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 제38장. 소주오행원/ 3.사제간(師弟間)의 문답

작성일
2023-07-2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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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 38. 소주오행원(蘇州五行院)

 

3. 사제간(師弟間)의 문답(問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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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잔뜩 하고 모여앉은 제자들을 보면서 우창이 단상(壇上)에 앉자, 모두 일어나서 자원의 구령(口令)에 맞춰서 인사를 했다.

스승님께 인사드립니다~!”

모두 의자에 앉아주세요~!”

우창은 잠시 기다려서 모두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서 말했다.

오늘은 우창과 공식적으로 첫 만남이네요. 이름은 진하경(陳河鏡)이고 올해 나이는 40세인 계사(癸巳)입니다. 인연이 되어서 만났음에 감사드리고, 모두 저마다 마음에 기쁨을 가득 채워서 즐거운 시간이시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첫 시간이니 무엇을 말씀드릴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궁금한 것이 많을 것으로 여겨서 저마다 궁금한 것에 대해서 질문(質問)하시면 그에 따라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지 싶습니다. 그러니까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궁금증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을 들고 말씀하시되 여럿이 손을 들면 자원이 지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누구부터 질문하시겠습니까?”

우창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당문약이 손을 들었다. 자원이 지정할 겨를도 없이 혼자 손을 들고는 말했다.

스승님, 혼인은 하지 않으셨나요?”

난데없이 혼인을 말하자 우창이 예상외의 질문이어서 의아했지만 있는 그대로 말했다.

, 공부와 무관한 질문은 생략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물론 아직 혼인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우창이 하는 말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 바람에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렇게 답을 하고 나자 자원이 다시 질문할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원춘(元春)이 손을 들었다.

스승님께 여쭙고 싶었습니다. 명학을 공부해서 수명(壽命)을 알고자 한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겠습니까?”

질문은 간단했지만 한마디로 답을 하기에는 간단치 않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원춘의 질문에 대중들이 조용한 것으로 봐서 모두 궁금했던 것임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오호~! 참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우리 오행원에서 배우는 명학에는 수명이나 질병(疾病)에 대해서 판단(判斷)하는 것은 제외합니다. 왜냐하면 오행의 이치로 사람의 수명이나 질병을 풀이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알 수가 없는 것이 답입니다.”

원춘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다른 학당에서는 모두가 그러한 것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오행원에서는 그것을 알 수가 없는 것입니까?”

원춘의 말에 많은 제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는 뜻이 전해졌다. 그것을 본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설명했다.

당연합니다. 우창도 처음에는 그것에 대해서 알 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공부가 깊어지면서 그것은 오행으로 접근해서 알아낼 영역(領域)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겨우 알게 된 것은 오행으로는 수명과 질병을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수명은 재천(在天)이고 질병은 재의(在醫)인지라 저마다 타고난 능력이 있으니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여깁니다. 더구나 스승이 된 자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여러분을 속이지 않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춘은 우창의 말에 만족이 되지 않았는지 다시 약간 흥분한 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스승님의 역량(力量)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원춘이 이렇게 말하자 자원이 미소를 지었다. 곡부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로 원춘과 대화를 나눴었기 때문이었다. 자원이 설명해 줬으나 그래도 반신반의(半信半疑)했던 원춘은 우창에게 직접 물어서 답을 얻고자 했던 모양이다.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당연하겠습니다.”

? 무슨 그런 말씀이.....”

우창의 말에 원춘은 당황한 듯이 말을 맺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궁금해서 물었던 것이 자칫 스승에게 대항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처했다. 그것을 헤아린 우창이 다시 설명을 이었다.

다른 선생들은 모두 수명이며 질병을 다 알고 있는데 우창만 모른다면 역량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이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의심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스승님께서 조금 전에 말씀하시기로는 오행법(五行法)으로는 수명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계신 것이지 않습니까?”

물론 우창의 생각일 따름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구라도 수명을 알아낼 방법을 가르쳐 준다면 즉시로 스승으로 모시고 가르침을 받을 것입니다.”

우창이 이렇게 답을 하자 원춘이 잠시 생각하고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스승님의 견해로는 다른 선생들이 수명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나 중요한 문제를 남들은 모두 알고 있다는데 궁금하지도 않으셨습니까?”

처음에는 그것을 알고 싶어서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점차로 궁금한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러시다면, 궁금하지 않아서 연구조차도 하지 않으신 것입니까?”

