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 제28장. 오행원/ 10.명술(命術)의 종류(種類)

작성일
2021-04-20 03:24
조회
925

[299] 제28장. 오행원(五行院) 


10. 명술(命術)의 종류(種類)


========================

춘매는 그래도 나름대로 가장 잘 알고 있는 명술(命術)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자 은근히 흥분되어서 다시 자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명술이라고 하고 보니까 왜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죠? 명술보다 명학(命學)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에도 이유가 있을까요?”

춘매가 이렇게 묻자 자원도 웃으면서 말했다.

“그야 싸부님 탓이지. 항상 명학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명리학(命理學)이라고 하니까. 심지어는 자평명리학(子平命理學)이라고까지 하잖아? 그러니 명술이라는 말을 들어 볼 틈도 없었으니까 생소한 것이겠지. 호호호~!”

“아, 맞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못 들어 봐서 그랬구나. 호호호~!”

“그렇긴 하지만, 명술(命術)은 자평법을 포함해서 그 종류도 쌓아온 세월만큼이나 다양하니까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것으로 살펴본다면 또한 해롭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

“맞아요. 실로 자평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지만 그 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뭐, 관심이 있느냐고 한다면 지금 당면한 공부에 대해서도 벅차니까 그럴 마음도 없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에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나쁘지 않겠어요. 물론 이렇게 언니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갑자기 궁금하기도 해요. 호호호~!”

춘매의 말에 자원이 명술을 설명했다.

“명학(命學)에는 점술(占術)도 포함이 된다고 봐야지. 결국은 인간의 삶을 영위하면서 겪게 될 일 들을 연구하고 판단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다만 오술(五術)로 말을 한다면, 복술(卜術)이 따로 분류되어 있으니까 명술은 단지 사람이 태어나면서 주어진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의 간지(干支)로 풀이하는 것으로 제한(制限)하게 된다는 것도 이해하면 좋겠네.”

“아, 뜻이 다르네요? 학(學)은 더 넓고, 술(術)은 다소 전문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도 된단 말이죠?”

“맞아, 학(學)은 대해(大海)와 같다면, 술(術)은 강하(江河)와 같다고 비유를 할 수도 있겠네. 또 학이 강하라면, 술은 강하에 도달하기 전의 계천(溪川)이라고 할 수가 있어.”

“잘 알았어요. 그렇다면 명학은 평생 공부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니까, 지금은 명술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견문(見聞)은 넓을수록 좋겠죠? 호호호~!”

“아무렴. 동생의 학문에 대한 욕심은 알아줘야 하겠네. 호호~!”

자원은 춘매가 자꾸 하나라도 더 알고자 하여 파고드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정감이 더욱 커졌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서 말을 이어갔다.

“명술이 오술의 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적어도 출생한 날과 시간이 명백하게 되면서라고 봐도 될 거야. 그러니까 산술(山術)이나 의술(醫術)에 비해 훨씬 나중이라고 봐도 되겠네.”

“아하, 그런 것도 생각해 볼 수가 있는 것이었네요. 같이 있으면 모두 같은 시기에 생겨났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죠.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호호호~!”

“아마도 오술 중에서 가장 늦게 자리를 잡았다고 봐도 될 거야. 가장 오래 된 명술(命術)이라면 아무래도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살았다는 낙록자(珞琭子) 라는 분의 『三命消息賦(삼명소식부)』를 말할 수가 있겠지.”

 

299 낙녹자[참고자료: 낙녹자삼명소식부]


 

“내용은 몰라도 이름이 삼명(三命)인 것으로 봐서 명술(命術)이 틀림없겠네요. 호호호~!”

“맞아, 특히 오랜 옛날에 나타난 까닭인지 몰라도 생시(生時)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어. 이렇게 그 내용을 봐서 학문의 발전에 대한 시기를 유추(類推)해 보기도 하는 거야. 그러자니까 역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면 좋다고 하는 거지.”

“무엇을 공부하더라도 역사는 알아야 하겠어요. 그러니까 삼명소식부는 자평명리학이라고 하기 어려운 거예요?”

“동생은 자평명리학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해?”

“스승님께 들은 바로는 ‘일간(日干)을 위주(爲主)로 하고, 오행(五行)의 균형(均衡)을 살피는 것’이라고 기억나는걸요.”

“맞아, 잘 기억하고 있네. 비록 시주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간을 중심으로 풀이를 한다면 그것은 자평의 원류(源流)라고 봐야겠지. 물론 자평은 그로부터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에 정립(定立)이 되었을 테니까.”

