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 제38장. 소주오행원/ 4.장수(長壽)와 단명(短命)

작성일
2023-07-3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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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38. 소주오행원(蘇州五行院)

 

4. 장수(長壽)와 단명(短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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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춘이 아무리 생각해도 우창이 무슨 뜻으로 수명은 타고난다고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아니, 여태까지 운명과는 무관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은 수명을 타고 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맞습니다.”

? 그러니까 지금 스승님께서는 원춘을 놀리고 계신 것인지요?”

어투로 봐서 화가 나는 것을 애써 누르고 있는 것이 역력(歷歷)했다. 우창은 짐짓 모르는 척하면서 말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렇게 소중한 시간에 제자를 놀릴 스승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수명이 타고 난다면 그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부모에 있습니다.”

? 부모에 있다니요? 그것은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까? 왜 그렇습니까?”

질문이 잘 못 되었습니다.”

?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왜 그런지는 우창도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물려받는다는 말씀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다만, 물려받는 것은 알겠는데 왜 그런지는 모른다는 뜻이지요.”

,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물려받는다고 하신 뜻이 궁금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부모가 장수하면 자녀도 장수할 가능성이 크고, 부모가 단명하면 자녀도 단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장수하는 집안과 단명하는 집안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그 말은 들어 봤습니다.”

벼나 보리는 수명이 얼마입니까?”

원춘은 우창이 갑자기 벼와 보리를 말하자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벼나 보리는 한 해를 살고 죽습니다.”

소나무나 향나무는 어떻습니까?”

천년을 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루살이는 어떻습니까?”

하루를 살아서 하루살이가 아니겠습니까?”

꼭 하루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한 달을 살지는 못합니다.”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인간은 아니지 않습니까?”

수명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한 것이니 마음이 바쁘더라도 조금만 참고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또 학()은 어떻습니까?”

듣기로 학은 천년을 산다고 들었습니다.”

실은 7, 80년을 산다고 합니다. 이들의 일찍 죽고 오래 사는 것은 누구 탓이겠습니까?”

우창의 말을 듣자 다른 제자들도 모두 생각하느라고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원춘도 그것을 깨닫고서 우창의 물음에 답했다.

모두 부모에 달렸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래서 장수하거나 단명하는 것은 타고 난다고 하는 것입니다.”

~! 그 말씀의 뜻을 이제야 명백(明白)하게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수명은 부모에 달렸을 뿐이고 팔자와는 무관하다는 의미가 되는 것입니까? 그런데 같은 부모의 자식이라도 수명은 제각각입니다. 이것은 또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원춘은 계속해서 궁금한 것을 파고들었고, 그로 인해서 다른 제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었고 그래서 우창도 이야기할 맛이 나게 해 줬다. 다시 비유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라지는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도라지를 먹기만 했지, 수명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대략 6~7년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가 되면 썩게 된답니다.”

처음 듣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하시는 뜻은 무엇입니까?”

그런데 부지런한 농부가 5년마다 도라지를 옮겨 심으면 20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자라게 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타고난 수명도 관리하기에 따라서 오래 살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것은 또 무슨 뜻입니까? 부모에게서 같은 수명을 타고났더라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의미입니까?”

당연하지요.”

어떻게 해야 장수를 할 수가 있습니까?”

그건 모릅니다.”

? 방금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원춘이 무엇을 잘못 물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눈만 껌뻑이다가 다시 물었다.

어떻게 여쭈어야 했습니까?”

단명(短命)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어야지요.”

같은 말이 아닙니까?”

전혀 다른 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장수를 할 방법은 모르지만 단명할 방법은 알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창의 설명을 듣고서야 원춘이 그 의미를 깨달았다.

, 알겠습니다. 잘못 여쭌 것이 분명합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단명하게 됩니까?”

단명할 방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몇 가지만이라도 말씀하셔서 이해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우창은 이제야 비로소 이야기의 본류(本流)에 다가가고 있음을 생각하고는 내심 기뻐하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우선 환경이 안 좋으면 단명합니다.”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가령, 항상 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산다면 단명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가 망가져서 수명을 단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겠습니다. 또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음식을 먹지 않으면 단명합니다.”

