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제23장. 전생록(前生錄)/ 6.인연(因緣)의 유전(流轉)
작성일
2020-09-1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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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제23장. 전생록(前生錄)
6. 인연(因緣)의 유전(流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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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저녁밥을 먹고는 하루의 삶을 되새기고 있는데 춘매가 수정과를 들고 건너왔다. 마침 심심하던 차에 계피(桂皮) 향이 그윽한 수정과를 마시니 마음도 상쾌해지는 것이 그저 그만이었다.
“기가 막히는군. 심심하던 차에 수정과를 갖고 올 생각을 했다니 역시 누이는 전생의 어머니가 맞네. 하하하~!”
“뭔 말이래? 누가 전생의 어머니야? 오빠가 전생의 어머니였다고. 참 내~!”
“아, 그랬나? 역시 전생은 어려워. 하하하~!”
“근데, 부부의 인연은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드네.”
“뭐가?”
“아니, 그렇잖아. 부모의 인연은 내가 선택할 수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고, 형제나 자매의 인연도 마찬가지잖아? 그렇지만 부부의 인연은 내게 선택권이 있으니까 말이야.”
“선택권이라고 했어? 참 팔자가 좋은 사람이 할 소리로군.”
“왜?”
“부모의 뜻에 따라서 정혼(定婚)해 주는 배필과 짝을 지어서 일평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세상 물정도 모르고 말하는 것이 신기해서 하는 말이지.”
“그게 또 그렇게 되나?”
“물론이지. 어찌 자신의 마음대로 선택할 여지가 얼마나 있겠느냔 말이지. 그래서 숙명(宿命)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정말이지, 요즘처럼 숙명이란 말이 와닿은 적도 없었던 것 같애.”
“그래서 숙명의 업을 세 가닥의 거미줄이라고 하잖아.”
“어? 거미줄은 알겠는데 왜 세 가닥이야? 천 가닥 만 가닥이 아니고?”
“큰 거미줄은 세 가닥이라는 말이지. 뭘.”
“뭐가 세 가닥인데?”
“선연(善緣), 악연(惡緣), 평연(平緣)의 세 가닥이지.”
“엉? 듣고 보니까 그 안에 다 있다는 말이잖아? 그러니까 결국 삶은 거미줄을 못 벗어나는 거네? 그런데 선악의 인연은 알겠는데, 평연은 첨 듣네? 그건 또 무슨 뜻이야?”
“그냥 오가는 인연들이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식당의 주인장이나 지나다가 길을 묻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그런 거야? 모든 사람이 인연으로 얽힌 것이 아니었어?”
“아니지.”
“왜, 그러잖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말이야.”
“맞아. 그 정도가 되어야 인연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란 뜻이야.”
“옷깃은 오가다가 많은 사람과 스칠 수가 있는 거잖아?”
“뭐야? 옷깃을 말하는 거야? 아니면 소매 깃을 말하는 거야?”
“어? 그게 다른 건가? 소매 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어? 그럼 옷깃은 뭐지?”
우창은 말없이 춘매의 앞섶을 가리켰다. 춘매가 우창의 손끝을 따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가슴이 옷깃이야?”
“옷고름이 달려있는 여기가 옷깃이야. 그러니까 옷깃이 스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어? 최소한 포옹은 해야 하지 않을까?”
“아항~! 그것도 몰랐네. 난 이렇게 허당이야. 호호호~!”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누이의 탓도 아니지. 하하~!”
“그럼 우리는 아무런 인연도 아니네?”
“무슨 말이야?”
“우린 옷깃도 스치지 않았잖아?”
“그래? 그럼 스치면 되지 뭘.”
우창은 그렇게 말하고 춘매를 포옹했다. 전생의 아들이라는 생각에 문득 애틋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깜짝 놀란 춘매가 얼굴에 홍조를 띠면서 얼른 몸을 뺐다.
“어어어~! 오빠~! 왜 이래~! 부끄럽게~!”
“아니, 전생의 아들이라서 포옹해 준겨. 좋구먼그래. 하하~!”
“깜짝 놀랐잖아. 다시는 그러지 말아. 간 떨어질 뻔했잖아.”