어쩌면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이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날 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워서였다. 다른 제자들은 두 사람의 질문과 답변에 따라서 손에 땀을 쥐었다. 다시 원춘이 물었다.

그러니까, 스승님의 말씀으로는 수명에 대해서 처음에는 관심이 있었으나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제는 그러한 것에 관심도 없어졌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맞습니다.”

..... 그렇다면 그것을 알고 싶은 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누구에게 그것을 물어서 배워야 하는 것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그야 우창도 모릅니다. 각자 인연에 맡길 따름입니다.”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너무 무책임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할 수 없습니다. 오행의 이치에는 수명에 대해서 알려 주는 방법이 없다는 것만 확실하게 깨달았을 뿐입니다.”

확실(確實)하게 깨달으신 것은 확실한 것입니까?”

그것만은 분명(分明)합니다.”

혹시 제자의 당돌한 질문으로 인해서 스승님의 기분이 언짢으신 것이나 아니십니까?”

, 그럴 리가 있습니까? 오히려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거침없이 물어주시지 않는다면 스승도 나태(懶怠)해질 따름이니까요. 하하하~!”

다행입니다. 실은 이러한 것을 여쭐 수가 있다는 것이 원춘도 즐겁습니다. 과거에 섬겼던 스승은 이러한 것을 말했다면 그 즉시로 파문(破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계속 여쭙겠습니다. 왜 수명은 알 수가 없습니까?”

오행의 이치에는 신체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체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무엇이 포함되었다는 뜻입니까?”

정신(精神)이 전부입니다.”

정신이 전부라고 하심은 무슨 뜻입니까?”

의식(意識), 상념(想念), 사유(思惟)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맞습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심신(心身)이라고 해서 마음과 몸은 일체(一體)라고 알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하나만 선택한다는 것은 일방으로 편중(偏重)된 것이 아닙니까? 조화(調和)와 균형(均衡)에 대해서 늘 배웠는데 이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이렇게 파고들자. 우창이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원춘~!”

?”

지금 대답한 것은 심()입니까? 아니면 신()입니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귀가 듣고서 마음이 시켜서 입이 말을 한 것이니 심신을 분리해서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임을 보여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원춘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대중을 둘러보면서 환기(喚起)시키려는 듯이 말했다.

, 지금 원춘이 여러분을 위해서 참으로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이점에 대해서 잘 생각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여러분이 강호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눌 적에도 반드시 잊지 않아야 할 기준이기도 한 까닭이니까요.”

그러자 원춘이 다시 물었다.

스승님 귀를 활짝 열고 듣겠습니다. 설명해 주십시오.”

불가의 가르침에는 심외무일물(心外無一物)’라는 말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그 말은 마음밖에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마음이 주인(主人)이고, 마음이 주체(主體)이고, 마음이 업()을 짓고, 마음이 참회(懺悔)하고, 마음이 윤회(輪回)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밖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스승님 그것은 말이 안 됩니다. 흡사 궤변(詭辯)과도 같아서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몸이 태어나면 생()이라고 하고, 몸이 성장하면 성()이라고 하고, 몸이 다 자라면 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몸이 죽으면 사()라고 하는데 어찌 몸이 없다고 부정을 한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다만 그것은 범부(凡夫)의 삶입니다.”

?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원춘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듯이 의아하며 물었다. 그것을 보고 우창이 다시 조곤조곤 설명했다.

보통 사람은 그렇게 몸이 주인인 줄로 알고 몸을 위해서 평생을 섬기다가 삶을 마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니, 그것이 정상(正常)이지 않습니까?”

도학(道學)을 모르는 범부가 살아가는 것으로는 정상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삶에는 이것이 비정상(非正常)입니까?”

도인(道人)의 삶에는 비정상입니다.”

? 도인의 삶이란 어떤 것을 말합니까?”

도인의 삶은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창의 설명에도 눈을 껌뻑이던 원춘이 다시 말했다.

스승님,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인은 과거(過去)에도 머물지 않고, 미래(未來)에도 머물지 않고 오직 현재(現在)에 머무를 따름입니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이 공부를 해서 앞으로 닥쳐올 미래의 길흉화복을 읽어내고자 하고, 추길피흉(趨吉避凶)을 통해서 흉한 것은 피하고 길한 것은 따르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스승님의 말씀에는 오류(誤謬)가 있습니다.”

