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보름(24) 하논분화구

작성일
2021-05-01 04:39
조회
500

제주반달(24) [5일째 : 3월 12일(금)/ 2화]


5만년의 타임캡슐 하논분화구.


12-02 20210430-004

허둥대면 보이지 않던 것도 차분하게 바라보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하논분화구가 뭔지 생각이나 해 봤으랴. 서귀포에서 자리를 잡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게 되자 비로소 뭔가 눈에 띄었다. 하논분화구였다.

12-02 20210430-001

집을 나선 시간이 12시 41분이라는 의미는 앞의 23편을 읽으신 벗님이라면 대략 짐작을 할 수도 있지 싶다. 아침밥을 먹고는 그대로 쓰러져서 몽중도원(夢中桃園)을 노닐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두어 시간을 푹 자고 났더라는 이야기이다.

화인 : 오늘은 어디로 가시나요?
낭월 : 하논분화구로 가보자.
화인 : 그건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요?
낭월 : 그럴끼다. 볼 것도 별로 엄쓸끼다.
화인 : 왜 그런 곳을 가신다고요?
낭월 : 그냥 가보고 싶으니깐 말이지.
화인 : 얼나마 높은 오름이죠?
낭월 : 글랑은 걱정을 안해도 될끼다.
화인 : 정말요? 속이는 건 아니겠죠?


12-02 20210430-002

어제까지 쌓인 음식물 등의 쓰레기를 버리고는 출발했다. 장기간 숙박을 하니까 또 그러한 것도 생긴다.

12-02 20210430-003

날씨는? 쾌적하다.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모습이 타임랩스에는 그저 그만이다. 여행자에게도 좋은 날이지만 사진꾼에게도 최적의 날씨이다. 보통 생각하기에는 하맑아서 구름이 한 점도 없는 날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도 초보이다. 모쪼록 하늘에는 구름이 있어야 음양지도(陰陽之道)가 있어서 아름다운 법이다. 너무 많아서 안타까운 것도 구름이고, 너무 없어서 섭섭한 것도 구름이다. 그래서 애증지운(愛憎之雲)이다.

20210501_031340

화인 : 싸부님, 하논분화구 맞아요?
낭월 : 그래.
화인 : 바로 옆인데요?
낭월 : 그럴끼다.
화인 : 가까워서 좋네요.
낭월 : 그렇지? 여행길은 꼭 멀어야 좋은 것도 아니니까.

12-02 20210430-018

방문자센터는 코로나로 문을 닫는단다. 관리하는 아지매가 우리 그림자를 보고서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가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모양이다. 이런 곳에서는 누군가 설명을 해 주면 좋을테지만 없어도 괜찮다. 지식인들이 알려주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해설사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기는 하다. 다만 문자로 설명을 보는 것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다면 그것은 항상 환영이지만 오늘은 그러한 것은 없을 모양이다.

12-02 20210430-005

사진이 가로로 길게 된 비율을 보니까 연지님 폰으로 찍은 것이로군. 저마다 바쁘다. 낭월은 삼각대를 설치하느라고 바쁘고, 화인은 오즈모를 켜느라고 바쁘다. 이제 겨우 유튜브의 영상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들였기 때문에 어딘가에 도착을 하면 영상을 찍을 준비를 자동으로 하는 모습에서 적극적인 화인의 모습이 보인다. 화인은 임인(壬寅)이다. 천성이 호기심천국[壬]인데다가 다시 호기심이 호기심[寅]을 만나고 그 호기심이 또 호기심[丙]을 품었으니 더 말을 해서 뭘 하겠느냔 말이지.

12-02 20210430-006

화인 : 아니?
낭월 : 왜? 와그라노?
화인 : 분화구라고 하지 않았나요?
낭월 : 그랬지.
화인 : 분화구가 없는데요?
낭월 : 그러냐?
화인 : 예, 분화구가 어디 있어요?
낭월 : 각하관조(脚下觀照)라는 말이 뭔지는 아나?
화인 : 예? 각하관조는.... 다리 아래를 잘 봐라 잖아요?
낭월 : 그래도 모리겠나?
화인 : 다리 아래면.... 여기가 분화구라고요?
낭월 : 그래도 곰은 아니네 하하하~!

