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 제37장. 유람(遊覽)/ 14.터의 주인(主人)

작성일
2023-07-05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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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 37. 유람(遊覽)

 

14. 터의 주인(主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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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의 일행이 한산빈관으로 돌아오자 주인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가 반겨 맞으면서 말했다.

나리님들 이제 오세요? 절 구경이 무척 재미있으셨나 봐요. 그렇지 않아도 한산사 방장 대사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셨어요. 최고의 귀빈(貴賓)으로 접대하라고요. 그래서 방도 가장 좋은 객실로 옮겼으니 편히 쉬세요. 오늘 저녁도 이미 마련하였으니까 올라가서 맛있게 드세요. 호호~!”

여주인의 모습은 희색이 만면(滿面)이었다. 그것을 보니 우창도 흐뭇했다. 다들 식탁에 둘러앉아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오늘 한산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누구보다도 자원의 놀라움이 컸는지 우창에게 말했다.

싸부, 정말이지 오행의 이치는 어디까지 도달하는 것인지 측량(測量)이 불가(不可)하네요.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요. 노산에서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참으로 소박(素朴)한 오행관(五行觀)으로 살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어요. 오늘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자만(自慢)하지 말고 더욱 분발(奮發)해야 하겠다는 것을 깨달았지 뭐예요. 깜깜하게 닫혔던 안목(眼目)이 활짝 열리는 느낌이랄까? 정말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어요. 호호~!”

이야기를 듣느라고 여념이 없었던 오광도 비로소 한마디 했다.

자원 선생님도 그럴 정도였으니 오광은 또 어땠겠습니까? 세상은 참으로 넓고, 진리의 세계는 더 넓은데, 오행의 끝은 어디인지 가늠조차도 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춘매 누나께서 소주로 가는 유람에 동행하겠느냐고 했을 때 공부나 더 하겠다고 남았더라면 이러한 풍경도 접하지 못했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그래서 또 누나께 감사드립니다. 하하~!”

이렇게 저마다 느낀 것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사이에 모두 하나로 뭉쳐진 마음임을 공감할 수가 있었다. 정담(情談)을 나누다가 해시(亥時)가 되어서야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편안하게 숙면(熟眠)한 난 우창이 일어나서 객청(客廳)으로 나가자 진명과 자원이 어느 사이에 일어나서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창을 보고는 인사했다.

싸부, 잘 쉬셨어요? 아침 공기가 상쾌해서 산책이라도 나갈까 싶었는데 같이 가시겠어요?”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진명이 말했다.

산책은 두 분이 다녀오세요. 진명은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싶어요.”

참으로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선 우창과 자원은 잘 다듬어진 하천(河川)에서 일찍부터 분주하게 물길을 따라서 오르내리는 배를 보면서 돌이 깔린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자원이 말했다.

오라버니, 여행은 어땠어? 예쁜 제자들을 만나서 즐겁게 다니느라고 오행원의 식구들은 까맣게 잊어버렸을 거야 그렇지?”

우창이 자원을 돌아다 보자 예전에 노산에서 거닐던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서 그때처럼 손을 잡았다. 자원은 우창에게 잡힌 손을 앞뒤로 흔들면서 말했다.

오라버니는 참 제자 복도 많아. 어제 현지 언니의 풀이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잖아. 정말 많이 겸손해야 하겠더라.어찌나 총명하고 냉철하게 판단을 하는지 자칫 까불다가는 혼나겠더라니까. 참으로 매력이 넘쳐나지?”

맞아, 좋은 인연에 감사할밖에. 하하하~!”

현지 언니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어?”

그것도 인연이었던가 봐. 혜암 스승님은 알지?”

그야 예전에 말해 줬잖아. 처음에 입문한 스승님이시라고 했어.”

맞아. 동평호의 식당에서 스승님을 만났더니 동행했던 현지를 남겨두고는 가버리셨지 뭔가. 그래서 처음에는 부담이 되었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품격이 고상(高尙)해서 오히려 내가 어려운 일을 만나게 되면 해결해 주기도 하니 고마운 인연이 되었지 뭐야. 하하~!”

