?”
“도인이 답하기를, ‘배가 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는 것이라오.’라고 했다지.”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귀를 세우고 듣던 춘매가 실망했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그렇게 말을 했다면 그건 가짜도인인 거 아냐? 아무것도 보여 줄 수가 없으니까 그렇게 둘러댄 것이네 뭘.”
“맞아, 물었던 사람도 그런 생각을 했던지, ‘그야 누구나 그렇게 할 수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라도 되물었다더군.”
“맞아, 되물어서 땀이 나게 만들어야지. 그래서 그 가짜 도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겠네?”
“그 말에 답하기를, ‘누구나 할 수는 있어도 그렇게 하는 사람은 희귀하다네.’라고 했더라네.”
“쳇, 변명치고는 참 시시하네.”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갑자기 염재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오랜 세월을 잠을 자도 잠다운 잠을 자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보니까 그분은 도인이 맞습니다.”
춘매는 비로소 염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잠만 자면 꿈속에서 시달리면서 고통을 받았던 것도 떠올랐다. 그제야 춘매도 우창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아, 맞아~! 그랬었지. 이제 알겠어. 구름을 타고 천만리를 순식간에 갔다 오고, 앉아서 전생의 일을 모두 훤하게 손바닥처럼 보고, 귀신이 어떻게 생겨서 오가는지를 안다고 해도 그 마음에 자유로움을 얻지 못했다면 도인이라고 할 수가 없단 말이지? 이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오빠야말로 도인이구나. 그치?”
“사실 도인은 자신이 도인인 줄도 몰라.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할 말이 없네. 하하하~!”
“알았어. 문자조차도 잊어야 도인이라는 뜻이었구나. 이제 알겠다. 여하튼 지금은 상등 학자가 되지 말고 중등학자의 눈으로 내게 설명을 해 줘봐. 나는 지금 도인보다도 그게 궁금하니까. 호호호~!”
춘매가 도인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보고서 우창은 다시 점괘를 보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염재는 문자를 통해서 간지는 읽을 수가 있었으나 그 이치는 모르는지라 가만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일간(日干)이 뭐야?”
우창이 이렇게 묻자, 춘매도 염재를 위해서 기초적인 설명을 하려는 것으로 눈치를 채고는 고분고분 답했다.
“그야 계수(癸水)잖아. 음수(陰水)라고도 하고.”
우창은 춘매의 눈치가 빠릿빠릿한 것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어디에 떨어지는 말인지도 모르고 멍~하고 있으면 참 답답했을 텐데 바로 알아채고 대응을 해 주니 말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서 좋았다.
“앉은 자리에는 뭐가 있지?”
“축토(丑土)잖아, 지장간(支藏干)으로 따지면 편관(偏官)이 자리하고 있으니까 마음이 매우 불편한 것으로 봐야 하겠고, 신금(辛金)이 있으니 신비한 것에 인연이 될 암시도 도고, 계수(癸水)가 있는 것은 크게 논하지 말라고 했지? 굳이 말한다면 중심을 잡을 수가 있다는 정도로만 보라고 했어.”
“그렇다면 지금 이 사람은 마음이 편안할까?”
“불가능~!”
“왜?”
“계수(癸水)인 나를 극(剋)하는 토극수(土剋水)의 이치가 앉은 자리에 있으니 무엇을 하더라도 그 마음은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하겠으니까 말이야. 그렇긴 한데 그래도 신금(辛金)의 편인(偏印)이 있어서 어떻게 해서라도 해답을 얻을 수가 있다는 것은 다행이네. 어? 그렇다면 여기에서의 신금(辛金)은 스승이기도 하니까 바로 오빠가 되는 거잖아?”
“오호~! 이제 뭔가 보이기 시작했어? 다행이다. 하하하~!”
“와우~! 정말이네. 오빠의 점괘가 항상 신기하긴 하지만 오늘도 그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묘수를 보여주네. 이러니 감탄을 할밖에 없지.”
우창은 춘매가 이 정도의 말을 알아듣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염재를 바라보니 그는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지 않으나 자신에게 관계된 말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염재도 머지않아서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될 테니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되네. 하하하~!”
그러자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염재가 미소를 띠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겠으니까 어서 말해달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