12-02 20210430-007

하늘도 예쁘고, 분화구의 5만년 전의 상상도도 예쁘다. 다만 낭월은 아직 보지 못한 그림이다. 이제 겨우 삼각대를 설치하고서 전경을 담을 준비를 하고 있느라고 내려가보지 못했다. 렌즈에 다 들어오지 않는 풍경임을 알고는 파노라마를 찍어야 할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파노라마는 여러 장의 사진을 연속으로 찍어서 겹치는 것이다. 작년 9월에 백록담에서 파노라마를 찍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쉬울 따름이다.

KakaoTalk_20210501_033019372

나름대로 잘 나온 것으로 골라서 액자를 만들었지만 이것은 파노라마가 아니다. 더구나 6,100만화소의 알사(R4)로 찍은 것도 아니었다. 4,200만화소였다는 이야기이다. 풍경에 취하면 이렇게 된다. 아무리 크게 만들고 싶어도 가로길이 110cm을 넘길 수가 없었다는 것을 찍스에 사진을 올리면서 비로소 깨달았다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던 것이다.

감정이 앞서면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잠시만 마음을 다스린다면 알사로 파노라마를 찍었어야 한다는 것을 당연히 생각했을텐데 말이다. 구름이 오락가락하는 백록담에 물이 철렁한 것을 보면서 흥분해서는 마구 셔터만 눌렀지 나중에 인화를 얼마나 크게 할 수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산을 내려올 때까지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고서 땅을 치며 후회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KakaoTalk_20210501_033019641

이것은 2015년에 금강산 화암사에서 찍은 파노라마이다. 이렇게 220cm의 여유로움을 자랑하면서 더 크게 해서 걸어 놓을 자리가 없음을 안타까워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10mm의 렌즈에 다 들어온다고 해서 그냥 찍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파노라마를 염두에 두고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그에 대한 대가는 다시 가면 해결이 된다. 그래서 백록담을 다시 가야 하나 시푸다. ㅋㅋㅋ

12-02 20210430-008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줄을 알면 그 이면의 세상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되어있다. 겉핥기로 끝내면 견광객(見光客)이고, 내면을 통찰할 줄 알아야 관광객(觀光客)이다. 볼 견(見)에 머물지 말고, 볼 관(觀)을 살펴야 한다는 생각은 한두 번의 시행착오로는 얻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지 싶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풍광(風光)에 열광하고, 또 때로는 그 내면의 사연에 감동(感動)하는 것이 여행객(旅行客)이다. 5만년의 타임캡슐인 마르(Maar)형 분화구라고 한다는 것도 이렇게 현장에서 그 풍경을 보면서 읽어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가 된다.

12-02 20210430-009

우선은 카메라를 가로로 해서 8장을 찍었다. 파노라마를 찍을 적에는 반드시 삼각대의 공을 빌려야 한다. 사진을 1/3씩 겹치면서 셔터만 누르면 되는 간단한 방법인데도 그렇게 할 여유가 없으면 광각렌즈만 믿고서 원샷으로 끝내게 되는 것인데 무거운 삼각대를 짊어지고 다니는 이유를 이러한 순간에도 깨닫게 된다. 삼각대의 용도는 장노출과 타임랩스 외에 파노라마를 찍을 때도 필요하다는 것을. 여기에 더해서 자신을 찍을 때도 사용하는 것은 덤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12-02 20210430-013

어? 말도 있잖여? 그렇다면 카메라를 세로로 해서도 찍어봐야지. 누가 아느냔 말이지. 혹시라도 온 벽면을 가득 채워야 할 정도로 크게 인화를 하고 싶다면 이때는 가로로 찍은 사진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다시 이번에는 세워서 파노라마를 찍었다.

