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제28장. 오행원/ 14.상술(相術)의 제일조(第一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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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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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제28장. 오행원(五行院)


14. 상술(相術)의 제일조(第一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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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서는 우창과 염재와 안산은 잠시 바람을 쐬면서 가볍게 산책을 나섰다. 춘매와 자원은 먹은 것을 치우고서 과일을 준비했다. 그렇게 운동하고 돌아오자 향기로운 참외를 깎아놓은 접시가 반겼다. 곡부(曲阜)에서는 흔하지 않은 합밀과(哈密瓜)였다. 춘매와 나간 자원이 귀한 것을 보고서 맛이 궁금해서 사 왔는데, 참외를 깎아놓자 그 향기가 방안을 감쌌다. 그것을 먹으면서 일상의 담소를 나눴다. 공부만 하면 식체(識滯)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먹다가 체하지 않도록 잠시 쉬어가는 것이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도 생각하면서 담소로 긴장감(緊張感)을 풀었다. 그렇게 해서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다시 둘러앉았다. 먼저 춘매가 말을 꺼냈다.

“상술(相術)은 오술의 마지막이에요. 아마도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세상을 좀 살았다면 대략적인 느낌은 받을 수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특별히 상술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배운다는 것인지 궁금해요. 그리고 상(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우창이 자원을 바라봤다. 여기에 대해서는 자원에게 설명을 해 보라는 의미였다. 그러자 자원이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의 상술에 대해서 설명하겠다는 말을 하고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서 말을 시작했다.

“싸부처럼 글자를 풀어볼까요?”

그러면서 붓을 들어서 글자를 썼다.

303 상술

“상술의 상(相)은 이렇게 생겼어요. 나무목(木)과 눈목(目)으로 이뤄진 글자네요. 보통은 ‘서로상’이라고 하지만 상술(相術)에서 사용하게 되면 ‘모습상’이거나 ‘모양상’이 되는 것으로 읽게 되네요.”

그러자 춘매가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언니, 상(相)은 관상(觀相), 골상(骨相), 인상(人相), 수상(手相), 족상(足相), 체상(體相)으로 분류를 한다는 말은 들어 봤어요. 이러한 것들에서 어느 하나만 볼 수도 있는 건지? 아니면 이것도 맹인모상(盲人摸象)으로 부분적인 말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인지 궁금해요. 보통은 얼굴의 오관(五官)을 보면서 말하잖아요?”

“정말 동생이 멋진 질문을 했어. 당연히 전체도 봐야 하고 부분도 봐야 하는 거야. 이것은 마치 명학(命學)에서 일간(日干)도 봐야 하고, 팔자를 전체로도 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야.”

“어쩐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상술은 인간의 몸의 모습에 대해서 풀이하는 것이 전부인가요?”

“아니야. 인간의 이목구비도 보지만, 자연의 형태(形態)도 볼 줄 알아야지.”

“자연의 형태라면 산술(山術)에서 말한 풍수지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

“그러면 산술(山術)은 상술(相術)과 통하고, 명술(命術)은 복술(卜術)과 통하는 것으로 보면 되나요? 뭔가 서로 연관(聯關)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어서 말이에요.”

“맞는 말이네. 그래서 상(相)을 더 확장(擴張)하면, 가상(家相), 묘상(墓相) 산상(山相)이라고도 하지, 물론 산상은 산세(山勢)라는 말로 더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같은 뜻이라고 보면 되겠지.”

“그러니까 글자 하나에 깃든 의미만 본다면 만상(萬相)이 맞는 거네요? 온갖 모양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니까요. 심상(心相)도 여기에 포함 시켜야 하나요?”

“오호~! 정말 동생의 생각의 자유로움이란 감탄할 지경이야. 호호호~!”

“고마워요. 쑥스럽게 그딴 걸로 칭찬을 듣네요. 호호호~!”

“무슨 말이야?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핵심이 있는 것이고, 그러한 것을 짚어낸다는 것은 이미 철학적인 사고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인데.”

“아, 그렇구나. 이 모두가 여러 스승님 덕분이에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상술을 이해하려면 면상(面相)부터 공부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공부하는 건가요?”

“누구나 처음에는 면상으로 공부를 시작하지. 그러다가 점점 넓어지면 자연의 형상(形象)도 살펴볼 수가 있어. 물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이목구비에 대해서만 거론하고 말게 되기도 하지. 아마도 모르긴 해도 대부분의 관상가(觀相家)는 이 언저리에서 자족(自足)하는 것으로 봐도 될 거야. 왜냐하면 상술(相術)은 쉬워도 상학(相學)은 무궁무진(無窮無盡)해서 끝을 알 수가 없으니까 말야.”