원춘이 내면에서 의혹과 불신이 끓어오르는 것을 애써 누르며 말했다. 그 말에 다시 우창이 물었다.

무슨 오류입니까?”

아니, 명리학(命理學)을 공부하는 이유는 미래를 알고자 함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도인의 삶을 말씀하시니 그것이 모순이라는 것입니다.”

그건 명학에 대해서 오해(誤解)를 한 것입니다.”

? 그럴 리가 있습니까?”

원춘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묻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설명했다.

가령,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묻기를 엄마 밥을 잘 먹으면 어떻게 돼?’라고 했을 적에 엄마가 답하기를 얼른 자라서 튼튼한 사람이 된단다라고 답을 하고는 이내 그것을 잊어버렸다면 엄마는 미래에 있는 것입니까?”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잠시 생각하던 원춘이 답했다.

그건 아니겠습니다. 마치 강 위를 배가 지나갈 적에 잠시 물결이 일어났다가 배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평온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물결은 도인을 닮았습니다. 미래를 물을 적에는 답을 해 주지만 그 사람이 떠나고 나면 다시 지금의 여기에 머물러있는 까닭이지요.”

~! 그런 것까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다만 제자가 생각하기에는 스승님께서 답을 잘 몰라서 교묘(巧妙)한 언설(言說)로 회피하는 것으로도 들립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우창이 묻겠습니다. 원춘은 왜 죽음에 대해서 알고자 하십니까?”

우창이 이렇게 묻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야 사람들이 모두 궁금해하니까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팔지 말고 말씀하시지요. 원춘은 왜 그것이 궁금합니까?”

제가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 모시(某時)에 수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난다고 말하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신기할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입니다.”

신기한 것을 좇아서 세월을 허비하겠습니까? 단지 그것이 목적이라면 그것을 위해서 30년을 보냈다면 그것을 소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빈약(貧弱)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죽음이 미리 말해서 남들이 신기하게 여기는 것이 목적이라니 말입니다.”

우창의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잠잠하던 원춘이 다시 말했다.

실은 그보다도 자신이 언제까지 살아있을 것인지를 안다면 삶의 여정에서도 계획을 세울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또 누군가를 향해서 당신은 모년 모일에 수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오.’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신기하겠습니까?”

과연 자신이나 남의 죽을 시간까지 않다고 하면 삶이 즐겁겠습니까?”

, 그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신기할 것이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원춘은 점점 대답하는데 자신이 없어졌다. 과연 인생을 걸고 죽음의 시간을 알아내는 것이 자신에게 무슨 소득이 있겠느냐는 우창의 강력한 확신으로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렇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일어나는 의문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질문의 꼬리를 잡았다.

스승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봐야 내일의 삶에 막상 별 도움은 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소(解消)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물었을 적에 당당하게 언제 죽을 것이라는 말을 하면 멋있지 않겠습니까?”

과연 그렇겠습니까? 가령 수족도 움직일 수가 없고, 음식도 씹어 삼킬 힘이 없는 사람이 저는 빨리 죽고 싶은데 언제 죽겠습니까?’라고 물었을 적에 잘 따져서 내일 오시(午時)에 임종(臨終)입니다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즐거워하겠습니까? 언제 죽을지도 확실하게 알았고, 더 살아갈 상황도 아닌 것이 분명하므로 홀가분하게 감사하다고 하겠습니까?”

잠시 생각하던 원춘이 말했다.

그건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곧 죽을 사람도 자신이 죽게 될 것임을 말한다면 죽지 않으려고 안달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미리 알면 좋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막상 앞에 그러한 상황이 놓인다고 생각해 보니까 그건 좀 아닌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이렇게 물었을 적에는 뭐라고 말을 하겠습니까?”

아마도 원춘이 그 말을 들었다면,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세요. 앞으로 10년은 거뜬하게 살아가실 수가 있습니다. 힘을 내셔서 미음이라도 더 드시지요.’라고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아니, 정확하게 언제 죽을 건지를 알게 되어서도 그렇게 말을 한단 말입니까? 잘 맞춰서 명성을 얻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런 기회를 왜 놓치고 포기하려고 하십니까?”

차마 마주 앉아서 그 말은 제자의 입으로 못하지 싶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모른다고 하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그래서 스승님은 모른다고 하시는 겁니까?”

아니, 정확히 해야지요. 우창이 모른다고 했습니까? 아니면 알 수가 없다고 했습니까?”

