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제28장. 오행원/ 15.일주(日柱)와 닮은 코

작성일
2021-05-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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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제28장. 오행원(五行院) 


15. 일주(日柱)와 닮은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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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시작했다. 일행도 모두 귀를 기울였다. 맑은 음성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눈은 대소(大小)로 판단하고, 코는 고저(高低)로 판단해요. 여러 관법이 있으나 기본적인 관점은 여기에 있다고 봐도 되겠어요. 우선 글자부터 살펴보도록 할까요?”

이렇게 말하면서 자원이 글자를 썼다.

304 코비자

“이건 다들 알고 계시는 코비(鼻)에요. 어디 이번에는 염재선생에게 물어볼까요? 무슨 뜻이 그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지 말씀해 보세요.”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염재가 깜짝 놀라면서 얼른 말했다.

“자원선생님, 미리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만, 말씀은 하대(下待)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겠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시다면 그럼 그렇게 할게. 그렇게 말을 해 주니까 나도 편하네. 호호~!”

“예, 고맙습니다. 염재가 생각하기에는 맨 위의 자(自)는 자신(自身)을 대표하는 기관이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내 쉰 숨을 들이쉬지 못하면 자신도 존재할 수가 없으니 코가 제대로 작용하느냐는 것이 생사(生死)를 가름한다고 할 수가 있는 까닭입니다.”

“오호~! 멋진 말이네. 그리고 또?”

“다음에는 그 아래의 밭 전(田)입니다. 코의 숨결은 단전(丹田)으로 이어진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기해(氣海)로 흘러 들어가는 길이라는 의미에서 밭이라는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다른 생각으로는 도(十)를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목(目)에는 도가 없는데 비(鼻)에는 도가 있어서 이것은 또 무슨 의미인가 싶은 생각을 하다가 보니까 그런 의미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니? 코에서 도가 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자원이 의외라는 듯이 다시 물었다. 이렇게 묻는 것은 떠보는 물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의미가 궁금해서 묻는 말이었다.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오는 자원선생님께서 그렇게 하문(下問)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염재가 알기로 양(丨)은 들이쉬는 숨입니다. 흡(吸)이 되지요. 생기(生氣)를 체내(體內)로 운반하는 역할이니 삶의 본질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됩니다. 첫 호흡은 음(一)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호(呼)가 됩니다. 이것은 최초에 아기가 태어날 적에 고고성(呱呱聲)을 울리는 것에서부터 호흡은 시작이 되는 까닭입니다. 그렇게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폐(肺)에 가득한 양수(羊水)가 밖으로 나와서 허공중으로 배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서 비로소 첫 숨을 들이쉬게 됩니다. 자연(自然)과 하나가 되는 천기(天氣)와 통하는 것이지요. 사주의 운명도 이때부터 운행을 시작합니다.”

“오~! 멋진 말인걸. 어쩐지 염재에게 묻고 싶더라. 기가 막힌 설명에 감탄이 절로 나오네. 호호호~!”

“과찬이십니다. 모두가 열심히 설명해 주신 덕분입니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글자 하나에서 삼라만상의 우주를 찾아낼 기세(氣勢)가 보이네. 멋져~!”

그러자 춘매도 한마디 거들었다.

“염재가 그렇게 멋진 말을 할 줄은 나도 몰랐어. 왜 코에는 그러한 글자가 있는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긴 하지만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를 오늘 다시 배우네. 다음으로 있는 글자는 무슨 뜻이야?”

“예, 사저님의 말씀대로 다음에 있는 글자는 두 손으로 받들 공(廾)입니다. 두 손으로 받든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이것은 매우 소중하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소중하기 때문에 두 손으로 받든다는 의미가 있었지 싶습니다. 특히 스스로 자기의 코를 두 손으로 받들라는 뜻이라면 자신을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만, 그 깊은 뜻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스승님의 가르침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염재를 보면서 잠자코 듣고 있다가 자신에게 묻는 말을 듣고서 자세를 고쳐앉으면서 말했다.

“이미 염재가 충분히 설명할 수가 있을 텐데도 겸손한 마음으로 나를 끌어들이는군. 하하하~!”

