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 제38장. 소주오행원/ 2.오행원의 일상(日常)

작성일
2023-07-20 04:24
조회
1187

[460] 38. 소주오행원(蘇州五行院)

 

2. 오행원의 일상(日常)

========================

 

임신년(壬申年), 입춘일(立春日)이 되었다. 절입시(節入時)가 사시(巳時)인 것을 확인한 우창은 개원식(開院式)식도 그 시각에 맞춰서 준비하도록 했다. 춘매가 떡을 한 가마니하고 술과 음식도 넉넉하게 준비했다. 큰 마당에 모두 모이게 하고는 대청(大廳)에 상을 차려 놓고는 우창이 붓을 들어서 위목(位目)을 써서 붙였다.

 

 


 

 위목에는 오행도성사제위(五行道聖師諸位)라고 정성스럽게 썼다. 모두 숙연한 마음으로 위패(位牌)를 바라봤다. 그것을 본 안산이 말했다.

스승님, 안산이 감히 한 말씀 올리고자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우창은 뭔가 좋은 제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물었다.

당연하지요. 어서 말씀하시지요.”

절에 가면 대웅전(大雄殿)이 있고, 유림(儒林)에 가면 대성전(大成殿)이 있는데 이런 기회에 우리 오행원에도 오행전(五行殿)을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스승님께서 힘차게 쓴 오행도(五行道)의 성사(聖師)를 바라보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 그런 멋진 생각을 하시다니, 역시 안산이십니다. 하하~!”

우창이 안산의 제안이 예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인지라 즉시로 동의하는 마음이 들어서 말했다. 그러자 안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스승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 이어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대강당으로 사용하기로 한 뒤편에 전각으로 써도 될 건물이 있는데 헌향각(獻香閣)이었습니다. 아마도 습득대사(拾得大師)를 봉안하고 향촉(香燭)을 태우던 곳이었지 싶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역대의 오행가(五行家)와 음양가(陰陽家)를 모시는 사당(祠堂)이 된다면 어떨지에 대해서 생각했었습니다. 오늘 스승님께서 그것을 허락해 주신다면 부족하나마 안산이 내부를 꾸며봐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요. 마음의 스승을 위패로라도 모셔놓고 조석으로 향을 태우며 깨닫기를 염원하는 공간을 갖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말씀드립니다. 주존(主尊)으로는 복희씨(伏羲氏)를 모시고 좌우로 황제(黃帝)와 신농(神農)을 삼존(三尊)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참 좋은 생각입니다. 모두 오행과 음양을 갈고 다듬어서 만고(萬古)에 빛날 업적을 이루신 분들이니 당연하지요.”

잘 알겠습니다. 그다음으로 모실 성사(聖師)는 또 차차로 의논해서 결정하기로 하겠습니다. 그중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스승으로는 스승님께서 항상 존경하시는 하충(何忠) 스승님과 경도(京圖) 스승님을 포함하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야 물론이지요. 혼자서 생각만 하고 있었던 오행전이 이렇게 갑자기 이뤄지다니요. 이것도 하늘의 뜻으로 여기겠습니다.”

우창이 매우 만족스럽게 말하자. 제자들도 합장하고 기대하는 표정들이었다. 그것을 본 우창이 다시 말했다.

마음의 의지처가 있으면 학문을 연마하다가 마음이 흔들릴 적에는 오행전에서 명상하면서 처음의 마음을 되찾을 수가 있도록 하기 바랍니다.”

! 스승님, 잘 알겠습니다!!”

제자들이 일제히 대답하자 조용히 듣고 있던 현지가 일어나서 말했다.

스승님, 오늘은 의미가 큰 날입니다. 오늘을 기해서 현지가 하고 싶었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도교의 사원에는 옥황전(玉皇殿)이 있는데, 우리는 오행의 이치를 숭상(崇尙)하고 최고의 가르침으로 받들고 신명(身命)을 다해서 연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연구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행전을 건립하자는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좌우로 역대(歷代)의 오행을 연구하신 선현(先賢)들을 이름이라도 나열한다면 또한 후학들에게 큰 격려가 되고 귀감(龜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지의 말에도 대중이 모두 우레같은 박수로 환영했다. 오행전의 주련은 곡부에서 썼던 적천수(滴天髓)의 통신송(通神頌)에 있던 천도(天道)편의 글귀를 그대로 다시 쓰기로 했다. 그러자 안산이 다시 의견을 말했다.

