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제28장. 오행원/ 11.복(卜)과 점(占)의 차이

작성일
2021-04-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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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제28장. 오행원(五行院) 


11. 복(卜)과 점(占)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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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매가 정성으로 따라주는 차를 마시면서 잠시 즐거움을 느끼느라고 침묵이 흘렀다. 이렇게 먹고 마시면서 학문을 연마하는 것이 지락(至樂)인 줄로 알고 있는 네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공부판을 벌이려는데 마침 밖에서 말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어~! 염재가 왔나 보다. 마침 잘 왔네.”

그렇게 말을 하고는 나가서 막 도착한 염재를 데리고 들어왔다. 염재는 맡은 일이 끝나는 대로 마음이 콩밭에 있었던지라 부랴부랴 오느라고 관복(官服)도 입은 채로 왔던 모양이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스승님 안녕하셨습니까? 염재 문안 여쭙습니다. 엄무가 많아서 이제야 겨우 시간이 나기에 서둘러서 왔습니다. 염재가 없는 사이에도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시고 있을까 싶은 생각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잘 오셨네. 이리 앉아서 차부터 한 잔 드시게.”

우창도 반가움에 자리를 권했고, 그래서 인사들을 나누느라고 부산했다. 잠시 후 다시 고요해진 분위기에서 모두의 눈이 자원을 향했다. 염재도 무슨 까닭인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의 눈길만 따라서 자연스레 자원에게로 향하게 되었다. 춘매가 염재를 위해서 정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염재, 지금 오술에 대해서 언니의 강의를 듣고 있었던 중이야. 특히 복술(卜術)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잘 왔어. 호호호~!”

그러자 염재가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어쩐지, 서둘러서 오지 않으면 뭔가 큰 손해가 발생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랬더니 이와 같은 말씀들을 나누고 계셨네요. 그런데 오술이 무엇입니까?”

춘매가 얼른 답했다.

“오술은, 풍수지리(風水地理)의 산술(山術), 만병통치(萬病通治)의 의술, 팔자운명(八字運命)의 명술(命術), 그리고 지금 공부할 신통방통(神通旁通)의 복술(卜術)이야. 또 하나는 상술(相術)이라는데 아직 설명을 듣지 않았으니까 나도 모르지.”

그러자 염재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저런, 그렇다면 안타깝게도 저는 세 가지나 듣지 못했습니다. ”

춘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말아 내가 잘 배웠으니까 다음에 말해 줄게. 호호호~!”

“참 다행입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럼 자원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傾聽)하겠습니다. 상식이 부족해서 알아듣기나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걱정 안 하셔도 돼. 언니가 딱 우리 수준에 맞게 설명해 줄 테니까. 그렇죠? 호호호~!”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호호~!”

이렇게 말을 마친 자원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모두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 잠시 기다렸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자원이 말을 꺼냈다.

“사실, 복술(卜術)은 그 영역이 가장 넓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세월도 오래되었고, 그만큼의 종류도 다양하다고 봐야겠네. 어쩌면 오술의 최초 시작도 복술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러자 춘매가 이해가 되었는지 말했다.

“어쩐지, 복술에 대해서 언니가 말씀하시니까 대략 느낌이 전해져요. 가볍게 오술에 대한 의미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까 그게 또 간단치가 않아서 너무 재미있어요. 호호호~!”

문득 생각에 잠겼던 자원이 우창에게 물었다.

“싸부, 기록이 된 최초의 복술은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그리고 누가 복술을 운용하게 되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 주세요.”

“아, 그럴까? 나도 제대로 알지는 못하겠으나 은허(殷墟)에서 출토(出土)된 갑골문(甲骨文)의 내용을 정리한 글을 보면, 이미 활발하게 점괘를 사용했던 흔적이 남아있었다는 것은 알지. 참, 여기에 대해서는 염재가 나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니 어디 들어보지. 어떻게 알고 있나?”

빙빙 돌아서 염재에게 돌아간 질문에 잠시 생각한 염재가 설명했다.