“와~! 언니의 말을 듣다가 보니까 참으로 아는 것도 많으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유식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존경스러워요.”

“자평법과 견줄 만한 명술로는 紫微斗數(자미두수)가 있어. 이것은 진희이(陳希夷)라는 분이 송대(宋代)에 창안한 것이라고 전해지는데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천상(天上)의 별자리를 바탕에 두고 있으니까 천문(天文)의 명술(命術)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다만, 자미두수를 연구하는 학자는 항상 자평명리학도 겸해서 참고하는 것으로 봐서 상호보완(相互補完)으로 구성이 된 것으로 생각해.”

 

299 자미두수[참고자료: 자미두수]


“아니, 언니는 자미두수에 대해서는 연구해 보지 않았어요?”

“응, 실로 자평법을 공부한 후로 다른 명학에 대해서는 관심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아예 잊어버리게 되었네. 호호호~!”

“그건 왜죠? 다른 명학에 비해서 자평학이 뛰어나서인가요? 스승님도 자평학만 연구하시잖아요?”

“이론적으로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겠지? 그건 너무 속이 보이잖아? 아전인수(我田引水)라고 할 수도 있고 말이야. 호호호~!”

“그런가요? 저는 그냥 제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정리를 해 버리는데 언니는 배려심이 많으시네요. 공부가 깊으면 그렇게 되나요? 아니면 천성이 그러신 건가요? 그것도 궁금해요. 호호호~!”

“천성도 있겠지만 세상을 살면서 이리 치고 저리 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되는 면도 없지 않을 거야.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공부하다가 보면 어떤 학문이라도 일고(一顧)의 가치는 충분하더라는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봐도 될 거야.”

“아하~! 흡사 백전노장(百戰老將)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 같아요. 무슨 공부든 마음으로 분별하여 단정하지 말고 열린 생각으로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는 말씀이잖아요? 언니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저는 어린아이처럼 느껴져요. 호호호~!”

춘매는 점점 커져 보이는 자원을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우창이 한마디 거들었다.

“자원의 생각이야말로 학자의 기준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최고의 학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치를 보게 되어야만 갖게 되는 마음일 거야. 다만 이 점에 대해서는 나도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군. 내가 좋은 것만 파고 들어가는 천성으로 인해서 폭넓은 공부에는 관심이 적으니 자연 관심도 내가 좋은 것에만 집중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네. 하하~!”

우창의 말에 자원이 답했다.

“그야 싸부님의 특성인 것을 어떡해요. 중요한 것은 생긴 대로 살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깊이 파는 학자도 있고, 넓게 닦는 학자도 있으니 그것도 음양이겠죠?”

“맞아, 그래서 이렇게 오술을 거론할 적에는 자원의 설명을 듣는 것이 제격이라는 말이 되네. 어서 계속해서 이야기해 봐. 나도 배우는 것이 많군. 깊이 파지도 못하면서 주변을 살피는 능력마저도 떨어지니 참 큰일이로군. 하하하~!”

그러자 춘매가 그 말을 받았다.

“스승님의 공부는 오로지 자평법이잖아요? 그리고 당연히 저도 평생을 연구하려고 작정하고 있어요. 다만 오늘은 언니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요. 어서 이야기를 해 주세요. 명술의 오행도 가능하면 설명해 주시고요. 호호호~!”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우창과 자원을 번갈아 보면서 말하는 춘매를 사랑스럽게 바라본 자원이 설명했다.

“명술의 오행이라..... 그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걸. 무엇보다도 워낙 이 분야는 폭이 넓고 또 깊어서 한 번 빠지면 싸부님처럼 되기가 십상이라서 오히려 분류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거야. 그 말은 나도 잘 모른다는 고백이기도 하고 말이야. 호호호~!”

“언니, 잘 말씀하시다가 왜 그러세요? 여태 말씀해 주신 만큼만 해 주세요. 너무 깊은 이야기는 하지 말고요. 그러면 제 머리는 지진이 일어난단 말이에요. 가볍게 이해할 만큼만 설명해 주세요.”

“알았어. 어차피 내가 아는 것도 그 정도를 넘을 수가 없으니까. 호호호~!”

“우선 명술을 크게 몇 가지로나 거론할 수가 있을까요?”

“크게 나눈다면.... 아니, 나눈다기보다도 대체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철판신수(鐵板神數), 하락이수(河洛理數)는 수리학(數理學)으로 바라본 명술(命術)이 있다고 하겠네.”

“와~! 이름만 들어봐도 신기해요. 철판신수는 마치 요리 이름처럼 들리기도 해요. 그러한 학문들은 또 어떻게 운명을 풀이하는지 궁금해요. 어서 설명해 주세요.”