스승님, 곡부에서는 천도(天道)를 썼는데 여기에서는 지도(地道)까지 쓰면 구색이 더 맞지 싶습니다. 그래도 되지 않겠습니까?”

우창이 듣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었다. 기둥이 넷이기 때문에 글귀도 네 줄이 되면 좋겠는데, 천도와 지도를 같이 써놓으면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안산은 세수하고 마음을 정갈히 한 다음에 붓을 들어서 글을 썼다. 모두 숨을 죽이며 글 쓰는 모습을 지켜봤다.

 

 

欲識三元萬法宗(욕식삼원만법종)

先觀帝載與神功(선관제재여신공)

坤元合德機咸通(곤원합덕기함통) 

五氣偏全定吉兇(오기편전정길흉)

 

이렇게 주련을 쓰는데 거의 반시진(半時辰)은 흘렀을 것이다. 안산은 지극한 정성을 기울여서 한 자 한 자를 힘차게 써놓고는 붓을 놓고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러자 현지가 다시 말했다.

멋지네요. 그렇다면 붓을 잡은 김에 현판(懸板)도 써 주세요. 오늘은 오래도록 기념이 될 순간이에요.”

먹물이 부족해 보이자 염재가 먹을 갈았다. 준비가 다 되자 다시 안산이 붓을 잡고 세 글자를 썼다.

 

 


 

오행전은 단숨에 썼다. 비로소 만족스럽게 생각이 되었던 안산이 우창을 보면서 어떠냐는 듯이 물었다.

스승님 부족한 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판각(板刻)해서 걸어도 되지 싶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로소 오행원의 심장(心臟)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말한 우창이 유하를 보고서 말했다.

, 이제 유하가 이 작품을 챙겨서 편액으로 만들어 오시게.”

이렇게 해서 오행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는 모두 경건(敬虔)한 마음과 몸으로 위패를 모셔놓은 단을 향해서 삼배(三拜)를 올렸다. 그리고서 우창이 적은 축문(祝文)을 염재가 읽었다.

 

저희 들이 이곳에 오행원(五行院)을 개설(開設)하고

자연(自然)의 이치(理致)와 인생(人生)의 행로(行路)

올바른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 학문(學問)을 궁구(窮究)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천하(天下) 만민(萬民)의 마음에

번민(煩悶)과 고뇌(苦惱)를 해소(解消)하여

행복(幸福)으로 충만(充滿)된 삶이 되는데 작으나마

도움을 주도록 보살펴 주시옵기를 바랍니다.

태세(太歲) 임신(壬申) 춘일(春日) 근배(謹拜)

 

이렇게 읽고서는 축문을 촛불에 태워서 하늘로 올려보냈다. 이 내용을 하늘에 고한다는 뜻이었다. 정성스러운 고사를 다 지내고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새벽이 되자 일정표대로 제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벽에는 고월(古越)의 지도로 초급과정이 진행되었다. 우창도 말석(末席)에 앉아서 고월의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급과정에 해당하는 제자의 수는 20명을 헤아렸다. 다만 이미 중급이나 고급에 해당하는 제자도 청강(聽講)을 위해서 동참했으므로 열기는 후끈후끈했다. 실로 명학(命學)에 초급이나 고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들이어서 당연히 그러려니 했다. 거의 모든 제자가 참석한 것으로 봐도 되지 싶었다. 고월의 말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인연이 되었습니다. 내 이름은 임원보(林元甫)이고 아호는 고월(古越)이니 고월 선생으로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나이는 39세이니 계사(癸巳)생이 되겠네요. 우창 선생과는 산동(山東)의 노산(嶗山)에서부터 인연이 있었는데 오행의 연구에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항상 새로운 관점을 얻어내는 것에 감동하여 함께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소개를 하자 모두 와~하고 박수를 쳤다. 이어서 공부할 방향에 대해서 안내했다.

우선 여기에서 공부할 내용은 음양(陰陽)에 대한 개념(槪念)을 잡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행(五行)의 생극(生剋)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고, 이러한 것이 자리를 잡는다면 다음으로는 간지(干支)의 구조와 육십갑자(六十甲子)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는 것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질문은 어떤 것이라도 가능하나 그 범위(範圍)는 이 과정(課程) 내에서 하는 것으로 제한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이기에 이점만 주의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고월이 이렇게 말하자. 모두 알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고월의 말이 시작되었다.

