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21) 송훈파크

작성일
2021-04-27 07:46
조회
670

제주반달(21) [4일째 : 3월 11일(목)/ 4화]


웬 난데없는 송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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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간다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10여 분만에 도착했다고 해서 내다 보니 송훈파크였다. 밥을 먹으러 공원으로 왔던 모양이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기려나 싶은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서 두리번 두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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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에서 불과 8km남짓 이동했던 모양이다. 볼거리는 낭월담당, 먹거리는 호연담당이다. 그래서 일체 간여하지 않고 이끄는대로 따라가면 된다. 사실 먹는 문제로 의견을 나눌 필요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촬영하고 노는 사이에 호연은 한 끼의 에너지 충전을 위한 멋진 곳을 찾아내는 것이 맡겨진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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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끌고 있는 말도 있는 것을 보니까 놀이시설이 맞는 모양이다. 멋지게 지어놓은 건물은 공연장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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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을 따라서 들어간 곳은 허름한 창고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창고의 이름은 「크라운 돼지」였군. 제주 흑돼지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보고서야 제주도의 특산품인 흑돼지를 취급하는 식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똥돼지'라고 했는데, 이제 똥돼지는 사라지고 '흑돼지'가 그 자리를 대신 체웠나 싶다.

흑우(黑牛)를 키웠다는 별방진을 생각하니까 흑돈(黑豚)도 마찬가지로 제주도에서 키웠던 것으로 봐서 검은 동물이 제주도를 대표하는 이유는 뭘까를 생각해 보다가. 문득 현무암(玄武岩)을 떠올렸다. 화산석인 현무암이 가득한 제주도이니 당연히 그곳에서  자라게 된 소와 돼지도 검은 색이 되었겠다는 말도 되지 않는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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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이 잘 생겼구나. 얼굴을 걸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부심이 많은 것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그것조차도 방문자에게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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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모두 다 아는 유명한 인물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던 모양이다. 방송에서도 나와서 활약을 했더란다. 듣고 보니까 어딘가에서 한두 번은 봤던 것도 같고... 그래도 애초에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낭월에게 크게 기억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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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충분히 검색해 보고 조사한 다음에 온 건 맞지?
호연 : 당연하지. 내가 아무렇게나 찾아가는 사람인가~!
화인 : 돼지는 냄새가 나면 정말 싫어서 말이야.
호연 :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메뉴만 골라.
화인 : 모듬으로 먹는 게 좋기는 한데....
호연 : 그건 장단점이 있어. 그래서 오늘은 오겹살을 먹을거야.
화인 : 왜?
호연 : 오겹살이 부드럽고, 모듬보다 더 가성비가 좋다더라.
화인 : 그렇구나. 알아서 시켰으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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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제대로 잘 잡았던 모양이다. 복잡한 도심이 아니라 이렇게 한적한 숲속에다가 식당을 차렸다는 것은 멀리 내다본 것이 아닐까 싶었다. 커다란 동백나무에 아직도 가득 핀 빨간 꽃들이 풍경을 심심하지 않게 챙겨주고 있는 것도 한적하니 평화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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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을 보니 '송훈셰프'라는 이름이 보인다. 그러니까 송훈파크는 공원이름이 아니라 송훈셰프의 이름이었더란 말인가? '난축맛돈'의 설명을 보니까 자신감과 자부심이 보이기도 한다. 돼지가 왕관을 썼다는 뜻인가 보다. 그러니까 '크라운 돼지'라고 이름을 붙였겠거니. 여하튼 오늘 낮에도 가열찬 에너지를 품은 음식으로 배터리를 가득 충전하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여행은 체력이고
놀이도 체력이고
재미도 채력이고
구경도 체력이다

그래서 병이 들기 전에 여행도 많이 하는 것이 좋고, 병이 들었더라도 몸이 움직인다면 여행을 하는 것이 좋고, 그렇게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체력을 잘 관리해야만 된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중요하게 여길 뿐이다. 카메라도 배터리가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되듯이 체력이 떨어지면 산송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참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 체력임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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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를 대략 익혀서 가져오는 모양이다. 담아서 가져오는 것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그냥 접시에 주섬주섬 담아와도 될텐데 이렇게 밀폐된 철통에다가 담아와서 설명을 해 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제대로 잘 해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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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벌써 1시 26분이구나. 배가 고플 시간도 되었네. 산으로 들로 누비고 다니면 활명수를 만날 일이 없다. 자다가 먹어도 되고, 먹고 또 먹어도 탈없이 소화가 되는 것을 보면 운동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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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동파육을 떠올리게 하는 푸짐한 접시가 놓여졌다.