“우선 철판(鐵板)을 말한다면, 전문가를 딱 두 번 만났던 적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사람에게 철판신수로 풀이를 해 달라고 물었는데 그는 철판을 말하지 않고 자미두수(紫微斗數)로 풀이를 하는 거야. 그래서 철판에 대해서 듣고 싶다고 했더니. 철판은 책만 존재하고 전수받은 사람은 없다는 거야. 그래서 실제로 자유롭게 운용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만 자신이 전수받지 못한 것을 일반화(一般化)해서 누구나 그렇다고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

“그거 무슨 말이에요? 책은 있는데 전해준 사람은 없다는 말인가요? 그럼 어떻게 그것을 공부하고 또 실제의 상황에 적용을 시킬 수가 있죠?”

“그것은 말하자면, 해석되지 않는 채로 땅속에 묻혀있던 고비(古碑)를 발견한 셈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는 철판에 대해서 깊이 알겠지 싶었는데 만족스러운 답은 얻지 못했어.”

“또 한 사람은요? 두 사람을 만났었다고 했잖아요?”

“또 한 사람은 노인이셨는데 그는 맹인(盲人)이었어. 혹시 맹인끼리 전해주고 전해 받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찾아갔었지.”

“장님인데 철판을 하셨다니 그것도 신기해요. 이번에는 훨씬 나은 답을 얻으셨나요?”

“철판에서는 사주의 연월일시를 숫자로 바꿔서 계산한 다음에 미리 답이 적힌 항목을 읽어야 하는데, 그가 글자를 읽을 수가 없으니까, 몇 번을 읽어보라고 하더라. 그것이 당신의 운명이라고 하면서 몇 가지를 알려줬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았어. 그래서 흥미도 사라지고 말았지.”

“전인(傳人)이 끊어졌다는 것이 이해가 되네요. 그렇게 해서 역사 속으로 묻히고 말게 되는 학문이 어디 한둘이겠나 싶어요. 간단하게나마 어떻게 풀이하는지 들려주실 수는 있으세요?”

“가령, 「3310」편을 보면, ‘자매칠인동부부동모(姊妹七人同父不同母)’라고 되어 있기도 하지. 문득 생각이 나네.”

 

299 철판신수[참고자료: 철판신수]


“그러니까 찾아봐야만 되겠네요. 숫자로 된 풀이는 얼마나 되는 건가요?”

“응, 1001부터 13000까지 있었던 것 같아. 그러니까 12,000가지의 조례(條例)가 있다는 말이지? 이름도 신기하고 해서 배워보려고 관심을 가져 봤는데, 숫자를 찾아내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또 난해하기조차 해서 포기하고 말았지. 호호호~!”

“그런데 3310조(條)의 내용은 무슨 뜻이에요? 자매가 일곱인데, 부친은 같으나 모친이 모두 다르다는 말인가요?”

“응, 맞아. 내용이 재미있어서 기억해 뒀었나 보네. 호호호~!”

“그러니까 부친의 아내가 일곱이 있는데 각 아내마다 모두 딸을 하나씩 낳게 된다는 말인가요?”

“그렇겠지?”

“음.... 신기한 답이기는 하네요. 그런데 그것이 이 사람의 운명에 어떤 영향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 괘는 반드시 여자가 물었을 적에 나와야 하겠네요? 이야기는 재미 있지만 현실적인 면에서는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동생도 참 호기심이 넘치는구나. 호호호~!”

“그야 처음 듣는 말이라서 신기하잖아요. 그런데 쓸모가 없어 보이는걸요. 이렇게 답을 해 주면, 물어봤던 여인이 그러겠어요. ‘누가 물어봤어요?’라고 말이죠. 좀 황당하기도 하고요. 왜 전인이 없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아요. 호호호~!”

“아무래도 좀 그렇지?”

“다른 것은 또 어떤 것이 있어요?”

“아마도 많이 유행하는 명술로는 자미두수(紫微斗數)도 생각해 볼 수가 있겠지. 그런데 이름은 수(數)가 붙어있지만 실제로 숫자를 사용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그러니까 이름과 내용은 다소 다르다고 봐야겠네.”

“자미(紫微)는 별자리 이름이잖아요? 자미성(紫微星)이 떠올라요.”

“맞아, 주요한 이름들을 보면 두수(斗數)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이 천문명리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이름들이 있어.”

“주요한 이름들만 말씀해 주세요.”