“아닙니다. 스승님의 맛깔스러운 가르침이 아쉬워서입니다.”

“그래 알았네. 두 손으로 받들 공(廾)은 자존감(自尊感)을 의미한다네. 자존감이 없는 인생은 거친 세파를 헤쳐갈 추진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자전공(自田廾)을 한 번 생각해 보게. 스스로 자신의 중심인 도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드는 것이야말로 생존(生存)이고 삶이고, 자존감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과연 멋진 말씀이십니다. 생존의 가치가 삶에 있는 것이 아니고, 자존감에 있다는 말씀은 새롭게 다가옵니다. 자존감이 허물어지면 삶의 욕망도 흩어져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경우를 가끔 접하기도 하는데 그 의미를 오늘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염재가 관헌에서 일을 처리하다가 보면 그런 경우도 있겠구나.”

“그리 드물지 않게 나타납니다. 조사를 해 보면 죽음의 원인이 자신감(自信感)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게 되는데, 자신감이야말로 자존감의 다른 말이라고 한다면 스승님의 말씀이야말로 정곡(正鵠)을 찌르는 핵심(核心)입니다. 비(鼻)에 그러한 뜻이 있다는 것은 삶이란 남을 의지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믿고 의지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고인(古人)께서 이렇게도 소상(昭詳)하게 알려주셨다는 것도 감탄입니다. 물론 그것을 풀어서 이렇게 먹여주시는 스승님이 아니라면 또 그것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이 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겠습니다. 그래서 감사드립니다.”

염재가 거듭 감격해서 하는 말에 우창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그러자 자원이 비로소 말했다.

“역시 싸부의 파자(破字)는 범인(凡人)을 초월하신다니까요. 말씀 잘 들었어요. 그렇다면 이제 비상(鼻相)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 볼게요.”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춘매가 말을 받았다.

“언니, 왜 코는 높낮이로 말을 하죠? 눈은 크기로 말하는데 말이에요.”

“동생이 핵심을 찌르는구나. 호호호~!”

“그냥 흔히 하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났을 따름이에요. 코가 높다고도 하고 낮다고도 하는데 왜 그러한 것이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보기에 좋다는 말인가 싶기도 하고요. 오늘 제대로 알고 싶어요. 호호~!”

“음양(陰陽)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까?”

자원의 말에 춘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눈은 넓이로 말하는 것이니까 음(一)이네요. 땅도 음인데 넓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의미가 되지 않을까요? 눈은 생긴 것이 옆으로 누워있으니 음이고, 음(一)이 크다는 것은 또 상대적으로 양(丨)의 기운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되므로 작은 눈이 매섭다는 의미도 연결이 되네요. 코는 높이로 말하니까 하늘과 같이 높아야 하는 양(丨)으로 볼 수 있겠어요. 양은 높아야 하는데 낮으면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하겠어요. 아니, 그런데 춘매에게도 이렇게 음양이 보인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요. 호호호~!”

“오호~! 동생도 잘 알고 있었구나. 눈이 음이면 코는 양이고, 눈은 작아야 힘이 있고, 코는 커야 자존감이 우뚝하니 서로 보완하는 음양의 이치가 맞아.”

그러자 자원의 칭찬에 기분이 우쭐해진 춘매가 다시 말했다.

“언니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신이 나요. 눈에서도 왼쪽 눈은 월(月)이라고 했으니 음이고, 오른쪽 눈은 일(日)이라고 했으니 양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코도 음양으로 살필 수가 있을까요?”

“왜 안 되겠어? 어디 생각한 것을 설명해 봐.”

자원이 말해 보라고 권하자 춘매가 다시 신나서 말했다.

“이렇게 보는 것이 말이 될지는 모르지만, 콧대는 양이고 좌우의 콧방울은 음이 되는 이치도 가능해 보여요. 그러니까 콧대는 하나이니 홀수이고, 콧방울은 둘이니까 짝수잖아요? 또 콧등은 채워져 있으니 실(實)이고, 콧방울은 구멍이 나서 비워져 있으니 허(虛)해요. 이것으로 인해서 허실(虛實)이 되고, 허(虛)는 음이고, 실(實)은 양이 되는 것이고. 음체양용(陰體陽用)의 이치를 적용해보면 코에서 중요한 것은 코의 높이가 아니라 콧구멍이잖아요?”