“최조의 복술은 제자도 알 수가 없지만, 일전에 말씀을 드린대로[267편참고] 역경(易經)의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그것을 운영한 사람은 일반인이 아니라 왕후(王侯)였을 것도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일반 사람들도 복술을 사용했을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일반인들의 기록은 남아있는 것이 없으므로 확인을 할 수가 없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 궁금한 것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마음이야 왕가(王家)나 민가(民家)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미뤄서 짐작을 해 볼 따름입니다.”

“오호~! 염재의 사유(思惟)가 매우 합리적이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틀림없을 거야. 그만큼 아득한 세월을 머금고 누적된 경험으로 발전하게 된 복술의 영역이니 넓고도 깊은 학문이 되었을 것은 당연하겠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춘매가 우창을 향해서 말했다.

“참, 스승님 왜 오술에서는 복술(卜術)이라고 하는 걸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말을 할 적에는 점술(占術)이라거나 점괘(占卦)라고 하잖아요? 점술과 복술에 무슨 차이가 있어요? 그렇다면 오술에서도 복술은 점술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러자 안산도 자신이 궁금했던 차에 춘매가 물어주자 한마디 거들었다.

“맞습니다. 마침 제자도 그 점이 궁금했었는데 사매께서 잘 말씀하셨네요. 왜 점술이 아니고 복술인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두 사람이 궁금해하는데 이번에는 자원에게 떠넘기기도 곤란해서 우창이 설명하기로 했다. 우창은 붓을 들어서 글자를 두 자 썼다.

300 점복

“춘매가 보기에 복(卜)과 점(占)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되나?”

“제가 보기에 입구(口)가 있고 없고의 차이네요. 그렇다면 옛날에는 복술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점술이라고 하게 된 것일까요? 오술은 복술에서 점술로 바뀌기 전에 붙여진 이름이어서 그대로 복술로 전해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호~! 그것도 일리가 있네. 역시 춘매의 생기발랄한 사유법이 맘에 든단 말이야. 하하하~!”

우창이 칭찬을 하자 춘매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사양하는 것도 어색하고 수용하기는 더욱 민망한 까닭이었다. 미소만 짓고 우창의 다음 설명을 기다리자 우창이 말을 이었다.

“우선, 복(卜)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까? 이 글자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어디 염재가 설명해 볼 텐가?”

염재는 이야기에 빠져있다가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우창이 묻는 이유를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제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곤(丨)은 하늘에서 내려온 계시(啓示)를 의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주(丶)는 그 계시를 받는다는 뜻으로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자신이 없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듣겠습니다.”

염재의 말에 춘매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짝짝짝~~!!’

“역시 멋져~!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난 죽었다 깨어난다고 해도 그렇게 멋진 생각은 할 수가 없을 거야. 호호호~!”

그러자 자원도 한마디 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계시라고 하니까 생각이 나네. 무당(巫堂)이 집 앞에 세워놓은 대나무 장대 말이야. 대나무 장대야말로 곤(丨)과 다를 바가 없잖아? 그래서 목(木)은 하늘에서 내려온 계시를 받는 곳이라서 목신(木神)으로 사당(祠堂)에서 모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하늘을 향해서 뻗어 올라간 거목(巨木)과 복(卜)의 곤(丨)이 어쩌면 그렇게 닮았을까 싶어서 깜짝 놀랐지 뭐야. 호호~!”

우창이 자원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빙그레 웃고는 말했다.

“자원은 또 염재의 이야기에 숟가락을 얹어서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재주가 발휘되는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어디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우창이 감동하는 모습을 하자 모두 즐거운 마음이 되었다. 잠시 후 우창이 설명이 이어졌다.

“내 생각에는 염재가 하늘의 계시라고 말한 곤(丨)은 점 대를 뽑은 것으로 보고, 주(丶)는 그것을 뽑은 손으로 이해를 했지. 염재는 뜻이 크고 높아서 복(卜)에서 하늘의 의미를 찾았는데, 나는 생각이 옹졸하여 단순히 추첨(抽籤)을 한 모습을 떠올렸지 뭔가. 이러한 것에서 생각하는 규모를 알 수가 있는 것이라네. 하하하~!”