아하~! 그렇다면 참으로 깊은 인연이라고 해야 하겠네. 오라버니가 없는 사이에 오행원에도 새로 인연이 된 제자들이 10여 명은 될 거야. 아름아름으로 소문이 나고, 또 멀리 제남(齊南)에서도 어떻게 알고는 공부하러 찾아오는 바람에 오라버니가 없는데도 그냥 받았어. 최종결정은 싸부가 돌아와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여지는 남겨 뒀지만. 호호호~!”

잘했어. 누이가 한 일이면 내가 한 것과 같은데 뭘. 그나저나 춘매를 도와서 많은 식구를 챙기느라고 고생이 많았겠구나. 하하~!”

힘든 일은 오광이 항상 나서서 다 해결해 주고, 의논할 일은 또 안산 선생이 문제없이 처리해 주셔서 어려운 일은 전혀 없었지. 그런데 돌아가게 되면 제자들의 숙소(宿所)를 하나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여. 다들 멀리서 모이다 보니까 같은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서 말이야.”

그야 형편만 된다면 그렇게 하지.”

, 수경(水鏡)은 기억나지?”

물론이지. 수경은 왜?”

어찌나 통솔력이 좋은지 원장(院長)을 맡겼잖아.”

? 원장은 또 뭐야?”

뭐긴, 오행원의 원장이지. 뭐든 문제가 생기면 척척 알아서 하니까 얼마나 편한지 몰라. 그리고 제자들끼리 어쩌다 다툼이 일어나도 명쾌하게 해결하기 때문에 모두가 수긍하게 되니까 전혀 신경을 쓸 일도 없어서 어떤 일이든 의논하면 바로 해결이 되거든. 그리고 자원과도 말이 잘 통해서 큰 힘이 되었어.”

그랬군. 다행이구나. 모두 참 좋은 인연이지. 하하~!”

잠시 말없이 걷다가 자원이 말했다.

싸부, 오랜만에 산책하니까 너무 좋았으니 이제 돌아가요. 아침 먹을 시간이 되었지 싶어요. 호호~!”

어느 사이에 사제간(師弟間)의 대화로 돌아간 자원이 이렇게 말하면서 앞서서 걸었다. 우창도 옛 인연의 소중함과 새 인연의 감사함을 생각하면서 말없이 자원의 뒤를 따라서 빈관으로 향했다.

객청으로 올라가자 제자들이 둘러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로 떠들썩해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진명이 육갑패를 펼쳐놓고는 이야기하고 있고, 주변에는 모두 잠이 깨어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흡사 어제저녁의 풍경이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우창과 자원이 들어오는 것을 본 진명이 얼른 말했다.

스승님 산책 다녀오셨어요? 지금 토론하는 중인데 스승님께서 도와주셔야 하겠어요. , 자원도 의견을 주셔 봐. 무슨 일이냐면 어제 본 육갑패의 영험함에 모두 놀랐는지 오늘 아침에 이렇게 모여서 우리끼리 뭔가를 놓고서 풀이해 보자고는 했는데 무엇을 풀이해야 할 것인지를 아직 정하지 못했거든요. 스승님께서 마침 오셨으니까 방향을 정해 주셔야 하겠어요. 호호호~!”

진명의 말에 자원이 웃으며 답했다.

그래? 그것참 재미있네. 나도 그것이 궁금했거든. 그런데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떤 문제를 얻고서 비로소 득괘(得卦)를 해야 하는 것이 순서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점괘를 보려고 하면 점신께서 영험함을 보여 주실지 모르겠네. 호호호~!”

자원의 말에 진명도 수긍하면서 말했다.

맞아, 듣고 보니까 그것도 일리가 있네. 그럼 어떡하지?”

지금은 점괘를 볼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보다도 싸부의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어떨까? 식전(食前)에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때, 머리를 감고 나오던 춘매가 그 이야기를 듣고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나 제미있게 나눠요? 춘매도 여기 있어요. 호호~!”

어서 와, 이제보니 춘매에게 무슨 좋은 생각이 있는 거지?”

자원이 돌아보면서 말하자 춘매가 다가와서 찻잔을 들고는 말했다.