20210501_034926

세워서 찍으니 11장이 되었다. 파노라마를 찍을 적에는 시작점과 종료점을 구분하면 좋다. 간편하게 놀고 있는 손가락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시작하는 것은 왼손을 등장시키면 나름대로 화살표의 의미가 된다. → 와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끝점은 오른손으로 표시한다. ← 의 의미로 여기까지라는 뜻이다. 이렇게 해 놓으면 어디부터 어디까지 몇 장을 찍었는지를 확인하는데 편리하다. 처음에는 그냥 눌러놓고서 어디부터인지 방황하다가 이러한 비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알고 보면 비법은 필요해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ㅎㅎ

12-02 20210430-011

여행기에 올리는 사진만 봐서는 별반 다를 것이 없어보인다. 그러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사진의 정보를 보면 그 차이를 간단히 알 수가 있다. 라이트룸에서 파노라마로 완성한 다음의 크기이다.

20210501_035917

높이를 보면 가로로 8장을 찍은 파노라마는 5,698픽셀이다. 길이는 같은데 높이가 차이난다는 것이 중요하다. 큰 사진을 줄일 수는 있어도. 작은 사진을 키울 수는 없는 법이다.

20210501_040133

카메라를 세워서 찍은 11장의 파노라마는 높이가 10,216픽셀이다. 대략 봐도 거의 두 배로 큰 사진을 만들수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삼각대를 설치할 적에는 수평물방울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물을 만들다가 좌절을 맛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로길이를 1,500픽셀로 해서는 파노라마의 느낌을 살릴 수가 없어서 5,000픽셀로 올려본다. 확대해서 보셔도 좋겠다.

R4_00046-Pano

이렇게 가로로 찍은 파노라마도 보고....

R4_00056-Pano

세로로 찍은 파노라마도 5,000픽셀로 저장해 본다. 조금 크게 보면 느낌이 다르려나 싶어서이다.

20210501_041436

똑똑한 삼각대와 헤드에는 이렇게 사진가의 후회를 막아주기 위한 물방울이 준비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냥 셔터만 퍽퍽 누르면 파노라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예전에 카메라 광고에서 마구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파노라마를 만들어 주는 것이 있었지 싶다. 그것으로 나온 결과물은 JPG였다. 그걸로는 절대로 큰 사진을 뽑을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그야말로 웹용의 이미지 밖에 될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공을 들인 만큼 결과물로 보답해 준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이런 것에 누가 관심이나 있다고 이러고 있는지.. 원. ㅋㅋㅋ

12-02 20210430-012

5만년 전의 하논분화구에 보이는 왼쪽의 높은 곳은 삼매봉이겠구나. 삼매봉아, 삼매봉~! 새벽 내내 이슬밭에서 누비고 다녔던 바로 그 삼매봉이잖은가? 바다에 보이는 섬은 새섬이겠군. 서귀포를 좌로 우로 누비고 다니다가 보면 이제 척 봐도 안다. ㅎㅎ

12-02 20210430-010

저만치 보이는 봉우리가 삼매봉이다. 높이 솟은 철탑은 KBS의 송신탑이겠군. 그리고 앞에 보이는 숲은 보로미로구나.

 

20210501_043346

촬영한 곳에서 바라보는 지점이다. 보로미는 올라가보지 않았다. 나무들이 무성해서 가봐도 시야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였다. 어떤 공무원의 눈에는 이 분화구의 테두리가 야구장의 관중석으로 보였을까? 2002년도에 여기에 야구장을 만들겠다는 기가 찰 계획을 세웠다가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대로 무산되었더라니 참으로 아는 만큼만 보이는 것이 맞다. 우째 그런 기가 막힌 생각을 할 수가 있는지.....

 

20210430_193955[인터넷자료:(사)하논마르분화구복원범 국민추진위원회]


 

윤석훈 선생이 잘 그려놓은 그림이로구나. 매우 희귀하고 아름다운 분화구라고 했는데 검색하다가 사단법인 미르분화구복원 단체를 발견하고 이렇게 예쁜 그림을 볼 수가 있어서 공부에 도움이 되니 좋군. 안타깝게도 나무 숲에 가려서 속살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로구나. 새별이나 용눈이처럼 잘 관리가 되어서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면 더욱 좋겠구먼시나.....