그 말이 그 말 아니겠습니까?”

아니지요. 잘 생각해 봅시다. ‘모른다는 것은, ‘죽음의 순간을 알 수가 있는지 혹은 알 수가 없는지조차도 모른다는 것이고, ‘알 수가 없다는 것은 죽음의 순간은 오행을 통해서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 어떻게 같은 것입니까?”

대화가 깊어지자 춘매도 내심 손뼉을 쳤다. 평소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게 된다면 누가 물어도 잘 말할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였다. 우창의 말이 이어졌다.

우창이 알기에는 수명은 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를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으십니까?”

, 이제야 어렴풋이 이해됩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죽음은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는 말씀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둔한 원춘을 위해서 조금만 설명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 무슨 연유로 그것을 알 수가 없는 것입니까?”

우창은 어렴풋이나마 이해를 해가고 있는 원춘을 보자 기분이 매우 좋았다. 원춘의 궁금증은 오늘 모인 오행원의 제자들도 한 번쯤은 품어 본 의문이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원춘에게 묻겠습니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는 같은 시간에 죽겠습니까?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건 아니었습니다. 알고 있던 쌍둥이 친구가 있었는데 먼저 태어난 사람은 이미 15년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뒤에 태어난 사람은 아직도 잘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떠올렸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만약에 생사(生死)가 팔자에 달렸다고 한다면 같이 태어났으니 같이 죽어야만 팔자가 죽음까지도 감당(堪當)한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팔자만으로 생사를 논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겠습니다.”

그제야 원춘이 우창의 말뜻을 이해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 형은 왜 일찍 죽었습니까?”

원춘이 알기에 도박을 일삼다가 노름으로 진 빚을 갚지 못해서 맞아 죽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럼 만약에 노름하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동생은 노름도 하지 않고 공부해서 관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형과 동생의 시주(時柱)라도 서로 다릅니까? 혹 다르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변명할 틈바구니라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신기해서 그것까지도 확인했었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오시(午時)였습니다.”

그렇다면, 사주와 죽음은 직접적인 연관(聯關)이 없다는 것을 수긍하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 생각을 미처 못했던 자신이 어리석었습니다.”

그러나 죽음이 팔자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을 적에 그 사람은 주변에 쌍둥이가 없다면 어떻게 이해하도록 설명하겠습니까?”

여태까지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예전에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러 먼 바다로 나간 배가 풍랑을 만나서 뒤집히게 되어서 선원 수십 명이 모두 불귀(不歸)의 객()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셨습니까?”

흔히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자란 곳이 산동(山東)의 해안(海岸)이거든요.”

그럼 생각해 봅시다. 그 사람들은 태어난 시간이 모두 다른데도 같은 시간에 죽게 되었으니 이것은 또 팔자와 연관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팔자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저마다 죽게 될 조짐이 팔자에 있었을 가능성조차도 없겠습니까?”

없습니다.”

?”

인간이 물에 들어가서 호흡(呼吸)하지 못하면 백 년을 살 수명을 타고났더라도 절명(絶命)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인정하겠습니까?”

인정합니다. 인정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또 지진(地震)이 일어나서 수백 명이 동시에 매몰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런 역사는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들이 모두 죽을 운명이어서 죽은 것이겠습니까?”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다고 하기가 어렵겠습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물에 빠지거나 불에 타거나 지진에 파묻히는 등의 재난을 당해서 죽게 되는 것은 팔자와 무관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죽는 것은 팔자와 유관하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까?”

, 혹시 그것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원춘이 아직도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고서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비유를 들어서 물었다.

가령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에게 물려서 죽었다면 그것은 팔자의 영향이겠습니까?”

, 그 말은 들어봤던 적이 있습니다. 백호살(白虎殺)이 사주에 있으면 호식팔자(虎食八字)라고 했던 스승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호랑이가 없는 대도회(大都會)에서 살아가는 백호살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마차에라도 치어 죽게 되지 않겠습니까?”

원춘의 이 말에 우창은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참으로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답을 한 원춘이 아무래도 자기가 한 말이 맘에 들지 않았던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다시 스승님께 여쭙습니다. 수명(壽命)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그러자 우창이 답했다.

타고나는 것입니다.”

원춘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창의 말이 어디에 떨어지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흐트러져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반대로 다른 제자들은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로 빠져들었고, 밤은 그렇게 깊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