좋은 생각은 아니고, 의논을 할 일이 떠올랐는데 어떨지 궁금해요. 소주를 돌아다니면서 며칠 구경했잖아요. 그런데 너무 맘에 들었어요. 특히 도로보다 뱃길이 더 잘 되어 있는 수향(水鄕)의 모습에 반했거든요. 오가는 배들을 보면서 우리 오행원이 여기에 있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뭐예요. 물론 당돌한 생각이라서 혼자 생각만 했는데 지금 이렇게 모여서 무엇인가 문제를 찾아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 점에 대해서 의논해 보고 싶었어요. 이 점에 대해서 함께 의논해 보면 어떨까요?”

춘매가 이렇게 문제를 던져놓고는 창가로 가서 머리의 물기를 닦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안산이 말했다.

그것참 좋은 생각입니다. 안산은 무조건 환영입니다. 하하하~!”

이렇게 말하자 진명이 비로소 방향을 잡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역시 춘매가 난관(難關)을 돌파해 주는구나. 잘 되었네. 그렇다면 육갑패를 뽑을 문제가 생겼어요. 오행원을 곡부에 둘 것인지, 아니면 춘매 말대로 소주로 옮길 것인지에 대해서 답을 알아보는 거죠. 여러분들 생각은 어때요?”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도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좌중을 둘러보고서 말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인걸. 어디 뽑아봐. 하하~!”

우창도 동의하자 춘매가 육갑패를 우창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아 든 우창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춘매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

오늘의 패는 춘매가 말을 꺼냈으니 점기(占幾)도 춘매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하겠군. 그러니까 춘매의 손끝에서 답을 찾아보도록 하지. ~!”

진명이 깔개를 가져다가 탁자에 펴고는 육갑패를 우창이 하듯이 부채처럼 펼쳤다. 얼떨결에 큰 숙제를 떠안게 된 춘매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난감하다는 듯이 우창을 바라봤다. 그러자 우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 모두가 하늘의 뜻이니까, 우리가 어디에서 공부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다만 춘매의 뜻에 따른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냥 따른다고 하면 춘매의 부담이 너무 클 테니까 육갑패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으로 정하면 되지 않겠어? 다만 정성스럽게 어제 주지 화상이 패를 뽑듯이 하면 되는 거야. 하하~!”

우창의 말을 듣고서야 진지한 표정이 된 춘매가 합장하면서 속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는 손이 가는 대로 다섯 장의 패를 뽑았다. 손이 살짝 떨렸다는 것을 모두 알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패를 뽑아놓고서 말했다.

많이 긴장되었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서 뽑았으니까 결과는 점신께 맡기고 처분만 기다려야 하겠지만 그래도 떨려요. 호호호~!”

모두 어제만큼이나 긴장된 마음으로 패를 뒤집는 진명의 손끝을 따라서 눈이 움직였다. 그렇게 해서 모든 패가 차례로 뒤집혔다.

 

 

 

 

 

춘매가 뽑은 패는 정사(丁巳), 기묘(己卯), 갑진(甲辰), 계유(癸酉), 병술(丙戌)의 다섯 장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저마다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느라고 머릿속이 분주했다. 우창도 잠시 그대로 생각하도록 기다려 줬다. 대략 1()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육갑패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던 진명이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분께 알려요. 우리 곡부(曲阜)의 오행원은 이제부터 소주(蘇州)로 옮기게 되었음을 선포(宣布)하니 모두 함께 축하합시다~!”

진명이 이렇게 말하자 모두 크게 손뼉을 쳤다. 그러나 춘매나 안산은 손뼉을 치면서도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어리둥절했다. 이것은 염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자원은 대략 의미를 이해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춘매가 자원에게 물었다.

언니, 춘매는 아직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은 알지? 어서 풀이해 줘봐. 좋은 뜻으로 풀이가 된 것이라는 짐작은 되지만 소상한 의미를 모르니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잖아. 호호~!”

일단 자기가 뽑은 패가 잘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 안도(安堵)는 되었지만 그래도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싶은 마음에서 옆에 있는 자원에게 말했다. 그러자 자원이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다음에 낭랑(朗朗)한 음성으로 풀이했다.

