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22) 오설록(外)

작성일
2021-04-27 18:29
조회
491

제주반달(22) [4일째 : 3월 11일(목)/ 5화]


오설록과 목장을 둘러서 숙소로.


11-05 20210427-001

때로는 지나는 길에 들려보는 곳도 있기 마련이다. 오설록은 딱히 가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지나치기는 조금 섭섭한 곳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가보는 것이 옳다. 나중에 여운을 남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차밭은 「오늘은녹차한잔」에서 충분히 놀았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남쪽의 차밭은 냉해를 덜 입었으려나 싶은 생각은 들었다.

R4_00026-2

로고는 얼굴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기왕 오설록에 왔으니 로고라도 살펴보자고 들여다 본다. 음.... 제주도가 보이는 구나. 더넓은 하늘과 광활한 바다의 중간에 높이 솟아있는 한라산이 분명하렸다? 보자.... 한라산의 실루엣이 저렇게 보이려면....

20210428_053419

오호~! 서귀포에서 바라본 한라산의 실루엣이로구나. 알면 보인다고, 다른 곳에서 봐서는 저렇게 왼쪽에 어깨모양으로 능선이 나타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고를 이해했으니 차밭 구경을 가자.

11-05 20210427-002

벌써 보기에도 죽은 잎들이 덜 보이기는 한다. 남쪽의 볕이 공을 쌓은 것으로 봐도 되지 싶다. 한참 물뿌리개가 돌아가면서 새잎이 돋아나기를 재촉하고 있는 풍경이 활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11-05 20210427-003

그렇긴 하지만 냉해는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붉은 빛의 잎이 보이기도 했다.

11-05 20210427-004

오래 전에 오설록은 들려봤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제주여행을 했을 적이었을테니 줄잡아서 20년은 되었지 싶군.

11-05 20210427-006

대략 차밭을 둘러 봤으니 건물쪽으로 가봐도 되지 싶다.

11-05 20210427-007

녹차박물관이구나.
그냥 차박물관이라고 할 일이지....
하긴 쥔장 마음이지 뭘. ㅋㅋ

11-05 20210427-009

오설록은 강진에서도 둘러봤다.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지. 그런데 설록(雪綠)은 잘 지어진 이름인가? 눈이 쌓이면 차잎에는 냉해를 입게 되어서 수확에 지장이 있을텐데 왜 눈 설(雪)을 넣었는지 모를 일이로군. 어딘가의 소개로는 눈속에서 강인하게 살아나는 것을 상징한다는데 왜 그렇게 구태여 어려운 역경을 상징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창업자가 그렇게 많은 고난을 겪으면서 살아왔기 때문일 수는 있겠지만.... 낭월에게 이름을 부탁했더라면 「춘록(春綠)」이라고 지어줬지 싶다. 얼마나 좋으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지. 혹 설송(雪松)을 생각했을까? 그야 소나무의 사정이지. 차밭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20210428_052108

참고로 오설록에서 운영하는 차밭은 다른 곳에 총 네 곳이 있구나. 이 중에서 강진다원은 둘러 봤고, 도순 다원은 다음에 들려 볼 요량인데 한남다원과 서광다원까지 있다는 것은 또 몰랐다. 그러니까 육지에서는 강진의 월출산 아래에 있는 다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주도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로군. 새 순이 돋아나서 차밭을 덮는 그림이 보고 싶군.

11-05 20210427-010

사진들 찍으라고 만들어 놓은 구조물이니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11-05 20210427-014

갑자기 끼어든 아기로 인해서 사진이 더 풍성해졌군. ㅎㅎ

11-05 20210427-011

시간에 맞춰서 체험을 할 프로그램도 있었구나. 다만 우리는 지금 그 일정에 참가할 여유는 없는지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 그러면 통과~!

11-05 20210427-012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전망대로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막상 가봐도 특별히 볼만한 것은 없어서 이내 내려왔다.

11-05 20210427-016

다음달쯤이면 녹색의 차밭이 연둣빛으로 바뀔 수도 있겠지 싶다. 새잎이 돋아나면 그림은 완전히 달라질테니까 그 시기에 들리는 사진 속은 더욱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넌지시 해 본다. 다만, 지금은 그냥 진초록의 풍경일 뿐이다.

11-05 20210427-017

호연 : 다 둘러 봤으면 이제 어디로 갑니까?
낭월 : 이제 금오름으로 가서 저녁노을을 볼까?
호연 : 옙! 어디든 좋습니다.

20210427_165841

오설록에서 금오름까지는 11km. 시간은 15분이면 되겠다. 금오름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몰의 풍경이 볼만하다는 글을 본 것이 생각나서 방향을 그렇게 잡았다.

