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20) 새별오름앞

작성일
2021-04-26 17:4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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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반달(20) [4일째 : 3월 11일(목)/ 3화]


새별오름을 오를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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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에서 천혜향을 사서는 달콤새콤한 즙이 입안 가득 고이는 것을 즐기면서 맛있게 까먹으면서 식구들도 까주다가 보면 이내 새별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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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으로 정열하지 않고 위치별로 정열하는 것이 좋지 싶어서 입구에서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버스승강장이 길가에 마련되어 있고, 이름은 새별오름, 한자로는 신성악(新星岳)이로군. 그런데 이것은 또 잘못 쓰인 것임을 바로 알게 되었다. 원래 새별오름의 한자표기는 신성악(晨星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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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분명히 새벽별봉우리[晨星峰]라고 해놨는데 새로운 별산[新星岳]이라고 하면 말이 되나? 왜 이렇게 표기하게 되었을까? 만약에 중국사람이 와서 한자만 본다면 이것도 혼란스럽지 않을까? 여기에서도 그 연유를 생각해 보면....

샛별오름 → 신성봉(晨星峰) → 새별오름('ㄹ'탈락) → 신성악(新星岳)

아마도 이렇게 되었을 게다. 원래는 샛별오름이었을 것이고, 샛별오름이 새별오름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모르고 글자만 보고서 새 신(新)으로 표시를 했으려니 싶은 생각이 든다.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니지만 샛별과 새별이 어떻게 같느냔 말이지. 샛별은 금성(金星)이고 새별은 새로 생겨난 아무개 별인데 말이다. 그래서 또 혀를 끌끌 차면서 괜한 것에 투덜이 스머프 노릇을 자청한다. ㅋㅋㅋ

자료를 찾다가 어느 블로그에 써놓은 것을 보니까, 저녁하늘에 외로운 샛별이라고.... 글재주는 좋으나 공부가 부족한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저녁 하늘의 별은 화성(火星)이라는 것을 몰랐던 게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뭔가 대충 알고서 써놓으면 또 누군가는 그것이 옳은 것으로 알고서 그냥 믿기도 하지만 그렇게 안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 뭘. 이렇게 쓰다가 또 혹시나.... 싶은 마음에 폭풍검색을 하다가 낭월도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금성을 다른 말로 태백성(太白星)이라고도 한다는 말이 떠올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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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이렇게 자신의 무지함을 여실히 증명하고 마는 낭월이다. ㅋㅋ

금성이 아침에만 뜨는 별인 줄로 철석같이 믿었는데 공전의 상황에 따라서 저녁에 보이기도 한다는 말이었구나. 그렇지 그게 맞겠네. 그러니까 그 블로그의 글도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괜히 미안쿠로. 저녁에 보이면 장경성이고, 새벽에 보이면 계명성(啓明星)이라고? 부처가 계명성을 보고서 도를 깨쳤다고 하니까 새벽에 도를 깨달았던 것이 맞군. 초저녁에 서쪽하늘에서 반짝이면 '개밥바라기'라고도 한단다. 개 밥그릇 별이라고?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이름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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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면서 얻은 작은 정보를 바탕으로 삼고서 광활한 인터넷에서 자료를 뒤지면서 공부하고 깨달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즐거울 따름이다. 여행기의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스스로 보고 들은 것을 정리하면서 지혜로운 지식창고의 자료들과 함께 버무려서 낭월의 상식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화성은? 낭월이 저녁에 서쪽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면 화성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화성을 검색하지는 않을란다. 그냥 샛별까지만 이해하는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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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큼지막하게 붙여놓은 현수막이 있다. 온라인으로 하든 말든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오늘은 새별오름에 올라갈 수가 없다는 말이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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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부터 14일까지는 등반하지 못한다는 말이었구나. 아니, 반 년을 별러서 온 새별오름을 오를 수가 없다니 우째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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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누가 봐도 새별오름인지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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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언제 봐도 다정한 화인네 부부가 셀카를 찍었군.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네 대의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을 모두 수집했기 때문에 어디에서 찍었던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쓰는데 도움이 될 사진들은 선별이 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그냥 대기하는 것으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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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넓은 주차장은 밧줄로 경계를 만드느라고 수고들이 많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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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수고 많으십니다.
남자 : 예~!
낭월 : 들불행사는 비가 와도 하는 건가요?
남자 : 폭우만 아니라면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낭월 : 그럼 오늘은 오름에 올라갈 수가 없나요?
남자 : 행사 준비로 설치하는 것들이 많아서 어렵습니다.
낭월 : 행사를 할 적에 주차는 가능한가 보네요?