진토(辰土)가 소주(蘇州)인가 봐요. , 현지 언니에게 물어야 하겠네. 이렇게 보는 것이 맞아요?”

가만히 괘를 보고 있던 현지가 자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서 동의했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기묘(己卯)가 곡부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풀이가 잘되지 않아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자원은 혹시라도 자기가 풀이를 잘못해서 다른 제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짐짓 현지에게 풀이를 부탁했다. 그러자 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봐하니 자원도 그 정도는 충분히 풀이할 수준이 되는데 너무 겸손할 필요가 없다고 봐. 우리끼리 공부하는데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어? 그러니까 아무런 부담을 갖지 말고 보이는 대로 말해 봐.”

현지가 이렇게 말하자, 자원도 보이는 대로 풀이해 보기로 했다.

우선 월주(月柱)의 자리에 있는 기묘(己卯)를 놓고 생각해 봤어요. ()는 갑()이 머물러있는 터전으로 보면 되겠어요. 갑은 커다란 나무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데 그 옆의 땅을 의미하는 갑기합(甲己合)이 된 것은 현재 우리의 본거지가 그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해보여요. 그런데 터가 좁아요. 기토(己土)가 묘목(卯木)에 앉아있다는 것이 그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되겠어요. 그러니까 묘()에 앉아있는 기()의 터전을 의지하고 있던 갑()의 오행원이네요. 그리고 곡부는 공자(孔子)의 고향이에요. 공자는 인()을 숭상하고 그 인()의 오행은 목()이니까 여기에서도 월지(月支)의 묘()는 곡부를 의미하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렇게 말을 하던 자원이 깜짝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이것이 정말인가요? 왜 현실적으로 마치 이것을 알고서 패를 늘어놓은 것처럼 생각이 드는 까닭이 뭘까요? 참 오묘하네요.”

그러자 진명이 말했다.

정말이네. 자원의 말대로 좁은 곡부에서 공부하고 있다가 넓은 대초원의 진토(辰土)로 자리를 옮기면서 묘목(卯木)이 갑목(甲木)으로 변한 것도 생각해 봐야 하겠는걸. 이건 어떻게 보면 좋을까?”

그야 기묘(己卯)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는데, 묘목(卯木)도 정사(丁巳)를 만나서 힘들어 보이기는 하네. 기토(己土)는 그나마 정사(丁巳)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서 정사(丁巳)는 학문(學問)의 열정(熱情)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진명의 생각은 어때?”

~ 그렇게 보는 법이 있었구나. 정사(丁巳)는 사화(巳火)의 빛을 받았으니 지혜(智慧)라고 하겠고, 그 빛을 받아서 열정이 솟음치는 형국이니 정화(丁火)의 열기(熱氣)로 본단 말이잖아? 그 힘으로 비록 환경은 안 좋아도 기토는 능히 공부할 수가 있는 터전으로 삼을 수가 있었다는 말이네. 그런데 이제 인연이 다 했는지 소주(蘇州)로 옮길 생각을 한다는 말이잖아. 그리고 진토(辰土)는 토양(土壤)과 물이 같이 있는 운하(運河)의 성시(城市)라고 할 수가 있으니 만약에 갑술(甲戌)이 나왔더라면 이렇게 해석을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되었더라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는 생각이 스치는걸.”

진명이 이렇게 풀이하면서 손뼉을 치고 기뻐하면서 말하자 춘매도 덩달아서 좋아서 큰 소리로 말했다.

와우~! 이제는 우리의 오행원이 남방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거네? 춘매도 이렇게 되면 영감이 1할은 있는 셈이잖아요? 호호호~!”

춘매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자원이 춘매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싸부에게 말씀드렸어. 그동안에도 제자들이 찾아와서 식구가 많아져서 숙소(宿所)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고 말이야. 그런데 아예 소주로 옮겨버리게 된다면 그것이 더 좋다고 하겠지. 춘매의 기발한 생각을 나는 못 했잖아. 호호호~!”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죠. 대식구가 여기로 온 다음에는 어떻게 조짐이 나오는지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시주(時柱)의 계유(癸酉)는 무슨 뜻일까요?”