명학(命學)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한다고 하더라도, 기문둔갑(奇門遁甲), 자미두수(紫微斗數), 하락이수(河洛理數), 당사주(唐四柱)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가 제각기 다른 형태로 인간의 삶을 판단하고 해석하게 됩니다. 물론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궁극적(窮極的)으로는 그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판단하게 될 것이므로 비슷하게 나올 것입니다만, 그것을 활용하게 되기까지 공부하는 과정은 또 제각각이고, 그것을 익히는 과정에서도 저마다의 성향(性向)에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하기에 처음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는 까닭에 아무 문이라도 두드려서 입문(入門)은 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 때를 당해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재입문(再入門)이라고 합니다.”

고월의 말을 듣고서 제자들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본 고월이 다시 말했다.

오행원에서는 자평명리학(子平命理學)을 목표로 삼고 수학(修學)하게 됩니다. 자평명리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있습니까?”

이렇게 묻고서 좌중을 둘러봤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손을 들고는 말했다.

사주팔자를 배우는 것입니다.”

운명을 보는 것이에요.”

용신을 찾아서 길흉을 봅니다.”

제각기 생각이 나는 대로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한마디씩 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고월이 말했다.

다들 잘 알고 계십니다. 사주를 풀이하는 학문이 맞습니다. 그리고 다른 명리학(命理學)도 마찬가지로 사주를 풀이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으로 특징을 삼을 수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유독 자평법의 특징을 말한다면 일간위주(日干爲主)가 되겠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날의 천간(天干)을 중심으로 삼고 풀이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장강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때로는 도도(滔滔)하게, 그리고 또 때로는 격랑(激浪)을 이루면서 설명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서 우창은 미소를 짓고서 강당을 조용히 나왔다. 찬간(饌間)에서는 준매가 당번에 해당하는 제자들과 아침을 준비하느라고 분주했다. 솥에서는 탕국이 끓어오르고 있었고, 도마질하는 소리며, 재료를 다듬는 풍경이 활기차게 움직여서 보기에도 좋았다. 춘매가 우창을 보자 인사했다.

스승님, 걱정되어서 나오셨네요? 호호호~!”

그럴 리가 있나. 걱정이 아니라 고생한다고 격려하러 나왔지. 하하~!”

먹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준비해서 건강은 책임지고 챙겨드릴 테니까요.”

그래, 듬직하구나. 그럼 수고하시게.”

우창은 이렇게 격려를 해 주고는 상담방(相談房)으로 향했다. 누군가 물어보러 왔을 경우를 대비해서 마련해 놓은 방이었다. 문 앞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방을 정리해서 상담방의 현판을 걸어놓고는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배려했는데 우창이 들어가자 진명이 자리를 정리하다가 우창을 보고는 반갑게 말했다.

스승님, 차 한 잔 드릴까요? 마침 찻물이 끓었어요.”

그럴까 같이 마시도록 하지. 식전(食前)의 차는 마음을 평온케 하니까 말이지.”

진명이 차를 만들다가 잠시 나가더니 자원과 현지를 데리고 왔다.

같이 마시고 싶어서 모셔 왔어요. 호호~!”

스승님을 뵙습니다~!”

싸부, 잘 주무셨지요?”

저마다 인사를 나누고서는 녹차를 한 잔 앞에 놓고는 서로 마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자원이 말했다.

싸부의 원력(願力)이 지대해서 많은 제자가 북적이게 되는 것을 보니까 모쪼록 스승도 제자 복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행원에 밝은 서기(瑞氣)가 넘쳐나는 것을 보니까 자원도 행복하네요. 호호~!”

유하는 어디 갔나?”

우창이 문득 유하가 생각나서 묻자 진명이 말했다.

지금은 초급강의를 듣는 중이죠. 이제야 제대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살짝 들떠있었어요. 아마도 재미있겠죠? 호호~!”

아 참, 그렇겠구나. 그러고 보니 유하에게서 오행원의 자리는 물론이고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공부를 못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네. 오래 전부터 공부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군. 하하하~!”

조용히 차를 마시던 현지가 우창에게 물었다.

스승님, 중급은 현지가 담당하게 되었는데 어디까지 가르치는 것이 좋을지 여쭤보고 싶어요. 십성(十星)과 육친(六親)만 가르치면 될 것인지? 아니면 본질(本質)까지 들어가도 될 것인지 모르겠어요.”

