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寅木

작성일
2007-09-1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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寅木을 보면 왠지 포근한 느낌이 감돈다. 이미 겨울이 지나갔다고 생각이 되어서일까? 그런데 일반인들의 생각에는 아마도 살벌한 분위기가 떠오를 런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바로 호랑이의 모습이 어른거려서 말이다. 하긴 얼마 전에 출생아에 대한 보고가 있었는데, 여아의 출생이 줄어드는 해는 범띠 해와 말띠해라고 한다. 또 하나가 있었는데 얼핏 들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범띠와 사주와 무슨 관계가 있기에 그렇게 목숨들을 걸고서 낳지 않으려고 안달일까? 범띠의 딸이 되면 운명이 사납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마도 그러한 생각으로 뱃속에 아이가 생기면 병원으로 쪼르르~ 달려가서는 아들인지 딸인지를 살펴보고서는 딸이라면 얼른 긁어 내버리는 모양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딸아이가 훨씬 적게 태어날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부산을 떨어서 무슨 이득을 얻겠다는 속셈인지 오행의 원리에 약간 눈뜬 낭월이가 생각해 볼 적에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미신적인 행동일 뿐이기에 오히려 죽어 가는 생명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만 한다. 물론 자신의 자식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는 소박한 마음씨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어리석은 판단으로 못할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이것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상식도 干支의 속사정 정도는 이해를 하고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소위 프로라고 하는 선배님들의 어리석은 언행들이다. 제대로 실력을 갖추신 지혜로우신 선배님들이야 그렇게 말씀을 하실 까닭이 없겠지만, 개중에는 적어도 절반 이상이 황당한 실력으로 간판을 내걸어 놓고서는 상담에 임하고 있는 소위 무자격 역학인 들이 문제이다. 그냥 길가에 앉아있는 당사주파도 그렇다. 비록 당사주를 놓고 봐줄망정 그래도 간지오행의 기본적인 이치 정도는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곳에서 범띠니 말띠니 해가면서 국민의 안목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모양이다. 이러한 것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적어도 이러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명리학도 제대로 대접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일반인들은 평균치를 놓고서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은 실제로 10% 미만일 것이다. 그 나머지는 대충대충 눈치코치 봐가면서 얼렁뚱땅 넘어가고 상담료만 챙기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고, 또 악질 선배님들은 남의 약점이 포착되면 굶은 하이에나처럼 물고 늘어져서는 기어이 돈을 울궈내는 경우도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언젠가는 낭월이에게 한 수 일러주러 오신 선배님이 계셨다. 서점에서 왕초보사주학을 보고는 찾아왔노라고 이야기를 하시기에 고마워서 정성스레 한 말씀을 청했다. 그랬더니 청산유수로 말씀을 하시는데 이치에는 형편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명리학의 정도(正道)를 걷는다는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 낭월이에게 온갖 신살을 들고 나와서는 이러쿵저러쿵 하는데 차마 속이 거북해서 못 듣고 앉아 있을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손님대접을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되어서 그래도 그 중에는 쓸 말이 있으려나... 하고서 경청을 했는데, 나중에는 결국 바닥이 나버리고는 황당한 이야기만 들고 나오는 것이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대단히 탁월한 통변력이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잘 둘러다 붙이는지, 기본적인 이치에는 나 자신이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었기에 무슨 속셈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 건지 파악을 할 수가 있었지만, 만약에 일반인이었다면 전혀 대책 없이 휘말려서 몇백 만원 버리게 될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 선배에게서는 사기를 치는 방법에 대해서 강의를 들은 셈이 되어버렸지만 참으로 걱정이 되는 경험이었다. 그러한 사람의 사주연구 경력은 놀랍게도 25년이었다. 그 시간에 올바르게 공부를 했더라면 자신과 남이 함께 이로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떠나는 뒷모습을 불쌍한 마음으로 지켜봤던 기억이 나는데, 이것이 현재 한국 역학계의 현실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결국 남들은 다 못났고, 사기꾼이고,  낭월이는 올바르다고 자랑을 하는 꼴이 되어서 낯간지러운 것 같지만, 현실이 그렇더라는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 이렇게 되었다. 그래도 생각이 있고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선배님이 구석구석에서 숨은 보살 행을 하고 계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인목을 생각하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라서 괜히 열을 내봤다. 아마 벗님도 영업을 하시게 되면 이러한 선배를 필히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바로 낭월이의 기분을 이해하시리라고 생각된다. 어쨌던 우리는 적어도 올바르게 민중을 이끌고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범띠에 무슨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건만 사람들은 그렇게도 꺼려하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몇 자 거들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