? 그건 굶어 죽는다는 뜻이 아닙니까? 음식을 먹지 않고서 장수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겠습니까?”

음식을 먹지 않고서 불로장수(不老長壽)하겠다면서 안개와 이슬을 먹고 살겠다고 애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하하~!”

, 선도(仙道)를 말합니까? 듣자니 팽조(彭祖)800년을 살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장수할 방법이 되지 않겠습니까?”

팽조가 그만큼을 살았다고 전할 뿐입니다. 말하자면 전설(傳說)이지요. 다 믿을 것은 아닙니다. 기껏해야 100년을 살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 세월도 곡기(穀氣)를 먹고서 살아가는 것이지 인신(人身)을 갖고서 이슬과 안개만 먹고는 살아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건 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듣기로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흡수하면 곡기(穀氣)를 끊고서도 오히려 무병장수(無病長壽)를 할 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까?”

말이야 됩니다. 다만 곡해(曲解)를 한 것이 치명적(致命的)일 뿐이지요.”

? 곡해라니요? 그렇다면 정해(正解)는 무엇입니까?”

정해는 이런 것입니다. 천기(天氣)는 공기를 폐()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지기(地氣)는 음식(飮食)을 위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창의 설명에 원춘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설명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그렇게 잠시 멍하게 있다가 다시 물었다.

또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습니까?”

우선 이 둘이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먹고 마시면 수명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지요.”

먹고 마신다는 말은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아닙니다. 음식을 먹고 공기를 마시는 것입니다.”

우창의 말에 어리둥절하던 원춘이 다시 이해되었는지 말했다.

듣고 보니 그 말씀이 맞습니다. 물도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니 먹는 것이 맞겠습니다. 먹고 마신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해되셨다니 다행입니다. 하하~!”

그렇다면 아무리 같은 팔자를 타고났더라도 먹고 마시지 않으면 단명하고 먹고 마시면 장수한다는 뜻이로군요.”

아닙니다. 단명하지 않을 따름이지 장수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스승님의 말씀은 어렵기도 하고 심오하기도 합니다.”

별것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이야기인데요. 하하~!”

단명하지 않으면 장수하는 것이 아닙니까?”

꼭 그렇다고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단명과 장수의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중명(中命)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명(中命)이라니요? 그것은 처음 듣습니다. 중명이 무엇입니까?”

가령 어떤 사람이 30세에 죽었다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단명했다고 하겠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90년을 살았다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당연히 장수했다고 하겠습니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50년을 살았다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건..... 장수했다고 하기도 그렇지만, 단명했다고 말하기도 어렵겠습니다. , 이런 경우는 중명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던 원춘이 말했다.

스승님.....”

그리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우창이 잠시 기다리자 다시 말했다.

진정한 스승이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계십니다. 감격하여..... 감동했습니다.”

당연한 것을 답할 따름입니다. 제자가 모르는 것을 묻는데 답을 하는 것이야말로 스승의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주고받는 것이 사제지연(師弟之緣)일진대, 그런 일로 감동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하겠습니다. 하하~!”

다시 여쭙겠습니다. 단명하는데 먹고 마시는 것 외에도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위험한 곳에 가는 것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전쟁터에 가면 단명하기 쉽고, 풍랑이 치는데 배를 타면 단명하기 쉽고, 높은 벼랑이나 담장을 타고 다니면 단명하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단명하기 싫은 사람은 이러한 곳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말씀은 이해하기 쉽습니다. 독약(毒藥)을 먹으면 단명하기 쉽고, 끈으로 목을 조이면 단명하기 쉽고 밤낮으로 술을 퍼마시면 단명하기 쉽지 않겠습니까?”

오호~! 이제야 이해하셨습니다. 하하~!”

이렇게 쉬운 것이었습니까?”

원래 알고 보면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까 잘 먹고 잘 마시면 단명은 면하게 된다는 뜻이로군요.”