물을 한 모금 마신 자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약간의 재주로 밥이나 먹고 살아가는 셈이라고나 할까? 상(相)을 깊이 공부하게 되면 상(相)에서 상(象)을 보게 되고, 이때부터가 심상(心相)을 논할 수가 있는 단계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야. 아마도 싸부의 스승이신 혜암도인은 이와 같은 경계에서 노닐고 계신다고 봐야 하겠네. 호호호~!”

우창은 갑자기 옛날에 인연했던 혜암 스승의 이름이 나오자 잊고 있었던 이름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 시절의 우창은 천지분간(天地分間)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함께 떠올라서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자원이 우창의 모습을 힐끗 보고서는 다시 말을 이었다.

“춘매는 오관에 대해서 배워 본 적이 있어?”

“지나는 말로 들었어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어요. 언니가 설명해 주세요. 깊은 것은 그만두고라도 간단한 것은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봤을 적에 그 사람이 선인(善人)인지 흉인(凶人)인지는 알아볼 수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그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주문이네. 호호호~!”

“그게 어려운 건가요?”

“당연하잖아 어렵고 말고지. 아니, 생각을 해 봐 선인과 흉인은 얼굴에 있을까?”

“얼굴을 보면 드는 느낌이 있잖아요?”

“옳지, 말은 잘하네. 느낌이라고 했어? 느낌이 형상(形象)에 대한 말인가?”

“느낌이 들게 하는 형상이 있잖아요?”

“호호호~!”

갑자기 자원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자 춘매가 오히려 의아했다. 그래서 설명을 해 주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자원이 춘매에게 설명했다.

“생각해봐, 동생이 생각하기에 사기꾼은 선인이야?”

“사기꾼이요? 그럴리가 있나요. 아주 못되도 많이 못된 흉인이죠.”

“왜 사람들은 사기를 당할까?”

“그야 달콤만 말에 넘어가서 그런 거겠죠?”

“말만 달콤하다고 해서 그 말을 믿을까?”

“음..... 그건 아니네요. 그렇다면 왜 속아서 자신이 평생을 피땀으로 벌어서 모아놓은 재산을 탕진하죠?”

“당연히 매우 선한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야.”

“아, 맞다. 사기꾼, 협잡꾼은 모두 멀쩡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상을 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껍데기만 본다는 것을 명약관화(明若觀火)하게 알 수가 있는 거야. 그러니까 동생이 처음부터 내게 말을 한 것은 현실적으로 오랜 수련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체득(體得)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야. 호호호~!”

“아하~! 정말 춘매는 천방지축이 맞아요. 그래도 이렇게 언니가 말씀을 해 주시니까 알아듣기라도 하잖아요. 호호호~!”

“아무렴. 그러니까 심성(心性)을 모양으로 살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만 알아도 모양에 속지 않을 수가 있다는 이야기도 되는 거야. 호호호~!”

“정말이네요. 이렇게 엉터리로 물어도 답은 심오하게 얻을 수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언니.”

“자, 그렇다면 면상(面相)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예, 준비되었어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면상에서는 먼저 무엇을 보는 건가요?”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나, 전혀 모르는 사람도 먼저 인물을 대하면 보게 되는 것은 눈이야.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눈을 공부하면 되겠네.”

“그리고 눈을 공부하는 것은 상(相)에도 눈목(目)자가 있는 것과 무관(無關)하지 않은 거죠?”

“옳지~! 그건 생각지 못했는데 듣고 보니까 그게 또 그렇게 되네. 그런데 나무의 눈이란 무슨 뜻일까?”

“나무는 눈이 있어야 생존할 수가 있어요. 아무리 뿌리가 튼튼해도 눈을 모조리 따버리면 죽게 되죠. 눈에서 잎이 나오고 꽃도 나오는데 그것을 없애버리면 생존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뭇가지를 잘라버리면 제일 먼저 눈부터 만들잖아요.”

“아니, 동생은 나무에 대해서도 관찰을 해 봤구나. 그것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당연히 맞는 말이야. 모양이란 나무의 눈처럼 그것이 어떻게 자랄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그래서 어린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는 말도 생겼겠지? 떡잎이 나오는 곳이 나무의 눈이니까 말이야.”

“맞아요. 뜯어보니까 그렇게 연결이 되네요. 재미있어요. 호호호~!”