점원 :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일부만 익혀서 왔어요.
호연 : 예, 맛있어 보이네요.
점원 : 지금부터 제가 마져 구워드리겠습니다.
호연 : 우리가 구워먹는 것이 아닌가요?
점원 : 손님께서는 완성된 다음에 맛있게 드셔주면 됩니다.
호연 : 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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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손님이 적당히 구워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 일행은 아무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 모양이다. 제대로 먹게 해 준다니까 모두 흡족해 하는 표정들이다. 아무렴. 먹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 맞지 그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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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흑돼지 오겹살 구이」

메뉴에 쓰인대로 가져와서 먹을 수가 있도록 해서 준다. 송훈셰프가 여기 저기에서 고기를 구워주면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연지님이 말했다.

연지 : 오늘은 가게에 있나 보네. 직접 구워주기도 하고.
화인 : 방송에서 보는 것보다 얼굴이 훨씬 작아요.
연지 : 정말이네. 마스크는 썼어도 참 잘 생겼지?
화인 : 열정이 보여요. 자신감도 보이고요.
연지 :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더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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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과 낭월은 별 감흥이 없었는데 역시 음양의 이치라고, 여인네들에게는 그러한 것도 관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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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게 앞앞에 놓아주는 것도 생각을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입맛대로 드시되 처음에는 입안이 개운해 지도록 '유자폰즈소스'부터 찍어드셔 보란다. 그래서 시키는대로 먹었다. 그렇지만 아무렇게 먹어도 꿀맛이었다. 기본적으로 주문한 4인분으로 충분히 양을 채우지 못했는지 2인분을 더 추가해서 배을 채우고 후식으로 냉면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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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여보,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호연 : 정말 나도 이렇게 맛있는 것은 첨 먹어보는 거 같아.
연지 : 냄새도 하나 안 나고 맛있게 먹었어.
낭월 : 오늘 오후도 행복할 것같은 예감이 드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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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도 2개를 시켜서 반반씩 나눠서 맛있게 먹고 나니 세상에 부러운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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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열마디 말보다 사진 한 컷이로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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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이제 빵 먹으러 가요.
낭월 : 여태 배부르게 먹고서도 또 들어갈 자리가 있단 말이냐?
화인 : 그럼요~! 그냥 가면 후회한다네요. 호호~!

입구에서 보였던 왼쪽의 큰 건물은 빵집이었던 모양이로군. 빵집 치고는 참 큼직하게도 지어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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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몇 안 되는 좋은 향이라면 그 안에 반드시 빵 냄새를 포함시켜야 할게다. 빵의 향이 진동하는 공간에서 빵을 고르는 여인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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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싸부님은 뭘로 드실래요?
낭월 : 크루아상~!
화인 : 왜 그것만 좋아하세요?
낭월 : 가장 빵 답잖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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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서는 단팥빵이고, 빵집에서는 크루아상이다. 그냥 바삭거리면서 부드러운 것이 좋아서이다. 맛이야 물론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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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처음 보는 빵이로구나.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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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도르로구나. 보는 것도 처음이고 당연히 듣는 것도 처음이로군. 호기심 천국의 화인이 이것을 먹어 보겠다고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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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은 어렵게 써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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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식으로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 다음이라서 간단하게 맛이나 보면서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목적을 삼아서 빵도 간단히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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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들이 한국식은 아닌 것으로. 먹기는 조금 먹더라도 메뉴판은 잘 찍어줘야지. 혹 다음에라도 참고를 할 일이 생길런지도 모르니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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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우면 워뗘~! 맛만 있으면 되지 뭘. 그렇게 빵을 먹으면서 잠시 한가로움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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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도르도 맛이 좋더라는데 별로 기억에는 남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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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어 올라서 벌집이 된 크루아상의 바삭거리면서 촉촉한 식감도 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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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도 마시면서 빵을 먹으니 행복한 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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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길에 주방이 보이기에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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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빵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여기에서 만들어서 팔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기도 하거니와, 깨끗하게 만들어진 공간에서 기술을 발휘하는 것을 보니까 식신(食神:전문가라는 뜻)을 보는 듯해서 그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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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다 남은 커피는 들고 가면서 마시기로 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여행길에서 여유롭게 한 끼의 식사를 즐겼으니 또한 여복(旅福)이랄 밖에.

낭월 : 잘 드셨지?
연지 : 그럼~!
낭월 : 10점 만점에?
연지 : 10점~!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