“그랬어? 하하하~!”
“근데, 부부의 인연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졌어.”
“그래? 부부의 인연에는 세 가지가 있지.”
“그게 뭔데? 그것도 세 가지야? 참 신기하네.”
“선연, 악연, 평연이지.”
“뭐야? 방금 한 말이잖아? 재미없어. 난 진지하게 물어보는 건데 말이야.”
“나도 진지하게 답을 한 건데? 세상의 모든 인연은 그렇게 이뤄지는 것이니까 부부의 인연이라고 해서 별다를 것은 없다는 말이니까.”
“아, 그런 뜻이었구나. 악연은 알겠어. 평연은 어떤 거야?”
“이번 생에 새로 맺어진 인연이라고 보면 되겠지. 그것이 과정을 거치면서 선연이 되거나 악연이 되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라고 봐야지.”
“그렇다면 평연이 평연으로 끝날 수는 없는 거야?”
“반드시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 다만 오랜 시간을 살면서 감정이 쌓이는데 항상 무심하게 소가 닭을 보듯이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더 어렵지 않을까?”
“아, 그 말이었구나. 응, 이해가 되었네. 그래서 대부분은 선연이나 악연으로 얽힌다는 말이지? 더구나 선연보다 악연이 더 많겠지?”
“그건 또 왜?”
“저마다의 욕심을 채우려고 할 테니까 말이지.”
“오호~! 기특한 걸. 그런 말을 할 줄도 알다니. 틀림없는 말이지.”
“그래서 쌓아놓은 업장은 대부분이 악연이 되는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선연을 만들려면 결국은 도를 깨닫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말이지?”
“말하면 입 아프지. 행복한 부부가 많겠어? 지지고 볶으면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부부가 많겠어? 주변에서 보면 알 일이잖아?”
“그렇긴 하네.”
“더구나 점술가에게 찾아와서 이렇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부부라면 더 말을 해서 뭐하겠느냔 말이지. 그러니까 부부를 물으면 잘 안 보일 적에는 무조건 전생에 빚을 받으러 왔다고 해도 8할은 맞는 거지. 하하~!”
“정말 말이 되겠네. 호호호~!”
“그러니까 모든 것을 사주만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도 한 거야.”
“역시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는 거네? 그런데 ‘남편 복이 없는 여인은 자식의 복도 없다’는 말을 하던데 그건 일리가 있는 말이야?”
“일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
“오빠의 답은 항상 그렇게 어려워. 좀 쉽게 답을 해 주면 안 되나?”
“나도 이보다 더 쉽게 말을 해 줄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네.”
“다시 물으란 말이지? 그럼 일리가 있는 이유를 들려줘.”
“그것은 전생의 업이 지중하다면 남편의 복은 물론이고, 자녀의 복이라고 한들 별수가 있겠느냐는 것으로 말을 할 수가 있겠지. 그러니까 뭘 하든 되는 것이 없다는 말로 정리를 할 수가 있겠지?”
“아, 그런 뜻이었구나. 그러고 보니까 내가 잘못 물었다는 것을 알겠네. 다시 일리가 없는 경우도 말해 줘봐. 어떤 경우야?”
“그런 경우는 비록 배우자의 인연은 흉할지라도 자녀의 인연은 좋은 경우라고 하겠으니까 사주가 좀 아쉬운 면이 있더라도 시주(時柱)는 잘 탄 것으로 볼 수가 있겠지. 여인의 삼종지도(三從之道)가 항상 같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맞아, 결국은 사주 속에서 해답이 있다는 말이잖아? 일반적인 말은 앞의 속담에 해당하는 것이고, 사주적인 말은 지금 답에 들어있는 것으로 보면 되는 거야?”
“옳지~! 바로 그거야. 제대로 답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군.”
“아하~! 그래서 시를 잘 타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구나. 인생의 말년은 자녀와 밀접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당연하지. 그래서 일지(日支)와 시지(時支)의 의미는 다른 경우에 비해서 각별(各別)하다고 해야 하겠지?”
“그렇구나. 자식의 암시가 나쁘다고 하면 혼인은 하더라도 자녀는 낳지 않으면 되겠네?”