춘매의 말에 자원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아니, 그런 것도 생각했어? 대단하네. 코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그 정도면 수준급인걸. 호호호~!”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말이 되기는 한거에요? 실은 그것도 모르고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중언부언(重言復言) 말만 할 뿐인데도 언니가 말이 된다고 하시니 과연 그런가 싶기도 해요. 참말인 거죠? 호호호~!”

“물론이지. 나도 놀라울 따름이야.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하더니만 싸부가 곡부에 와서 사자 새끼를 기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겠네. 호호호~!”

“아이고, 그만하시고 코 이야기나 해 주세요. 면상(面相)에서 코는 어떻게 해석하는 건지도 궁금해요.”

“코의 높이와 구멍에서 구멍이 중요하다는 것도 읽어냈으니 이미 절반은 이해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눈에 띄는 코의 높이를 보고 이러쿵저러쿵하고 말을 하지, 그렇지만 실은 코가 높기만 하고 좌우에서 보필을 받지 못하면 고독(孤獨)하다고 해석하게 돼. 반면에 코가 높지 않아도 좌우의 보필을 잘 받으면 그것이 길상(吉相)이라고 하지.”

“아하~! 그냥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네요. 이제 왜 코에는 구멍이 중요한지를 알겠어요. 콧방울이 크다는 것은 구멍이 잘 발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할 테니까 말이에요. 그런데.....”

춘매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자 자원이 물었다.

“아니, 무슨 말이든 하고싶은대로 해봐야지 왜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까? 뭐 걸리는 것이라도 있어? 말이 되면 좋고 안 되어도 바로잡을 기회를 얻는 것일테니까 말이야.”

자원이 거듭 무슨 말이든 해보라고 권하자 비로소 춘매가 머뭇거리면서 말을 꺼냈다.

“실은 춘매가 말하기가 좀 그렇기는 해서요. 왜냐면 코의 크기는 남자의 그....”

그제서야 춘매가 왜 말을 하려다가 말았는지를 이해하고는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런 것이 망설여야할 일이야? 나도 좀 배우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 봐. 하하하~!”

우창까지 이렇게 말하자 비로소 춘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듣기에 코는 음경(陰莖)과 대비(對比)가 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리고 콧방울은 고환(睾丸)의 크기와 대비된다는 말도 들었는데 이것이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참으로 그러한 이치가 있는지 늘 궁금했어요. 호호~!”

“저런, 그런 말을 들었다면 궁금할 만도 하겠구나. 그러한 것은 화가지녀(花街之女)에게 물어봐야 할 텐데 그러한 인연이 없으니 다음 기회에 확인을 해보는 것으로 하자꾸나. 호호호~!”

자원의 말에 춘매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맞아요. 그러면 되겠네요. 그럼 그것은 다음 기회에 확인하는 것으로 하고 언니의 설명을 들어야 하겠어요. 호호호~!”

“면상(面相)에서는 콧등을 준두(準頭)라고도 해. 특히 코의 끝부분을 말하기도 하지. 여기가 널찍하면 마음이 호인(好人)이라고 하고, 뾰족하면 자존심(自尊心)이 강하다고 해석을 하기도 해.”

“언니, 자존심은 자존감과 같은 거죠?”

“아니.”

“예? 다른 건가요? 코에서는 자존감을 본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과장(誇張)을 한다면, 준두가 널찍하게 생겨서 세 사람이 둘러앉아서 술자리를 벌일 정도가 되면 자존감이 높다고 말하고, 준두가 좁아서 송곳 하나를 꽂을 자리도 없다면 이번에는 자존감이 아니고 자존심이 높다고 해석하는 거야. 자존감은 마음에 긴장(緊張)이 없지만, 자존심은 항상 긴장(緊張)하고 있어서 주변의 반응에 예민(銳敏)하게 반응(反應)하게 되니 이러한 사람이 지위가 높으면 주변 사람들이 불안해서 안절부절도 해.”