남자 : 인터넷으로 예약한 400대만 가능합니다.
낭월 : 그렇습니까? 그럼 예약을 하면 되는 군요?
남자 : 예약은 10분 만에 끝났다고 들었습니다만...
낭월 : 아, 그렇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빤히 알면서 물어보는 사람이 제일로 귀찮을 게다. 그래도 혹시 누구에게 말하면 아직은 가능하다는 말이라도 나오려나 싶어서 물어보는 심정도 이해를 하겠거니 싶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테니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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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는 차들이 몇 대 있네. 차도 못 들어가는가 싶었는데 다행히 주차장은 이용할 수가 있었군. 오늘은 오름에 올라가는 것도 기대했지만 타임랩스를 찍겠다는 것도 큰 목적 중에 하나였으므로 우선 그 자리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어디에서 자리를 잡아야 새별오름과 하늘의 구름이 잘 조화를 이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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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자리를 찾아서 기웃기웃 했다. 새별오름과 함께 그 옆에 있는 무슨 오름인지 모를 오름과 함께 또 저 말리에도 다른 오름이  보여서이다. 아무래도 오름이 하나 보다는 셋이 훨씬 더 풍경이 좋지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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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새별오름과, 그 왼쪽의 이달봉이 보이는 것이겠고, 저 멀리 있는 것은 가메오름일까? 각도는 대략 그렇게 보이는데 누운오름은 아닌 것으로 짐작만 해 본다. 그렇다면 이 쯤이 적당하겠군. 자리를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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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금 더 왼쪽으로 움직이자 산소도 있었구나. 제대로 제주도 맛이 넘치는 풍경이로군. 그렇다면 여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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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은 11시 33분이다. 최대한 두 시간을 잡으면 1시 반 정도면 되겠구나. 낮에 바람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간격은 7초면 되지 싶다. 이렇게 해서 타임랩스를 찍으라고 해 놓으면 연지님이 자동으로 그 옆에 깔자리를 들고 와서 자리를 잡는다. 나는 카메라를 보면서 쉴테니 맘대로 돌아다니라는 이야기이다. 고맙구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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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랩스에 담긴 사진이다. 구름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겠군. 구름이 더 많아지거나 혹은 줄어들거나 상관없다. 그 모두는 변화하는 모습으로 기록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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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까 가메오름도 예뻐보이는 구나. 다음에 지나는 길이 있으면 올라가 봐야 할 곳으로 찜을 해 두자. 이렇게 주변의 풍경도 살피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타임랩스의 최악은 맑고도 짙푸른 하늘을 만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타임랩스는 끝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시라. 산도 가만있고, 나무도 가만있는데 하늘까지 가만있는 풍경이라니 이게 무슨 재미없는 그림이냔 말이지. 청산이 정(靜)하니 백운이 동(動)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되고 그것이 타임랩스를 찍는 재미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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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과 백운을 생각하니 문득 큰방이 떠오른다. 큰방은 대중이 거처하는 승방(僧房)을 말한다. 큰방은 좌우로 나눠서 한쪽은 청산(靑山)이 앉고, 또 한 쪽은 백운(白雲)이 앉는다. 그렇게 자리를 정해서 앉은 다음에 공부하는 학승들이 순서대로 자리를 채우면 되는 것이고, 특히 대중공사를 하거나 공양을 할 적에는 이 자리를 엄격하게 지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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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방에 청산과 백운을 써붙인 사진이 있나 싶어서 찾아봐도 마땅치 않구나. 언제 갈 일이 있으면 사진을 좀 찍어와야 겠다. 탁자(불상이 모셔진 곳)를 중심으로 왼쪽이 청산이었던가 하도 오랜 세월이 흘러서 아리송해서이다. 여하튼 왼쪽이 청산이면 오른쪽은 백운이다. 그리고 청산의 자리에는 주지, 총무, 교무, 재무 등의 삼직을 위시해서 순서대로 자리를 잡는다. 이들은 떠나지 않고 절을 지켜야 할 화상들이기 때문에 청산이라고하는 것이다. 또 다른 말로는 사판승(事判僧)이라고도 한다. 수행자를 외호하면서 절을 관리하는 사무적인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운에는 이판승(理判僧)에 해당하는 자리로 조실, 방장, 유나, 입승, 찰중 등의 수행승들이 앉는 자리이다. 물론 용어는 생소하겠지만 선방에서는 3개월, 강원에서는 3년을 머무르면 구름처럼 떠나갈 사람들이기 때문에 백운과 같다는 의미이다. 멋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렇게 타임랩스를 생각하다가 문득 그 시절이 생각나서 구름 한 조각 보태듯이 얹어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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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광장을 짜임새있게 잘 가꿔놓은 것이 돋보인다. 새별오름의 품격이려니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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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으로 온라인 중계를 하려니까 준비를 할 것도 많지 싶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서 행사를 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더란다. 올해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을지를 토론한 끝에 온라인으로나마 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을 하게 되어서 이렇게 준비하게 되었더란다. 모레 행사을 위해서 오늘 바쁘게 준비하는 것을 보는 것도 여행이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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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타임랩스 카메라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30여 분이 지났는데 하늘에 구름이 많이 모였구나. 타임랩스에서는 구름이 스타이다. 구름의 변화는 대환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맑은 날도 좋고 구름낀 날도 좋고, 비가 오는 풍경도 사양하지 않으니 사진놀이는 언제 어디서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이로군. 낮에는 타임랩스를 찍고, 어둠이랑 놀 적에는 장노출을 찍으면 되니 하루 온 종일 핑계가 없어서 못 놀 일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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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축제에 대한 유래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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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들불축제는 1997년부터 했단 말이로구나. 안내판이 너무 낡았네. 다시 손질을 하는 것도 좋지 싶구먼시나.... 안내판은 모쪼록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 그것으로 관리자의 성의가 그대로 드러니기 때문이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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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경찰관이 입구를 떡~하니 지키고 있다. 경찰관은 찍지 못하고 이렇게 막아놓은 바리케이트만 찍었다. ㅋㅋㅋ

