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正印 - 보수주의(保守主義)

작성일
2007-09-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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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정인의 정신적인 구조이다. 이들은 전해내려오는 윤리관(倫理觀)에 대해서 그대로 수용을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자칫 공자님의 신봉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정신의 소유자에게서 나오기 쉬운 말은 늘상 ‘요즘 것들은...’ 이다.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시대가 말세가 되어서 이렇게 못쓰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윤리관이 떨어지면 당장에 지구가 멸망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우성이다.

얼마전에 결혼법인가 뭔가 하는 것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고 발표를 했다. 동성동본의 금혼법은 국민의 행복추구권에 대해서 위헌이라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은 그 결과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보수적인 사람들이 속해있는 집단에서는 역시 불만이 엄청 많았을 것이다. 아마도 윤리관이 그나마 법률로 지켜졌는데, 이제는 그러한 것 조차도 없어졌으니 이 나라의 도덕은 땅에 떨어진 것이라고 염려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러한 윤리관이 발생한 중국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규제가 없어진지 오래라는 것이 아이러니칼하다. 본토에서는 없어진 것이 이주한 곳에서는 지켜지고 있는 풍습 말이다. 이러한 것은 다른 것에서도 많이 볼수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의 발음이 중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없어진 것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고대 당나라의 발음이나 어학(語學)을 연구하려면 한국으로 찾아온다고 한다. 왜냐면 한국에서든 당나라때의 발음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역시 주인은 바꿀 수가 있어도 손님은 바꿀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내것은 내맘대로 바꾸지만 남의 것은 바꿀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에 대해서도 그러한 것이 학자들의 연구자료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백제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 가보면 당시에 사용하던 용어들이 그대로 유전되고 있다고 하니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묶어서 보수주의라고 하는 말로 정리를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온고지신(溫故之新)’을 만고의 철칙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혁식적인 사람들이 보면 다소 답답하겠지만, 한 나라의 흐름은 보수주의자들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하니까 참으로 묘한 인과관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