“와우~! 정말 재미있는 비상(鼻相)이네요. 그런 사람은 살아가는 것도 많이 피곤하겠어요. 어떻게 하면 그러한 단점을 고칠 수가 있을까요?”

“타고 난 것을 고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지. 다만 노력을 해서 마음에 변화가 생긴다면 비로소 고쳐진 것처럼 보이기도 해. 코가 뾰족하고 콧방울이 빈약(貧弱)하면 자존심으로 인해서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게 되니까 얼마나 외롭겠어? 그것을 깨닫고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을 하고 명상(瞑想)한다면 남들은 ‘보기보다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고 사귀면서 가까이 지내려고 하지. 왜냐면 이러한 사람의 장점은 상황판단(狀況判斷)을 매우 신속하게 잘할 수가 있기 때문이야.”

“우와~! 생각했던 것보다 심오(深奧)한 이야기네요. 콧방울은 상술(相術)에서 뭐라고 불러요? 코끝은 준두라고 한다고 하셨잖아요.”

“애고, 너무 깊이 들어 가지마. 나도 버거워. 호호~!”

“말씀해 주실 만큼만으로도 충분해요. 모른다고 하면 그 이상은 알 필요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거니까요. 호호호~!”

“콧방울은 좌우에 서로 다른 이름이 붙여져 있어. 왼쪽은 난대(蘭臺)라고 해. 난초가 피어있는 멋진 누대(樓臺)라는 뜻이지만 실은 중요한 문서를 보관하는 도서관이야. 오른쪽은 정위(廷尉)라고 해서 관아를 지키는 수위(守衛)라고 할 수도 있겠네. 다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왜냐면 상술(相術)의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는 까닭이야. 그냥 봐서 누대와 정위가 단단하고 몽실하게 보이면 그 사람은 자신을 잘 관리하면서 남들도 호감(好感)으로 대한다고 할 수가 있으니 성품으로 본다면 두루 원만(圓滿)하다고 할 수가 있겠네.”

“언니의 말씀을 들을수록 빠져들게 되네요. 그러니까 사주에서는 일간(日干)의 심성(心性)을 면상(面相)에서는 코에서 보게 된다는 말씀이세요?”

“그건 아니지. 사주는 심성(心性)이 체가 되지만, 면상은 형상(形狀)이 체가 되니까 코는 삐뚤어졌더라도 마음은 반듯할 수도 있고, 또, 코는 멀쩡하게 잘생겼어도 마음은 비틀어져 있기도 하니까 무엇이든 하나만 보고서 단언을 할 것은 아니라고 봐야지. 다만 참고할 정도는 된다고 봐. 아무래도 코가 예쁘고 잘 생겼으면 심성도 그렇게 생겼을 가능성은 높을 테니까 말이야.”

“아,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일간(日干)은 콧등이고, 좌우의 콧방울은 일지(日支)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봐도 되지 않을까요?”

“뭐, 꼭 적합(適合)하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가능한 비유이긴 하네. 호호~!”

“아, 잘 알아들었어요. 일례불가언(一例不可言)이라는 말씀이잖아요? 호호호~!”

“아, 동생이 그런 말도 알아? 맞아, 한가지의 예로 단언해서 말하면 안 된다는 것만 알면 학자의 실수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될 거야. 호호호~!”

자원에게 칭찬을 들은 춘매가 흥이 나서 계속 물었다.

“그런데, 콧등은 어떻게 봐요?”

“아, 코의 뿌리는 산근(山根)이라고 하고, 눈 사이는 연상(年上), 준두가 시작되기 전의 부위는 수상(壽上)이라고 하지만 그런 것은 몰라도 되고, 중요한 것은 산근에서부터 준두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굴곡이 없이 생기면 심성도 곧고 마음이 평온하다고 해석하고, 연상이나 수상이 높으면 메부리코라고 해서 삶에도 고독함이 많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대나무를 절반으로 쪼개서 붙인 듯이 생긴 것이 가장 좋다는 말도 해.”