“맘대로 할 수가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네. 다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느냐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로 봐야겠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오늘 상담하러 왔던 여인의 자식 인연은 어떻다고 봐야 할까? 남편인연은 흉하다고 했지만 자녀의 인연은 또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볼 수도 있겠네?”
“물론이야. 다시 보렴.”
춘매는 우창이 내민 기록을 살펴보고서 말했다.
“내가 봐서는 시지(時支)의 자수(子水)는 수생목(水生木)으로 일간(日干)을 생하는 구조잖아? 그러니까 자식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봐도 되는 거지? 와우~! 다행이다. 오빠가 왜 자식의 인연은 좋다고 말을 해 주지 않았을까? 오히려 남편의 인연이 한탄스러우니까 희망을 주는 차원에서라도 해줘도 될 이야기지 않았어? 그런 것까지는 말을 할 겨를이 없었나?”
“왜 그런 생각인들 안 해봤겠어? 그렇지만 그런 말도 해 줄 수가 없었지. 왜 그랬을까? 그건 누이가 찾아봐야지?”
“그래? 무슨 까닭일까....? 수생목은 틀림 없잖아?”
“당연하지.”
“그런데 왜....? 음....”
“계절도 보고...”
“계절? 해월(亥月)이면 겨울이네? 겨울의 을목(乙木)이면 수(水)가 필요 없는 것이었나?”
“그야 용신을 보면 알 수가 있겠지?”
“용신은 득령(得令), 실지(失地), 득세(得勢)잖아? 그러면 강한 것으로 봐도 되겠네? 강하면 식상(食傷)에서 용신을 찾아야 하고, 식상은 오행으로 화(火)가 되니까 시간(時干)의 병화(丙火)가 용신이잖아? 맞아?”
“맞는다고 봐야지.”
“그렇다면 자녀궁인 시지(時支)의 자수(子水)는 기신(忌神)에 해당하잖아? 생을 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닌 줄은 알았으나 오빠가 왜 자식에 대한 희망적인 말을 하지 못했는지는 이래서였던 건가?”
“맞아. 어떻게 헛말을 할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 위로하는 것은 좋지만 위로한답시고 원래의 이치를 벗어난다는 것은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될수도 있는 것이니까 조심해야 하겠지?”
“아항~! 그랬구나. 역시 오빠가 하는 것은 항상 옳은 것이 맞네. 자녀의 인연도 좋다고 하기 어려우면 결국은 전생에 쌓아놓은 공덕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인 거네? 아울러서 삶이 고단하겠다는 말도 되는 것이고 말이야.”
“이제 제대로 이해를 한 것으로 보이네.”
그러면서 우창은 예전에 상담했던 자료 중에서 하나를 찾아서 춘매 앞에 내밀었다. 그는 여인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자, 이 사주를 보렴. 전생에 자식의 인연은 좋은지? 남편의 인연은 또 좋은지 알아보렴.”
“정말 내가 이렇게 여덟 글자를 척 보면서 이러쿵저러쿵할 수가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빠의 가르침이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를 항상 느끼게 된다니깐.”
“그래 알았으니까 생략하고~!”
“음.... 기토(己土)가 신유(辛酉)월에 태어났으니까 실령이고, 일지(日支)에는 해수(亥水)가 있으니 실지(失地)했네. 그래서 많이 약한 사주이니까 필요한 것은 인성(印星)인 화(火)가 되겠고, 화는 시지(時支)에 있으니까 시를 잘 탄 것이 맞구나. 와우~! 다행이다. 이런 경우에는 축하해도 되는 거지?”
“글.... 쎄.... 그럴 수도 있고...”
“왜? 제대로 용신이 자식의 자리에 앉아있는데도 문제가 있는 거야?”
“어린아이는 엄마만 보이고, 큰아이는 주변 사람들도 보이는 법이긴 하다더라만 어떻게 생각해?”
“엄마만 보인다고? 시야(視野)가 좁다는 말이야? 그렇다면.... 아, 사해충(巳亥沖)이 있구나. 이걸 말하는 거지?”
“옳지~!”