“눈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사람의 기운을 볼 수가 있는 곳이 눈이기 때문이야. 물론 눈 목(目)과 눈 안(眼)이 있다면 안(眼)이 본다는 뜻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말이야.”

“아하~! 눈을 의미하는 글자가 두 자였네. 안(眼)과 목(目), 재미있어요. 목(目)에는 아무것도 붙지 않는데, 안(眼)에는 간(艮)이 붙어요. 이건 무슨 뜻이죠? 예전에는 그냥 글자인가보다 했는데 스승님을 만난 후로는 왜 그렇게 생긴 글자인지를 알고 싶어져요. 호호호~!”

“당연히 그래야지. 이목구비(耳目口鼻)는 형태(形態)를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처음으로 상학(相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너무 어려운 것을 가르치면 공부에 체하게 되어서 도망을 가버릴 수도 있으니까 처음에는 살살 구슬려서 쉬운 것부터 가르치는 거지. 그러니까 처음에는 목(目)을 공부하고 다음에 이해가 깊어지면 비로소 안(眼)을 공부하는 것이지.”

“그런데 왜 목(目)에 간(艮)이 붙어 있을까요? 간(艮)은 산(山)을 의미하는 것이잖아요?”

춘매가 이렇게 묻자 자원이 붓을 들어서 간단히 그림을 그렸다.

303 안목

“무슨 그림인지는 이해가 되겠지? 안(眼)은 산이 있는 곳까지만 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무엇인가 가로막히면 그 너머에는 볼 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네. 그리고 산(山)은 눈앞에 있는 모든 사물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

이렇게 말한 지원이 다시 붓을 들어서 글자를 썼다.

303 목산

“이것을 봐, 만약에 간(艮)을 쓰지 않고 산(山)을 썼더라면 뜻은 같지만 느낌으로는 단순하게 산만을 의미하게 된단 말이야. 그렇지만 간(艮)을 씀으로해서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의미하므로 ‘눈으로 보는 것’을 말하게 되는 거야.

“아, 그러니까 간은 산도 되고 사물도 되는 건가요? 벽이 있으면 가로막혀서 볼 수가 없는 것이 눈이잖아요? 소리는 벽을 넘어서도 들리는데 눈은 그렇지가 못하니까요.”

“맞아. 물론 얼굴에 있는 눈을 말하는 것이지, 마음의 눈은 경계에 막히지 않고 자유롭게 어디든지 볼 수가 있으니까. 말하자면 천안통(天眼通)이나 천리안(千里眼)과 같겠지? 보통 ‘안목(眼目)’이라고는 해도 ‘목안(目眼)’이라고는 안 하지? 어떤 사람이 세상을 살피는 통찰력(統察力)이 뛰어나면 안목이 높다고 하고, 그렇지 못하면 낮다고 하는 것도 눈이 보는 경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봐도 되겠네.”

“와우~! 정말 언니의 말씀이 심오하네요. 우선은 외형(外形)부터 설명하여 가르치는 것은 아무리 가르쳐도 모르니까 그렇다는 말씀이죠? 마치 명학을 공부하는데 갑(甲)은 동물(動物)이다. 을(乙)은 식물(植物)이다. 하고 가르친 다음에 이해가 깊어지면 비로소 갑은 서두름이고, 을은 꼼꼼함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말씀이잖아요? 정말 오행을 이만큼이라도 배워두길 참 잘했네요. 비유로 알아들으니까 바로 소화가 되는 것 같아요.”

“맞아,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제일 먼저 눈부터 보는 거야. 눈은 어떻게 형태로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처음에는 눈이 크고 작은 것으로 보면 어떨까요?”

“맞아. 눈이 크면 어떻고 작으면 어떻다고 말하지?”

“뭐, 잘 알지는 못하지만, 눈이 크면 겁이 많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반대로 눈이 작으면 과감하다는 말도 가능한가요?”

“오호~! 그것도 심리분석이라는 것은 알고 말하는 거지?”

“예? 그런가요? 두려움이 있고 없는 것은 마음의 작용이 맞네요. 무심코 말하는 중에도 이러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렇게 지적해 주시니까 비로소 알게 되네요. 공부의 재미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니 좋아할 밖에요. 호호호~!”

“눈이 큰 사람은 왜 그렇게 진화(進化)를 했을까?”

“예? 진화라니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도 생각해야 하나요?”

“눈이 그렇게 생긴 것이 그 사람의 심리가 그래서일까? 아니면 조상 대대로 그러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야 생긴 모습은 모두 달라도 얼마간의 형태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니까 과연 언니의 말씀이 옳다고 하겠네요. 그렇다면 눈이 작은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진화하게 된 조상이었을까요?”