11-05 20210427-018

낭월 : 저기 보이는 것이 금오름이라네. 
화인 : 우왁~!! 못 가요~!!
호연 : 저렇게 높은 곳을 가신단 말씀입니까?
연지 : 난 차에 있을테니 다녀와요~!
낭월 : 올라가면 분화구도 있고 물도 고여 있다는데?
모두 : 다음에 가는 걸로 하세요~!

아니, 점심도 든든하게 먹었겠다. 시간도 여유롭겠다. 슬슬 쉬면서 올라가면 멋진 전망과 저녁의 노을까지도 만날 수가 있을텐데 왜들 한사코 반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11-05 20210427-020

할 수 없지. 아무리 멋진 풍경도 일행이 거부하면 혼자서 움직이는 것도 약간은 부담이 될 따름이다. 그냥 우기고 올라가면 호연이 카메라가방을 지고 동행을 하겠지만 이미 금오름의 높이에 눌려버렸으니 아무래도 오늘은 멀리서 보는 것까지만 인연인 것으로 해야 할 모양이다. 더구나 마구 우기기도 좀 거시기한 것은 하늘의 풍경이 노을을 기대할 정도는 못된다는 것이 맘에 걸리는 것도 있었다.

11-05 20210427-023

그러니까 애써서 올라갔는데 하늘조차 멍충이가 된다면 일행의 반대를 무릅쓰고 올라간 보람도 없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안의 낭월과 흥정을 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그리고는 그냥 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다음에 하늘이 부조를 하는 날에 여유롭게 올라가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이만.

11-05 20210427-036

차를 돌리는데 말 목장이 나타난다. 성이시돌목장이란다. 그래서 '금오름대신 말목장'이라고 잠시 차를 세우고 말들과 놀기로 했다. 그것은 모두가 대환영이었다. 참내~! ㅎㅎ

11-05 20210427-025

말의 먹이를 얻어먹으려고 까치가 어정거리기도 하고....

11-05 20210427-034

여물통 하나에 세 마리가 머리를 들이 밀기도 한다.

11-05 20210427-032

저녁을 먹는 모양이군.

11-05 20210427-026

울타리가 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멀리서 구경만 했다.

11-05 20210427-030

화인이 다가가니까 뭐라도 얻어먹을 것이 있으려나 싶었는지 말들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아직 저녁밥을 얻을 순번이 안 된 녀석들인 모양이다. 그렇게 둘러보고는 집으로 향했다.

호연 : 오늘은 긴꼬리뱅에돔이 들어왔을지 모릅니다.
낭월 : 그래? 그럼 가봐야지.
호연 : 가는 길에 들려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낭월 : 그러렴.

20210427_173841

돌아오는 길에는 휴식이 최고이다. 뒷자리는 호텔로 변한다. 흔들리면서 쉬다가 보면 이내 서귀포의 포구에 도착했다고 차를 멈춘다.

11-05 20210427-037

호연 : 선장님 긴꼬리는 들어 왔습니까?
선장 : 오늘은 아무도 못 잡았답니다. 미안합니다.
호연 : 어쩔 수가 없지 않습니까. 잡히면 연락 주시겠습니까?
선장 : 그렇겠습니다. 그게 잘 잡히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지요.
호연 : 알겠습니다. 내일 연락 드리겠습니다.

11-05 20210427-038

그래서 뭐든 보일 적에 잡아야 하는 법이다. 내일은 없으니까 말이지. 내일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망상이거던. 아쉬워하는 발길을 돌리면서 다시 한 번 다짐하는 호연을 보면서 다른 것이라도 사지 그러느냐고 했지만 지금은 긴꼬리에 꽂혀서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ㅎㅎ

11-05 20210427-041

숙소 앞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는 가까운 중국요리집으로 들어갔다. 얼큰한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호연은 짬뽕을 시켰다.

11-05 20210427-040

낭월은 간짜장이다. 저녁은 부담없이 달달한 것으로 마무리를 할 요량이었던 것까지는 좋았는데 말이다.

11-05 20210427-042

고추를 좋아하는 호연이 고추잡채가 뭐냐고 묻는 바람에 그것을 시켰는데 이것은 도저히 아니었다. 상호를 소개하려고 해도 이렇게 맛이 없는 고추잡채는 보다보다 첨 만나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대충 맛만 보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밖에. 웬만하면 군소리 안 하고 잘 먹지만 이것은 아무래도 그냥 먹어줄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도 간짜장은 먹을만 해서 이 집은 간짜장 전문인 걸로. ㅎㅎㅎ

11-05 20210427-043

오늘 하루도 온갖 사연들로 뒤섞여서 멋진 시간으로 기록이 되겠다. 내일은 또 어떤 곳에서 어떤 경험으로 하루를 충만되게 살 것인지를 상상하면서 차를 마시고는 휴식에 빠져든다.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