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食神 - 탐구주의(探究主義)

작성일
2007-09-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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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은 참으로 유별나다. 뭐든지 한번 잡고 늘어지면 그 바닥을 파고 맨 밑구멍까지 확인을 해야 속이 시원한 성분이기 때문에, 항상 골똘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무엇이든지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되면, 그 내부에서 어떤 원인이 생겨서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지에 대해서 먼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천부적인 과학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것이 가장 특징적인 면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이름도 탐구주의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러한 주의는 사전적으로는 없는 것 같다. 없으면 만들면 되는 것이다. 사전인들 원래 있었겠는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어휘들을 모아놓은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여태까지는 필요가 없어서 만들지 않았으면 이제부터라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탐구주의라고 하는 것을 생각해봤다. 이것은 과학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그래서 자연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는데, 자연적인 이치를 늘상 연구하고 있는 형태가 된다.

이런 사람은 무엇이든지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 없다. ‘어째서 그렇게 생겼느냐?’는 의문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추구를 하다 보니까 스스로 머리속은 항상 복잡해진다. 그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잠이 오지않는 입장이므로 도리없이 파고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식신의 성분을 받고 있는 사람은 생각하는 것이 깊다. 그 깊이는 자신에게 상당히 엄격하다. 궁리를 하다가 막히면 자기에게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서 몸을 편안하게 두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납득이 되지않는 것은 남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반면에 스스로 인정이 된 이론을 남들이 몰라주면 또한 엄청 열을 받는다.

흔히 어떤 문제로 인해서 쟁론(爭論)이 되면 그 사람들의 특성을 알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식신은 절대로 양보를 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좋으련만, 꼬치꼬치 파고들어서 확실하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납득하기 전에는 한발자욱도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단 한가지 일에 파고들기 시작하면 식음(食飮)을 전폐하고 그 연구 속으로 몰두해 들어간다. 이때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파고들게 되니까 한가지 방면에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식신의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을 빼고서는 마땅히 잘 하는 것도 없다.

적어도 이정도의 특성이 있는 경우라고 한다면 탐구주의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여러개가 된다면 문제는 커진다. 흔히 하는 말로 열두가지 재주 가진놈의 집에는 저녁거리가 없다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생기는 원인은 식신의 특성이 중복된다는 점에서 찾고 싶다. 그러니까 파고들어가는 특성이 중복된다면 이것도 해야 하겠고, 저것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정작 한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식신은 많아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같이 세상의 모든 일은 장단점을 동시에 공유하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