그렇게 말하면서 웃고는 붓을 들어서 자신이 생각했던 복(卜)자의 의미를 살려서 그림을 그렸다.

300 복자설명도

그러자 우창이 그린 그림을 본 자원이 웃었다.

“싸부의 그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진척(進陟)이 없으시네요. 어쩌면 항상 그모양이래요. 호호호~!”

그러자 춘매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니, 언니도 참, 얼마나 멋진 그림을 많이 보셨기에 이렇게 잘 그린 그림을 타박하시나요? 호호호~!”

두 여인의 수다를 듣고 난 우창이 말했다.

“그림에는 두 가지가 있어. 문자적(文字的) 그림과 도화적(圖畵的) 그림이지. 이 그림은 그림의 그림이 아니라 문자를 대신해서 그린 것이니까 사실은 그림이 아니라 글자라고 봐야지. 이만하면 글자치고는 괜찮잖아? 하하하~!”

“맞아요~! 저는 아무리 애를 써도 이렇게 멋진 그림은 그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제 눈에는 솜씨 좋은 화공(畫工)이 그린 천하절경보다 더 멋있어요. 호호~!”

“춘매의 말이 큰 위로가 되는군. 그렇다면 추첨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내가 복(卜)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은 매우 현실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자신의 머리로는 온갖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도저히 답을 얻을 수가 없어서 그 답을 하늘에 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점신(占神)께 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그래서 필요할 적에 사용하려고 만들어 둔 첨통(籤筒)을 앞에 놓고는 향을 사르면서 기도하겠지. ‘천지신명(天地神明)께서 명쾌(明快)한 계시(啓示)를 내려 주셔서 이 문제를 해결토록 앙망(仰望)하나이다~!’라고 말이지.”

“와, 스승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분위기가 자못 엄숙해져요. 호호~!”

“그렇게 기원(祈願)을 하고서 경건(敬虔)한 마음으로 손길이 가는 대로 점대를 뽑는 거야. 그리고 그 손에 단 하나의 점대가 선택이 되어서 뽑혀져서 나온 것이지. 바로 이 장면을 그린 것이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고, 이것을 창힐 할아버지께서 문자로 정리해서 복(卜)이 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거야.”

“와우~! 정말 멋진 말씀이에요~!”

춘매가 감동해서 말했다. 글자 하나에서 그렇게 생생한 풍경을 떠올릴 수가 있도록 설명해 주는 우창의 생각이 잘 이해가 되어서 말했다. 그러자 우창이 춘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것이 염재가 말한 하늘의 조짐을 내려받은 것이나, 점대를 뽑은 손이나 의미하는 바는 같다는 말이네. 그래서 여러 사람의 생각이 모이면 더욱 다양한 생각의 방법을 얻을 수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겠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자원이 생각난 듯이 말했다.

“참, 싸부, 점대의 종류가 여럿인가요? 어떤 것은 8개이고 또 어떤 것은 24개인데, 어디에서는 100개가 되는 것도 봤어요. 이런 차이는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오늘 점대를 뽑는다는 말씀을 듣고 보니까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그 차이가 뭘까요?”

자원이 우창에게 묻자 우창이 답했다.

“점대가 하나밖에 없다면 뽑아봐야 의미가 없지만, 두 개 이상이라면 얼마든지 점대로 사용할 수가 있으니까 개수에 대해는 문제가 없다고 봐도 될 거야. 여덟 개라고 하는 것은 주역의 팔괘(八卦)가 적혀있을 거야. 아마도 그것은 두 번을 뽑아야 하겠네. 대성괘(大成卦)를 만들려면 당연히 그래야만 할 테니까 말이지. 이렇게 복술(卜術)의 학문에 따라서 필요한 수량을 만들어서 사용하게 되는 거야.”