물론 알아서 하면 되겠지만 본질까지 갔다가 제자들이 이해하면 그대로 진행하고 어려워한다면 맛만 보여주고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군. 이렇게 방향을 잡으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시네요. 그렇게 진행하면 되겠어요. 무엇보다도 비유(譬喩)를 많이 가르쳐 줘야 하겠는데 역량이 되려나 모르겠어요. 원래 중언부언(重言復言)하는 성향이 되질 못해서 말이에요.”

그야 걱정할 필요가 없지. 그리고 이야기하다가 보면 흐름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그에 따라서 가르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진행이 될 것으로 생각이 되니까 너무 걱정부터 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보네. 하하~!”

우창의 말에 현지가 이해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진명이 우창에게 물었다.

진명도 제자를 가르쳐 보고 싶었는데 스승님께서는 그 기회를 주지 않으시네요. 다음엔 꼭 부탁드려요.”

그러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올해는 오행원이 자리를 잡는 첫해여서 진명의 역할이 적지 않음을 알지 않는가? 인연에 따라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에 비중을 두기 위해서인 줄을 알면서 그렇게 말을 하나? 올해는 이렇게 하고 내년이 되면 또 돌아가면서 가르치도록 해야 골고루 익히고 발전할 것이네.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인데 뭘 그러나. 하하~!”

알아요. 알면서도 그래 봤어요. 호호~!”

이렇게 말한 진명이 자원을 보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자원의 일이 막중하겠어.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줘봐 힘이 자라는 데까지는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할 테니까. 호호~!”

동갑인 자원과 진명은 서로 음양이 합을 이룬 것처럼 잘 맞았다. 활발한 진명과 신중한 자원은 음양의 양면처럼 강하면서도 부드러운데 그 내면에 들어있는 본성은 서로의 장점을 드러내는 묘한 조합(組合)을 이룬다고 생각해서인지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아침을 먹고는 사시(巳時)가 되자 중급(中級)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초급과정의 제자들은 모두 제외하고 고급과정의 제자들은 청강할 수가 있도록 배려했다. 초급의 제자들에게 듣게 한다고 해도 이해가 어려울 것이 빤했기 때문이다. 높은 과정의 제자들에게는 모두가 공부지만 낮은 과정의 제자에게는 자칫하면 공부가 고문(拷問)이 될 수도 있기에 그것을 배려한 것이다. 중급과 고급을 합해서 41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현지의 강의를 기다리자 현지가 평소처럼 평온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현지(玄智)에요. 올해 나이는 41세이고 이름은 사영주(史寧珠)입니다. 이렇게 부족하나마 여러분과 함께 시간을 보낼 인연이 된 것에 감사드려요.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최선을 다해서 안내하겠어요. 그럼 중급의 과정을 시작합니다.”

제자들이 모두 우레같은 박수로 환영했다. 현지가 합장하고서 말했다.

우선 십성(十星)을 잘 알아야 입이 떨어져요.”

이렇게 말을 꺼내자마자 한 제자가 손을 들었다. 그는 도중에 원춘과 인연이 되어서 동행하게 된 여인이었다. 현지가 우선 이름을 물었다.

, 의견이 있으시네요. 함께 공부하는 도반을 위해서 이름과 나이를 말씀해 주세요.”

, 도반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당문약(唐文若)이에요. 나이는 35세이니 무술(戊戌)생이죠. 원춘(元春)의 인품에 반해서 동행하게 되었어요. 호호~!”

당문약이 원춘의 이름을 거론하자 강의를 듣고 있던 원춘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현지가 다시 물었다.

그러셨군요. 그것 또한 인연이려니 하겠습니다. 궁금하신 것은 무엇인지요?”

실은 예전에 인연이 있어서 공부를 조금 했었는데 십성(十星)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봐서 궁금했어요.”

십성(十星)은 십신(十神)이라고도 해요.”

십신은 알죠. 그것과 같은 뜻인가요? 그럼 남들이 다 십신이라고 하는데 꼭 십성이라고 하시는 이유도 있겠지요?”

당문약의 질문에 현지가 미소를 짓고는 답을 했다.

현지도 예전에 스승님께 물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십신이라고 하는데 왜 십성이라고 하는지 이유가 궁금했으니까요.”

맞아요. 의문은 그 즉시로 해소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호호~!”

당문약이 웃으며 동의하자 현지가 다시 말했다.