“아하~! 그러니까 굴곡이 없으면 가장 좋다는 의미네요? 보기에도 그렇게 느껴질 것 같아요. 코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도 하루에 끝내지 못할 정도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 더욱 신기해요. 호호호~!”

“그렇지? 앞에서 봐서 콧구멍이 보이면 재물의 출입이 빈번(頻繁)하다고도 하고, 구멍이 작으면 인색(吝嗇)하다는 말도 하는 것은 코가 재백궁(財帛宮)이라고 해서 재물을 보는 곳이기도 한 까닭이야.”

“재물을 코에서 봐요? 그렇다면 너무 작으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겠는걸요.”

“뭐든 적당한 것이 좋지. 코가 너무 크든지 작으면 그것도 균형을 잃은 것이고, 눈도 너무 크든지 작으면 또한 균형을 잃은 것이잖아? 그래서 눈이 너무 작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또 경계하는 거야. 무섭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사주나 관상이나 지나치면 아름다운 일이라고 할 수가 없는 거야. 균형(均衡)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으니까.”

“맞아요. 상상만으로도 느낌이 와요. 호호호~!”

“재물이 헤프면 남는 것이 없고, 또 지나치게 인색하면 따르는 사람이 없어서 고독하기 쉬우니 그 중간쯤이면 가장 좋지 않겠어?”

“맞아요. 완전 공감이에요. 내가 쓰고 남는 것이야 없는 이웃에게 나눠주면 되지만 내일 아침에 먹을 쌀도 없는데 남들에게 퍼주는 것도 문제이고, 잔뜩 쌓아놓고서도 새어 나갈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아름답지는 않겠어요.”

“비상(鼻相)을 이야기하는 김에 법령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는 것이 좋겠네. 그러니까 콧방울의 좌우로 골이 나 있는 것을 법령(法令)이라고 해.”

“법령이요? 팔자주름을 말씀하는 거지요? 그게 왜 법령이에요? 법령은 국법을 말하는 것이잖아요? 그 작은 얼굴에서 국가를 경영하려는 듯이 이름을 붙인 것도 재미있어요. 왜 법령이에요? 여인은 팔자주름이 생기면 늙어간다고 거울을 보면서 한숨만 쉴 따름인데 말이에요. 호호~!”

“그런 말도 하지. 아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드러나니까 말이야. 여기가 깊고 명료하게 골이 지고 길게 이어져 있으면 그 사람은 사리판단(事理判斷)이 분명하기에 국법을 시행하는 것과 같다고 해서 법령인 거야. 그런데 여기가 희미하거나 끊겨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국법도 부실하듯이 그 사람의 처사(處事)도 분명하지 않겠어요. 이러한 면상의 사람이 사업을 경영한다면 수시로 상호가 바뀔 수도 있겠지만 성공하기는 어렵겠네요. 이제 왜 법령인지 이해가 되네요. 그래서 어린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중년 이후가 되면서 점차로 뚜렷해지는 것이기도 하겠네요?”

“옳지~! 응용력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르구나. 감탄했어. 호호호~!”

“그런데 여인들은 왜 팔자주름을 꺼리는 것일까요?”

“그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주름이 싫다고 생각하는 여인이라면 생각도 깊지 못하겠지? 나이가 들어가니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이는 여인의 성품이 원만하지 않을까?”

“아항~! 맞아요. 듣고 보니 그렇게도 쉬운 것을 혼자서 생각하면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잖아요. 정말 스승이 필요한 것을 다시 느껴요. 호호호~!”

“옛말에 ‘귀가 잘생긴 거지는 있어도, 코가 잘생긴 거지는 없다.’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본다면 코가 잘생긴 사람의 처세(處世)는 두루 원만해서 무리한 일을 추구(追求)하지 않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까닭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

“정말 재미있어요. 그런데 귀는 왜 잘생겨도 거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 이야기는 못 들어 봤어요.”