“그렇다면 육갑(六甲)을 적어놓고 뽑는다면 그것도 가능할까요?”

“당연하지, 목적에 부합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거야. 육십사괘(六十四卦)를 적어서 만든 것도 안 될 이유가 없지. 만약에 천간(天干)을 서로 짝지어서 만든다면, 갑갑(甲甲)에서 계계(癸癸)까지 백 개의 점대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맞아요. 그건 본 적이 있어요. 『백수첨시해(百首籤詩解)』라고 해서 도교(道敎)의 사원(寺院)에 가면 누구라도 뽑아보라고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불교(佛敎)의 사원에서는 또 『관음영첨(觀音靈籤)』이라고 해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딴 점괘도 마련되어 있는데 서로 비교해 보면 내용이 같지는 않아요. 같은 100개의 점대인데도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은 왜일까요?”

자원이 다시 묻자, 우창도 잠시 생각해 보고서 답했다.

“당연히 달라야 하지 않을까? 어느 고승(高僧)이 명상하는 도중에 영감(靈感)을 얻어서 1첨부터 100첨까지 기록을 했다면 그것이 도교 사원의 점대와 같을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야.”

우창의 설명을 듣고 나자 모두 추첨의 점대가 서로 각기 다른 것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그러자 춘매가 다시 물었다.

“복(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어요. 다음에는 점(占)자를 설명해 주시면 좋겠어요. 뜻은 같은데 글자가 다른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아, 그 설명을 해야 하겠구나. 복(卜)을 이해한 다음에는 점(占)에 대해서도 이미 절반은 해석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염재가 그 설명을 해 볼 텐가?”

“예, 스승님의 말씀을 잘 듣고 복(卜)에 대해서 이해하고 나니까 점(占)에 대한 글자는 대략 이해가 되었습니다. 복은 조짐(兆朕)에 해당하고, 점은 풀이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하늘의 조짐을 보고서 알아듣도록 풀이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잘 생각했네. 재미있는 것은 점(占)을 보고서 복채(卜債)를 낸다고 하는 말이네. 복채는 득괘한 것에 대한 대가로 지불하는 것인데, 이것도 생각 없이 사용하는 말이지만 아마도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해 보네.”

그러자 춘매도 생각난 것이 있는지 한마디 했다.

“맞아요. 복채라고 하지 점채라고 하는 말은 못 들어 봤어요.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생각 없이 사용한 것이 맞네요. 호호호~!”

아까부터 아무런 말이 없이 듣고 있던 안산이 한 마디 꺼냈다.

“정말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소상하게 알 수가 있는 대화에 감동했습니다. 혼자서 책을 보면서 생각한다면 이렇게 다양한 의미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야 점복(占卜)의 두 글자에 대한 의미를 잘 이해했습니다. 여러 선생의 고견에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안산이 이렇게 말하면서 공수하자 함께 공수하여 감사를 받았다. 춘매가 자원을 보면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언니, 복(卜)은 각기 달라도 점(占)은 같다는 말인가요? 왜냐면 복술의 종류가 그렇게 많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떤 복술을 사용하더라도 점술의 해석은 같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래서 가장 적확(的確)한 답을 얻기 위해 점차로 다양한 조짐을 찾아내고자 한 것이지. 그러니까 어떤 복술은 적중률(適中率)이 높고, 또 어떤 복술은 낮아서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 어디 한 둘이겠어? 그래서 잘은 몰라도 연산역(連山易)이나 귀장역(歸藏易)이 사라지고 주역(周易)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 거야.”

“역시~! 언니의 간단명료(簡單明瞭)한 설명은 펄펄 끓는 물 솥에 찬물 한 바가지를 끼얹은 것과 같아요. 지금 강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복술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전부 다 말씀하실 수는 없더라도 간단하게 몇 가지를 소개도 할 겸 말씀해 주세요. 그것도 궁금해요. 호호호~!”

“맞아, 동생의 말대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복술에 대해서는 전부 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또 그럴 필요도 없을 거야. 그래서 몇 가지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겠어. 그리고 특히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은 이미 싸부의 수중에는 회중시계가 있다는 것이지. 호호호~!”