땅주인과 제주도 간의 이야기가 잘 되어서 전체를 복원할 수가 있었으면 좋겠군. 이것은 별방진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꼈던 것인데, 사유재산을 보존해 주면서 복원할 수가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데 문제는 돈이겠지.... 그렇게 되면 삼매봉까지 잘 복원해서 전망대가 세워진다면 또 다른 풍경이 되지 싶다.

 

20210430_194339

시물레이션으로 본 것을 바탕으로 전망대에 그려놓았던 것이구나. 논을 호수로 만들어야 복원이 될 모양이구나. 호수로 만드는 것은 흘러가는 물만 막으면 되겠더구먼시나..... 문제는 비용이로군.... 오나 가나 돈이 문제긴 하지....

 

20210430_194230

칼데라화구였구나. 이렇게 잘 설명해 주니까 무지한 낭월도 대략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할 수가 있단 말이지. 천지와 나리분지는 가 봤잖여. 그러니까 국내의 칼데라는 다 본 셈이구나. 아소산까지는 안 가봐도 되지 싶다. 산굼부리도 마르형 분화구였구나. 그렇지만 산굼부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초대형 분화구라는 이야기에 다시 놀라움. 현장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온다. 이것이 여행기를 쓰는 묘미랄 밖에.

 

20210430_194023

이상의 몇 자료는 모두 하논분화구복원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렇게 수치로 나타내 놓으니까 그런가보다 하지, 그냥 지나치면서 봤다면 뭘 알겠느냔 말이지. 오나가나 삼매봉이다. 새벽의 경험으로 인해서 이제 낭월의 발걸음이 찍혔을 삼매봉도 하논분화구를 밟기 위한 예고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합리화까정. ㅋㅋㅋ

12-02 20210430-015

이렇게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감탄하고 있는 것은 막상 직접 봐서는 별로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보로미를 보면 알 일이지 않은가 말이지. 그래서 자료를 보면서 그 시절의 풍경을 음미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12-02 20210430-016

흘러가는 물길도 보고....

12-02 20210430-017

봉림사도 보고...
원래는 성당도 크게 있었다는데 주민들과 갈등으로 없어졌다지...

12-02 20210430-019

구름이 좋은 한라산도 보다가... 실은 타임랩스를 찍었지만 정상이 보이지 않으니 아무래도 망쳤지 싶어서 철수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에 하논분화구의 바닥을 보려고 차를 돌렸다.

12-02 20210430-026

이렇게 바라보니 또 풍경이 달라보인다. 바다도 넘겨다 보이는 풍경이 새롭다. 그러니까 분화구의 물이 빠져나가는 방향이 바다가 보이는 쪽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하논분화구를 일러서 왜 5만년으 타임캡슐이라고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말하자면 오목한 그릇에 5만년에서 7만년 사이의 세월이 차곡차곡 쌓였다는 말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것을 역으로 추적하게 되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 볼 수가 있는 귀한 자료창고라는 의미이다. 지지(地支)로 보면 진술축미(辰戌丑未)와 같다고 해야 할 모양이로구나.

맨 아래에는 축의 계신기(癸辛己)가 쌓이고, 그 위로는 진의 계을무(癸乙戊)가 쌓였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흐른 만큼의 술에 해당하는 정신무(丁辛戊)가 쌓였는데 마지막으로 다시 미의 을정기(乙丁己)가 차곡차곡 쌓였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지 싶군. 또 5만년의 세월이 흐르면 다시 이렇게 시루떡처럼 차곡차곡 쌓여있을 것이고 언젠가 필요에 의해서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 열리면 그야말로 개고(開庫)가 되는 셈인가?

창고에는 인신사해(寅申巳亥)의 생성과 소멸이 쌓이고, 자오묘유(子午卯酉)의 권력도 하릴없이 쌓여있겠지. 그 시절을 살았던 모든 존재들의 흔적이 지문처럼 남아있는 것이라면 분명 잘 보존해야 할 의미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서불이든 서복이든 그가 지나가다가 들렸던 흔적도 있을지 모르겠군. 모든 역사의 기억은 땅에서 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기에 하논분화구의 타임캡슐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말에는 공감이 된다.