춘매가 다음의 시주(時柱)의 자리에 있는 계유(癸酉)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고 말하자, 이번에는 현지가 한마디 거들었다.

말해서 뭘 하겠어. 감로수가 끊임없이 흘러들어오고 있으니 제자들의 양식(糧食)을 걱정할 일은 없겠네. 무엇보다도 물의 고향인 소주에서 뿌리를 내릴 조짐이라고 해야 하겠네. 춘매의 영감이 제대로 발동한 것으로 봐도 되겠어. 그렇다면 당연히 진행해야겠지.”

이렇게 말들을 하자 염재가 무척이나 아쉬운 듯이 말했다.

모두 좋아하시는 것을 보니 당연히 좋아해야 하는데 염재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우창은 그제야 염재는 곡부현의 관리라는 것을 떠올리고서 잠시 난감했다. 그러나 그 걱정은 진명의 한 마디로 해소되어 버렸다.

관리를 안 하면 되지 뭘 걱정해? 호호호~!”

? 관리를 안 하다니요? 그럼....”

아니, 염재는 아직도 부귀공명(富貴功名)에 미련이 남아있단 말이야? 이제 그만큼 자연의 이치와 오행도(五行道)를 깨달았으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면서 차나 마시는 삶의 의미를 깨달았을 만도 한데 말이지. 호호~!”

처음에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염재가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고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그리고 관리가 되더라도 임지(任地)를 소주로 옮기게 해 달라고 청원(請願)할 수도 있습니다. 안 되면 자유인이 되는 것을 해답으로 삼으면 간단히 해결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염재도 환영입니다. 하하하~!”

염재의 고민이 해결되자 이번에는 오광이 자원에게 물었다.

분주(分柱)의 자리에 있는 병술(丙戌)은 어떻게 해석이 되는 것 인지요? 계수(癸水)가 극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의 조짐을 알고 싶습니다.”

오광이 궁금해서 묻는 것을 본 자원이 설명했다.

내가 보기에 병술(丙戌)은 태양이 하늘 높이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연지(年支)의 사화(巳火)가 지지의 안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빛이라고 한다면 분간(分干)에 있는 병화(丙火)는 그 태양이 하늘에 떠올라서 온 천지를 밝게 비추는 존재가 아니겠어?”

자원의 설명에 오광이 선뜻 공감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렇게 되면 좋겠으나 그건 너무 편하게 해석한 것은 아닐까요? 말하자면 태양이 계수를 만났으니 구름에 가린 것으로 봐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말이지요.”

오호~! 오광도 은연중에 공부가 많이 되었구나. 계수(癸水)는 상징이 뭐지?”

그야 물이 아닙니까?”

그럼 병화(丙火)?”

병화는 태양이라고 방금 말씀하셨으면서요. 그렇지만 태양이기도 하고 불이기도 한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불은 어디로 움직이지?”

불은 위로 오릅니다.”

물은?”

물은 아래로 흐릅니다.”

이 둘은 언제 만나지?”

? 하나는 위로 가고 하나는 아래로 가니 서로 만날 날이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오광의 걱정은 괜한 것으로 보면 될까?”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오광이 비로소 무슨 뜻인지를 알고서 말했다.

, 이제 이해가 되었습니다. 만약에 계수(癸水)가 임수(壬水)였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계수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지요?”

옳지, 제대로 이해했구나. 맞아. 호호호~!”

그제야 오광도 모두 이해가 되었는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소주에 오행원이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오광도 환영입니다. 그렇다면 어서 집을 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집은 어디에서 어떻게 구하면 되는 것입니까?”

오광의 말에 우창과 자원이 유하를 바라봤다. 유하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아니, 스승님 왜 저를 보세요? 혹 유하에게 집을 알아보라고 하시는 건가요? 그야 어렵지 않아요. 주변에 물어보면 될 테니까요. 호호~!”

우창이 미소를 짓자 자원이 말했다.

언니도 참 눈치가 없으시네. 호호호~!”