“아하, 그러니까 기본적으로는 자식의 자리에 용신이 있어서 좋은 것은 맞지만, 조금만 주의해서 주변을 살펴본다면 일지의 해수로 인해서 정작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할 사화는 공격을 받고 죽기 직전이라고 해야 하는 거지?”
“그래 잘한다.”
“그렇다면, 자식의 인연은 기대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 없으므로 기대를 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하는구나. 그렇지?”
“맞아. 남편의 인연과 자녀의 인연을 함께 묶어서 보면 어떨까?”
“아, 남편이 자식을 못살게 하는 모습이었네. 그러면 남편이 자신도 고통스럽게 하고, 자식까지도 온전히 보살피지 못하게 하니까 그야말로 전생의 원수가 나타난 것이라고 해야 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인데 이건 너무 한 것이잖아?”
“인륜(人倫)과 숙명(宿命)의 인연은 서로 같은 걸까?”
“무슨 말이 그렇게 어려워? 사람의 도리와 타고난 팔자의 운명은 다르다는 말을 그렇게 멋있게 한 거야?”
“이제 감을 잡았구나. 맞아.”
“정말 오빠의 설명을 듣고서 다시 사주를 보니까 안타까운 팔자를 타고 난 여인이네. 어떻게 한 대?”
“누이가 이 여인의 전생도(前生圖)를 그려봐.”
“어? 그게 뭐야? 나보고 이 사주의 주인공이 전생에 무슨 업을 쌓았을 것인지를 말해보라는 거야?”
“물론이지.”
“에구~! 그게 가능해? 오빠는 종종 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더라. 절대로 불가능하단 말이야.”
“왜?”
“그야, 모르니까 그렇지 뭘 왜야.”
“누이는 내게 부끄러운 것이 있어?”
“그런 것은 없지. 뭐가 부끄러워. 부끄러워해야 되는거야?”
“없다면 편안하게 그냥 이야기책에서 본 것을 말하듯이 그렇게 해 보면 되는 거야. 어차피 없는 이야기이니까 맞고 말고도 없잖아? 그럴싸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어디 시작해 봐.”
“정말 웃으면 안 돼~! 오빠가 그렇게 용기를 주니까 해 보긴 하겠지만 자신은 없거든. 이런 것은 처음 해 보잖아. 호호호~!”
“그 봐, 처음이라고 하면서도 재미가 동하지?”
“맞아, 그렇긴 하네. 그럼 어디.”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멋지게 하려고 욕심을 낼 것도 없어. 그냥 생각이 이끄는 대로 설명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지금 이 사주의 주인공이 누이 앞에 앉아있어, 그게 나라고 해도 괜찮고. 그럼 시이작~!”
우창의 격려에 용기를 낸 춘매가 거들먹거리면서 말했다.
“아주머니는 전생에 빚을 많이 지고서 태어나셨어요. 전생을 말한다면 멋지게도 잘생긴 남자였었네요. 그리고 가세(家勢)도 넉넉해서 아쉬운 줄을 모르고 살았고, 재산을 보고서 결혼을 한 아내에게는 안하무인으로 혹사시키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노름과 홍등가(紅燈街)를 누비면서 기생들에게 재산을 가져다주면서도 집 안 일에는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았네요. 어때? 오빠 잘하는 거야?”
“아무렴~! 잘하고 있어 계속해.”
우창이 웃어주자 춘매가 계속해서 말했다.
“아내가 잘살아보자고 하면, 마구 폭행을 하면서 입도 열지 못하게 했지, 그리고 자식이 생기자, 자식이 소중한 줄만 생각하고 엄마를 잘 섬기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자식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종 부리듯이 하는 바람에 그것을 보고 자란 자식도 아버지를 보고 배워서는 엄마의 가슴에 큰 못을 박는 어리석은 불효자식이 되고 말았어요. 그러자 당신의 아내는 가슴 속 깊이 원한(怨恨)을 품게 되었고, 언젠가는 반드시 그 보답을 해 주겠노라고 벼르다가 결국은 당신의 노름을 위한 돈을 마련하느라고 집과 전 재산을 빼앗기게 되자, 당신의 아내는 삶에 낙이 없어져서 더 버티지 못하고는 그렇게 한을 풀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어요. 결국 당신도 패가망신한 다음에 다시 이번 생에 태어났고, 전생의 아내도 다시 만나게 되었던 거죠. 원래 부부는 좋은 인연으로 만나는 경우는 열에 서넛이고 나쁜 인연으로 만나는 경우는 열에 일곱이 되는 것은 이러한 인연들이 얽혀서 만나는 까닭이에요. 아이구~ 힘 든다. 오빠의 입심도 참 대단했구나. 그냥 쉽게 말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건 뭐. 고통도 이런 고통이 없잖아.”