“대표적이라고 하는 이름에는, 자미(紫微), 천기(天機), 태양(太陽), 무곡(武曲), 천동(天同), 염정(廉貞), 천부(天府), 태음(太陰), 탐랑(貪狼), 거문(巨門), 천상(天相), 천량(天梁), 칠살(七殺), 파군(破軍) 등의 이름이 있는데, 천문(天文)을 연구한 학자가 창안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

“그러면 자미두수는 누가 정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나요?”

“전해지는 말로는 진희이(陳希夷) 선생이라고 하는데 강호에서는 마의도인(麻衣道人)으로 알려진 사람인데, 실제로 진씨가 창안했는지, 아니면 누군가 창안해서 그 이름을 빌려서 가탁(假託)했는지는 알 수가 없어.”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락이수(河洛理數)는 또 뭐에요? 하락(河洛)은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에서 나온 말인가요?”

 

299 하락이수[참고자료: 하락이수]


 “옳지, 동생의 눈썰미도 상당하네. 호호호~!”

“이름만으로는 왠지 역경(易經)의 느낌도 나잖아요?”

“실제로도 역경의 이치로 연월일시를 풀이하는 거야. 그리고 철판신수나 자미두수보다는 간결하게 적용할 수도 있을 거야. 가끔은 신기한 구절도 나온다고 하던데, 나는 깊이 연구할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이름만 기억하고 있다고 봐야 할 거야.”

“그래도 언니의 기억력은 대단하세요. 이렇게 말을 해 주실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마음에 새겨뒀었다는 의미도 되잖아요?”

“그런가? 여기저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도 되니까 그것도 학자에게는 칭찬이라고 볼 수 없겠는걸. 호호호~!”

“그래도 자평법은 정통(精通)하고 계시잖아요. 할 것은 다 하시면서 주변까지 알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것이죠. 그 외에는 또 어떤 것이 있어요?”

“아마도 기문둔갑(奇門遁甲)을 빼놓으면 서운타고 하겠지?”

“기문은 모르겠지만 둔갑은 알아요. 변신술(變身術)이나, 장신술(藏身術)이잖아요? 그것으로 운명을 판단하다니 이해가 안 돼요.”

“그런가? 그런 둔갑도 있다지만 기문의 둔갑은 간지의 글자를 둔갑시키는 것이니까 둔갑이기는 하네. 호호호~!”

“깊은 이치는 묻지 않을 테니까 기문둔갑에 대해서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그래도 대략 무슨 내용인지는 궁금해요.”

“기문둔갑은 1080가지의 구성반(九星盤)이 네 벌이 있어. 철판이 1만2천여 가지라고 한다면 그보다는 훨씬 적긴 하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지?”

 

299 기문둔갑[참고자료: 기문둔갑]


“그러면 4천여 가지가 된다는 말이네요? 네 벌이라는 것은 아마도 연월일시에서 나온 것인가 싶은데 맞아요?”

“동생의 눈치가 절에 가서 젓국을 얻어먹을 수준은 되네. 호호호~!”

“칭찬인 거죠? 호호호~!”

“물론이지. 기문둔갑은 고래로 유명해서 기을임(奇乙壬)이라고 하는 말로도 불리고 있지. 물론 그만큼 난해(難解)한 학문이라는 뜻도 있긴 하지만.”

“기을임이라뇨? 여기에서 맨 앞의 기는 기문둔갑(奇門遁甲)이라는 말이겠고, 그렇다면 을(乙)은 뭐고, 임(壬)은 뭐죠?”

“을(乙)은 태을수(太乙數)를 말하고, 임(壬)은 육임신과(六壬神課)를 말하는데, 나도 이름만 들었지 실제로 어떤 원리로 운용하는지는 잘 몰라.”

“그럴 리가 없어요. 언니의 해박한 지식으로 본다면 그래도 대략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믿어요. 그나저나 참으로 종류가 많기는 하네요. 근데 왜 기문(奇門)이에요? 기이한 문이라는 뜻인가요?”

“응, 기문에는 삼기(三奇)가 있는데, 을병정(乙丙丁)을 말해.”

“와우~! 아는 글자가 나왔다~! 반가워요. 호호호~!”

“글자는 같아도 의미는 사뭇 달라. 그래서 글자만 보고 지레짐작을 하면 혼란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내용이 중요한 거야.”

“그렇구나. 그러니까 삼기라는 것은 을기(乙奇), 병기(丙奇), 정기(丁奇)를 말한다는 거죠?”

“맞아. 그 말이야.”

“그럼 무기, 기기, 경기, 신기, 임기, 계기도 있나요?”

“없어.”

“그래요? 갑기(甲奇)는요?”