? 내가? 무슨 뜻이지? 눈치가 없기야 하지만 어디에 떨어지는 말인지도 전혀 모르다니. 이런~!”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말했다.

어제 한산사 방장께서 왜 그렇게도 어려운 숙제를 주셨나 했더니 다 깊은 뜻이 있었나 봐요. 이렇게 즉시로 신세를 지게 될 줄은 아침까지도 생각지 못했으니 말이에요. 호호~!”

아니, 그러니까 동생의 말은.... 한산사에 부탁하자는?”

맞아요. 이제 뭔가 통하셨네. 호호호~!”

잠시 생각해 보던 유하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과연~! 자원의 총명함은 내가 당할 도리가 없구나. 그래 참 좋은 생각이네. 넓고 넓은 한산사에 별채 하나만 얻어도 오행원의 식구들이 머물기에는 너무도 넓은 궁궐일 테니 말이야. 알았어. 아침을 먹고 가서 지객 화상에게 바로 이야기해 보도록 할게. 호호~!”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아침이 마련되어서 든든하게 먹고는 이나 저나 가보려고 했던 한산사로 향했다. 이미 두 번 걸음이라서 낯설지도 않았고, 산문을 들어서니 마당을 쓸고 있던 사미승이 벌써 먼발치에서 알아보고는 혜공에게 전하였고, 혜공이 한달음에 뛰어나와서 객실로 맞이했다.

, 한산사의 귀인들이 다시 찾아 주셨구료. 이쪽으로 들어 가십시다. 향기로운 차를 마련했소이다.”

그러자 유하가 합장하면서 말했다.

혜공 대사님 환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넓은 객실의 차탁에 앉자 사미승이 차를 따라줬다. 과연 보통 마시던 차와는 다른 청향이 감돌았다. 모두 차향(茶香)에 취해서 잠시 말을 잊었다. 차를 한 잔씩 마시고 다시 따라주기를 기다렸다가 유하가 혜공에게 말했다.

대사님의 환대(歡待)에 감사드려요. 그런데 좀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수행하시는 스님께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것이 무례일 줄은 알겠습니다만 그래도 소주에서 달리 알아볼 곳도 마땅히 없어서 염치(廉恥)를 불고(不顧)하고 여쭤보려고 하니 탓하지 않으실 거죠? 호호호~!”

유하의 말에 혜공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답했다.

무슨 말을 그리도 어렵게 한단 말이오. 어서 말씀해 보시오. 노납(老衲)이 도울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드릴 테니 말이오.”

그제야 유하가 말을 꺼냈다.

실은 우리 오행원의 수행자들이 머무는 곳은 곡부(曲阜)예요. 이번에 유람차 나들이를 했는데 소주에 와서 보고서는 모두 여기에서 살아보고 싶다잖아요. 그래서 어디 소개해 주실만 한 곳을 알고 있으시면 한 번 알아볼 수가 있을까 싶어서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물론 마땅히 알아볼 곳이 없어도 괜찮아요. 저도 나름대로 좀 찾아봐야죠. 그래도 우선 소주에서 알고 있는 분이 대사님인지라 말씀이나 드려 보자고 하는 거죠뭐. 호호호~!”

, 그래요? 과연 소주는 살기 좋은 곳임에 틀림이 없소이다. 그런데 참으로 말을 잘하신 것 같소이다. 그런데 그것도 점괘에 나와 있는 것은 아니오?”

?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니, 두어 달 전에 한산사의 소속으로 봉사하는 자선단체에서 사용하던 건물이 100평 남짓 되는 것이 두어 동 있는데, 그들이 따로 장소를 구했다면서 비워뒀단 말이오. 이렇게 귀한 벗들이 찾아오려고 미리 토지신께서 일을 만드셨나 싶소이다. 허허허~!”

혜공이 참으로 유쾌하게 웃자 우창의 일행도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과연 천지(天地)의 용의주도(用意周到)함이란 빈틈이 없다는 것을 이렇게 보여 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감탄하면서 서로 마주 바라보며 웃었다. 혜공이 벌떡 일어나더니 앞서 나가면서 말했다.

이쪽으로 와 보시오.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는 직접 가보고 판단합시다. , 이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