물론 먹는 것도 잘 먹어야 단명을 면합니다.”

그것은 또 무슨 뜻입니까?”

안 먹으면 단명합니다만, 너무 많이 먹어도 단명하기 쉽습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안 먹으면 굶어서 죽겠으나 많이 먹으면 장수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원춘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설명했다.

해가 뜨면 음식을 먹고, 해가 지면 먹지 않는 것이 단명을 면하는 방법입니다.”

그건 이해가 좀 어렵습니다.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밤이 깊도록 먹으면 수명을 갉아먹게 되어서 단명하게 됩니다. 해시(亥時)나 자시(子時)가 되어서도 주지육림(酒池肉林)으로 즐기는 수명은 점점 짧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제왕(帝王)은 단명하기 쉽습니다.”

고량진미(膏粱珍味)를 즐기면 안 된다는 뜻입니까?”

아닙니다. 고량진미도 좋고 주지육림도 좋으나 해가 지면 멈출 줄을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밤에는 축생(畜生)이 먹는 시간이거든요. 야행성(夜行性)의 축생을 특히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그런 것까지는 여태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늘 새롭게 개안(開眼)을 하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낮에도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단명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낮이라고 해서 많이 먹고 조금 움직이면 또한 단명하기 쉽게 되니까요.”

아하~! 참으로 깊은 뜻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기의 식량(食糧)7할만 먹으라고 하는 말이 나온 것이었습니까?”

맞습니다. 만약에 그것이 어렵다면 세끼 중에 한 끼를 먹지 않는 방법도 있기는 합니다만. 하하하~!”

정말 그런 뜻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듣고 보니까 확연히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러한 것은 오행을 배우는 것과는 무관하지 않습니까? 스승님은 어떻게 이런 것까지도 알고 계셨습니까?”

그야 균형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금수(金水)가 치우치면 목화(木火)로 균형을 이뤄야 하고, 반대로 화기(火氣)가 치성(熾盛)하면 수기(水氣)로 균형을 잡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이니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라니요?”

가령 며칠간을 폭염(暴炎)이 지속되면 가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고, 긴긴밤에 혹한(酷寒)이 이어지면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 이치와 같은 까닭입니다.”

아하! 이제야 알겠습니다. 자연의 이치도 균형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여태까지 몰랐습니다.”

알고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쉬운 것이 오행입니다. 하하하~!”

감동했습니다. 또 다른 단명법이 있겠습니까?”

처음에는 장수를 물었다가 이제는 아예 단명법을 묻고 있는 원춘이었다. 그렇게 말을 하고서도 스스로 화들짝 놀랐다는 듯이 움찔했다. 우창이 말을 이었다.

또 하나의 단명법은 번뇌(煩惱)입니다.”

? 그것은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걱정과 근심이 많으면 단명하기 쉽다는 뜻입니다.”

아니, 그렇다면 걱정도 근심도 하지 않으면 장수한다는 말씀이 아니십니까?”

그건 모를 일입니다. 다만 단명하기 쉬운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오래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지요. 하하~!”

그렇다면 번뇌를 멀리하는 방법도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것을 알고자 합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금강경(金剛經)에 있는 가르침입니다. 과거심(過去心)도 불가득(不可得)이요, 미래심(未來心)도 불가득이라고 했으니 말이지요.”

그것은 지나간 마음은 얻을 수가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까? 단명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유관(有關)합니다. 번뇌(煩惱)는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그야 지난 일로 인해서 머리가 복잡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과거심(過去心)이라고 하겠습니다.”

얻을 수가 없는 과거의 마음에 머물러 있다면 단명하기 쉽다는 뜻입니다.”

미래심은 또 무엇입니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마음에 두는 것이니 그것을 일러서 망상(妄想)이라고 합니다.”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원춘도 그렇지 싶습니다. 오행을 잘 배워서 멋진 학자가 되고 싶은 것이지요. 이것도 망상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희망(希望)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희망과 망상은 사촌지간이거든요. 하하~!”