스승의 말씀으로는 신()과 성()의 차이라고 했어요. 신령(神靈)은 한없이 높은 곳에 있는데, 별은 항상 머리 위에서 반짝이면서 빛을 주고 있으니까요. 보이지 않는 신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보이는 별을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으냐고요. 그리고 자미두수에서는 이미 별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해요. 그래서 십성이라고 하게 되면 열 개의 별이라는 뜻도 되지만 막연하게 상상만 하는 신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했어요.”

아하~! 그런 뜻이었군요. 이해되었어요. 스승님은 이름 하나에도 심사숙고하셨군요. 놀라워요. 호호~!”

그런데 스승님이 지은 이름이 아니라 옛날에 하충(何忠)이라고 하는 스승님께서 그렇게 사용하던 것을 되살렸다고 하셨어요. 그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이야기하게 될 거예요.”

그런가요? 정말 기대되네요. 궁금한 것은 해소되었어요. 고마워요.”

이렇게 말을 하자 현지도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러분이 나름대로 십성에 대해서 이해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우선 십성의 명칭에 대해서부터 정리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요. 그럼 먼저 비견(比肩)의 의미를 생각해 볼까요?”

현지가 이렇게 묻자 조금 전에 말했던 당문약이 다시 손을 들고 말했다.

원래 처음에는 정인(正印)부터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요? 어머니가 없이 내가 어떻게 태어났겠어요? 그래서 정인부터 공부하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왜 비견을 먼저 거론하는지 궁금해요.”

당문약은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것을 본 현지가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설명했다.

그것에도 의미가 있답니다. 육신(肉身)을 기준으로 삼을 적에는 정인이 우선하는 것도 맞아요. 그렇지만 정신(精神)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어머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기 자신이지 않겠어요? 그래서 비견을 먼저 놓는 것이랍니다.”

현지가 천천히 설명하자 당문약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참으로 시작부터 흥미진진(興味津津)해요.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생각지 못했거든요. 우선 가르침대로 열심히 공부할게요. 견줄 비()와 어깨 견()이니까 어깨를 대어보는 것으로 아이들이 어울리는 동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그러다 또 다른 제자가 손을 들고는 말했다.

오행(五行)은 같으면서 음양(陰陽)이 다른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말하자 현지가 또 다른 의견이 있는지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이어서 설명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비견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하겠어요. 그래서 스승님께 여쭤봤더니 자존감(自尊感)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에 당문약이 다시 물었다.

자존감이 무슨 뜻이죠? 처음 들어봐요.”

다른 제자들도 같은 표정이었다. 현지가 다시 설명을 이었다.

비유하자면 자존감은 자기의 코와 같아요. 자존감이 상하면 납작코가 되었다고 말하잖아요?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存在感)을 느낄 적에 자존감이 있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자만(自慢)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자만심(自慢心)에는 미치지 않는 선에서의 자신에 대한 자부심(自負心)을 자존감이라고 해요.”

현지가 차분하게 설명하자 제자들도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사시가 지나가고 오시(午時)가 되자 다시 점심을 먹고는 쉬었다가 오후의 공부 시간인 신시(申時)까지 저마다 쉬면서 강변을 거닐거나 한산사를 둘러보기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고급과정은 염재의 담당이었다. 염재는 자신이 없었으나 우창이 뒤에 있다는 것만 믿고 자신도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맡게 된 것이었으므로 부담없이 강의를 시작했다.

이렇게 강의를 맡았으나 염재도 공부하는 학인임을 미리 말씀드려야 마음이 편하지 싶습니다. 이름은 도대림(陶大臨)이고 나이는 27세입니다. 무엇이든 물어주시면 답을 드리겠으나 배움이 부족해서 감당치 못하는 답은 스승님께 여쭤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기대하겠습니다.”

염재도 자신이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것을 최대한 정리하면서 설명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보니까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을 믿고 강의를 맡겨준 우창의 깊은 마음에 감사했다.

 

 

저녁을 먹고 술시(戌時)가 되자, 이번에는 모든 제자가 강당에 모였다. 우창이 첫 번째로 진행하는 강의(講義)였기 때문이었다. 진명이 모두 모였다는 말을 전해주고는 차를 한 잔 강의 탁자에 갖다 놓고 춘매와 함께 앞에 앉았다. 춘매도 우창의 강의는 참석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늘 들었던 이야기지만 또다시 들어도 새롭고 재미있는 우창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