12-02 20210430-027

렌즈를 좀더 당겨보기도 한다. 보로미는 그러니까 울릉도 나리분지에서의 그 오름과 같은 의미로구나. 분지 안에 다시 솟은 오름 말이지. 이름이 있었던가....? 어디 보자...

DSC01823

3년 전의 풍경인데 왜 이렇게도 생소하노? 이렇게 멋진 풍경을 봤더란 말인가? 싶다. 또 가보고 싶은 나리분지로구나. 다음에는 성인봉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동행들이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고민이다. ㅋㅋㅋ

DSC01803

아, 그래 알봉이었지. 알봉에 올라갔을 적에도 울창한 수림때문에 제대로 분화구의 윤곽을 볼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생각이 새록새록....

DSC01816

나리분지를 모두 한 장에 담으려고 12mm를 물렸었구나. 어안렌즈였겠지. 지금 갖고 있는 렌즈로 찍었더라면 더 멋지게 나왔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렌즈가 바뀌면 사진이 달라지는 것은 틀림없다. 카메라도 엠삼(M3)이었구나. 아무래도 다시 한 번 가야 할 모양이다. 하논분화구를 보다가 말고 또 나리분지의 사진을 뒤지면서 추억의 한 자락을 더듬고 있구나. 칼데라 분화구라는 말에 괜히 추억을 소환했으니 그것도 좋지 뭘. ㅎㅎ

낭월 : 안으로 들어가자.
화인 : 차가 가는 곳까지만 갈 께요.
낭월 : 그러렴.
화인 : 다녀 오세요. 우린 차를 지킬께요.
낭월 : 그래라.

12-02 20210430-036

분화구에는 용천수가 있더란다. 그래서 용천수의 자리부터 살펴본다. 사진의 순서와는 무관하다.

12-02 20210430-034

수량이 이 정도이니 출구만 막으면 바로 호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겠구나. 하논분화구를 복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조바심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겠다.

12-02 20210430-035

이름이 몰망수인 이유야 모르지. 모르면 다여? 찾아봐야지. 몰망수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은 그 이름의 뿌리를 확인할 길이 없구나. 이름에서 '몰'은 '물'의 제주도 방언이겠거니 싶은데 '수'는 또 한자일테니 뭔가 혼합이 된 듯한 느낌만 담아 둔다.

12-02 20210430-032

가을에 벼가 익으면 풍경은 또 다르겠지. 지금은 이런 정도의 분위기라는 것만 이해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겠다.

12-02 20210430-030

제주도의 곡창지대란다. 화산암반이라서 물을 가둘 수가 없기 때문인데, 유일하게 하논분화구에서만 물을 이용해서 벼농사를 지을 수가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이름도 '하논'이라고 한다네. '하논'의 '하'는 제주도 말로 크다는 뜻이고, '논'은 논농사의 논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하논'을 한자로 표기하기를 '대답(大畓)'이라고 한다니까 그럴싸 하군.

12-02 20210430-029

물은 흘러서 천지연폭포로 빠진단다. 그 규모로 보면 백록담보다도 훨씬 크니까 여기에 물을 담아서 하논호가 된다면 그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뭐 언젠가는.... ㅎㅎ

12-02 20210430-028

한라산이 보이려나 싶어서 바라봤지만 오늘은 구름속이다. 여기까지만 허용하는 것으로 보고 이 정도라면 하논분화구에 대해서는 대략 보이는 만큼의 이해를 한 것으로 보고 뭔지 모를 아쉬움을 남긴 채로 차로 돌아갔다. 그 사이에 연지님과 화인은 편히 쉬면서 천혜향을 까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던 모양이다.

화인 : 다 보셨어요? 어때요?
낭월 : 위에서 본 것보다 특별할 것은 없네.
화인 : 다행이다.
낭월 : 뭐가?
화인 : 멋진 장면이 있었더라면 아쉽잖아요. 호호~!
낭월 : 고마 가자~!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