“호호호~! 궁금한 것이 참 많기도 하네. 호호호~!”

춘매의 열정이 재미있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춘매는 그래도 궁금한 것이 산처럼 쌓였는지 궁금한 것을 물어야만 했다.

“갑(甲)은 둔갑(遁甲)이잖아. 그러니까 없지. 대신에 삼기가 갑을 보호하는 거야.”

“예? 점점 알 수가 없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각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뜻인가요?”

“맞아, 갑은 황제(黃帝)격이지. 그러니까 을병정(乙丙丁)은 갑(甲)을 보호하는 책무(責務)를 맡게 되는 거야.”

“갑을 어떻게 보호하죠?”

“경(庚)으로부터지.”

“예? 경은 갑의 편관(偏官)이잖아요? 아하, 갑이 황제라고 한다면 경은 역적의 수괴(首魁)가 된다는 뜻인가요?”

“옳지, 이제 조금 이해가 되는가 보구나. 호호호~!”

춘매는 자원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삼기는 모두 갑을 보호하는 수호자들이란 말이죠? 을(乙)은 을경합(乙庚合)으로 갑을 보호하고, 병(丙)은 화극금(火剋金)으로 갑을 보호하고, 정(丁)도 화극금(火剋金)으로 갑을 보호하네요. 그런데 무기(戊己)는 경을 보호하니 갑에게는 해를 끼치고, 신(辛)도 금극목(金剋木)이니 해롭고, 임계(壬癸)는 오히려 금생수(金生水)를 하는데 왜 삼기에 포함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이구, 그만해~! 나도 몰라. 호호호~!”

“명술이 광범위(廣範圍)하다는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어느 것이든 하나만 잡고 늘어져도 일생이 부족할 것이라는 느낌이 팍팍 들어요. 그래서 스승님은 하나만 파고 들어가시는 것이고, 어쩌면 그것이 맞지 싶어요. 하나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열 가지 스무 가지를 하려다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언니,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 괴롭혀 드린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요. 이해해 주세요. 호호호~!”

“물론이지. 이해하고말고. 이쯤에서 넘어가 주려고? 고맙게. 호호호~!”

“넘어가지 않으면 제가 돌아버릴 것만 같아요. 점점 알 수가 없는 말들이 튀어나오니까 어서 정리하는 것이 상책이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어서요. 호호호~!”

“잘 생각했어. 나도 동생이 더 물으면 어쩌나 싶었던 참이거든. 호호호~!”

이렇게 정리를 하는 분위기가 되자 우창이 한마디 했다.

“아니, 자원은 언제 그런 것을 다 들여다봤어? 예전에도 관심이 넓기는 했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것들인데도 그 정도로 이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네.”

“그야 뭐, 노산에 살면서 임싸부를 귀찮게 한 결과죠. 물론 별로 얻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동생같이 궁금증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요만큼이라도 할 말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네요. 호호호~!”

“당연하지. 배워놓으면 또 그에 상응하는 쓸모가 생기는 법이니까. 오늘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 다음에는 복술(卜術)에 대해서 설명할 참인가?”

“명술(命術)도 어려웠거늘 복술을 설명하려니까 더욱 아득해집니다. 호호호~!”

자원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이미 복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설명을 해 주려는 마음으로 대략적인 정리는 끝냈다. 그리고서 춘매를 향해서 말을 꺼냈다.

“동생은 복술(卜術)에 대해서 아는 것도 있겠지?”

춘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말했다.

“아뇨~!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왜 그래~! 단시점도 잘 알면서, 파리괘 말이야. 호호호~!”

춘매는 자원의 파리괘에 대한 말을 듣고서야 자신도 복술에 대해서 한 가지는 알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아하~! 그것도 복술이었구나. 그렇다면 한가지는 알고 있어요. 호호호~!”

“그봐. 호호호~!”

“그래도 지금 언니가 말씀해 주시려는 것은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잖아요? 훨씬 깊이가 있는 복술에 대해서 알고 싶단 말이에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그래 봐야겠지?”

“참, 시장하시죠? 뭘 좀 만들어 볼까요?”

“내 말이~! 호호호~!”

“제가 눈치가 있다는 것은 취소해 주세요. 호호호~!

이렇게 말을 하고는 얼른 나가서 먹을거리를 만들어놓고는 모두를 불렀다. 이제 오행원의 공간이 넓어서 식사할 공간을 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맛있는 밥을 먹고는 각자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 다시 춘매의 성화로 자리에 앉았다. 춘매는 그사이에 쉬지도 않고 차를 만들어서 모두에게 따라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