“회중시계? 아, 오주괘를 말씀하시는 거구나. 맞아요. 열심히 공부해서 그것도 잘 써보고 싶어요. 호호호~!”

자원은 무슨 복술에 대해서 설명해 줄 것인지를 잠시 생각했다. 깊은 이치를 말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략적으로 기본적인 의미만 설명하면 되는 것이라고 봐서 아무래도 기을임(奇乙壬)의 육임(六壬)에 대해서 약간 언급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당연히 육효(六爻)와 매화역수(梅花易數)에 대해서도 약간의 설명을 하면 될 것으로 판단을 한 다음에 말했다.

“명술(命術)을 말하면서 기을임(奇乙壬)을 언급했던가?”

“맞아요. 점술의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하셨어요. 기문(奇門)에 대해서만 말씀하셨는데 을임(乙壬)을 설명해 주시려고요?”

“을(乙)은 태을수(太乙數)를 말하는데, 내가 듣기에는 천문학(天文學)의 진수(眞髓)라고도 하지만, 실제로는 극히 일부분의 인연에만 전수가 되었다가 사라져서 지금은 그 맥이 없다고도 하는데, 흔적은 손자병법(孫子兵法)에도 남아있다고 해. 다만 나는 아는 바가 없으니 딱 이만큼만 말해 줄 테니까 인연이 닿으면 공부하는 것으로 해야겠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임(壬)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하면 되나요?”

“육임신과(六壬神課)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삼전사과(三專四課)라고도 하는 별명이 있는 것이 육임인데, 기문을 땅의 이치라고 해서 지리(地理)가 되고, 태을은 하늘의 이치라고 해서 천문(天文)이라고 한다면 육임은 인사(人事)라고 해서 천지인(天地人)의 의미가 되는 대표적인 학문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것 하나만 잡고 공부를 하더라도 완성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으로 봐야겠지.”

“아니, 천지인의 학문에 역경이 안 들어가는 것은 좀 이상한데요? 복술의 최고 정점에는 주역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춘매가 놀랍다는 듯이 묻자 자원이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러니까 역경을 운용하는 학자는 육임을 낮춰서 생각하고, 육임을 운용하는 학자는 또 역경을 낮게 바라보는 것이겠지?”

“아, 그렇구나. 그래서 점술의 종류에 대해서는 언니도 설명을 망설이셨다는 것을 이해하겠어요. 그렇다면 점술에서 육임이 최고의 높은 자리에 있다고 보면 되나요?”

“그것은 나도 단언할 수가 없어. 저마다 자신의 점술이 용하다고 하니까 말이야. 다만 중요한 것은 현금(現今) 강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점술이 무엇인지는 생각할 수가 있겠지.”

“그게 뭐죠? 결국은 누구나 사용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되네요. 아무리 좋은 것도 장롱에 깊이 넣어놓으면 그것은 학문이 아니라 기념품일 뿐이잖아요?”

“맞아, 동생의 생각이 매우 타당하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뭐니뭐니해도 역시 복술(卜術)은 주역이라고 봐야겠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육임을 운용하는 사람은 희소(稀少)하고 주역을 사용하는 사람은 장강(長江)의 모래알처럼 많으니까 비교를 할 수도 없지 않을까?”

“아하~! 알았어요. 언니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필요한 물건은 손의 곁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네요. 옷도 항상 편하게 입는 것이 좋은 옷이지 금은보석으로 치장한 비싼 옷이 좋은 옷은 아니니까요. 호호호~!”

“그래, 맞아. 동생이 잘 이해를 했구나. 육임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만 하는 것으로 해. 하나의 점괘를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할게.”

“고마워요. 언니의 박식(博識)으로 인해서 제 안목이 바다처럼 넓어져요. 호호호~!”

“동생이 좋아하니까 나도 보람이 있잖아. 호호호~!”

두 여인의 맑은 웃음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