“아, 그래? 보통 면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귀는 어린 시절을 보기 때문에 귀가 잘생기면 어려서는 잘 살았는데, 코가 못생기게 되면 중년에는 끼니를 잇기가 어렵다고 보는 까닭이야, 그러니까 귀는 못생겼더라도 코가 잘생기면 비록 빈한(貧寒)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도 자수성가(自手成家)로 문패를 번듯하게 달게 된다는 뜻이야. 물론 속담(俗談)에 불과하니까 다 믿을 것은 아니지만 면상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지나는 길에 한마디 들려주는 거야. 호호호~!”

“아, 처음 들었어요. 그것도 가끔은 써먹을만한 이야기네요. 호호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염재가 궁금한 것이 생겨서 물었다.

“자원선생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어, 뭐지?”

“법률에는 의형(劓刑)이라고 해서 형벌로 코를 자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면상으로 해석을 한다면 매우 흉하다고 하겠는데, 만약에 그 사람이 태어날 적에 코가 예쁘고 아름다웠다면 그의 삶은 형벌을 받기 이전과 이후로 나눠서 어떻게 해석이 되는 것일까요?”

“아, 염재는 관원이라서 직접 보고 들은 것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었구나. 그건 생각해 봐야겠네. 형벌을 당하기 전에는 잘 생겼던 코처럼 잘 살았겠지? 형벌을 받는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평범한 사람은 아닐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코를 잘라내는 형벌인 단비형(斷鼻刑)을 받았다면 그의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지고, 없을 테니까 비상(鼻相)으로 본다고 해도 크게 벗어나지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해?”

“과연, 명철(明哲)하십니다. 그야말로 보고 느끼는 것이 면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많은 세월을 살아온 노인의 사람을 보는 눈이 깊어진다는 말은 일리가 있겠습니다. 오술(五術)에 대해서 상식을 채우다가 생각지도 못한 삶의 처세술까지 얻어 배우게 되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염재가 즐겁다니 또한 보람이 있네. 무엇보다도 코가 얼굴의 중앙에 있으니 산으로 보면 중악(中嶽)인 거야. 중악이 다른 사악(四岳)과 균형을 이루면서 적당히 높으면 조화롭겠지만 홀로 우뚝하게 높으면 풍수학에서 말하는 장풍(藏風)이 되지를 않으니 살아가면서도 항상 바람을 일으키게 되어서 편히 잠을 잘 수가 없을 것이고, 또 너무 낮으면 존재감도 낮을 수가 있어서 자신을 지키는 것도 바쁘게 될 것이니 이러한 것은 모두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래서 항상 균형(均衡)에 대해서 잊지 말고, 조화(調和)를 떠올린다면 그 사람의 삶은 안락(安樂)하게 즐길 수가 있지 않을까 싶어.”

염재가 다시 말했다.

“귀중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코가 중악이라면 나머지 사악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중악(中嶽)은 숭산(崇山)인 코를 중심으로 해서 동악(東岳)은 태산(泰山)이니 오른쪽 광대뼈가 되고, 남악(南岳)은 형산(衡山)이니 이마가 되고, 서악(西岳)은 화산(華山)이니 왼쪽 광대뼈가 되고, 북악(北岳)은 항산(恒山)이니 턱이 되는 거야. 실은 이목구비를 논하기 이전에 먼저 오악을 논해야 하지만, 우리가 면상을 공부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에 그냥 되는대로 이야기하다 보니 눈과 코를 설명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둘러가도 결국은 얼굴을 뱅뱅 돌아다닐 따름이니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하겠네. 호호호~!”

“맞습니다. 덕분에 또 오악에 대해서 알았습니다. 그 연유까지는 모르더라도 대략 어떻게 균형이 잡혀야 하는지는 미뤄서 짐작할 수가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염재가 공수로 사례하자 자원도 공수로 인사를 받았다.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역시 공부는 함께 하는 것이, 혼자 스승님께서 말씀해 주는 것만 듣기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이렇게 여러 가지로 묻고 답하는 것은 함께 공부하는 공덕이라고 봐야겠어요. 다음에는 입을 설명해 주실거죠?”

“그러지 뭐. 아무려면 또 어때? 호호호~!”

자원이 입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하자, 모두 나름대로 생각하는 입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