춘매가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하자 우창이 다시 춘매를 격려했다.
“처음이라서 그래. 자꾸 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옆에서 그 장면을 본 것처럼 그려낼 수도 있어. 그림을 그려도 처음부터 잘 그릴 수는 없는 것과 같은 거야. 계속해봐.”
우창의 격려가 크게 효력을 발휘했다. 춘매도 자신감을 얻고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만약에 혼인을 해서 가정을 이뤘다면 아내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식에게도 함부로 대할 수가 있어요. 이러한 이유는 바로 전생에 맺힌 원한으로 인해서 에요. 그러니까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미리부터 그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아내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시고, 이미 그와 같은 일이 생겼다면 평생을 통해서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고 봉사를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시 또 전생의 악연이 반복되어서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음 생에서도 이렇게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많은 거랍니다. 끝~! 헥헥~!”
춘매가 나름대로 마무리를 짓자 우창은 손뼉을 치면서 칭찬했다.
“와우~! 정말 누이에게 그런 재주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 처음인데도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이 몰입하게 되잖아. 정말 그 말을 들은 사주의 주인공은 개과천선(改過遷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하루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잖아? 잘했어. 짝짝짝~!”
그러자 춘매가 쑥스러우면서도 나름대로 자신이 대견했던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말했다.
“오빠가 해 보라고 해서 하기는 했지만 나도 말이 되는 건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무슨 말이 되었든지 할 말이 생각나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네. 역시 오빠의 가르침은 이렇게도 큰 변화를 가져오나 보다. 내가 남의 사주를 보면서 전생을 말해 줄 줄은 어제까지도 몰랐는데 말이야. 근데 이렇게 함부로 말을 해도 되는 거야? 천벌을 받는 것은 아닐까?”
“왜 천벌을 받아? 무슨 못된 짓을 했어? 결국은 간단하잖아. ‘당신의 팔자가 편안하지 못하니까 가족들을 사랑하고 노력해서 잘살아 보시오’라는 말 밖에 더 한 것이 뭐가 있어?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해서 옥황상제가 벌을 하신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짜상제라고 봐야지. 하하하~!”
“하여튼 오빠는 참으로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묘한 재주가 있는 것은 틀림이 없어. 호호호~!”
“그 봐, 이치를 안다면 보지 않은 전생도 그려 낼 수가 있고, 겪어 보지 않은 일조차도 겪어 본 듯이 풀이해서 설명할 수가 있는 거야. 그래서 이치를 배우려고 그렇게도 노력하는 것이잖아. 오늘도 좋은 경험을 했으니까 그만 쉬어도 되겠다. 축하해~!”
“고마워, 오빠 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 이런 경험은 내게도 너무나 소중한 것 같네. 다음에 나도 사주풀이를 하게 된다면 멋진 방편(方便)으로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아.”
“아무렴~! 잘 할 거야.”
우창은 그렇게 춘매에게 격려를 해 주고는 쉬러 가는 춘매를 배웅하고는 조용히 앉아서 참선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기가 흩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마음을 비우고 조용하게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수식관(數息觀)을 하면서 하루를 살며 쌓인 찌꺼기를 모두 연소(燃燒)시킬 필요가 있었다. 들숨에서 찌꺼기를 흔들고, 날숨으로 밖을 향해서 내어 보내는 과정을 반시진(半時辰:60분)을 하자 다시 마음은 깨끗하게 정화(淨化)가 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조용히 누워서 깊은 수면의 세계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