“아마도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 아니었을까?”

“아, 맞아요. 바람이 심하게 불면 눈을 크게 뜰 수가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먼지와 모래알이 눈으로 들어갈 테니까요. 말이 되는걸요.”

“주로 북방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겠지? 고비사막의 거센 모래바람이 몰아치는데 눈이 커봐야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니까 자꾸만 작아지게 된 것이고, 그래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눈은 그렇게 진화를 한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맞아요. 이해가 되네요.”

“그렇다면 그들은 열악(劣惡)한 환경에서 살아왔을 테니 성품은 강인할까? 아니면 유약할까?”

“그야 당연히 독수리처럼 강인하겠어요. 모진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틀림없이 전사처럼 강하겠는걸요.”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은 웬만한 두려움에는 끄떡이나 할까?”

“당연히 끄떡도 하지 않겠네요.”

“자, 생각해 볼까? 눈이 작으면 겁이 없다는 말.”

“예? 아, 그렇게 해서 답을 찾아가는 건가요? 와우~! 감탄, 또 감탄이에요~!”

자원은 춘매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설명했다.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 보면, 눈이 작은 것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고, 마음에 두려움이 없는 것도 그와 연결이 되어서 이해를 할 수가 있는 거야.”

“정말 재미있어요.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오행공부는 집어치우고 차라리 상술이나 배울까 봐요. 명학보다 훨씬 재미있잖아요? 호호호~!”

“그야 무엇을 배우더라도 모두가 진리로 다가가는 도구가 되니까 무슨 상관이 있겠어.”

“아니에요. 농담이죠. 호호호~!”

“동생은 농담일지 몰라도 나는 진담이야. 왜냐면 맘에 드는 공부를 발견했으면서도 스승과의 의리로 인해서 그것을 버린다면 그것도 또한 환경에 자아(自我)가 굴복(屈伏)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자원이 정색(正色)하고 말하자 춘매가 머쓱해졌다. 웃자고 한 말인데 그런 기회조차도 가르침으로 채워버리는 깐깐함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죄송해요. 언니의 의도를 잘 이해했어요. 언제라도 맘에 드는 학문을 만나면 즉시로 뒤도 안 돌아다보고 한달음에 뛰어갈게요. 호호호~!”

“당연히 그래야지. 남자는 눈이 작은 것이 허물이 되지 않지만, 여인은 눈이 커야 미인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어?”

“그렇다면 여인은 풍파를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라서 눈이 작을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여인의 눈이 크면 남정네들이 그 눈에 풍덩 빠져버리기 때문이야. 호호호~!”

“예? 정말요?”

“정말은 무슨. 남자로 하여금 겁에 질린 토끼 눈을 한 여인을 보게 되면 보호(保護)하고자 하는 본능(本能)이 움직이게 되어서 지켜주려는 마음을 얻게 되는 까닭이겠지. 호호호~!”

“맞아요. 여인이 너무 당당하면 남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벌레를 보고서 소스라치게 놀라야 여인답다고 한다나요? 호호호~!”

“맞아~! 그래서 눈의 대소(大小)가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게 되는 거야. 더 설명이 필요할까?”

“아니에요. 이미 잘 이해했어요. 눈의 크기로 성품의 강인(强忍)함과 유약(柔弱)함을 읽을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눈이 크고 작은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공부를 했잖아요? 그럼 또 눈에 대해서 뭘 알아야 하죠?”

“큰지 작은지를 알고 나면 다음은 눈동자를 봐야지. 검어야 할 곳은 검게 보이고, 희게 보여야 할 곳은 희게 보이면 그것이 바로 길상(吉相)이야.”

“아, 눈의 흰자위가 붉게 된 사람은 왠지 마음이 불안정해 보이고, 흰 사람은 선량해 보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 언니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바로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흔하지는 않으나 눈동자가 아래에 위치하여 삼백안(三白眼)이 되거나, 반대로 위로 항해서 삼백안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눈을 보면 느낌이 어떨까?”

“어머~! 그런 경우도 있어요? 왠지 섬뜩할 것으로 느껴져요.”

“다만, 명상할 경우는 눈동자가 위로 모이게 되어서 아래로 삼백안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대화를 하면서 삼백안인 경우라면 아무래도 다시 살펴보는 것이 좋겠지?”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사백안(四白眼)도 있어요?”