여태까지, 망상은 나쁜 것이고 희망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촌지간이라고 하시니 놀랐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서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면 그것은 희망이겠지만, 날마다 누워서 부자가 될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망상이라고 하겠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묻자 원춘도 말했다.

당연하겠습니다. 그래서 망상과 희망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알고 보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자체가 망상입니다. 아울러서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망상이고, 언제 죽을 것인지를 알고 싶다는 것조차도 망상이지요. 하하하~!”

원춘은 이제야 이야기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려면서도 머릿속은 점점 맑아지는 느낌도 들었다.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신체적으로는 적당히 먹고, 정신적으로는 번뇌와 망상을 하지 않으면 장수하겠습니까?”

모릅니다.”

여태 말씀하신 것이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까?”

아닙니다. 다만 단명하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을 따름입니다.”

원춘이 우창의 말을 듣고 보니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장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단명에 대해서만 말을 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 원춘이 오해했습니다. 이제야 스승님의 깊은 뜻을 명료하게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번뇌와 망상을 떠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심외무일물(心外無一物)~!”

그건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과거의 마음도 생각하지 말고, 미래의 마음도 생각하지 말고 지금의 이 마음만 존재하는 줄을 안다면 번뇌가 붙을 곳도 없고, 망상이 자리할 곳도 없다는 뜻을 알면 비로소 제대로 이해한 것입니다.”

원춘은 우창의 말을 듣고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고 보니까 처음에 답을 알려 줬는데도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고서 이렇게 빙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오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서 감탄하면서 말했다.

스승님,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제야 수명을 논할 수가 없다는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다시 이에 대해서 알고자 하지 않을 것이며, 알고 싶은 생각도 갖지 않을 것이며 누가 물어도 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며, 말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조차 답답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원춘이 이렇게 말하면서 합장했다. 그러자 우창도 합장했다. 알아들어 줘서 고맙다는 뜻이었다. 원춘이 다시 말했다.

이제야 도인의 삶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겠습니다. 지금에 머물러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씀이신 거지요?”

그렇습니다.”

또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명학은 배워서 무엇하겠습니까?”

, 그러시다면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하하하~!”

아니, 그게 아니라 스승님은 왜 명학을 연구하시느냐는 것을 여쭙는 것입니다. 그것이 궁금해졌습니다.”

그야 사람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길게 해 주려는 것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수명을 길게 해 주려면 의원(醫員)이 되어서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원춘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 말을 듣고서 다른 제자들도 궁금증이 생겨서 우창의 답을 기다렸다. 차를 한모금 마신 우창이 대중을 둘러본 다음에 말했다.

의학자(醫學者)는 신병(身病)을 치료(治療)하고 명학자(命學者)는 심병(心病)을 치유(治癒)합니다.”

? 너무 어렵습니다.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몸의 병은 의원을 찾아가면 온갖 약재를 사용해서 치료해 줍니다. 그러나 의원이 치료할 수가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에 깊이 숨어있는 병인(病因)입니다. 가령 상사병(相思病)이 생긴 사람을 무슨 약으로 치료하겠습니까?”

그것을 치료할 약은 없습니다.”

바로 이런 경우를 접해서 명학자의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팔자를 적어 놓고서 그 원인과 번뇌를 말해줌으로 인해서 해소되면 치유가 되니까 말이지요. 하하하~!”

그래서 단명을 방지한단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사람의 번뇌와 망상을 죽여주는 일을 명학자가 하게 됩니다. 그러면 마음이 평온해져서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또한 심의(心醫)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 말씀을 듣고 보니 참으로 오묘(奧妙)합니다.”

원춘이 사주팔자를 공부하면 수명을 알 수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병(希望病)을 지금 치료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 치료는 잘 되었습니까?”

그제야 원춘은 물론이고, 다른 제자들도 우창의 설명을 속속들이 이해하게 되었는지 모두 자신도 모르게 합장하고 머리를 숙였다. 알아들었다는 마음에서의 표현이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오늘은 술시(戌時)가 끝나가니 그만 토론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모든 제자가 동음(同音)으로 말했다.

, 스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