원래 사람 찍는 것을 무서워한다. 왜 찍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어서이다. 잘 생겨서 찍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사진의 소품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을 하기도 그렇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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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시간을 찍었는데 식구들이 슬금슬금 모여든다. 말은 하지 않아도 안다.

"더 찍으실 랍니까?"

오름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그래도 한 시간이나 봐 준 것도 고맙지 그래. 이 정도면 오늘의 목적은 달성이 된 것으로 봐도 되지 싶다.

"갈란다~!"

아마도 들불을 놓을 적에 다시 와야 할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기회인데 하필이면 제주도 보름살기에 이러한 행사기 끼어 있다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겠느냔 말이지.

낭월 : 오늘은 이만 놀고 모레는 오후에 와야 하겠네.
호연 : 또 옵니까?
낭월 : 아니, 불놀이를 안 볼 수는 없잖여?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인데.
호연 : 아, 들불입니까? 그럼 봐야지요. 알겠습니다.
낭월 : 모레 행사에는 입장도 안 된다니까 저 뒤쪽 오름 중턱에서 봐야 할까...
호연 : 어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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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의 길 건너에 있는 북돌아진오름을 가리켰다. 그것을 본 화인이 한숨을 푹 쉰다. 산에 올라갈 생각을 하니까 한숨부터 나오는 모양이다. 여하튼 그것은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우선 삼각대를 접었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할 순서가 다가왔으니까 말이다.

호연 : 오늘 점심은 좋은 곳으로 모십니다.
낭월 : 그래? 또 횟집이겠지?
호연 : 아닙니다. 오늘은 다른 집입니다.
낭월 : 그래? 그것 참 신기하군.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