“상서(相書)에는 그런 눈도 있다고 나오지만 실제로 보기는 쉽지 않겠지? 다만 그러한 눈을 본다면 느낌은 아무래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맞아요. 섬뜩하겠어요. 그런데 상서는 어떤 것이 있어요?”

“응, 상서라면 『마의상서(麻衣相書)』나 『달마일장금(達磨一掌金)』이 대표적이라고 하겠고, 『신상전편(神相全篇)』은 상학(相學)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가 있을 거야. 물론 나도 대부분 이름만 들었지 자세한 내용은 몰라.”

“상학에 관심이 있으면 그런 책자를 구해서 공부하면 된단 말씀이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다음에는 눈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죠?”

“눈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중요한 것은 안광(眼光)이겠지?”

“아, 눈빛을 말씀하시는 거죠?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으나 그것이야말로 사람을 만나면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느낌을 말로 한다는 것이 어렵잖아요.”

“맞아. 그래서 그것은 나중에 면상에 대해서 거의 다 마무리가 된 다음에 다시 거론하는 거야. 왼쪽의 눈은 일광보살(日光菩薩)이고, 오른쪽의 눈은 월광보살(月光菩薩)이라고도 하지. 그러니까 눈에서는 광채(光彩)가 나는 것이 좋은데, 그 광채가 쏘는 듯한 광채가 아니라 깊은 호수와 같은 느낌이 드는 눈이라면 가장 좋은 상등(上等)이라고 했어.”

“언니의 말씀을 들어봐서는 이미 상술에 대해서도 상당한 경지에 도달하신 것으로 보여요. 그런 거죠?”

“아니야. 약간의 귀동냥에 불과하지. 호호호~!”

“눈동자가 자꾸 움직이고 깜빡거리거나 곁눈질을 하면 느낌이 안 좋아요. 그건 왜 그럴까요?”

“그것도 안상(眼相)에서는 좋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으로 분류하지. 그러니까 마음이 들떠있거나, 진실을 숨기려고 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 까닭이야. 그러한 습관이 있다면 명상을 통해서 눈동자에 바위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급하다고 하겠고, 마음이 안정되면 눈동자도 자연스럽게 안정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눈의 크고 작은 것은 타고난 것이라서 어쩔 수가 없지만 그러한 태도(態度)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고칠 수가 있어.”

“언니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상술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곳이 눈이고, 맨 나중에도 알아야 할 것이 눈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그러니까 눈은 시작이자 끝이네요? 상술은 눈에서 시작해서 눈에서 끝난다고 해도 될까요?”

“동생이 정말 멋진 말을 했어. 정확하게 핵심을 짚었네. 바로 그거야. 그래서 상학(相學)을 공부하는 사람도 항상 눈에 대해서는 어렵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되는 거야.”

“예전에 관상을 보는 손님을 만났던 적이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눈이 봉황의 눈이라거나, 코끼리의 눈이라고도 하고, 원숭이의 눈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것은 어떻게 구분하는 거죠? 정말 어려워요.”

“그야 깊이 들어가게 되면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러한 것도 사주의 간지가 조합되는 것에 따라서 살펴볼 수가 있듯이 구분을 하겠지만 우리가 그것까지 살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어때?”

“아하~! 이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서 또 너무 깊이 들어갔어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될 것인데 말이에요. 호호호~!”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눈빛을 보고서 느낌에서 맑다고 느끼거나 순수하다고 느끼면 그 사람은 아무래도 선인(善人)이 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사기꾼이 있다는 것은 염두(念頭)에 담아 둬야 하겠지만 말이야.”

“언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다만 원숭이 눈을 떠올린다고 해서 그 사람의 심성도 원숭이 같다고 단정하면 안 되는 거죠?”

“정말 동생은 나보다 더 깨닫는 것이 빠르다니까. 놀라워. 호호호~!”

“이렇게 잘 가르쳐 주시는데도 모르면 안 되죠. 호호호~!”

두 여인의 유쾌한 안상(眼相)에 대한 문답은 모든 사람에게 미소를 짓게 했다. 그리고 중간에서 더 물어볼 것도 없이 춘매가 가려운 곳을 잘도 긁어주는 바람에 염재와 안산도 자원의 설명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이렇게 눈에 대해서 대략을 설명한 자원이 둘러보면서 말했다.

“동생, 눈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정리해도 되지 않을까?”

“맞아요. 다음에는 코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요. 그렇잖아요. 눈과 코의 관계에 대해서도 궁금했어요. 어서 비상(鼻相)도 설명해 주세요.”

“코의 상이라... 그러지 뭐. 내친 걸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